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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29화 (529/616)

<5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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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검을 늘어뜨린 여인이 아름다운 백발을 나부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도합 1만 5천.

백마에서 매복하던 병력들이 남하하여 오소를 급습한 원소군의 후미를 강타했다.

사방에서 유비군 병력이 튀어나왔다.

원소군의 움직임을 훤히 간파하고 있었던 유비군은 오소에서 백병전이 시작되자마자 반격을 개시했다.

“적의 후미를 쳐라!”

“오소를 급습한 원소군을 소탕하라!”

대응이 너무 빠르다.

어떻게 벌써 지원군이 도착했단 말인가.

속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조군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언제부터 술수를 부렸느냐!”

날카로운 언월도를 양손으로 거머쥔 안량이 비등하게 싸우던 장비에게 소리쳤다.

그에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걸은 기고만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를 드러냈다.

“당연히 처음부터지! 네놈들은 그저 대장군의 손바닥 위에서 재롱이나 부렸던 거라고!”

모두 이성휘의 계책대로였다.

변칙은 벌어지지 않았다.

일말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원소군의 대응을 주도면밀하게 간파한 이성휘의 계책에 장비는 얼떨떨함을 느끼면서도 격앙된 목소리로 그를 찬양했다.

“이성휘…! 또 그놈인가!!”

또 속았다.

형양에서 당했을 때처럼…,

다시 놈의 술수에 걸려들고 말았다.

두 눈을 부릅뜨면서 치욕감을 토해냈다.

배후를 습격당한 장졸들이 비명을 토해내는 모습을 목격한 안량은 절망에 찬 침음을 흘려야 했다.

“그아아아아!!”

이윽고 괴성을 내지르면서 언월도를 휘둘렀다.

쩌어엉-!!

구슬픈 금속음이 울렸다.

격노를 금치 않을 수 없었던 안량은 맹수처럼 포효하면서 장비를 위협했다. 연이어 내리치는 참격에 잠시 위기감을 느낀 소녀는 앞으로 발걸음을 꾹 내딛으면서 장팔사모를 내리쳤다.

“모두 함정이었단 말인가…!”

함정이다.

적의 계략에 걸려들었다.

또 조조군에게 낭패를 당하다니….

문추는 무거운 치욕감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창을 거머쥔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적들의 역공세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아군들의 모습에 한탄을 금치 못했다.

“너희들은 결코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청룡언월도를 늘어뜨린 흑발의 여인이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경고를 보냈다.

하북을 호령하는 도독들의 죽음.

그것은 절멸적인 패전을 의미했다.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한 안량과 문추는 병장기를 움켜쥐면서 적수에게 달려들었다. 가로막는 적장들을 모두 쓰러트리고 오소를 불태워버리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온몸에 흘러넘쳤다.

“어서 오소에 불을 놓아라!”

“조조군 놈들…! 네놈들의 군량을 모조리 불태워버리겠다!”

원소군 무관들이 병참에 뛰어들었다.

불태워라.

하나도 남김없이 잿더미로 만들어주마.

도독들의 용전으로 분기탱천한 무관들은 오소의 병참을 누비면서 방화를 준비했다. 병참들에 기름을 콸콸 쏟으면서 온통 기름범벅으로 만들었다.

“물자들이 많기도 하군! 만리장성을 넘어 한사군이라도 도모할 생각인가!”

오소의 군수기지에 비축한 조조군의 물자들을 확인하던 원소군 무관이 태산처럼 쌓인 포대들을 뜯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뒤이어 포대들에 저장된 내용물을 확인하고서 단말마의 외침에 가까운 비명을 토해냈다.

“속았다…! 조조군 놈들이 농간을 부렸다!!”

촤아아악-.

포대 안에 저장된 내용물이 쏟아졌다.

온통 ‘흙과 모래’로 가득했다.

쌀과 보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갑옷과 방한복이 비축된 포대들도 마찬가지였다.

무게를 위장하고자 쌓아둔 자갈과 흙더미들이 포대 안에 가득할 뿐이었다. 병참에 비축한 물자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이것도 마찬가지네!”

“젠장할! 죄다 흙과 모래들이 아닌가!”

농간의 흔적을 목격한 원소군 병사들은 대경실색하며 뒷걸음질 쳤다.

군수기지를 모두 불태워 난황을 뒤집으려 했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적들은 이미 만전의 대비를 해둔 상태였다.

연진을 돌파하여 오소까지 도착했던 노력들이 헛된 발버둥에 불과했음을 깨달은 장졸들은 당연히 허탈함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포기하지 마라!”

“병참을 모두 토사들로 채웠을 리가 없다! 분명 진짜 군량이 있을 것이다!”

무관들이 병력을 고무시키고자 창검을 높게 치켜들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너무도 패색이 완연했기 때문이다.

병참에 비축된 토사들이 원소군의 사기를 바닥까지 떨어트렸다. 목숨을 다해 싸워봤자 개죽음을 당할 뿐이라는 절망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저기 놈들이 있다!”

“쥐새끼처럼 병참에 숨어든 원소군을 격멸하라!”

