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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41화 (541/616)

<5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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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패주한 패잔병들로 조조군의 포위망을 돌파했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었다.

답돈이 죽었다.

그의 용맹한 전사들도 모두 전사했다.

어떻게 무예가 뛰어나지도 않은 장수들이 아비규환이나 다름없었을 살육전에서 돌아왔단 말인가.

분명 내통한 것이 틀림없다.

그렇게 판단한 국의는 무관들을 투입하여 조조군과 내통한 변절자들을 모두 포박했다.

“신의를 배신한 역적들을 당장 극형에 처해야 마땅합니다.”

배신을 반복했던 허유도 조조군의 손에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들도 이제 질 수 없다.

지금은 일치단결하여 하북을 침략한 조조군을 몰아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사기가 가장 중요했다. 변절자들을 잔인하게 처형하여 일벌백계로 삼아야 마땅할 터였다.

“정로장군의 제안에 따르죠.”

금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문하여 자백을 받아냈다.

여광과 여상은 조조군의 끄나풀이 틀림없었다.

기회를 틈타 업성의 성문을 열려고 했다.

여광과 여상과 함께 업성으로 돌아온 패잔병들로부터 자초지종을 알게 된 원소는 국의의 주장대로 극형을 명령했다.

“감히 주군의 총애를 이용하다니!”

“업성을 조조에게 팔아넘기려 했더냐! 이런 천인공노할 배신자들아!!”

원소에게 충성하는 무장들은 여광과 여상의 더러운 모의를 규탄하면서 극형을 부르짖었다.

이윽고 여광, 여상 형제는 형장에 오르게 되었다.

비참한 말로가 허유와 비슷했다.

반란모의가 발각된 변절자들은 앞서 조조군에게 처형당한 허유가 거친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되었다.

“변절자들에겐 죽음뿐이다!”

“주군을 위해 싸우라! 여남원씨 가문을 위해!!”

배신자들의 수급이 성루에 내걸렸다.

또한 몸뚱이들은 외진 야산에 투기하여 산짐승들의 먹이로 만들었다.

이것이 배신과 변절의 말로다.

조조군과 내통하려는 자들이 있다면 여광과 여상처럼 극형의 제물로 바쳐지리라.

전황의 승세가 기울었음을 느끼고서 배신을 궁리하던 장졸들은 계획을 단념해야 했다. 만약 발각된다면 여광과 여상처럼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테니.

‘방비가 더욱 삼엄해지겠군.’

‘이미 대세가 정해졌음에도 발악을 할 셈인가!’

벼슬을 빼앗기고 저택에 연금당하는 굴욕을 겪었던 정로장군 국의가 병력을 동원하여 변절자들을 체포한 것은 매우 뜻밖의 일이었다.

대체 왜.

어째서 계속 주군에게 충성한단 말인가.

분명 당장에 배신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속내를 헤아릴 수 없었다.

의문을 품은 것은 전풍과 심배도 마찬가지였다.

결코 국의를 중용해선 안 된다.

주군에게 앙갚음을 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런 의문을 정면에서 반박하기라도 하듯이 국의는 최선을 다해 원소를 보필했다.

* * *

여광과 여상이 처형되었다.

소식을 접한 이성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과연 최후의 보루였다.

알량한 잔꾀로는 어림도 없었다.

계책이 실패했음을 확인한 이성휘는 제장들을 소집하여 공방전을 준비했다. 결국 아군에게 남은 방법은 정공법으로 업성을 뚫는 것 밖에 없었다.

“공격을 준비하라!”

“지금부터 업성을 공격한다!!”

공세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두두두두두둥!!

두웅! 두웅! 두웅! 두웅!

장수들이 검을 치켜들었다.

휘하의 병력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또한 공성전에 반드시 필요한 공성병기들이 일선에 나서면서 웅장한 위압감을 뽐냈다.

“저게 업성인가? 더럽게도 크네!”

