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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38화 (538/616)

<5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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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적금왕(擒賊擒王).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아야 한다.

대장이 쓰러졌다.

그것은 곧 지휘권의 상실을 의미했다.

머리가 잘렸는데 몸통이 어떻게 자유자재로 움직일까. 머리를 잃어버린 몸통이 발악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커헉! 이, 이 답돈이! 한낱 계집 따위에게…!!”

있을 수 없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오환족의 왕이 어떻게 쓰러질 수 있단 말인가.

일기당천의 여걸이 휘두른 청룡언월도에 허리가 깊게 베이는 치명상을 입었다. 답돈은 필사적으로 상처를 움켜쥐면서 핏물과 함께 통한을 쏟아냈다.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번쩍 들어올렸다.

촤아악-!

크게 휘둘러 답돈의 목을 베었다.

뜨거운 피분수가 솟구치면서 답돈의 수급이 시산혈해로 물든 눈밭에 떨어졌다. 오환족을 제패했던 왕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비참한 말로였다.

“적장을 베었다!”

“관우 장군께서 답돈을 죽였다!”

유비군 장졸들이 병장기를 치켜들면서 오환족의 우두머리가 죽었음을 널리 알렸다.

적장이 죽었다.

오랑캐의 왕이 쓰러졌다.

승리를 부르짖으면서 저항을 거듭하던 오환족의 전사들을 압박했다. 답돈이 죽었다는 소식이 널리 알려지자 오환족 군세들이 공포에 요동쳤다.

“오환왕이 죽었다고?”

“그럴 리 없다! 적들의 허세가 틀림없다!”

북방을 제패했던 용맹무쌍한 전사가 이토록 허무하게 쓰러질 리 없다.

답돈을 대신하여 본대를 지휘하던 능산저지는 끝까지 분전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우두머리를 잃은 병사들은 자중지란을 일으키면서 빠르게 자멸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답돈의 머리가 올라왔다.

날카로운 창끝에 꿰뚫린 채로 공개되었다.

답돈의 죽음이 확실시되면서 혼란과 두려움이 전염병처럼 오환족을 잠식시켰다.

“으아악!”

“다, 답돈 왕이… 정말 죽었다고!”

결투에서 맞붙었던 적장에게 참수되었다.

힘의 싸움에서 패배했다.

오환왕이 중원의 장수에게 쓰러진 것이다.

위대한 우두머리를 단숨에 쓰러트릴 정도로 중원의 장수들이 용맹하단 말인가! 비명횡사한 답돈의 죽음이 알려지자 오환족 세력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놈들의 기세가 꺾였다!”

“공격하라! 한나라를 침략한 오환족을 격파하라!”

승세의 바람에 편승할 때다.

기병들을 지휘하면서 좌선우 소복연과 우선우 오연을 격파했던 여포와 장료가 여세를 몰아 오환족의 본대를 급습했다.

능산저지가 크게 흔들렸다.

답돈이 죽었다는 소식에 대경실색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오, 오환왕이 죽었단 말이냐…! 도망치지 마라!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우두머리가 전사했다는 소식에 오환족 전사들이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군중이 와해되었다.

병장기마저 내던진 채로 전장에서 달아났다.

답돈의 무명을 추앙하여 결성된 부족들의 연합이었기에 총대장의 상실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이성휘는 유비군에게 명령하여 답돈을 잡도록 한 것이었다.

“퇴각하라!”

“답돈이 죽었다면 승산이 없다!”

좌선우 소복연과 우선우 오연이 패주를 선택했다.

휘하 부족만을 데리고 도망쳤다.

조조군의 공격에 저항하는 다른 부족들은 냉정하게 버려둔 채로 말이다.

부족집단으로 이루어진 오환족 세력의 한계였다.

단결과 결집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구심점을 잃으면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금적금왕의 계책은 부족들의 연합으로 결성된 오환족 세력에게 절멸적인 피해를 입혔다. 전투의 패배를 넘어 세력의 멸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대장군께선 나서지 않으셨네요.”

오환족 군세들의 대패를 주시하던 순유가 이성휘를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에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으니까.”

허유라는 미끼를 던졌고 유비군이라는 작살을 사용했다.

그 결과 답돈을 잡을 수 있었다.

오환족의 명운을 끊어냈다.

속전속결로 답돈을 참수한 덕분이었다.

부족들의 동맹체에 불과한 오환족 세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했다. 온전한 세력을 갖추기 못했기에 구심점을 잃으면 작은 모래알들처럼 바스러질 뿐이다.

“여포와 장료 장군을 동원했더라도 쉽게 답돈을 잡을 수 있었을 텐데요?”

“그렇겠지.”

“승상의 의심을 받고 있는 유비군을 도와주려고 일부러 기회를 주신 거잖아요. 공달은 주군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다 알고 있답니다~”

“…….”

눈치도 빠르긴.

짧은 찰나에 내심을 간파했단 말인가.

그렇게 눈치가 빠르다면 조용히 넘어가주는 배려를 베풀어줄 수도 있었을 텐데.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는 군사는 안타깝게도 주군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했다. 정확히 말하면 주군을 놀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겠지만.

“이것으로 양면이 무너졌다. 결국 업성의 원소군은 철저히 고립될 수밖에 없을 테지.”

“그리고 고립은 절망을 불러일으키겠죠.”

순유의 대답에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참모장이다.

정확히 내심을 헤아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천생연분이 아닐까요?”

“그 말을 아만에게도 해줬으면 하는데.”

