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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95화 (595/616)

<5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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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합과 고람에게 번성(樊城)을 맡기고서 남하를 이어나갔다. 조조군의 대규모 강행군은 강 너머에 위치한 양양성에서도 보일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조조군이 강하(江夏)를 노리고 있다.

형주의 함대들이 철통처럼 호위하는 양양성을 도모하기 어려우니 강하성을 노리려는 의도였다. 그를 직감한 채모는 급히 뱃머리를 틀었다.

“하지만 도독, 적들의 간계일지도 모릅니다! 이성휘는 기만책에 능한 인물이지 않습니까!”

이성휘의 기만책에 천하이강의 위용을 자랑하던 원소군이 속절없이 무너지지 않았던가.

틀림없이 기만이다.

아군을 속이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휘하 장수들은 조조군의 노골적인 강행군에 의구심을 보냈다. 유인계(誘引計)를 우려하는 것이리라.

“내가 장님인 줄 아는 겐가! 수만의 군세들이 일제히 강하 방면으로 진격하고 있네! 틀림없이 조조군은 강하성을 노리려는 것이야!”

채모 또한 마찬가지로 유인계를 의심했다.

하지만 유인계는 아니었다.

틀림없이 조조군은 강하성을 노리고 있었다.

불길함을 직감한 채모는 장윤에게 양양성의 방위를 맡기고서 장강의 본류(本流)를 거슬렀다. 강행군을 개시한 조조군보다 일찍 도착하기 위해서였다.

“태수!”

“아니, 갑자기 강하성에는 무슨 일이오?”

채모의 함대가 강하성에 당도했다.

양양성에서 조조군을 대적하고 있을 채모가 도착하자 강하태수(江夏太守) 황조는 의아함을 드러냈다.

분명 전선은 양양성일 터.

어째서 함대들을 이끌고 강하성에 왔단 말인가.

“조조군 놈들이 강하성으로 몰려오고 있소!”

“그, 그게 사실이오?!”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이다.

형주를 종횡무진하며 약탈과 방화를 일삼았던 손견군에게 당한 피해도 복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20만 대군이 몰려온다.

강하태수 황조는 대경실색하며 침음을 토해냈다.

“걱정 마시오. 함대들이 철통처럼 지키겠소!”

“고, 고맙소…!”

양양성처럼 강하성도 장강을 해자처럼 두르고 있는 요새였다.

조조군이 강하성을 공격하려면 당연히 장강을 넘어야만 했다. 당연히 그것을 채모가 용인할 리 없었다.

올 테면 와봐라.

네놈들을 모두 수장시켜줄 테니.

강하성은 장강의 본류를 해자처럼 두르고 있었기에 지류를 두르고 있는 양양성보다 험준했다. 어째서 조조군이 강하성을 표적으로 삼았을까. 채모는 잠시 의문을 접어둔 채 강하성의 방위에 총력을 기울였다.

“조조군이 보입니다!”

“기어코 놈들이 강하성에 당도했습니다!”

사나흘의 시일이 흐른 뒤,

마침내 조조군이 강하군(江夏郡)에 당도했다.

숙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형주를 대표하는 명장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호령하면서 강하군을 둘러싼 불안감을 떨쳐냈다.

* * *

조조군은 지속적으로 손견군에 밀사를 파견하여 정벌에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

한나라의 제후로서 찬탈을 획책했던 국적을 토벌하라. 조조는 솔깃할 만한 조건들을 내세우면서 손견군을 계속 동맹으로 두고자 노력했다.

“역적과 역적의 싸움이군. 그리고 나도 역적이지.”

충성 따위는 없다.

오로지 역심만이 가득할 뿐이다.

조조와 유표,

한나라의 역적들이 장강에서 격돌했다.

“부르셨습니까.”

손견이 심사숙고를 거듭하고 있었을 때,

단양태수(丹楊太守) 오경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처남, 어느 쪽에 가세하는 것이 좋겠는가.”

“…….”

조조군이 천하를 거머쥐었다.

대세를 따르기 위해서라도 조조군의 휘하에 가담해야 한다. 그래야 숙청의 칼날을 피할 수 있을 테니.

오경은 위나라가 한나라를 대신하여 천하의 주인이 되리라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전적인 성격의 매형에게 속내를 밝힌다면 필시 노여워하실 터.

그렇기에 오경은 대답을 계속 주저했다.

“다들 조심스럽게 종속을 권유하더군.”

“…….”

강동을 대표하는 현자였던 장소와 장굉은 위나라에 종속되는 방법을 검토했다.

그리고 양주의 수많은 관료들도 위나라에 가담하여 안전을 도모하기를 원했다.

업성이 함락되면서 포로로 붙잡혔던 원소도 제후의 예우를 받고 있지 않은가. 순순히 종속을 받아들인다면 오후(吳侯)의 작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터였다.

“어림도 없는 일이네. 천하를 휩쓸면서 용맹무쌍을 자랑했던 이 손문대가 꼬리를 내린다니? 강동의 호랑이가 어찌 싸우지도 않고 포기하겠나!”

“주, 주군….”

손견이 대뜸 발끈하며 소리쳤다.

당장이라도 결사항전을 선포할 것처럼 난폭한 호승심을 떨쳤다. 손견의 호전적인 모습에 오경은 우려를 금치 못했다.

