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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606화 (606/616)

<6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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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보낸 이후부터 마음이 줄곧 편치 않았다.

분명 어려운 정벌이 될 터.

악전고투가 뒤따르는 참혹한 전쟁이 되리라.

형주(荊州). 익주(益州).

양주(揚州). 교주(交州).

중원으로부터 멀리 동떨어진 지역들을 한꺼번에 정벌해야 한다. 험준한 지형과 사나운 오랑캐들은 틀림없이 정벌군을 계속 가로막을 터였다.

풍토병도 경계해야 할 위협이었다.

남방의 온후하고 다습한 기후는 북방의 침략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복병과 같았다. 분명 이번 전쟁에서도 끔찍한 화근으로 작용할 터였다.

“너무 섣부른 결정이었다. 면밀하게 검토하고 조사해본 이후에 결정을 내렸어야 했는데…. 분명 성휘는 지금쯤 가혹한 천신만고를 치르고 있겠지.”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은 당장이라도 후회의 눈물을 흘릴 것처럼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남편을 진심으로 믿는다.

하지만 계속해서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이역만리의 정벌에 나섰다가 안타깝게 요절한 영웅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암살과 급습, 끔찍한 풍토병에 걸려 목숨을 잃은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조조는 호언장담하며 떠났던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슬픔과 후회로 세월을 보냈다.

“분명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주군.”

“그랬으면 좋겠다만….”

마찬가지로 이역만리로 떠났던 서량 정벌은 무탈하게 완수하지 않았던가.

무탈하게 완수하리라.

이번에도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올 터.

곽가의 독려에 조조는 쓴웃음을 머금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무사히 돌아오겠지….”

천하제일검,

모든 영웅들을 대표하는 명장이 아니던가.

고난과 역경에 쓰러질 리 없었다. 불가능에 가까웠던 과업들을 모두 완수한 영웅이니까. 자애로운 현모양처로서 지아비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무사히 돌아와다오, 성휘.

나를 위해서.

그리고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믿고 기다리겠다. 성휘는 나의 영웅이니까.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돌아오리라 믿겠다.’

약간 볼록해진 배를 자애롭게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임신 8주차.

세 번째 아이를 가졌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귀여운 아기를 선물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하늘에 닿은 걸까. 동침했던 이후에 곧바로 임신에 성공했다.

아이를 임신했기 때문인지 이역만리로 떠난 남편을 더욱 간절하게 기다렸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오기를 염원하면서.

“맹덕, 나 임신했어.”

“…원양?”

업무를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태교에 전념하고 있었을 때,

조조는 충격적인 고백을 받게 되었다.

하후돈이 임신했다.

무려 자신보다 빠른 임신 14주차였다.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은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볼록해진 배를 내밀었다. 틀림없이 임신을 한 것이었다.

“누구 아이를?”

“에이, 당연히 서방님의 아이지!”

서방님-.

이성휘의 아이가 분명했다.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반응하던 조조는 이윽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질투와 분기가 몰아쳤다.

하지만 결코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하후돈을 남편의 첩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던가. 실로 괘씸한 반역이 아닐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패국조씨 가문을 위한 노력과 헌신을 점을 참작하여 관용을 베풀어주었다.

첩이 아이를 임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애써 질투를 억누르면서 관용적인 모습을 보였다.

“축하한다. 몸조리에 최선을 다해라.”

“고마워, 맹덕.”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더니.

나한테 들킬까 두려워서 정벌을 떠난 건가?

파렴치하다.

소인배나 부릴 법한 잔꾀였다.

하후돈에게서 아이를 가졌음을 들은 조조는 눈빛을 살벌하게 번뜩였다. 정벌을 명분으로 멀리 달아난 남편에게 깊은 앙심을 느꼈다.

“임신하고 3개월이 넘었다면… 업성에 주둔하던 당시에 아이를 회임한 건가?”

“그렇지. 서방님과 매일 동침했으니까. 북방의 겨울이 춥기로 유명하잖아. 후끈하게 몸을 좀 덥혔지.”

“…….”

이성휘에게 하북의 전권을 위임하면서 하후돈을 부관으로 붙였다. 원소를 지지하는 호족들의 반란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빌어먹을 남편께서는 업성에 오손도손한 살림을 차리셨다.

부관으로 보내준 사촌을 임신시키면서 천하의 난봉꾼이라는 위명이 과연 명불허전임을 증명해냈다.

‘군무를 보필하라고 보내줬더니… 아예 잠자리까지 보필한 모양이군. 철석처럼 믿어버린 내 잘못이지!’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당하고도 또 남편을 믿어버렸다.

속았다.

이번에도 바보처럼 속았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뒤통수를 맞은 걸까.

헤아리기도 벅찰 정도였다. 이 정도면 매번 감쪽같이 속아버리는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듯했다.

조조는 바람둥이 남편을 진심으로 저주하면서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했다.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가만두지 않겠다며 복수심을 키워나갔다.

* * *

형주의 함선들을 차디찬 강물에 수장시켰다.

놀라운 대승을 거둬냈다.

장강에서 무적으로 군림하던 형주의 함선들이 이성휘의 화계에 전멸했다.

형주에서 승전보가 날아들면서 허도는 뜨거운 열망과 환희에 휩싸였다. 수전의 귀신이라 불리는 채모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승이래요, 언니! 역시 서방님이셔!”

