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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48화 (548/616)

<5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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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는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이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원소를 저지했다.

어떻게든 지켜내겠다.

전장에서 죽어간 수많은 전우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대신하여 희생을 자처했던 순우경의 장렬한 최후를 회상했다. 원소군의 숙장은 불리한 전황 속에서도 오로지 주군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천하제일검을 대적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순우경 장군…. 경의 의지는 내가 이어받겠소.’

결의를 위해 오만을 떨쳐냈다.

탐욕과 야심으로 얼룩진 마음에 결연한 충성심만을 채웠다.

순우경의 의지를 잇고자.

수많은 전우들의 염원을 이루고자.

이제 와서 세력의 멸망을 멈출 순 없을지라도 주군의 안위만큼은 지키겠노라고 다짐했다.

주군을 지키고자 희생을 담담히 받아들였던 수많은 전우들도 그것을 바라고 있을 테니.

‘이제는 내가… 하북의 태양을 위해 희생을 받아들일 때다.’

삭탈관직을 당하고서 저택에 연금되어 있던 동안에 스스로의 과오를 돌이키면서 심사숙고를 거듭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극독처럼 지독한 오만을.

수많은 반발을 초래했던 탐욕을.

보답을 요구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희생과 충성심을 보여주었던 전우들의 최후에서 그동안 망각하고 있었던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손으로… 끝내시려는 겁니까.”

“…….”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장수가 물었다.

금발을 늘어뜨린 여인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표정을 지으면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우리들을 이끌었던 하북의 태양답지 않으십니다.”

“…이제 방도가 없으니까요.”

국의의 물음에 원소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무거운 수심이 깃든 목소리를 냈다.

방도가 없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내성을 급습한 반란군에게 치욕을 당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이려 했다.

곁을 보필해준 전우들을 차례대로 떠나보낸 원소는 마지막 의지마저 꺾인 상태였다. 삶을 향한 최소한의 열망조차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놈이… 올 겁니다.”

“네?”

국의가 체념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음에도 말을 이어나갔다.

“부하를 보냈습니다. 이성휘가 주군의 신병을 확보하고자 달려오고 있을 겁니다.”

곧 이성휘가 도착한다.

원소의 얼굴에 경악과 당혹감이 번졌다.

어째서.

대체 어째서.

그와 동시에 의문이 빠르게 번져나갔다.

자신과 이성휘의 관계를 시기하여 주살을 계획하지 않았던가. 이성휘에게 앙심을 품은 장수들을 계속 선동하여 급습을 꾀하기도 했다.

분명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고 있을 터….

그럼에도 국의는 오로지 자신을 살리고자 이성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철천지원수의 발등을 핥는 굴욕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음에도.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저는 분명 당신의 요구를 매번 매몰차게 거절했을 텐데.”

“…….”

“당신을 미워했어요. 의심하고 경계했죠. 어쩌면 당신을 진심으로 경멸했을지도 몰라요. 분명 당신도 잘 알고 있을 텐데요.”

“…….”

오만하고 독선적이다.

교활하며 탐욕스럽기 짝이 없었다.

부하들을 소모품처럼 여겼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깔보고 업신여겼다.

천하를 도모하려는 주군과 혼인하여 권력을 차지하겠다는 야심과 욕망으로 가득했다.

오만불손하며, 또한 한없이 자기중심적인 인간.

그것이 바로 이 사내가 아니었던가.

개과천선을 결심한 사람처럼 완전히 달라진 국의의 모습에 원소가 당혹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그래,

뼈에 사무칠 정도로 알고 있었다.

당신이 나를 미워한다는 것을.

절대로 내게 마음을 허락할 리가 없다는 것을.

국의는 회한과 체념을 통감하면서 자신을 내려다보던 아름다운 여인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혼란을 금치 못하는 주군의 모습에 옅은 쓴웃음을 흘렸다.

‘순우경 장군이 나를 대신하여 희생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마지막까지 깨닫지 못했을 테지. 분명 오만과 탐욕을 떨쳐내지 못한 채… 쓰레기 같은 놈처럼 추악하게 악을 쓰다가 최후를 맞이했을 거다.’

알 것 같았다.

이제야 오명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나를 미워한 이유.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던 이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노력했음에도 끝까지 총애를 주지 않았던 이유.

수많은 희생들을 치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국의는 주마등처럼 자신의 실책들을 돌이키면서 주군과 전우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

“그간… 정말 죄송했습니다.”

충성에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무상(無償)의 충성으로 주군을 보필하겠다.

순우경이 그러했듯.

안량과 문추가 그러했듯이.

맹렬하게 목숨을 내던지면서 주군을 지켜냈던 수많은 장졸들처럼.

수많은 용장들의 장렬한 최후를 목도하면서 충성의 본질을 경험했다. 그들의 희생을 통해 자신의 비열한 오만과 이기심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늦었지만.

너무 늦어버렸지만.

마지막 최후만큼은 그들처럼 무상의 충성으로서 주군을 보필하겠노라고 각오했다.

“이성휘가 당도할 때까지… 지켜드리겠습니다.”

피투성이의 몸으로 일어섰다.

고개를 숙이면서 아름다운 주군에게 예를 취했다.