“여양성보다 훨씬 크네요…. 역시 쉽지 않겠어요.”

병장기를 치켜든 여포와 장료가 난공불락의 요새를 바라보면서 난색을 보였다.

성벽이 두텁고 해자가 깊었다.

침공에 대비하여 철저하게 방비한 것이리라.

여양성조차 정공법으로 함락시키지 못했다.

그렇기에 공성전이 투입된 조조군 병사들은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업성은 여양성보다 강대한 철옹성이었기 때문이다.

“중원의 장졸들이여, 병장기를 들어라! 드디어 하북을 제패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가 도래했다!”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눈보라를 맞으면서 휘하의 장졸들에게 소리쳤다.

마지막이다.

드디어 하북 제패가 눈앞에 다가왔다.

야망으로 불타는 붉은 눈동자가 결연하게 빛났다.

‘본초…. 이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할 때다.’

완벽의 상징.

완전무결을 앞세운 군주.

고결한 기품과 위풍당당한 위엄으로 한나라를 호령했던 숙적을 쓰러트릴 때가 왔다. 맹렬하게 요동치는 심장을 느끼면서 결단의 칼날을 뽑아들었다.

“천하는 본디 하나였다! 그렇기에 흩어졌던 천하는 다시 통일되어야 한다! 여남원씨 가문에게 넘어간 하북을 제패하여 천하통일의 발판으로 삼겠다!”

여기까지 왔다.

드디어 숙적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웠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파랑(波浪)들이 있었던가.

주마등처럼 과거를 회상하던 조조는 이윽고 이성휘를 바라보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 사내가 곁을 지켜주고 있음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총공격을 시작하라.”

이성휘가 명령했다.

쩌렁쩌렁한 고각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강철의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업성을 포위한 병력들이 일제히 진격하면서 지축을 크게 뒤흔들었다. 수많은 전장들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던 조조군의 총공세가 업성을 위협했다.

* * *

마지막 싸움이다.

천하의 권력을 거머쥐기 위한 전투였다.

결코 물러설 수 없다.

천하통일의 위업을 짊어진 장졸들은 화살세례가 빗발치는 전선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크학!”

“물러서지 마라! 공격하라!!”

날카로운 화살에 전우가 쓰러졌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한 명이 쓰러지면 두 명이 공백을 대신한다.

물러서지 마라.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라.

하북을 제패하는 영광을 거머쥐고자 지금까지 수많은 난관들을 돌파해온 것이 아니던가.

“방패를 들어라!”

“충차를 엄호해야 한다!”

견고한 충차(衝車)가 성문 앞에 도착했다.

이윽고 퇴(槌)가 움직였다.

날카로운 송곳처럼 제련된 쇳덩이가 성문을 두들기면서 업성을 공격했다.

다른 전선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허도에서 보급된 공성병기들이 모두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원소군을 압박했다. 거대한 파쇄음이 울릴 때마다 성문과 성벽이 요동쳤다.

“과연 상서령께서는 대단하시군!”

“공성병기들이 늦지 않게 도착하여 다행일세!”

조조군은 여양성의 공방전에서 반절이 넘는 공성병기들을 잃는 참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조조군에게는 허도에서 보급을 지휘하는 순욱과 관료들의 활약이 있었다.

병력과 물자들을 보급했다.

또한 공성병기들까지 새로 징발하여 전선으로 보내주었다.

엄동설한의 추위를 이겨내면서 힘겹게 싸움을 이어나가면서도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허도에서 계속 물자들이 보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쏴라!”

“원소군 놈들에게 철퇴를 내려라!”

수많은 벽력거(霹靂車)들이 앞으로 나섰다.

육중한 바위를 날렸다.

포물선을 그리면서 솟구친 바위들이 성벽과 충돌하면서 요란한 굉음이 울렸다. 성벽이 무너지고 업성의 궁병들이 추락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흙을 쏟아서 해자를 덮어라!”

