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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32화 (532/616)

<5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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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양성이 함락되었다.

오소 공격이 완패로 끝났다.

안량과 문추를 비롯한 수많은 장졸들이 조조군에게 몰살당하는 비극을 맞이했다.

새하얀 설야가 온통 핏물로 물들었다.

비극으로 점철된 패전들이 연이어 날아들면서 업성은 충격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조조군에 맞서 철옹성처럼 업성을 사수하던 장졸들은 아연실색하며 전황의 패색이 완연함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도독들이 모두 전사했단 말이오?!”

“오소와 여양성에서 궤멸되었다고 합니다….”

여양성을 수비하던 주력군단이 모두 전멸했다.

안량과 문추가 전사했다.

또한 주력군단을 지휘하던 용맹한 장수들도 조조군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업성의 장수들은 믿을 수 없는 참혹한 결과에 공포를 토해냈다.

하북사정주(河北四庭柱)

하북 4개 주를 대표하는 무(武)의 상징이 죽었다.

여양성의 잔병들을 이끌고 업성으로 귀환한 장합과 고람은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았지만 절체절명의 상황임은 변하지 않았다.

“죽여주십시오…!”

“소장들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초라해진 몰골로 돌아온 장합과 고람이 비분강개의 심정으로 주군에게 나아가 엎드렸다.

그 많던 병력을 모두 잃었다.

어찌 감히 뻔뻔하게 살기를 바라겠는가?

백 번 죽어 마땅한 대죄를 범했다. 응당 극형에 처해야 마땅할 터였다.

“…어째서 명을 어겼죠?”

옥좌에 앉은 하북의 군주가 물었다.

어째서 명령을 어겼느냐고.

어찌하여 무리한 독단을 범하였느냐고.

모든 장수들에게 부동(不動)을 명령했다.

조조군의 참모들은 신산귀모에 능한 자들이니 분명 기만책을 획책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량과 문추를 위시한 장수들은 기만책에 넘어가는 우행을 저질렀다. 조조군의 함정에 빠져 병마들을 모두 잃는 대죄마저 범했다.

“병력이 충분했을 텐데요! 군량과 병장기도 충분했을 겁니다! 그런데 어째서! 하북을 대표하는 맹장들이 이토록 처참한 대패를 당할 수 있단 말입니까!!”

원소가 오열하듯 분노를 쏟아냈다.

슬픔. 노여움.

분노. 비애.

수많은 감정들이 동시에 폭발했다.

여양성을 굳건히 수비하라는 간단한 명령조차도 완수하지 못한 장수들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전장에서 비명횡사한 장졸들이 당했을 참혹한 고통을 떠올리면서 슬픔과 서러움을 토해냈다.

머리를 조아리면서 처결을 기다리는 장수들을 노려보던 원소는 걸상을 내리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장 극형에 처해야 마땅하나 지금은 전황이 다급하기에 잠시 유예하도록 하겠어요. 장합 장군과 고람장군은 몸을 추스르면서 명을 기다리세요.”

“…예, 주군.”

지금은 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했다.

참혹한 대패에 망연자실한 원소는 스스로를 힘겹게 다독이면서 침음을 삼켰다. 지금 당장 어리석은 패장들을 극형에 처해야 마땅했음에도 분기를 억눌렀다.

“대체 왜!!”

장합과 고람이 물러났다.

그제야 원소는 지독하게 차오른 울분을 토해냈다.

“오로지 수성에만 집중했더라면 조조군을 하북에서 모두 몰아낼 수 있었을 텐데! 안량! 문추! 대체 왜 그런 어리석은 실수를 범했단 말입니까!!”

타앙-!

거세게 걸상을 내리쳤다.

절망적인 현실에 이를 빠득 갈았다.

아무리 마음을 추스르려고 노력해도 도저히 노여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

어떻게 분노를 가라앉히란 말인가?

용맹한 장수들을 잃었다.

충성스러운 병사들이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아아…! 아아아아!!”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떻게든 격노를 억누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비통함으로 가득한 입술 틈새에서 구슬픈 비명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으윽… 으으읏…!! 아아아아!!”

격정의 응어리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열을 쏟아냈다.

울음을 반복하면서 감정을 발산했다.

슬픔과 비통함으로 점철된 통곡소리가 애절하게 울렸다. 울음을 흐느끼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끝까지…! 명령을 받들겠노라고… 분명히 저와 약속했었잖아요….”

툴썩-.

실 끊어진 인형처럼 무력하게 주저앉았다.

충성스러운 부하였으며 소중한 친구이기도 했던 사람들이 곁을 떠났다.

이제 누구와 천하를 논할 수 있을까….

절망에 삼켜졌다.

두려움에 짓눌렸다.

어두컴컴한 바다에 휩쓸린 것처럼 한줌의 희망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슬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법이다.