이성휘가 웃으며 말했다.

그에 순유는 새파랗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정중하게 사양할게요….”

음란마귀로 가득한 탕녀조차도 승상의 질투어린 노여움 앞에서는 가짜 광기에 불과했다.

대경실색하며 물러서는 순유의 반응에 이성휘는 미소를 지으면서 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적장을 이 여봉선이 죽였다!”

답돈을 대신하여 본대를 지휘하던 능산저지가 결국 여포의 손에 최후를 맞이했다.

좌선우 소복연과 우선우 오연은 도망쳤다.

말머리를 유주(幽州)로 향했다.

오환족의 선우들은 병력을 재정비하기 위해 유주의 광양군(廣陽郡)으로 달아났다.

“잔당들을 격파하라!”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단번에 밀어붙여!!”

머리를 잃은 몸통이 핏물을 쏟아내면서 쓰러졌다.

오환족이 전의를 상실했다.

일방적인 학살이 새하얀 설원을 뒤덮었다.

답돈을 대신하여 지휘권을 행사해야 했을 선우들마저 도망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다. 전장에 낙오되었던 부족들은 병장기를 버리고 조조군에게 투항하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승자들은 패자에게 최소한의 자비를 베풀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투항은 없다! 다 죽여라!”

“오랑캐들을 모두 몰살하라는 대장군의 명이시다!”

머리를 조아리면서 투항을 선언한 오환족 병사들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이 가해졌다.

투항은 없다.

살아있는 적들을 모두 없애라.

서량에서 강족과 흉노족을 진멸했던 조조군은 이번에도 또한 오랑캐를 상대로 살육을 범했다.

“크하악!”

“이, 이 악랄한 놈들아!!”

오환족에게 달려들어 목을 베었다.

수많은 병사들이 창을 내지르면서 밀집된 군중들을 한꺼번에 살해했다.

악천후(惡天候)가 계속 이어졌다.

수만 명의 포로들을 모두 수용할 여력이 없었다.

그렇다고 석방하자니 오환족 포로들이 후환으로 돌아설 것이 분명했기에 불가능했다. 그래서 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포로들을 모두 몰살시켰다.

“모조리 참수하라! 두 번 다시 오랑캐 놈들이 한나라를 노리지 못하도록 본보기로 삼을 것이다!”

서량에서 강족과 흉노족을 모두 몰살했던 살육극에 이어 하북에서 오환족을 절멸시켰다.

북방 세력의 성장이 끊어졌다.

난세를 틈타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했던 이민족들은 연이은 대패로 크게 쇠퇴하게 되었다.

-북방의 중추들이 죽었다.

-이민족 세력이 다시 부족 단위로 흩어졌다.

-중원을 집어삼킬 국가로 성장하겠다는 이민족들의 웅대한 야망이 덧없이 쇠퇴했다.

척박한 초원으로 쫓겨났다.

중원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연전연패에 좌절한 이민족들은 정복을 포기하고 굴종을 선택했다.

북방을 제패했던 이민족의 효웅들이 모두 이성휘에게 전사하면서 하나로 통일되었던 세력이 모래알처럼 잘게 흩어지고 말았다.

* * *

구사일생으로 패주한 소복연과 오연은 지원군을 요청하고자 곧장 유주로 향했다.

유주는 원소군의 땅이다.

분명 병력과 물자들을 지원해줄 터.

오환족의 두령들은 유주를 수비하던 초촉과 정남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적들의 급습으로 대패를 당했다는 소식에 주부(主簿) 한형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노라며 두령들을 안심시켰다.

“병력들을 모두… 잃었단 말이오?”

“조조군을 물리치고서 탈환했던 내황성과 번양성이 적의 수중에 들어갔다는 말이 아닌가.”

중랑장(中郞將) 초촉. 교위(校尉) 정남.

천군만마를 이끌고 참전했던 오환족이 대패를 당했다는 소식에 두 장수들이 침음을 삼켰다.

초촉과 정남만이 아니었다.

유주를 방비하던 많은 장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연이은 대패로 전선이 무너졌다.

업성 주변의 성채와 요새들이 속절없이 함락되면서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명운이 점점 쇠락하는 것을 직감한 장수들은 이윽고 오래 전부터 망설여온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더 이상 승산이 없네.”

“병사들은 걱정 말게. 모두 우리 휘하들이니.”

한형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오환족의 두령들을 위로하고자 관료들과 함께 연회를 베풀었다.

그 틈을 노려 불온한 무리들이 움직였다.

여남원씨 가문은 끝장이다.

결국 중원을 제패한 조조군에게 업성마저 무너지게 될 것이었다.

“오랑캐들을 모두 죽여라!”

“이제부터 우리는 승상을 따를 것이다!”

초촉과 정남은 자신들을 추종하는 병력을 규합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배신을 결심한 무장들은 연회가 벌어지던 유주자사의 치소에 난입하여 무자비한 살육을 벌였다.

“크하악!”

“누, 누구냐! 그대들이 어째서…!”

패자들은 위한 안식처는 없었다.

하북 전역이 전장이다.

전쟁에서 대패하여 세력을 상실한 패잔병들이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중무장한 무장들이 난입하여 연회장을 피바다로 물들였다. 좌선우 소복연과 우선우 오연을 비롯한 오환족 두령들을 살해하면서 술잔을 핏물로 가득 채웠다.

“수급들을 모조리 베어라! 승상에게 바칠 것이다!”

초촉이 칼끝을 치켜들면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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