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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60화 (560/616)

<5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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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에게 전권을 위임한 조조는 군세들을 이끌고 귀환길에 올랐다.

철컥철컥-.

중원의 친위기병들이 조조를 호위했다.

정벌을 완수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방심할 수 없었다. 호위장 허저가 두 눈을 부릅뜨고서 주변을 경계했다.

“크흠!”

우락부락한 거한이 헛기침을 내뱉으면서 백색의 설원을 둘러보았다.

어젯밤까지 계속 함박눈이 쏟아졌기 때문인지 제법 두텁게 쌓인 상태였다. 그로 인해 중원으로 귀환하는 병사들은 행군에 애를 먹어야만 했다.

“서둘러라!”

“전열을 이탈해선 안 된다!”

말을 탄 무관들이 소리쳤다.

하늘과 지면이 온통 백색이다.

지평선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점철된 백색으로 인해 시야에 어려움을 겪었다.

행군하는 병사들이 혹시라도 낙오될까 연신 외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엄동설한의 추위에 어깨를 오들오들 떨던 병사들은 코를 훌쩍이면서 나아갔다.

“병사들의 노고가 크겠네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혹한의 추위 속에서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조조와 원소는 친위기병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덜컹덜컹,

마차가 크게 요동쳤다.

다급하게 제설작업을 마친 울퉁불퉁한 눈길을 달리는 일이었기에 최악의 승차감을 자랑했다. 하지만 병사들의 노고를 알기에 별다른 불평은 하지 않았다.

‘성휘는 괜찮겠지….’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창가를 바라보면서 업성에 남은 남편을 걱정했다.

지금까지 자주 이별을 겪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상대를 향한 사랑이 클수록 이별에 대한 슬픔도 큰 법이라고 하던가.

본인의 결정으로 이성휘를 남긴 것이었음에도 이별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아빠를 계속 기다리는 아이들의 기대를 배신한 것 같아 미안함이 들었다.

“성휘는 걱정하나요?”

원소가 물었다.

그에 조조가 고개를 저었다.

“성휘는 백전불패의 명장이다. 지금까지 결코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 천하제일검을 걱정하는 것만큼 기우인 것도 없지 않겠나.”

하후돈을 남겼다.

그리고 순욱을 올려보내기로 했다.

한나라의 문무를 대표하는 인재들로 하여금 보필하도록 명령하지 않았던가.

대장군부의 맹장과 참모들이라면 능히 하북을 원활하게 통치할 수 있을 터. 그렇다고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남편이라면 잘해내리라 믿었다.

“믿음이 대단하네요. 부부라서 그런가요? 잉꼬부부다운 신뢰예요.”

“흠, 낯간지러운 소리를….”

아내가 남편을 믿지 않는다면 누구를 믿겠는가.

믿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항상 조조는 이성휘를 신뢰했다.

…오로지 ‘여자문제’만 빼고.

치정(癡情). 연분(緣分). 성애(性愛).

한나라의 승상이 품은 불안은 오로지 그것이었다.

“성휘가 무슨 일이 있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이 붉군.”

“그, 글쎄요…!”

조조가 힐끗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러자 원소는 다급히 답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후끈한 열기의 화로 때문일까.

원소의 얼굴은 타닥타닥 타오르는 숯불만큼이나 붉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분명 성휘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이별을 앞둔 상태에서 서로 사랑을 속삭였겠지.

후우….

체념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정실로 인정했다고 경거망동하지 마라. 엄연히 첫 번째는 나다. 본초, 너는 두 번째에 불과하지. 그것을 명심하는 게 좋을 거다.”

“물론이죠.”

같은 정실이라고 하더라도 엄연히 위계가 존재하는 법이다.

첫 번째 부인. 두 번째 부인.

조조는 선을 긋듯이 위계를 나누려 했다.

그에 원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뒤늦게 가세한 주제에 첫 번째 부인의 자리를 넘보는 것은 너무도 후안무치한 행동이리라. 그렇기에 원소는 고분고분하게 순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휘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요. 게다가 언제든 성휘의 총애를 독차지할 수 있을 것 같고.’

앙큼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언제든 총애를 차지할 수 있다.

과연 하북의 태양다운 위풍당당함이었다.

“맹덕.”

“왜 그러지?”

“고마워요. 저를 살려줘서. 협조를 요구한 것도,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것도…. 저를 살리기 위해서였잖아요.”

“…….”

가슴에 손을 올린 원소는 오랜 벗에게 예를 취하면서 감사를 전달했다.

알고 있다.

나를 구하고자 많은 무리들을 했음을.

후환을 제거하고자 군주를 처형하는 것은 난세에서 이루어지는 당연한 이치였음에도 조조는 자신을 살리고자 최선을 다했다.

친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음을 둔 남편을 배려했기 때문일까.

