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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28화 (528/616)

<5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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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환하게 밝아졌다.

어둠을 밝히는 횃불들.

수많은 횃불들이 사방을 포위하듯 풀숲을 백주대낮처럼 환하게 밝혔다.

칠흑처럼 어둡던 음영이 삽시간에 걷히면서 조조군의 모습이 드러났다. 숨죽이고 매복하고 있던 병력들의 출현에 원소군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매복이다!”

“조조군 놈들이다…!”

마치 귀신을 본 듯한 반응을 보였다.

시야를 어지럽히는 불빛.

마음을 뒤흔드는 적들의 고함.

창검을 치켜든 원소군 장졸들은 혼비백산하여 물러섰다. 형양에서 완패를 당했을 때처럼 함정에 빠졌다는 두려움이 폐부를 관통했기 때문이었다.

“하북의 용사들이여! 당황하지 마라─!!”

안량의 언월도를 치켜들면서 쩌렁쩌렁한 고함을 내질렀다.

짐승의 포효처럼 사나웠다.

맹장의 우렁찬 사자후가 어둠을 찢어발겼다.

무거운 언월도로 무장한 거인이 앞장서면서 두려움에 빠진 장졸들을 고무시켰다. 뒤늦게 혼란을 수습한 원소군은 안량을 의지하면서 병장기를 들어올렸다.

“도독을 따르라!”

“조조군 놈들! 오냐, 한 번 붙어보자!!”

풀숲에 매복한 조조군이 달려들었다.

연진을 급습하려 했던 원소군은 기습에 응전하고자 말머리를 돌렸다.

“원소군을 쳐라!”

“조조군 놈들을 모조리 참살하라!”

여양성에서 공방전을 치렀던 양군이 야전에서 맞붙었다.

여양성에서 죽은 전우들의 한을 갚겠다.

이번에야말로 하북을 침략한 조조군을 모조리 몰아내겠다.

여러 전투들을 거치면서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버린 조조군과 원소군은 일말의 자비 없이 숙적에게 병장기를 휘둘렀다.

“도독, 적들이 많지 않습니다!”

윤해가 달려든 조조군 병사를 쓰러트리고서 안량에게 다가왔다.

“분명 시간을 끌려는 의도입니다! 적들의 노림수에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여기는 소장에게 맡기시고 도독께선 어서 오소를 공격하십시오!”

윤해, 율성, 장도, 관통.

안량과 문추 휘하의 장수들이 병장기를 휘두르면서 조조군의 공세를 가로막았다.

반드시 오소를 불태워야 한다.

조조군의 군수기지를 잿더미로 불태우는 것만이 난황을 뒤집을 유일한 방책이었다. 그렇기에 휘하의 장수들은 목숨을 다해 조조군의 급습을 저지했다.

“어서 가십시오!”

“소장들에게 맡겨주시옵소서!”

적에게 발목이 붙잡혀선 안 된다.

장졸들의 뜨거운 외침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들의 용전을 잊지 않겠네!”

“기필코 오소를 불태우도록 하지!”

충성스러운 용장들의 헌신에 사기가 고무된 안량과 문추는 휘하의 정예부대를 이끌고서 오소로 향했다.

그에 곽도도 동참했다.

전투에 하등 도움 안 되는 샌님이었지만 말이다.

조조군의 급습을 막아내면서 연진을 돌파한 원소군의 정예부대가 남쪽으로 향했다. 수많은 물자들이 비축된 오소는 연진에서 멀지 않은 곳이 위치하고 있었다.

“적들의 군수기지입니다!”

“세상에…! 저토록 어마어마한 규모라니!”

우여곡절을 이겨내고서 오소에 도달한 원소군은 광활하게 펼쳐진 군수기지를 목격하게 되었다.

마치 산을 이루고 있었다.

끝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물자들의 모습에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중원에서 수송해온 물자들이 저토록 많단 말인가?

군량. 갑옷. 병장기. 방한복.

병사들에게 필요한 모든 보급품들이 집결한 것처럼 대단했다.

“14만 대군에게 보급할 물자들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것은 당연할 터!”

“꾸물대지 마라! 오소를 불태워라!!”

광활하게 펼쳐진 조조군의 군수기지에 품었던 경이로움은 곧 분노가 되어 몰아쳤다.

하나도 빠짐없이 태워버려야 한다!

우리들의 어깨에 성패가 달렸다.

기필코 주군에게 명예로운 영광을 바치리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 장졸들은 병장기를 움켜쥐고서 군수기지를 습격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셨네! 하마터면 땅만 주구장창 파다가 동상 걸릴 뻔했다고!”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소녀가 장팔사모를 치켜들면서 앞을 가로막았다.

철컥-.

군참에 매복하고 있던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거운 병장기와 갑옷으로 중무장한 유비군이 오소의 군수기지를 습격한 원소군 장졸들을 저지했다. 날카로운 창검을 서로에게 겨누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졌다.

“네년은 누구냐!”

안량이 외쳤다.

그에 장비가 이를 드러내며 대답했다.

“네놈의 수급을 차지할 연인(燕人) 장비 님이시다!”

도발에 발끈한 안량이 언월도를 휘둘렀다.

차아앙──!!

언월도와 장팔사모가 부딪쳤다.

그와 동시에 대기하던 장졸들이 서로에게 달려들면서 오소의 백병전이 벌어졌다. 물자들이 비축된 군수기지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어서 불을 붙여라! 다 태워버려!!”