그것은 하북을 제패한 군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완벽이 존재하지 않듯,

완전무결한 사람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우아한 기품과 늠름한 자태를 뽐내면서 완전무결의 존재로 군림해온 원소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점이 존재하지 않는 군주로서 군림하고자 완전무결한 모습을 연기했을 뿐이다.

냉철하고 무자비한 결정과 판단을 내리면서까지.

* * *

여양성을 함락하여 업성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조조군에게 새로운 난관이 날아들었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원소군의 요청을 받은 오환족이 당도했다.

용맹무쌍한 두령들을 거느린 답둔은 이성휘가 함락시켰던 내황성과 번양성을 함락하며 위풍당당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요서(遼西)와 요동(遼東)으로 이주했던 부족들까지도 모두 가담했다고 합니다!”

왕을 자칭하면서 세력을 확대했던 두령들이 답둔을 맹주로 추대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오환왕(烏桓王) 답둔

좌선우(左單于) 소복연. 우선우(右單于) 오연.

북방 초원을 제패한 호걸들이 전장에 당도했다.

휘하에 둔 병마들이 수만에 달했다.

당장이라도 공세를 가할 것처럼 기고만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에 조조군의 장수들은 오랑캐 따위에게 결코 질 수 없다며 이를 빠득 갈았다.

“설마 오랑캐까지 동원하다니!”

“궁지에 몰린 원소군이 결국 오랑캐들을 전선에 끌어들였습니다!”

북방을 호령하면서 왕을 자칭한 오환족의 두령들을 적수로 만났음에도 조조군은 물러섬이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연이은 악전고투로 장졸들이 크게 쇠약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장 결전을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잠잠했던 하늘에서 재차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기후가 악화되었다. 이제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하늘이 경고를 보내는 듯했다.

“양면에서 적들을 맞이하는 형국이에요.”

순유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입을 열었다.

업성의 원소군. 내황성의 오환족.

양면을 동시에 경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우수한 참모진을 보유한 원소군답게 치명상을 복구하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일기당천을 자랑하던 하북의 도독들이 모두 전사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원소군은 동맹으로 참전한 오환족을 동원하여 조조군을 압박하는 역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답둔은 뛰어난 무략과 담력을 겸비한 오환족의 왕입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겁니다.”

이성휘가 담담한 목소리로 조조에게 말했다.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두령들을 모두 복속시킨 오환족의 왕이 아닌가.

저족을 통일한 양천만과 흉노를 거느렸던 호주천도 만만치 않은 적수였다. 분명 답둔도 양천만과 호주천처럼 진군을 가로막는 난적이 될 것이었다.

‘갑자기 밀고 내려올 줄이야…. 분명 답둔이라는 작자의 옆에 원소군의 참모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과연 누구일까.

순유가 손톱을 꾹 깨물면서 고민에 빠졌다.

전풍이나 심배,

혹은 저수일 가능성도 있었다.

신산귀모의 책략을 자랑하는 원소군의 참모들을 떠올리던 순유는 영천순씨 가문의 혈육이자, 자신의 숙부였던 인물을 떠올렸다.

순심.

오랫동안 원소를 보필한 종사였으니 오환족에게 파견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제장들은 휘하를 재정비하며 전투를 준비하라. 머지않아 놈들이 움직일 것이다.”

“예, 주군!”

무엇보다 재정비가 우선이었다.

혹한의 백병전이 시작될 터.

원소군과 오환족에 맞서기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조조의 호령에 장수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병주자사 고간을 사로잡았다고 들었다만.”

“예! 막사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성렴의 대답에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병주자사 고간은 여남원씨 가문의 혈통을 물려받은 원소의 조카였기에 매우 중요한 인질이었다.

그렇기에 성렴은 장졸들을 엄중하게 배치하여 철저히 감시했다. 혹시라도 매서운 날씨에 동사하진 않을까 염려되어 특별히 감옥이 아닌 막사에 수감했다.

“붙잡은 포로에게 가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이성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뒤를 성렴과 무관들이 뒤따랐다.

“대장군!”

군막에서 나와 발걸음을 향했다.

반쯤 도착했을 때,

성렴 휘하의 무관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혹시 고간이 탈출이라도 한 것인가.

이성휘와 성렴은 혼비백산하여 달려온 무관을 바라보면서 발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인가?”

“상서낭중 허유가 소란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짜고짜 포로를 심문하겠다는 억지를 부리면서 말입니다.”

목야성 공방전에 투입된 허유가 본영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었다.

가족들의 복수라도 할 셈인가.

원소에게 남양허씨 가문이 멸문을 당했으니 복수심에 불타고 있을 터였다.

무거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허유의 안하무인 같은 성정에 진저리가 났다.

‘적당히 묵인했더니 망아지처럼 날뛰는군.’

칼자루를 움켜쥐고서 멈췄던 발걸음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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