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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96화 (596/616)

<5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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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이 대규모 수채(水寨)를 건설했다.

대규모 병력들을 동원하여 강하성을 넘으려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쇠사슬로 연결한 함선들.

정박을 위한 부두와 수병(水兵)들을 육성하기 위한 수채.

척후들을 투입하여 조조군의 동태를 파악한 채모는 이를 빠득 갈면서 태세를 정비했다. 무적을 자랑하는 아군 함대를 어쭙잖게 대적하려는 조조군을 물귀신으로 만들겠다며 살의를 불태웠다.

“뭍에서는 네놈이 무적이었겠지! 하지만 물의 싸움은 우리들이 무적이다! 네놈이 함선에 오르는 순간을 노려 총공세를 퍼붓겠다!”

뭍의 싸움과 물의 싸움은 확연히 다르다.

병력의 규모 따위는 상관없다.

오로지 능숙한 숙련병들의 전력에 달려있다.

장강의 극악무도한 수적들을 토벌하면서 경험을 축적한 형주의 함대는 무적이다. 모두 일당백의 노련함을 자랑했다. 그렇기에 채모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도독! 조조군이… 부교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성휘, 이놈!!”

조조군은 병력을 동원하여 광범위한 벌목을 개시했다. 그리고 목재들을 강가로 운반하여 부교를 건설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쿵-. 쿵-.

뚜닥. 뚜닥. 뚜닥. 뚜닥.

솜씨 좋은 공병들이 부교를 만들었다.

이대로 강하성까지 길을 만들 셈인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계획이 아닐 수 없었다.

“가, 감히!”

“이성휘…! 저놈이 미친 게 틀림없습니다!”

물싸움에 젬병인 오합지졸들 따위가 과감한 공세를 벌이려는 모습이 실로 오만방자했다.

장강에 부교라니!

우리들이 두 눈을 부릅뜨면서 감시하고 있거늘.

금방 붕괴될 모래성이나 다름없는 부교를 필사적으로 건설하고 있었다. 형주의 함대들이 출진하면 부교 따위는 흔적도 없이 강바닥에 가라앉게 될 텐데도.

“부교를 무너트리고 오겠습니다!”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격앙된 휘하 장수들이 채모에게 급습을 진언했다.

그에 채모가 고개를 내저었다.

“어떻게든 적의 주력부대를 끄집어내야 하네. 그대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네만, 적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라도 잠시 참아주게.”

오만한 이성휘의 행동에 절치부심을 통감하는 것은 채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참아야 했다.

압도적인 전력을 동원하여 부교를 박살내면 조조군은 공세를 포기할 테지. 조조군을 장강으로 끌어들여 초전박살을 내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방관해야 했다.

“주력부대를 섬멸하지 못한다면 역도들은 끊임없이 형주를 도모할 걸세. 부교 따위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어차피 놈들은 부교를 완공하지도 못할 텐데.”

부교에 목적을 둬선 안 된다.

우리들의 목적은 조조군의 완전한 궤멸이다.

와신상담하며 참아야 한다.

적들을 모두 물귀신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성휘와 중원의 정예들을 모두 궤멸시킨다면 조조군은 약세에 몰리겠지. 그 기회를 이용하여 주군께서 북상을 개시한다면 천하의 패권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도독!”

“소장들의 생각이 짧았사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업을 도모한다.

휘하의 장수들이 크게 감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뱃머리를 돌려라. 본영으로 귀환한다.”

“예, 도독!”

다시 확신했다.

이성휘는 수전을 벌이려는 것이다.

조조군의 동태를 감시하고자 인근을 정찰했던 채모는 뱃머리를 돌려 적벽(赤壁)으로 돌아갔다.

* * *

바람이 크게 불었다.

몹시도 불길한 북서풍(北西風)이었다.

곱게 치장했던 머리카락을 헝클이는 북서풍의 맹위에 제갈량은 불쾌감을 담아 미간을 찌푸렸다.

아군 쪽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

틀림없이 적들은 화공을 벌이려고 할 터.

압도적인 수세에 직면한 상황에 바람마저도 불리하게 불고 있었다. 북서풍은 적들에게 유리한 풍향이었기에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제갈씨, 어떻게 좀 해보셈!”

“저더러 뭘 어쩌라고요.”

사마의가 팔을 흔들면서 제갈량을 재촉했다.

북서풍.

죽음과 불길함을 담은 바람이 불어왔다.

적들은 틀림없이 화공을 선택하겠지.

게다가 아군은 함선들을 쇠사슬로 고정하지 않았는가. 최악의 경우였다. 유표군이 화공을 벌인다면 모든 함선들이 불지옥에 잠기게 되리라.

“제사! 하늘에 제사라도 지내는 게 어떰?! 틀림없이 하늘도 치성에 감복해서 풍향을 바꿔줄 거임!”

“내가 무슨 장각도 아니고….”

어처구니없는 사마의의 주장에 제갈량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제사?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었다.

전쟁은 오로지 확신을 가지고서 치르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기적에 의지하여 전쟁을 도모하는 행동은 어리석음의 극치였다. 절대로 지휘관이 해서는 안 될 최악의 행동이리라.

“일단 북서풍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알고 있다.

북서풍이 동남풍(東南風)으로 돌아설 리 없음을.