“놈들을 막아라!”

물자를 불태워라.

적들의 방화를 막아라.

시끄러운 금속음과 함께 쩌렁쩌렁한 고함소리가 전장을 강타했다. 양군이 서로 뒤엉키면서 난전으로 치달았다.

“나는 개의치 말게! 어서 병참들을 불태우게!”

유비군의 맹장과 치열한 접전을 이어나가던 안량이 병마들을 지휘하던 문추에게 소리쳤다.

방화에 휘말려도 좋다.

주군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수만 있다면.

절대적인 충성심으로 무장한 맹장답게 매우 과격한 방식을 선택했다. 화염에 휘말리는 한이 있더라도 기필코 적들을 막아내겠다며 사력을 다했다.

“이, 이것들이 미쳤나?!”

언월도를 막아내던 장비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소리쳤다.

자살특공이라도 할 셈인가.

백병전이 치러지고 있는 도중에 불화살을 날리려는 안량의 무모한 결단에 혀를 내둘렀다.

“제장들은 두려워 말라!”

“기름을 끼얹어라! 횃불을 던져라!!”

원소군 병사들이 횃불을 치켜들었다.

불을 놓으면 자신들도 휘말릴 터.

그럼에도 원소군은 주저함 없이 방화를 선택했다.

벌떼처럼 전력으로 달려드는 원소군의 특공에 장비는 이를 빠득 갈면서 분기를 토해냈다.

“익덕, 가세하겠다!!”

원소군 병사들이 치켜든 횃불이 크게 일렁였다.

그 순간,

흑발을 늘어뜨린 여걸이 가세했다.

“크악!”

“커허억!!”

날카로운 청룡언월도가 번쩍였다.

횃불을 치켜들었던 원소군 병사들이 시뻘건 선혈을 쏟아내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파아아악──!!

병사들을 동시에 베었다.

귀신이 휘두른 것처럼 날카로운 솜씨였다.

삽시간에 벌어진 광경을 지켜보았던 문추는 난데없이 가세한 여장부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님을 직감했다.

“네년은 누구냐. 분명 무명을 떨친 무장일 터.”

문추가 창을 치켜들며 물었다.

원소군 병사들을 베어낸 여장부는 청룡언월도에 묻은 피와 살점을 털어내면서 대답했다.

“털북숭이 중년에게 알려줄 이름은 없다!”

의동생이 안타까움에 물든 한숨을 내쉬었을 정도로 명쾌한 호언이었다.

* * *

덫이다.

함정이다.

조조군이 깔아둔 올가미에 걸려들고 말았다.

안량과 문추를 대신하여 여양성을 방비하던 장합과 고람은 사방에서 몰려드는 조조군 병력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여포! 장료!”

“이성휘의 병력까지 당도했소이다!”

업성을 교란하고자 출병했던 여포와 장료가 병마들을 이끌고 여양성의 동문을 공격했다.

업성을 호위하는 성채들을 정벌하고자 출병했던 이성휘가 휘하들과 함께 여양성의 서문을 급습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포위망에 투입되었던 둔영을 철수시키면서 뒤로 물러났던 조조군의 본대까지 다시 돌아왔다.

“중원의 용장들이여, 전우들의 시체를 넘으라! 통곡과 비명이 서린 엄동설한의 성을 무너트려라!!”

중원을 제패한 여걸이 검을 치켜들었다.

칼끝으로 여양성을 가리켰다.

곧바로 총공세를 명령하면서 천군만마를 움직였다.

드디어 원한을 갚아줄 때가 왔다.

여양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졌던 전우들을 위해서라도 기필코 무너트려야 한다. 조조의 명령에 십만이 넘는 군세들이 여양성으로 진격했다.

“제장들은 모두 공격하라!”

“지금의 여양성은 무력한 빈집이나 마찬가지다!”

조인과 하후돈이 본대를 동원하여 여양성의 정문을 급습했다.

다른 성문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조군의 파상공세를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안량과 문추가 병마들을 이끌고 출진하자마자 삽시간에 들이닥친 조조군의 맹공을 직면하게 되었다. 실로 악몽과도 같은 상황에 장합과 고람은 멍하니 전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뿔뿔이 흩어졌던 놈들이 어떻게…!”

장합이 크게 한탄하며 전장을 둘러보았다.

그때,

무언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것은… 연이 아닌가?”

하늘 위로 번쩍이는 것들이 보였다.

밤하늘을 밝히는 등불.

맹렬하게 타오르는 등불이 칠흑처럼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무려 수백 개가 넘는 등불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여양성을 포위하듯이 하늘을 비행하는 등불들의 모습에 장합과 고람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어서 성문을 뚫어라!”

“날이 밝기 전에 반드시 성을 함락시켜야 한다!”

사방에서 결집한 병사들이 성문을 공격했다.

광기에 물든 전의가 느껴졌다.

기필코 성을 넘겠다는 복수심이 표출되었다.

여양성을 함락시켜라-!

신산귀모의 책략과 재빠른 기동력을 동원하여 군략을 완성시켰다. 참모들의 도움으로 군략을 완성한 이성휘는 공방전에 종지부를 찍고자 제일선에서 여양성의 성문을 공격했다.

쩌적-.

쩌저저적-.

이윽고 여양성의 성문이 파상공세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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