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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94화 (594/616)

<59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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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에 집중하던 조조군은 칠흑으로 둘러싸인 야음을 이용하여 후방으로 퇴각했다.

둔영을 그대로 방치했다.

혹시라도 번성의 유표군에게 발각될까 공성에 동원된 물자들을 둔 채로 물러났다.

이제 번성(樊城)은 물벼락에 무너지리라.

조조군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면서 유표군의 시선을 완전히 차단했다. 그것을 보여주듯 문빙은 장졸들을 동원하여 수성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신속하게 물러난다.”

“곧 번성의 주변이 모두 물에 잠길 거다.”

마침내 신호가 떨어졌다.

번성의 명운을 휩쓸어버릴 수공(水攻)이 시작될 터.

병사들은 이윽고 벌어질 물벼락을 두려워하며 신속하게 퇴각했다. 만약 수공에 휩쓸리게 된다면 시체조차 건져내지 못한 물귀신이 될 테니.

“장군, 신호가 올라왔소!”

“철군이 모두 끝난 모양이구려…! 알겠소이다.”

밤하늘을 아찔하게 밝히는 연등이 올라왔다.

주황색의 불꽃.

작전 개시를 알리는 신호였다.

그것을 목격한 장합과 고람은 병사들에게 명령하여 물길을 틀어막은 둑을 무너트렸다. 이윽고 제방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수공이 시작되었다.

콰콰콰콰콰콰콰──!!!

대량의 흙탕물이 방출되었다.

땅을 유린하고 나무들을 파괴했다. 강한 격류를 자랑하면서 주변 일대를 쓸어버렸다.

연이은 소나기로 불어난 강물은 지금까지 억눌렸던 것에 대한 원한을 갚겠다는 것처럼 광포한 위력을 휘둘렀다. 제방들로 비축된 강물이 일거에 꽈르릉 쏟아지면서 번성을 휩쓸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굉음이냐!”

“모르겠습니다! 계속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망루에서 조조군을 경계하던 번성의 장졸들은 혼비백산하며 비명을 토해냈다.

벼락이 떨어진 듯한 굉음.

굉음이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강물이 몰려온다!”

“으아아악!!”

물벼락이다.

조조군의 수공이다.

한수(漢水)가 크게 범람하며 번성을 집어삼켰다.

난데없이 한밤중에 물벼락을 맞아버린 유표군은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었다.

압도적인 자연의 위력에 유표군은 압도당할 뿐이었다. 크게 범람한 강물이 작렬하면서 성벽을 무너트리고 주변 일대를 모조리 파괴했다.

“소나기 때문에 강물이 범람한 것인가?”

“아닙니다! 폭우가 시작되는 여름도 아닌데 강물이 이렇게 범람할 리 없습니다…!”

꽈르릉-!

공세를 버텨냈던 성벽이 무너졌다.

조조군의 연이은 공격에도 건재함을 과시했던 철옹성의 성벽이 결국 파괴되고 말았다.

연쇄적인 수공에 속절없이 무너진 유표군은 강물의 범람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하지만 이윽고 번성의 장졸들은 조조군의 수공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조조군의 둔영이 모두 비었다!”

“휩쓸린 군막과 물자들이 보일 뿐… 조조군의 시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놈들이 퇴각했다.

둔영을 그대로 두고 물러난 것이다.

강물의 범람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의도적인 수공임을 의미했다.

조조군이 범람을 예상하고 퇴각했음을 알아차린 유표군은 살의가 담긴 고함을 토해냈다. 적들의 수공에 당해버린 번성은 금세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장군! 퇴각하셔야 합니다!”

“놈들의 수공에 성벽이 완파되었습니다!”

성벽이 무너졌다.

성내까지 모두 강물에 잠겼다.

군량을 산더미처럼 비축했던 창고들까지 연이어 수몰되면서 사태가 악화되었다.

수공에 번성이 무너졌다.

무관들은 문빙에게 막중한 피해를 보고하면서 퇴각을 진언했다.

“조조군의 공세를 대비해야 한다! 틀림없이 조조군은 강물이 빠지자마자 총공세를 가해올 거다!”

머지않아 범람했던 강물은 다른 하천들로 빠져나갈 터. 문빙은 그것을 정확히 예측했다.

병장기를 치켜들었다.

장졸들을 호령하면서 분전을 명령했다.

돌발적인 수공에 무거운 피해가 누적되었지만 병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문빙은 병졸들과 함께 흙더미를 나르면서 무너진 성벽을 쌓아올렸다.

하지만-.

조조군이 그를 용인할 리 없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 정오.

강물이 빠지자마자 조조군은 공세를 시작했다.

“번성이 무너졌다!”

“제장들은 일제히 번성을 공격하라!!”

유표군은 성내에 범람한 흙탕물을 걷어내지도 못한 채 조조군을 대적해야만 했다.

결국 번성은 수공에 무너지게 되리라.

그럼에도 문빙과 결사대는 노도처럼 몰아치는 조조군에 맞섰다. 형주의 철옹성을 결코 적들에게 내어줄 수 없었기에.

* * *

조조군 병사들이 일제히 철옹성의 성벽을 등반하기 시작했다.

수공으로 성벽이 무너졌다.

그것을 보여주듯 성벽의 잔해들이 가득했다.

폐허가 되어버린 성벽에서 교전이 벌어졌다.

유표군은 성벽을 보수하고자 급히 흙더미를 쌓아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노도처럼 밀려드는 파상공세에 급조된 성벽은 단숨에 파괴되었다.