후미를 급습하여 원소군을 궤멸시킨 유비군은 뒤이어 병참에 침투한 잔당까지 토벌하고자 뛰어들었다.

절망감을 삼키던 원소군 무관들은 검을 뽑아들면서 유비군에게 달려들었다.

“후퇴는 없다!”

“최후의 일인까지 장렬히 싸우라!!”

역전을 도모하려던 급습에 실패했다.

급습의 실패는 곧 죽음이다.

그렇기에 원소군은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다.

‘주군, 소장은 이제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처럼 옥쇄를 선택한 장졸들의 모습에 안량은 죽음을 각오했다.

꾸욱-.

언월도를 움켜쥐었다.

최후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일까.

난세를 평정할 때까지 지키겠노라고 맹세했던 주군의 아름다운 얼굴이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에 안량은 다급한 상황 속에서 옅은 미소를 흘렸다.

“하북사정주 안량이다!”

“놈은 지쳤다! 당장 적장의 수급을 베어라!”

장비가 가쁜 한숨을 내쉬면서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유비군 장졸들이 달려들었다.

“와라! 내가 바로 하북사정주의 필두인 안량이다!!”

언월도를 번쩍 들었다.

촤아아아악──!!

벼락처럼 휘두르면서 유비군을 양단했다.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달려들었던 유비군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장수가 전장에서 죽음을 각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 어느 놈이 이 안량을 대적할 테냐!”

하북 최강의 맹장이 사나운 광소를 터트렸다.

목숨을 버리기로 했다.

적들과 공멸하기 위한 옥쇄를 받아들였다.

맹렬한 용맹이 넘실대는 마음에 두려움은 없다.

하북의 명문을 짊어진 일기당천의 맹장은 기만책에 현혹되어 장졸들을 사지에 빠트린 어리석음을 속죄하고자 스스로 죽음을 각오했다.

“어느 놈부터 내 칼을 받을 것이냐고 물었다!!”

안량이 언월도를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유비군 병사들이 비명과 함께 쓸려나갔다.

* * *

성문이 무너졌다.

난공불락의 요새가 흔들렸다.

마침내 성문을 돌파했다.

완강한 결사항전을 돌파한 조조군 장졸들이 병장기를 휘두르면서 뛰어들었다.

“막아라!”

“놈들을 막아야 한다!”

노도처럼 밀려드는 조조군의 공세에 원소군은 화살세례를 가하면서 응전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성문이 뚫렸다.

적들의 파상공세가 기어코 성문을 박살냈다.

오소의 군수기지를 급습하기 위해 주력군을 차출했던 여양성은 조조군을 막을 여력이 없었다. 사방에서 밀려드는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 여양성은 풍전등화의 처지에 직면했다.

“모조리 비켜라! 천하무쌍의 행차이시다!!”

수려한 금발을 늘어뜨린 여걸이 단기필마로 달려들면서 방천화극을 내리쳤다.

천하무쌍 여포.

그녀가 기병들과 함께 여양성에 난입했다.

대장군부 휘하의 친위기병들이 여양성의 성내를 질주하면서 포악을 떨쳤다.

성을 침략한 적들에게 화살세례를 가하던 원소군의 궁노병들은 이윽고 천하무쌍 여포가 이끄는 친위기병에 삼켜졌다.

“성루를 불태워라!”

“저항하는 놈들은 모두 죽여도 좋다!”

성이 함락되었다.

함락된 성채에 살육이 벌어졌다.

성루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누각과 창고들도 모두 참화에 휩싸였다.

원소군 장수들은 죽기를 각오하고서 조조군에 대적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도처마다 잔인무도한 칼부림이 벌어지면서 여양성을 시산혈해로 물들였다.

“대장군! 여양성이 무너졌습니다!”

제장들과 함께 이성휘가 여양성에 들어섰다.

주변을 모두 정리했다.

쑥대밭이 되어버린 여양성의 정경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여포와 함께 여양성을 함락시킨 장료가 다가오면서 전황을 보고했다.

“결사항전을 지휘하던 원소군의 중진들이 함락되기 직전에 북문으로 도주한 것 같아요. 지금쯤이면 북문에 매복하고 있는 고순 장군이 움직였겠죠.”

봉기. 장합. 고람. 고간.

붙잡은 포로들을 심문하여 업성으로 달아난 원소군의 중진들을 파악했다.

머지않아 붙잡힐 터.

이성휘는 고순이 승전보를 전하기를 기다렸다.

“그럼 오소에 안량과 문추가 있는 건가?”

“네.”

“제법 월척을 낚았군.”

“유비군도 곧 승전보를 가져올 거예요.”

장료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렸다.

관우.

안량. 문추.

참으로 얄궂은 격돌이다.

설마 오소에서 숙명의 격돌이 벌어질 줄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작전을 수립했던 이성휘조차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안량과 문추는 오소에서 죽는다.’

유비군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이성휘는 그녀들이 승전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틀림없다.

지금까지 신뢰를 어긴 적이 있었던가.

천신만고 끝에 여양성을 함락시킨 이성휘는 제장들에게 재정비를 명령하면서 업성 공격을 준비했다. 드디어 여양성마저 함락되면서 업성으로 향하는 대로가 열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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