소설리스트

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607화 (607/616)

<6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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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이 항복했다.

-양양채씨 가문과 양양괴씨 가문, 양양성 호족들의 투항까지 모두 받아냈다.

-친위기병들을 이끌고 익주의 백제성까지 진격하여 익주목 유장의 신병을 무사히 확보했다.

연이은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형주를 무사히 복속시켰다.

유언을 계승하여 익주목을 참칭했던 유장의 신병까지 손아귀에 넣었다.

남방 정벌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유표군이 멸망하고 유언군을 계승했던 유장군이 스스로 무너지면서 세력이 붕괴했다. 계속 멀게 느껴졌던 대업의 완수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이제 낱알들을 수확할 때이옵니다. 형주를 거뒀으니 다음은 익주를 거둘 때가 아니겠사옵니까? 교주는 결국 스스로 투항해올 것이옵니다.”

낱알들을 담아내듯이 천하를 거둘 때였다.

천하통일이 머지않았다.

잿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은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면서 환열을 드러냈다.

영예로운 주군께서 천하를 통일하신다.

마침내 천하를 호령했던 영웅이 천하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마지막 적수였던 유표마저 쓰러트린 이성휘는 천하 13주에 위대한 무명을 떨쳤다.

“진짜 대단하단 말이야. 손견군을 끌어들여 적벽에 집결했던 함선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리다니…. 언제부터 우리 대장군은 수전에도 능했던 거야?”

진궁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무려 수백 척이다.

수많은 함선들이 적벽에 가라앉았다.

누가 감히 예상이나 했을까.

유표군을 농락했던 이성휘의 전술은 위나라 참모들조차도 생각지 못한 비책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참모들은 감탄을 쏟아내면서 이성휘를 칭찬했다.

“큼큼, 당연히 대장군께선 대단하시죠. 제가 부지런히 가르친 수제자답습니다.”

순유가 거들먹대며 가슴을 내밀었다.

흥-. 흥-.

뜨거운 콧김을 뿜어냈다.

우수한 모범생을 배출한 선생처럼 자부심을 치켜세웠다. 순유의 자랑에 참모들은 웃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벌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무척이나 다행이지만… 주군의 노여움은 어떡하죠? 도저히 풀리실 것 같지가 않은데요.”

크흠.

흠흠흠….

곽가의 말에 참모들은 헛기침을 흘렸다.

대책?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무자비한 냉혹함을 자랑하는 철혈의 여인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하지만 무척 애석하게도 철혈의 여인을 분노에 몰아세운 존재가 바로 그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지. 나는 혹시라도 정벌군에 보급되는 모든 물자들을 끊어버리라고 명령할까 얼마나 노심초사했는데.”

지금으로서 다행스러운 점은 조조의 노여움이 오로지 천하의 난봉꾼을 향한다는 것이었다.

하후돈을 힐난하지 않았다.

여포와 장료에게 벌을 내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불륜에 가담했던 순욱에게 불호령을 내리는 일 또한 없었다.

이성휘-.

모든 분노가 한 사람에게 쇄도되었다.

참모들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몹시 두려워했다.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한다면….”

“그 정도로는 어려울 텐데. 단단히 삐치셨거든.”

조조를 오랫동안 보필했던 진궁은 사죄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희대의 난봉꾼은 어떻게든 용서를 받아내고자 정벌을 계획했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벌집을 된통 쑤신 것처럼 분노를 자극하고 말았다.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물음은 진궁조차 답변할 수 없었다.

영원히 돌아오지 말든가.

아니면 당당히 돌아와서 목을 내밀든가.

잔혹한 기로만이 이성휘에게 제공될 뿐이었다.

“뭐…. 인과응보이긴 하죠.”

그러게 누가 바람피우래?

곽가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중얼거렸다.

“주군께선 그저 여자를 좋아할 뿐이에요. 악감정은 결코 없다고요! 그렇죠, 광록훈?”

“예? 무, 물론 그렇긴 하옵니다만….”

순유가 주먹을 불끈 쥐면서 외쳤다.

그에 가후는 멋쩍은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 * *

양양성의 호족들과 투항해온 유종을 형주자사로 임명한 이성휘는 이윽고 서쪽으로 나아갔다.

형주를 정벌하였다.

다음은 익주를 도모할 차례였다.

이성휘는 기병들을 이끌고 진격하여 반란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익주목 유장이 형주를 정벌하던 조조군을 끌어들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호족들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조조군이다!”

“유장이 조조군을 끌어들였다!”

파동군(巴東郡)이 점령되었다.

위나라의 군기들이 바람에 펄럭였다.

공포가 도래했다.

위나라 20만 대군이 익주의 경계를 넘어섰다.

권력을 거머쥐고자 거병했던 익주의 호족들은 압도적인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막강했던 유표군을 속전속결로 멸망시킨 조조군의 위세에 호족들이 벌벌 떨었다.

“기꺼이 조정에 투항하겠소! 나는 황실을 도모하려 했던 국적을 쓰러트리기 위해 거병했을 뿐이오.”

위나라의 군세들이 근처까지 당도하자 잇속이 밝은 호족들이 즉각 움직였다.

촉군승(蜀郡丞) 감녕이 위나라에 투항했다.

상대가 될 리 없다.

목숨을 보존하고자 바짝 엎드렸다.

