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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83화 (583/616)

<5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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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왕이 되려 한다.

한나라를 배척하려는 역심이 천하를 뒤흔들었다.

병력들을 동원하여 궁궐을 포위했다.

역심에 항의했던 조정대신들이 모두 압송되었다.

황실과 조정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수많은 세력들을 멸망시켰던 조조는 사실은 역적이었다.

자신의 역심을 달성하고자 지금까지 황실과 조정을 이용했을 뿐, 처음 거병했을 때부터 가슴속에 역심을 품고 있었던 것이리라.

“어서 움직여라!”

“주변을 철통처럼 경계해야 한다!”

조조군 장수들이 관문을 누비면서 엄격하게 단속했다.

주군께서 포문을 여셨다.

역심을 저지하려는 무리들이 발호할 터.

패국조씨 가문에 충성하는 장졸들은 긴장된 낯빛으로 허도를 경계했다. 연이은 숙청으로 권력에 도전하려는 불순분자들을 제거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적이 사직을 찬탈하려 한다!”

“유생들이여! 한나라를 위해 일어서자!”

“조조는 여후(呂后)와 다를 바 없는 독부다! 조씨들에게 한나라의 강산을 넘길 수 없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한 조조가 역천(逆天)을 시도하려 한다.

소식이 널리 알려지자 유생들이 시가지에 집결하여 의협(義俠)의 기치를 높였다. 한나라에 충성하는 사대부와 호족들도 여럿 합세하기에 이르렀다.

왕이 되겠다.

새로운 조정을 세우겠다.

조조는 심복들을 동원하여 야심을 내세움으로서 지금까지 원동력으로 삼은 대의명분이었던 협천자(挾天子)를 진흙탕에 내던졌다.

“모두 해산하라!”

“감히 유생들 따위가…!”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들을 우려한 조조군은 곧바로 병력을 파견하여 해산을 명령했다.

유생 세력과 합세한 사대부와 호족들이 껄끄러웠지만 강경하게 움직였다. 황실과 조정을 지키고자 가세한 인원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크악!”

“이, 이 역적들아!!”

몽둥이를 치켜든 병사들이 달려들어 군중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퍼억-!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황실과 조정을 구하고자 집결했던 유생들은 조조군의 진압에 간단히 무너졌다. 무력한 백면서생들의 목소리는 사나운 폭력에 짓밟힐 뿐이었다.

“역도들을 모두 대리시로 압송하라!”

“조조군 놈들…! 필시 하늘께서 네놈들에게 천벌을 내릴 것이다!!”

참혹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무자비한 폭력에 쓰러졌다.

수많은 유생들이 현장에서 압송되었다.

비명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럼에도 유혈사태를 지켜보던 백성들은 얼음장처럼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 저럴 줄 알았지.”

“경전이나 읊던 유생들이 뭘 안다고…!”

“난세를 평정한 분은 승상이시다! 우리들에게 농토와 식량을 내려준 분도 승상이시다!”

조조가 스스로 협천자를 포기했음에도 조조군의 지지기반이었던 허도(許都)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허도뿐만이 아니었다.

연주(兗州)와 예주(豫州)는 완전히 조조군의 영토였다. 명목상으로 한나라의 영토였을 뿐, 중원의 수많은 군현들은 조조를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었다.

“이제 어찌해야 하는가?”

“일단 추이를 지켜보도록 하세. 섣불리 경거망동해선 안 될 것이네.”

조정대신들이 체포되었다.

또한 강경하게 항의했던 유생들도 강제로 진압되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역천의 바람이 몰아쳤다.

변혁의 때가 도래하기 시작했다.

조조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사대부와 호족들은 조용히 엎드리면서 세간의 동태를 살폈다. 철저히 중립을 내세우다가 유리한 쪽에 붙으려는 속셈인 것이었다.

“화, 황제 폐하께서…! 승상에게 왕작(王爵)과 함께 구석(九錫)을 내리기로 하셨다는군!”

유협은 참혹한 유혈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저지하고자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

미련을 두면 피해가 가중될 터.

그리고 가중된 피해는 백성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되찾은 태평성대가 붕괴될까 우려한 유협은 조정대신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조를 위왕(魏王)에 책봉한다는 황명을 내렸다.

* * *

위왕에 책봉한다.

위나라의 건국을 윤허하겠다.

간악한 역적들을 토벌하여 군웅할거의 난세를 평정한 승상의 활약은 하늘과 땅을 진동시켰다. 그렇기에 승상을 백마지맹(白馬之盟)의 예외로 두어 왕작을 하사한다.

직접 왕작을 내렸다.

또한 한나라의 신하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였던 아홉 개의 물품들(九錫)까지 주었다.

-황제가 결국 굴복했다.

-결국 황실과 조정에 조조군에 무릎을 꿇었다.

-유씨가 아닌 조씨가 왕이 되었으니 머지않아 한나라는 멸망하게 될 것이다.

명사들이 조씨 천하를 예상했다.

수많은 호사가들이 한나라의 멸망을 추측했다.

위나라의 천하가 오리라.