“드디어 이 빌어먹을 성에 들어왔다!”

장팔사모를 치켜든 소녀가 난폭한 창술로 경계병들을 쓸어버리고 성내에 입성했다.

선봉에 투입된 유비군은 맹공을 이어나가며 성내를 수비하던 형주의 결사대와 부딪쳤다.

“놈들을 주살하라!”

“위치를 사수하라! 역도들을 막아라!!”

유비군과 유표군,

숙련된 정예병들이 성내에서 백병전을 벌였다.

뒤이어 조조군까지 가세하면서 백병전은 매우 치열한 격전으로 치달았다. 장비는 조조군 장수들과 합심하여 문빙을 급습했다.

“물에 쫄딱 젖은 생쥐가 되셨네. 밤새도록 물을 퍼셨나봐?”

“닥쳐라, 계집!”

장비가 조소하면서 도발했다.

그에 문빙이 노여워하며 이를 빠득 갈았다.

수공에 무너지다니,

실로 통탄스러울 따름이었다.

밤새도록 수해를 복구하면서 체력을 소진했던 유표군은 무력해진 상태였다. 문빙을 제외한 장수들은 하나둘씩 조조군에 투항하기 시작했다.

“장군을 따르라!”

“조조군 놈들…! 우리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다!”

문빙과 결사대가 최후의 저항을 벌였다.

그에 장비는 웃으면서 장팔사모를 거머쥐었다.

“쳐라! 모조리 쓸어버려!!”

무의미한 저항일 뿐이다.

사방을 포위했던 유비군 병력들이 달려들었다.

중과부적임을 알고 있음에도 결사대는 고함을 내지르면서 대적했다. 문빙과 장비 또한 서로에게 달려들면서 접전을 벌였다.

“큭! 네 이년…!”

“어서 목을 내미시지!”

장비의 거침없는 맹공에 문빙은 뒷걸음질을 거듭하면서 수세에 직면했다.

무관들이 달려들어 문빙을 엄호했지만 날카로운 장팔사모를 피할 순 없었다. 일기당천을 자랑하는 맹장의 공격에 형주의 수문장은 위기에 직면했다.

이윽고-.

날카로운 창끝이 문빙의 가슴을 꿰뚫었다.

“커헉-!!”

병장기를 높게 치켜들었던 문빙은 단말마의 비명을 토해내면서 주저앉았다.

핏물을 토해냈다.

결국 적장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20만 대군의 진격을 거듭하여 막아냈던 형주의 수문장이 무너졌다. 뒤이어 번성의 결사대 또한 문빙을 따라 최후를 맞이했다.

“유비군이 완승을 거뒀군요. 적장 문빙은 참살되었고 번성의 거점들도 모두 함락되었습니다.”

제갈량이 이성휘에게 승전보를 알렸다.

번성이 함락되었다.

마침내 형주의 철옹성을 접수했다.

장강의 지류들을 동원하여 번성을 무너트린 조조군은 유표군을 양양성까지 밀어붙였다. 결국 번성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형주의 수많은 호족들이 위나라에 투항의 뜻을 밝혀왔다.

“이제 채모와 장윤을 움직일 차례다.”

파상공세로 번성을 거머쥔 이성휘는 뒤이어 형주의 함대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무적의 위용을 자랑하는 함대들을 일거에 무너트리면 양양(襄陽)과 강하(江夏)는 속절없이 무너질 터.

다음 계책을 동원할 때였다.

이성휘는 양수를 불러들여 계책을 논의했다.

* * *

불길한 예상은 결국 적중했다.

수공이 동원되었다.

번성이 거센 흙탕물에 삼켜지고 말았다.

채모는 어떻게든 번성을 지원하고자 상륙을 시도했지만 휘하 장수들의 만류로 저지되었다. 번성을 구하려다 자신들마저 휩쓸릴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문빙 장군이… 참수되었다고 합니다.”

형주의 수문장이 목숨을 잃었다.

충성스러운 결사대도 마찬가지였다.

조조군의 파상공세를 완강하게 버텨내는 기염을 토했지만 결국 함락으로 이어졌다.

치욕적인 패전에 채모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뭍을 새카맣게 뒤덮은 적들을 노려보았다. 놈들이 도하를 시도한다면 물귀신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

“주군에게 소식을 알려라! 번성이 함락되었다!”

“예!”

전운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형주는 여전히 건재했다.

조조군은 결코 장강을 건너지 못한다.

번성의 참패에도 유표군은 무적의 위용을 자랑하는 함대들의 전력을 과신하고 있었다.

결전은 물 위에서 결정되리라.

채모와 장윤은 총력을 기울이면서 위나라의 공격에 대비했다. 비록 번성을 잃었지만 장강의 방어선은 건재했기에 병사들의 사기 또한 높았다.

“도독! 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뭣!”

채모가 당혹감을 드러내면서 번성을 점령한 조조군의 움직임을 경계했다.

무관의 보고대로였다.

무수히 많은 군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들은 도하를 시도하지 않았다. 번성을 함락시키면서 양양성과 마주하게 되었음에도 도하를 보류한 채 말머리를 틀었다.

“강하성이다! 놈들이 강하성으로 가고 있다…!”

양양성이 아니다.

놈들은 강하성을 노리려는 것이다.

급히 파발을 보내라!

채모는 무관들에게 명령하여 양양성에 급보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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