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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25화 (525/616)

<5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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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이 병력을 나눴다.

별동대를 출격하여 업성으로 직행하려 한다.

업성을 곧장 노릴 생각이다.

기주의 중심지를 함락시키면 하북의 사대부와 호족들이 모두 투항해올 테니.

성루의 병사들로부터 다급한 급보를 접수한 안량은 날이 밝자마자 전황을 확인했다.

“놈들의 진영이 비었습니다! 여포와 장료의 병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윤해가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여포와 장료의 부대가 보이지 않았다.

우익군을 지휘하던 여포와 장료가 떠나면서 생겨난 공백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것을 확인한 안량은 침음을 삼키면서 주먹을 거머쥐었다.

“업성을 도모하려는 게 분명하오! 이 비겁한 놈들!”

청주자사 곽도가 소리쳤다.

며칠 동안의 파상공세에도 여양성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막아내자 말머리를 업성으로 돌린 것이리라.

여양성을 포기했다.

대신 업성에 칼끝을 돌렸다.

엄동설한의 추위와 두려웠던 조조군은 결국 속전속결의 방침을 완수하고자 업성으로 직행하는 극단적인 공세를 결정했다.

“지금 조조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적은 북방의 동장군(冬將軍)입니다. 북방의 추위에 병사들의 사기가 완전히 꺾이기 전에 결판을 내려는 겁니다!”

발악이다.

어떻게든 이기려는 몸부림이었다.

장기전으로 이어되면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을 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병주자사 고간이 장수들을 보며 말했다.

“당장 요격해야 하오!”

“주군께서 계신 업성에 적들을 보낼 순 없습니다!”

조조군의 공세에 업성이 곤경에 봉착할까 두려웠던 원소군 장수들이 안량에게 결단을 요구했다.

여포와 장료는 천하제일검의 휘하에서 여러 전공들을 세운 맹장이었기에 더욱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불가하네.”

그에 안량은 반대를 표시했다.

병마들을 출격시킬 순 없다.

업성으로 출전한 조조군에 대응하고자 병력을 나눈다면 여양성의 방비가 소홀해질 터.

여양성은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철옹성이다.

두 눈을 부릅뜨면서 완고한 의중을 내비쳤다.

“자네들은 주군께서 내리신 엄명을 잊었는가.”

안량의 결단에 합세하듯 문추가 입을 열었다.

부동(不動).

그것이 바로 주군께서 내린 엄명이다.

공방전 도중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더라도 절대로 여양성의 병력을 움직여선 안 된다.

조조군에는 암계와 속임수에 특출한 참모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었다. 분명 성채와 요새들을 견고하게 사수하는 병력을 어떻게든 끌어내려 할 터였다.

그것을 우려한 원소는 군권을 위임했던 제장들에게 신신당부하듯 ‘부동’을 명령했다.

“업성도 여양성처럼 견고한 철옹성일세. 설령 조조군이 업성을 급습하더라도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네.”

병력을 가벼이 움직여선 안 된다.

그에 봉기도 합세했다.

아직 무엇도 알려진 게 없다.

출병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였다.

봉기의 의견에 제장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는 주군을 오랫동안 보필했던 숙로였기에 어느 제장들도 감히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업성에 만약 변고라도 발생한다면 모두 종사가 책임을 감수해야 것이오.”

평소부터 봉기를 위시한 참모들과 관계가 험악했던 곽도만이 불쾌감이 감도는 반응을 보였다.

건방진 놈 같으니.

상전이랍시고 나대는 꼴이 오만방자하지 않은가.

기고만장하게 호언했으니 책임 또한 본인이 짊어져야할 터.

곽도는 봉기와 마찬가지로 여남원씨 가문에 충성해온 숙로였음에도 비방과 참언에만 집중했다.

* * *

위풍당당한 기염을 뽐내면서 여양성을 포위했던 조조군의 둔영에 커다란 공백이 발생했다.

여포와 장료가 업성으로 출진했다.

출병한 병력이 3만.

갑자기 발생한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한밤중에 벌어진 병마들의 이동에 조조군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계획된 결정이었기에 무관들도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당황스럽구먼.”

“승상께서도 이제 여양성을 포기하신 게지.”