세력의 격차가 극명하다.

감히 비교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였다.

결코 조조군을 이기지 못합니다….

가문의 안위와 세력의 영달을 위해서라도 위나라에 종속되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오경은 차마 본심을 꺼내들지 못한 채 입술을 달싹였다. 결코 불가함을 알면서도 매형의 진노가 두려웠기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후우…. 오로지 무명만을 고집하면서 전장을 유린했던 전성기의 손견이었다면 그리 말했을 테지.”

처남의 속내를 직감한 것일까.

주먹을 거머쥐었다.

뒤이어 한숨을 길게 늘어트리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제 나는 장수가 아닐세.”

싸움에 미친 들개처럼 날뛰던 시절은 끝났다.

세력을 짊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수많은 신하들의 명운을 책임져야 했다.

전장을 방랑하던 장수에서 세력을 대표하는 제후로 성장하면서 다혈질적이던 성격이 가라앉았다. 생각하고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이 생겼으니까.

“참모들을 소집하여 논의하시지요.”

강동이장(江東二張).

문무를 모두 겸비한 미주랑(美周郞).

훌륭한 참모들이 제후를 보필하고 있지 않은가.

어찌 감히 자신이 세력의 미래를 논의할까. 오경은 황망함을 드러내며 참모들에게 역할을 넘기려 했다.

“처남은 젊을 적부터 나를 보필하지 않았나.”

“예, 그렇습니다….”

“함께 난세를 극복했던 동지로서 처남의 의견을 듣고 싶네. 부디 처남의 고견을 들려주게.”

“…….”

주군의 간청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오경은 경직된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가감 없이 심중에 묵혀두었던 속내를 꺼냈다.

“서량이 멸망했습니다. 하북 또한 무너졌습니다. 파촉은 군주를 잃고 궤멸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천하에 누가 조조군을 대적하겠는가.

이미 늦었다.

대세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유언이 건재했다면 유표와 동맹하여 조조군을 대적했겠지만 하늘은 조조를 선택했다. 익주 세력이 결국 와해되면서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감히 주군에게 종속을 간언하는… 부디 불충한 신하를 벌해주십시오.”

신하로서 주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길 뿐이다.

그렇기에 감히 간언했다.

급속도로 영토를 확장시킨 양주의 신흥세력이 선명하게 드러난 압도적인 격차를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으므로.

“알겠네. 숙고하여 판단하도록 하지.”

수족처럼 굳게 신뢰하는 숙장들에게 의견을 물었다면 틀림없이 주전론(主戰論)을 입에 담았을 터.

그렇기에 손견은 오경에게 의견을 물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혈육들을 끔찍이도 아끼는 처남이라면 결연한 목소리로 종속을 주청할 테지. 손견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 *

강하군에 당도한 이성휘는 투항해온 호족들을 동원하여 최대한 전함을 긁어모았다.

부두(埠頭)를 설치했다.

뒤이어 징발된 함선들이 집결하게 되었다.

혹시 유표군과 수전(水戰)을 벌이실 생각인가.

오합지졸처럼 급조한 함선들을 이끌고 형주의 함대를 대적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당연히 조조군 장수들은 불가를 내비치면서 이성휘의 행동을 우려했다.

“본좌는 수영을 해본 적이 없음! 분명 물에 가라앉으면 주둥이만 둥둥 뜰 거임!”

이성휘가 채모의 함대들을 상대로 무모하게 수전을 벌이려고 한다는 소문이 군중을 휩쓸었다.

그에 사마의가 대경실색하며 소리쳤다.

“함선들을 모두 쇠사슬로 연결해라. 한꺼번에 많은 병력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말이다.”

“부교로 쓰시겠단 말씀인가요?”

“적들이 그렇게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

“…네, 알겠어요.”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목소리를 무시한 이성휘는 제갈량에게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모든 함선들을 연결하라.

채모가 들었다면 코웃음을 칠 알량한 잔꾀였다.

연쇄진(連鎖陣).

함선들을 쇠사슬로 연결하여 육지처럼 사용하는 전술이다. 수전의 천재였던 채모는 당연히 연쇄진의 파훼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채모는 유표가 총애하는 함대의 도독이다. 당연히 문외한인 나보다 몇 수는 앞설 테지.”

“그렇기에 방심하고 있겠죠.”

이성휘가 말했다.

그에 제갈량이 말을 덧붙였다.

총명하고 똑똑한 참모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제갈량은 쭈뼛쭈뼛하며 수줍어하는 반응을 보였다.

“대장군, 적의 함대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주변을 정찰하고 돌아온 관우가 입을 열었다.

채모의 함대가 집결했다.

뒤이어 강하태수 황조의 함선들도 모여들었다.

어쭙잖게 수전을 벌이려는 같잖은 애송이를 제압하기 위함이리라. 채모와 황조는 합심하여 함선들을 계속 강하성 앞에 집중시켰다.

“함대들은 분명 그곳에 정박했겠군.”

“예, 대장군의 예상대로… ‘적벽’에 집결했습니다.”

수많은 함선들이 강하성 인근에 위치한 적벽(赤壁)에 정박했다.

조조군이 쇠사슬로 묶은 함선들을 동원하여 공세에 나선다면 단숨에 완파하겠다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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