“어떻게든 성벽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용맹하게 전선으로 질주하던 조조군 병사들에게 난관이 직면했다.

업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垓字).

깊게 파놓은 연못들이 진격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에 조조군은 공병들을 총동원했다.

양손에 삽과 곡괭이를 거머쥔 공병들이 화살세례를 돌파하고서 최전방에 섰다. 벌벌 떨리는 양손을 애써 재촉하면서 흙을 파내어 해자를 덮었다.

“쏴라!”

“놈들이 해자를 덮으려 한다!”

얼토당토않은 광경을 원소군이 좌시할 리 없었다.

집중사격이 쏟아졌다.

화살이 쏟아질수록 공병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갔다.

장대비처럼 몰아치는 화살세례가 연신 반복되며 조조군을 위협했다. 계교 전투에서 공손찬군을 크게 무찔렀던 궁노병이 다시 돌아온 것만 같았다.

“업성은 난공불락의 요새다! 조조군은 절대로 성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아니,

돌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비를 지휘하는 장수가 바로 국의였기 때문이다.

성루와 첨탑마다 궁노병들을 배치하여 조조군을 계속 몰아붙였다. 맹렬한 위력을 갖춘 공성병기들이 성문과 성벽을 위협했음에도 국의의 분전으로 원소군은 업성을 수비할 수 있었다.

“놈들이 올라온다!”

“바위를 던져라! 운제를 쓰러트려라!”

조조군은 압도적인 물량을 동원하여 업성의 해자를 순식간에 뒤덮어버리는 기예를 발휘했다.

병력들이 코앞에 다가왔다.

뒤이어 성벽 곳곳에 운제가 내걸렸다.

장합과 고람은 파도처럼 몰려드는 조조군의 위용에 정면으로 맞섰다. 운제를 타고 성벽을 오르는 병사들을 향해 바위를 던지고 끓는 기름을 끼얹으면서 완강하게 저항했다.

“위치를 사수하라!”

“어서 운제를 올라라! 성벽을 점거해야 한다!”

맹렬한 항전이 부딪쳤다.

그럼에도 조조군은 파상공세를 이어나갔다.

천하통일을 향한 갈망을 부르짖었던 조조의 일장연설에 감화된 병사들은 당당하게 맞서 싸웠다.

업성을 함락시켜야 한다.

사예주를 침략한 원소군을 멸망시켜야 한다.

강렬한 열망이 엄동설한의 추위에 얼어붙은 병사들에게 강인함을 심어주었다.

* * *

업성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열흘이 지났다.

하지만 파상공세는 멈출 줄 모르고 이어졌다.

대체 언제쯤 전쟁이 끝난단 말인가.

당장이라도 성문과 성벽을 무너트리고 업성으로 진격해올 것처럼 저돌적인 조조군의 파상공세에 업성의 장수들은 두려움에 젖은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저 흉포한 놈들을… 어, 어떻게 이기라고…!’

성문교위(城門校尉) 심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치중종사 심배의 조카였으며 업성의 동문을 수비하는 장수였던 심영은 유약하고 겁이 많은 성정이었다.

이길 수 없다.

적들은 십만이 넘는 대군이지 않은가.

업성이 함락되면 몰살을 당할 게 틀림없었다.

수비에 가담했던 장수들의 일가친척을 모두 잔인하게 처형할 것이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을 선언했음에도 참혹하게 학살당한 오환족처럼 말이다.

“화, 활을 가져와라…!”

축시(丑時)가 지난 으슥한 새벽.

성루에 오른 심영은 무관에게 활을 부탁했다.

작은 쪽지를 화살에 매달았다.

그리고 조조군 진영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신호가 올라오면 성문을 열고 투항하겠습니다.

표기장군 조인. 위장군 조홍.

대장군의 명령으로 동문을 공격했던 여걸들에게 변절을 통보하는 비열한 밀서가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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