반란군이 관저에 도달할 터.

이성휘가 도착할 때까지 반란군을 모두 대적하겠노라고 최후의 약속을 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죠? 나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당신의 진심을 밀어내기만 했을 뿐인데.”

원소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국의가 대답했다.

“충성에 어찌 대가가 필요하겠습니까.”

마지막 말을 남기고서 고개를 돌렸다.

후회는 없다.

미련 또한 없었다.

가만히 응시하면서 애처롭게 눈물을 흘리는 주군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 따위를 위해 눈물을 보이셨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 *

이길 수 없다.

결국 압도적인 병력에 짓밟힐 뿐.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칼자루를 뽑아들면서 결국 관저까지 쳐들어온 반란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국의!”

“기어코 모습을 드러내셨군!”

피투성이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중랑장 소유를 비롯한 장수들이 노성을 내질렀다.

우여곡절 끝에 결사항전을 꺾어낸 반란군은 내성을 점령하고서 관저를 급습했다. 관저에 숨은 계집을 끌어내어 목을 베어버리기 위해서였다.

“크아악!”

“물러서지 마라! 놈은 피투성이다!”

국의가 검을 휘두르자 무관들이 여럿 쓰러졌다.

쏟아지는 피분수.

사나운 비명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병사들이 창을 내지르면서 달려들었지만 국의는 거침없이 검을 휘둘러 공격을 쳐냈다.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병사들이 뒤로 물러섰다.

‘마치… 공손찬을 쓰러트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군!’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에 힘이 넘쳐흐르는 듯했다.

뜨거운 혈류가 온몸을 휘저으면서 맹렬한 혈기를 토해냈다.

양손으로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촤아악──!!

앞을 가로막은 거구의 장수를 양단하여 베어냈다.

치열한 각축전에서 수많은 상처들을 입었음에도 국의는 사납게 달려들어 반란군을 가로막았다. 검이 번뜩일 때마다 관저를 침범한 병사들을 쳐냈다.

“꺼져라. 네놈들이 발을 디딜 곳이 아니다.”

거칠게 숨을 토해내면서 칼끝을 겨눴다.

등에서 통증이 가해졌다.

병사들을 대적할 때 칼날에 베인 듯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부상들을 입으면서 통증에 무감각해지게 된 것일까. 오히려 기뻐할 일이다. 질긴 목숨이 처절하게 끊어질 때까지 싸울 수 있을 테니.

“저, 저게 사람인가…!”

“두려워할 것 없다! 놈은 이제 죽는다!”

국의가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창검을 겨누던 병사들이 뒤로 물러섰다.

놈은 포악한 짐승이다.

계속해서 달려들던 병사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소유가 고함을 내지르면서 공격을 명령했음에도 병사들은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맹수에게 감히 다가서지 않으려는 나약한 짐승들을 보는 듯했다.

“빌어먹을 잡졸들 같으니라고!”

뒤에서 대기하던 정예병들이 가세했지만 관저의 입구를 단단히 지키고 있는 국의를 뚫지 못했다.

상황이 점점 고착되었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소유가 욕설을 지껄였다.

칼끝을 겨누면서 관저로 들어서려는 병력을 위협하는 모습에 질겁한 것은 소유 또한 마찬가지였다.

“활을 쏴라! 저 짐승을 벌집으로 만들어라!!”

소유가 한손을 번쩍 들었다.

이윽고 활을 든 궁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궁병들이 국의를 노렸다.

수십 발의 화살세례가 일제히 피투성이의 짐승에게 날아들었다.

“───!!”

검으로 화살들을 쳐냈다.

그러나 빗발치는 화살세례를 모두 막을 순 없었다.

푸욱-!

파박-! 파바박-!!

온몸이 찢겨져나갔다.

수많은 화살들이 육신을 유린했다.

그럼에도 국의의 입에서는 목소리가 새어나오지 않았다. 초인적인 위세를 목격한 궁병들은 경악에 물든 표정을 지으면서 어깨를 떨어야만 했다.

“드디어 짐승이 쓰러졌다! 놈의 머리부터 베라!!”

툴썩-.

결국 문을 지키던 맹수가 쓰러졌다.

계속해서 저항하던 맹수가 화살세례를 맞고서야 겨우 바닥에 주저앉았다.

국의가 핏물을 쏟아내면서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한 소유는 장수들에게 돌격을 명령했다. 마침내 질긴 괴물이 쓰러졌으니 나약한 계집을 죽일 차례였다.

“중랑장!”

“주, 중랑장─!”

돌격을 부르짖던 소유에게 거대한 그림자가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명검을 내리침과 동시에 치졸한 하극상을 주도했던 소유의 목이 떨어졌다.

중랑장 소유가 일격에 죽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란을 이끌었던 장수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단기필마로 현장에 난입하여 중랑장 소유를 참살한 범인이 바로 대장군(大將軍) 이성휘였기 때문이다.

“대장군!”

“어찌하여 직접….”

장수들이 놀라 당황하고 있었을 때,

여포와 장료가 도착했다.

또한 대장군을 호위하는 기병들이 흙먼지를 나부끼면서 처절했던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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