과격파였던 감녕이 위나라에 투항하자 수많은 호족들이 연이어 귀부를 요청했다. 유장군에게 빼앗은 익주의 지배권을 위나라에 인정받기 위함이었다.

“순순히 투항하면 살려주겠다! 그러나 지배에 불응한다면 단칼에 목을 벨 것이다!!”

파동군을 점령한 뒤,

뒤이어 파군(巴郡)과 파서군(巴西郡)에 도달했다.

위나라가 삼파(三巴)를 거머쥐었다.

신속한 기동력을 발휘하며 공세를 반복하는 위나라의 진군이 익주의 반란군 세력을 긴장시켰다. 반란에 가담했던 호족들은 압도적인 전력을 두려워하며 자중지란을 이어나갔다.

“익주목 유장은 위나라에 투항했다. 유언을 따르던 무리들은 모두 위나라에 항복하라.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면 목숨만큼은 살려줄 것이다.”

감녕을 위시한 과격파 호족들을 복속하여 위나라의 봉신으로 삼았다. 뒤이어 익주목 유장을 내세워 유장군의 잔당들까지 포섭했다.

성도(成都)까지 머지않았다.

위나라는 과감한 일점돌파로 전란에 휩싸였던 익주를 돌파했다.

유장군이 멸망한 것은 힘의 소실 때문이었다.

무력(無力).

혼란을 야기하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익주를 정복하여 권력의 상징으로 군림해온 유언이 죽었기에 혼란기가 촉발된 것이다. 그에 이성휘는 압도적인 힘을 동원하여 혼란을 찍어눌렀다.

“성도가 코앞이다!”

“진격하라! 반란군을 섬멸하라!!”

선봉장으로 투입된 장합과 고람이 우렁찬 목소리로 장졸들을 호령했다.

계속 우후죽순처럼 벌어진 반란으로 약탈과 방화에 시달렸던 익주의 백성들은 조조군의 점령을 환대하면서 통치를 받아들였다.

익주는 무주공산이다.

주인이 떠나버린 공터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백성들은 새 주인을 원하고 있었다.

정벌군에게 정복된 군현들이 모두 위나라의 영토로 편입되었음에도 반발이 미약했다. 자신들을 태평성대로 이끌어줄 주인만을 원할 뿐이었으니까.

“근데 대장군, 궁금한 게 있음.”

“뭐지?”

성도로 진격하는 용맹무쌍한 군세들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을 때,

사마의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왔다.

“우리… 다 끝나면 중원으로 돌아갈 수 있음?”

“…….”

모르겠다.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안식처를 잃었다.

난봉꾼에게 주어진 처참한 대가였다.

형주를 정복하고 익주를 정벌했음에도 이성휘는 떠돌이나 다름없는 처지였다. 절대 돌아오지 말라는 말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교주(交州)로 쫓겨나야 하나.

천하의 백성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음에도 마음은 먹구름처럼 심란했다. 감히 누구에게 하소연을 할 수도 없는 망측한 경우였기에 오직 사마의에게만 고민을 털어놓았다.

“본좌는 돌아갈 거임. 대장군은 남으셈.”

“…나를 두겠다고?”

“왜, 왜 그럼?! 본좌는 가족들이 있음! 본좌는 어린애라서 통금시간을 무조건 지켜야 함.”

“이럴 때만 어린애냐.”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 사마의가 부럽기만 했다.

나는 그 가족에게 쫓겨났는데….

하지만 어쩌겠는가.

인과응보의 처참한 말로인 것을.

이성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돌렸다.

* * *

흥,

제가 잘못한 줄은 아는 모양이지?

하지만 어림도 없어.

진짜 이번에는 용서 안 해줄 테니까.

이역만리로 떠난 남편에게서 도착한 친필서한을 받아든 조조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첩으로 임명한 계집들은 그렇다고 쳐도… 감히 문약까지 끌어들여 살림을 차려? 지금까지 짐승을 남편이랍시고 자리에 앉혀둔 게지!”

하북의 전권을 위임했던 이성휘를 보좌하고자 파견된 하후돈과 순욱은 사이좋게 임신하여 돌아왔다.

엄동설한이 몰아치던 겨울,

매일 떡치기를 반복하며 정분을 쌓았으리라.

현모양처가 노심초사하며 걱정하는 줄도 모르고….

분통이 터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조조는 삭탈관직을 명령하고 외딴 변방으로 보내버리겠다며 이를 빠득 갈았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빌어먹을 바람기를 억눌러보겠다는 속셈이었다.

“여자가 없는 변방으로 보내버려야지.”

틀림없이 유배지에서도 새 여자를 들일 터.

작은 고을이 적당했다.

금녀(禁女)를 선포하여 고을의 여자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보내버릴 작정이니까.

“전하, 궁궐에서 환관이 도착했습니다.”

“황제의 부름인 모양이군.”

곧이어 조조는 채비를 차렸다.

상소문에 대한 문답일 터.

유협은 대장군의 삭탈관직과 유배를 요청하는 상소문을 읽자마자 조조를 궁궐로 불러들였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와는 많이 달랐다.

지금의 경우에는 토사구팽을 당하는 부하가 아니라 토사구팽을 계획하는 주군이 도리어 억울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착한 토사구팽.

바람기가 심각한 남편을 향한 참교육.

역사서에 토사구팽의 올바른 사례로 기록될 일이었다. 이성휘의 음란한 불륜행각을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백성들은 환멸을 금치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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