중립을 이어나가던 사대부와 호족들이 위나라의 신하가 되겠노라며 자청했다.

“즉위식은 내년 봄이 좋겠지?”

“그럼 꽤나 빠듯하겠군요.”

머리카락을 금발로 물들인 아름다운 여인이 관료들을 소집하여 위나라의 건국을 의논했다.

정위(廷尉) 진궁.

허도를 총괄하는 참모장이 새로운 독립국의 기틀을 구상했다.

한나라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독자적인 독립국을 세우는 일이다. 위왕에 책봉된 조조가 위나라의 건국을 선포한다면 한나라의 위상은 그야말로 나락까지 떨어질 터.

어린 황제가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자신은 조조에게 충성하는 참모장이었기에.

“위나라의 수도는 업성(鄴城)이다. 대장군이 업성에서 위나라의 초석을 다지고 있겠지. 업성을 중심으로 위나라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만천하에 알려야 돼.”

“예, 물론입니다.”

위나라의 수도는 업성.

위나라의 영토는 위군에 한정되었다.

꽤나 작은 영토였다.

불과 일군(一郡)에 불과한 수준이었으니.

하지만 이것은 기틀일 뿐이었다. 결국 위나라는 한나라의 모든 영토들을 집어삼키리라. 계속 허기를 느끼는 게걸스러운 짐승처럼 말이다.

“하하…. 정말로 대단하단 말이야. 우리들의 명부께서는.”

드디어 대단원에 이르렀다.

누가 감히 예상했으랴.

우리들의 명부께서는 연주에서 거병하여 수많은 난적들을 쓰러트린 끝에 천하의 권력을 거머쥐셨다.

세상을 구원할 명세지재(命世之才).

패도(覇道)를 달성한 패왕(覇王)은 마침내 한나라를 굴복시키고 왕좌를 차지했다.

난세를 평정하여 수많은 백성들을 구원했던 패왕에게 어울리는 영예였다. 머지않아 만천하가 그녀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되리라.

“연주를 구원하고자 백만 명에 육박하는 사나운 황건적들과 싸우실 때부터 짐작은 했었지. 과연 패왕의 업에 어울리는 분이라고…. 결국 명부께서는 모든 과업들을 물리치고서 패도를 달성하셨어.”

턱을 괸 채 지난날을 회상했다.

연주 구원전.

백만 명에 이르는 황건적들을 전멸시키면서 패도의 시작을 알렸던 전투.

연주에서 거병하기 위해 낙양에서 출진했던 조조군은 황건적 세력을 일소하면서 군벌에 등극했다. 그리고 연주를 중심으로 정복활동에 착수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하는 중원의 패자가 되었다.

“하핫, 또 옛날 생각이십니까? 정위 어르신은 가끔씩 볼 때마다 뒷방 할머니 같으십니다.”

“이 씨발놈이….”

감회에 젖어든 미소를 짓고 있었을 때,

불쾌한 농담이 들려왔다.

휘하의 관료들이 장난기가 넘쳐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누가 할머니야!!”

“으윽…! 할머니치곤 기력이 왕성하십니다!”

즉시 달려들어 관료들을 걷어찼다.

관료들이 바닥에 엎드렸다.

그에 진궁은 늘씬한 다리를 뻗으면서 밟아댔다.

“아닛, 이런 포상을…!”

“어르신! 부디 저도 밟아주십쇼!”

진궁이 평소처럼 폭력을 휘두르자 관료들은 앞다투어 등을 내밀었다. 괴팍한 성정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상관에게 당하는 폭언과 폭행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최고의 직장이다.

이런 포상을 매번 받는다니….

자애로운 성정의 상서령에게선 결코 기대하기 어려웠기에 수상쩍은 성벽의 사내들이 진궁에게 몰려들었다.

“씨발! 쓰레기! 버러지 새끼! 뒈질 때까지 일해!!”

대체 얼마나 포상을 주실 셈입니까.

이러다가 배 터지겠네.

승마용 채찍마저 휘두르는 진궁의 폭거에 관료들은 얼굴을 붉히면서 기뻐했다. 체벌을 계속 이어가던 진궁이 땀을 흘리자 달콤한 체취가 집무실에 맴돌았다.

“내년 즉위식까지 철저히 굴려주겠어! 만약 뒤처지는 놈이 있으면 각오해, 어떻게든 굴려줄 테니까!”

관료들이 엎드리면서 의자를 만들었다.

그에 진궁은 망설임 없이 앉았다.

투욱-.

기분 좋은 중압감이 가해졌다.

승마용 채찍을 들어올린 진궁이 호령하자 관료들은 바닥에 엎드려 명령에 복종했다. 양아치 선배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후배들을 보는 듯했다.

“흥, 이 돼지새끼들.”

금발로 물들인 머리카락.

암사자처럼 표독한 눈빛.

난폭한 성정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용모.

조조군의 참모장으로 영입된 이후부터 수많은 관료들을 혹사시켰던 진궁은 사나운 위명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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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위부(廷尉府)의 여왕,

진궁.

상서령 순욱과 양대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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