갑자기 역풍으로 바뀐다?

그것은 특수한 시기에만 가능한 일이다.

서주 토박이였던 제갈량은 형주의 기후에 문외한이었다. 그것은 사마의와 양수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대장군은 뭘 기다리는 거임? 설마 진짜로 동남풍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리진 않을 거잖음.”

“…그건 아니겠죠.”

수많은 전투들을 승리로 이끌었던 대장군이 하늘의 기적을 바랄 리 없었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불리함을 뒤집을 역전의 패를.

제갈량과 사마의는 이성휘의 속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면서 명령을 기다렸다.

“젖소한테 무엇을 맡긴 건 같은데….”

며칠 동안 양수가 보이지 않았다.

또한 조운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제갈량은 입술을 꾹 깨물면서 고심에 빠졌다.

“아!”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났음?”

심사숙고하던 제갈량이 탄성을 흘렸다.

무언가를 직감한 것이리라.

“제가 당연히 말해줄 리 없잖아요.”

“응?”

“대장군의 총애를 독점하고 있는 당신이 짱돌을 굴려가면서 생각해보세요. 주군과 군사는 일심동체라고들 하잖아요? 그럼 금방 알 수 있겠네요.”

“히에에엑!”

이성휘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총애를 자랑하던 사마의의 행동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래서 제갈량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사마의를 도발하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마음이 좁쌀처럼 작았다.

납작한 가슴을 자랑하는 위나라의 왕처럼.

* * *

위나라의 모든 장수들이 결전을 반대했다.

북서풍이 불고 있다.

지금 공세에 나서면 모두 잿더미가 될 뿐이다.

수전에 문외한인 장수들이었지만 역풍이 몰아칠 때는 결코 싸워선 안 된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함선들에 명을 내려라. 출정하겠다.”

그럼에도 이성휘는 공격을 명령했다.

대장기를 꽂은 기함을 움직였다.

또한 쇠사슬로 묶은 함선들까지 모두 동원했다.

수채와 부두들을 건설하면서 장기간 대치했던 조조군이 마침내 공세에 나섰다. 적벽에 주둔하는 형주의 함대들을 급습할 계획인 듯했다.

“멍청한 놈들!”

“흐하핫! 결국 조조군이 함대들을 동원했소!”

채모와 장윤은 승리를 확신하면서 쾌재를 불렀다.

적벽에서 기다렸다.

놈들이 범의 아가리로 들어오도록.

스스로 사지(死地)로 들어오는 적들의 무지한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그리고 화공을 준비했다.

역풍을 돌파하면서 적벽으로 들어오는 적들을 불바다에 처넣겠다. 노련한 채모가 거센 북서풍을 이용하지 않을 리 없었다.

“장작들을 넉넉히 실었습니다.”

“적선에 격돌하자마자 화염이 치솟을 겁니다.”

기름을 끼얹은 장작들을 누선에 실었다.

점화를 위한 폭선(爆船)이다.

총 10여 척을 징발하여 화계를 준비했다.

쇠사슬로 묶은 조조군의 함선들이 굼벵이처럼 느리게 적벽으로 당도하는 동안에 준비를 끝냈다. 정비를 끝내고 전열을 정비하자마자 적선들의 깃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장군의 대장기…! 저기 기함이 보입니다! 쇠사슬로 묶은 누선들의 중심에 있습니다!”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아침을 알리는 진시(辰時: 7시-9시)가 되었을 때,

마침내 적벽에서 조우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북서풍이 몰아치는 적벽에 수많은 함선들이 들어섰다.

“놈들이 모두 들어왔느냐?”

“예! 후미까지 모두 적벽으로 진입했습니다!”

병력이 가득 탑승한 누선들이 집결했다.

그에 채모는 희열을 느끼면서 주먹을 거머쥐었다.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조조군의 야망은 적벽에서 꺾이게 되리라.

“이제 됐다! 폭선들을 출격시켜라. 적벽으로 들어온 중원의 역도들에게 철퇴를 내릴 때다!”

쇠사슬로 고정한 조조군의 함선들이 적벽의 중심으로 진입했다. 그것을 확인한 채모는 폭선들을 보내어 화계를 벌였다.

승리가 거의 확실시되는 순간이다.

누구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신호가 떨어졌다! 전속력으로 진격하라!”

“불지옥에 떨어져라!”

규모가 작은 폭선들은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장강을 가로지르면서 조조군을 향해 돌격했다.

북서풍을 받아 속도가 매우 빨랐다.

대응할 방법은 없다.

폭선들이 쇠사슬을 묶은 함대에 정확히 직격했다.

꽈아아앙─!!

콰과과과과과과과과!!!

화염이 폭산했다.

폭선들이 부딪치자 거센 화염이 솟구쳤다.

수상(水上)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거대하게 솟구친 불길이 조조군의 함선들을 빠르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드디어! 드디어 놈들이 무너진다!”

채모가 승리를 확신하면서 불바다가 되어버린 참혹한 광경을 응시했다.

연쇄진을 형성한 조조군의 함선들이 불길에 삼켜지고 있었다. 대장군의 군기를 자랑하던 이성휘의 기함도 화염을 실은 북서풍에 잠식되고 말았다.

어린아이를 상대하듯 쉽게 이겼다.

모두 적벽의 북서풍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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