“…과연 대단하십니다.”

사촌동생들이 달려와 승전보를 전했다.

역사에 남을 대승이다.

형주의 함선들이 잿더미가 되어 가라앉았다.

기적적인 승전보에 조금은 마음이 풀린 걸까. 한탄과 원망을 이어나던 조조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현모양처의 마음을 무단히도 괴롭히는 난봉꾼이지만… 과연 성휘는 천하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성휘는 천하의 명장이다.

국사무쌍(國士無雙).

초나라를 제패했던 한신에 버금가는 장수였다.

빌어먹을 괴행으로 주군의 마음을 뒤집어버리는 점까지 빼닮았다. 그리고 토사구팽을 매번 고심하게 만든다는 것 또한 비슷했다.

“언니, 그 소식 들으셨어요?”

화기애애하게 담화를 나누고 있었을 때,

조홍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빈객에게 들었는데… 서방님의 시녀들이 둘 다 아이를 가졌다고 하더라고요.”

“뭐?”

시녀들….

여포와 장료를 말하는 것이리라.

둘 다 임신을 했다.

그것도 하후돈과 거의 동시에.

틀림없이 업성에 주둔했을 당시에 남편과 동침하여 아이를 가진 것이었다. 감시가 소홀해진 빈틈을 이용하여 매일 뜨거운 밤을 즐겼겠지.

하후돈에 이어 여포와 장료까지 임신했다. 그에 조조는 주먹을 바르르 떨면서 노여움을 내비쳤다.

“당장 그 도둑고양이들을…!”

어쩐지 장기휴가를 냈더라니.

천하를 정벌했던 대장군부의 맹장들이 정벌에서 제외된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이를 가졌으니까.

그래서 유비군과 원소군울 주축으로 정벌군이 편성된 것이었다.

남편의 음흉한 속임수에 기만당한 아내는 폭발하기 직전의 가마솥처럼 분통을 터트렸다. 감히 시녀를 가장한 도둑고양이들에게 불호령을 내리려 했다.

“빌어먹을 남편! 돌아오기만 해봐! 이번에는 절대로 안 봐줄 테다!!”

하지만 이내 취소했다.

여포와 장료 또한 남편의 첩.

결국 관계를 인정해주지 않았던가.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하후돈과 마찬가지로 두 시녀들을 용서했다. 그 대신 남편을 향한 원망을 계속 키워나갔다.

“여인의 차디찬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것을 보여주지…!”

이번에야말로 빌어먹을 파락호를 일말의 관용도 없이 쫓아내버리겠다.

태교를 위해 언행에 유의하면서 자애로운 면모들을 보였다. 하지만 한계치를 아득하게 넘어선 분노에 결국 태교를 무시한 채 욕설을 쏟아냈다.

“당장 참모들을 불러들여라! 괘씸한 파락호에 대한 징벌을 논의하겠다!”

조조가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주군을 속였다.

그것으로 모자라 신뢰마저 무너트렸다.

대역죄나 다름없는 행위로 판단한 조조는 참모들을 소집하여 징계를 논의하려 했다. 머나먼 변방으로 유배를 보내버릴 듯한 모습이었다.

“공달.”

“네, 네에….”

진궁. 곽가. 순유. 가후.

위나라를 대표하는 참모들이 소집되었다.

왕좌지재의 재상이라 불리는 순욱을 제외하고서.

장기휴가를 냈다고 한다.

조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순유를 응시했다.

“문약이 두 달 전부터 안 보이더군. 혹시 고뿔이라도 걸린 건가? 내 비록 회임하여 몸이 무거우나… 위나라의 재상을 염려하여 병문안을 가도록 하지.”

“…….”

들켰다.

낌새를 눈치챈 게 분명했다.

모골이 송연해졌다.

잘록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참모들이 소집된 자리에서 집중적인 추궁을 당하게 되었다. 순유는 일신의 안위와 가문의 평화를 위협하는 위기에 도래했음을 직감했다.

“그, 그게 그러니까 고모님께선…!”

어설픈 거짓말은 도리어 봉변을 불러들일 뿐이다.

대경실색하며 바짝 엎드렸던 순유는 결국 사실대로 이실직고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야설작가로서 관찰해온 바에 따르면 임신했을 때의 조조는 자비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순유는 그 점을 파고들기로 했다.

하지만-.

연이어 배신당한 조조는 애지중지하며 노력하던 태교조차 잠시 중단했을 정도로 격분한 상태였다.

“상서령에게 벌을 내리진 않겠다. 불장난에 놀아난 여자들을 일일이 처벌해봤자 끝이 없으니…. 가장 중요한 대책은 화근을 치워버리는 것이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불안을 호소하는 참모들의 시선이 조조에게 일제히 집중되었다.

“이성휘를 삭탈관직하고 유배를 보내겠다. 감히 왕실을 기만했으니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지. 이번만큼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냥 하시는 말씀이겠지.

설마 대장군을 진짜 파직하실까. 그래도 함께 생사고락을 이겨냈던 천생연분이 아닌가. 물론 이번 경우는 도저히 변호가 불가능한 수준이었지만.

말려야 될까.

아니면 화가 풀리실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참모들은 반신반의하며 조조의 눈치를 살폈다.

곧이어 조조는 이성휘의 삭탈관직과 유배를 요구하는 상소문을 황제 유협에게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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