뺨을 긁으면서 쑥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친구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조조는 관심을 돌리려는 듯이 부삽으로 화로의 숯들을 들쑤셨다.

“흥, 너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만.”

“네에. 저를 마음껏 이용해주세요.”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 대립했던 숙명의 적수였음에도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여장부들이 과연 언제까지 훈훈함이 유지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사랑을 독차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탐욕스러운 여인들이었기에 분명 이성휘가 돌아오면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격렬한 대립이 연출될 터였다.

* * *

주군에게서 전임을 명령받은 순욱은 곧바로 채비를 차리기 시작했다.

꽤 많은 시간이 걸릴 터.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를 해야 했다.

하북의 내정을 총괄하는 임무였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견고한 보급으로 정벌에서 활약한 왕좌지재는 관료들을 소집하여 업무를 내렸다.

“머지않아 주군께서 돌아오실 거예요. 모든 관료들은 일말의 부족함 없이 준비해야 될 겁니다. 빠진 구석이 없는지 면밀히 살피도록 하세요.

온화하면서 당찬 목소리로 관료들에게 업무에 매진할 것을 명령했다.

상아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는 관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국정을 움직였다.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톱니바퀴처럼 관료들은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면서 순욱의 부재를 대비했다.

“군사들께서 허도의 내정을 맡아주세요. 험준한 난제들이 발생하면 제 집무실에 있는 죽간들을 보고 대응하면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진궁. 정욱. 만총. 종요.

순욱은 명망 높은 관료들에게 내정을 위임했다.

그들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

지금까지 혼자서 도맡았던 방대한 업무들을 열거하여 알려주었다.

“이, 이걸 혼자서… 맡아왔다고?”

진궁이 날카로운 눈매를 부릅뜨면서 경악을 토해내는 것은 당연했다.

내정. 군정. 인사. 정치.

모든 분야들을 도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지금까지 정벌군의 보급까지 완벽하게 총괄하지 않았던가. 또한 순욱은 황실과 조정을 대변하여 국정까지 지휘하면서 상서령의 업무들까지 모두 막힘없이 해내는 초인적인 업무능력을 보였다.

천하제일필(天下第一筆).

이성휘가 검으로 천하를 안정시켰다면 순욱은 붓으로 천하를 안정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관료들이 크게 놀라며 경탄하는 것은 당연했다.

“상서령께서 떠나시다니…!”

“방울꽃처럼 가련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상서령의 미안을 보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괴롭다네!”

서책과 죽간을 옮기던 관료들이 안타까워하며 입을 열었다.

상서대의 아름다운 꽃.

영천순씨 가문의 정갈하고 청려한 아가씨.

선망의 주인공이자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순욱이 상서대를 비운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편단심으로 경애하던 수많은 관료들이 슬픔과 통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명부께서는 사람 다루는 게 험하셔. 우리 가녀린 상서령을 업성으로 전임하다니 말이야.”

진궁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에 순욱이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주군께서 저를 필요로 해주시니 오히려 기뻐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력을 다해 노력하여 난세를 끝낼 수만 있다면… 한나라의 신하로서 최대한 힘내야죠.”

난세가 신속하게 종결된다면 도탄에 시름해온 백성들이 크게 기뻐할 터.

오로지 백성들의 구제를 위해 분골쇄신하여 기틀을 쌓아올렸던 순욱은 머지않아 난세가 끝나리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이제 곧… 난세가 끝날 거예요.”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진녹색 눈동자가 환열과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난세를 끝낼 수 있다.

백성들의 슬픔과 괴로움을 먹어치우면서 덩치를 불렸던 난세라는 괴물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대장군을 도와 하북을 성공적으로 복속시키면 천하통일을 사실상 눈앞에 두는 셈이었다. 그렇기에 순욱은 주군의 명령을 기쁘게 받들었다.

“많이 추울 거야. 최대한 두텁게 입고 가.”

“네.”

엄동설한의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을 터.

방한복들을 최대한 챙겼다.

궤짝에 꾹꾹 눌러 담으면서 떠날 채비를 차렸다.

‘지금까지는 계속 주군을 보필했었는데…. 이번에는 대장군을 보필하게 됐네요. 우리 조카님이 엉뚱한 짓으로 대장군을 곤혹스럽게 만들지는 않는지 눈앞에서 감시할 좋은 기회예요.’

하북의 내정을 총괄하는 지방관으로서 이성휘를 측근에서 보필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성휘와 업무를 진행했던 경우가 없었기에 마음이 크게 들떴다.

그는 은인이다.

자신을 직접 주군에게 천거해준 인물이었다.

들뜬 마음을 담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엄동설한의 지역에 파견되어 업무들을 도맡는 혹독한 출장이었음에도 뺨을 붉히면서 기뻐했다. 분명 혹사나 다름없는 착취였지만 그럼에도 의미심장한 감정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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