여양성은 수많은 전우들을 집어삼킨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공방전에서 끔찍한 참상을 목격했던 장졸들의 사기가 엄동설한의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다. 초반의 기세등등하던 모습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맹덕.”

군막 안으로 하후돈이 들어왔다.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는 어깨에 수북하게 쌓인 눈을 털어내면서 사촌에게 다가왔다.

병사들이 동요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출병에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바깥의 분위기와는 달리 조조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태연하기만 했다. 그 모습에 하후돈은 난색을 보이듯이 뺨을 긁었다.

“병사들의 사기가 심상치 않아. 계속된 연전연패로 뒤숭숭해진 마당에 여포와 장료까지 출병했으니….”

“알고 있다.”

우려를 표시한 하후돈의 걱정에도 조조는 짤막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내 말을 진짜 이해했을까.

표정을 보아하니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은데.

하후돈은 자신의 우려에도 무신경한 반응을 보이는 조조에게 야속함을 느꼈다.

“성휘가 내린 책략이다. 나는 성휘를 믿는다.”

“그건 나도 알고 있지만….”

조조의 단언에 하후돈이 말끝을 흐렸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감이 앞섰다.

연이은 패전과 엄동설한의 추위로 무너져가는 장졸들의 모습을 볼수록 점점 막연해졌다. 눈보라를 동반한 악전고투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했다.

“계속 여양성을 벌집처럼 쑤실 생각이다.”

“무슨 수로?”

뜬금없는 말이다.

조금 쉽게 설명해줘도 좋을 텐데.

조조의 말에 하후돈은 머리를 갸웃 흔들었다.

돌파구를 마련할 방법이 있단 말인가.

난공불락의 요새에 가로막혔다.

북방에서 불어온 추위가 장졸들의 사기를 무참하게 깎아내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러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태연한 모습을 일관하는 사촌의 모습에 하후돈은 의문을 드러냈다.

* * *

업성으로 여포와 장료를 파견한 조조군은 잉걸불처럼 잦아든 불씨를 다시 일으키고자 군세들을 계속 동원했다.

내황성(內黃城).

번양성(繁陽城). 탕음성(蕩陰城).

여양성 공략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조조군은 인근에 위치한 성채와 요새들의 공격에 집중했다. 우선 주변을 정리하여 난황을 극복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이대로 우리들을 고립시킬 작정인가!”

봉화대가 올랐다.

사방에서 짙은 연기들이 오르고 있었다.

지독하던 눈보라가 그쳤다.

날씨가 걷히자마자 급보를 알리는 봉화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양성과 함께 업성을 호위하던 성채들이 조조군의 맹공을 받고 있었다. 자욱하게 솟구치는 연기들을 보아 다급한 상황인 듯했다.

“이성휘의 대장기가 보이지 않소!”

장합이 달려와 소리쳤다.

대장군의 대장기가 없다.

성채들을 공략하기 위해 출진한 것이 분명했다.

천하를 휩쓸었던 이성휘가 군중을 비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휘하의 제장들이 집결했다. 당장 태세를 전환하여 공세에 나설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여포와 장료에 이어 이성휘까지 둔영을 비우고 떠났습니다!”

“도독!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장수들이 주전(主戰)을 꺼내들었다.

놈들은 크게 지쳐있다.

야습을 감행한다면 능히 승산이 있었다.

연속된 패배와 동장군의 추위에 움츠러든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조조군을 상대로 압승을 이어나가던 워소군 장수들은 어느 때보다 들뜬 상태였다.

“조조군의 간악한 속임수가 분명하네! 저들이 매번 신출귀몰한 전략으로 아군을 조롱했음을 잊었는가!”

문추가 매서운 목소리로 일갈했다.

그에 장수들은 위축된 반응을 보이면서 물러섰다.

“하북을 대표하는 맹장들이 참으로 나약하구려.”

곽도가 조소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명백한 조롱이었다.

그에 안량과 문추가 두 눈을 부릅뜨며 곽도를 노려보았다.

“주군의 엄명을 지키기 위함이오! 청주자사는 어찌 가벼이 군세를 움직이려 드는가!”

“뻔히 보이는 기회를 잡지 못하는 아둔함보다는 낫지 않소.”

안량과 곽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여양성을 수비가 우선이다.

기회가 왔을 때 조조군을 몰아내야 한다.

원소군의 여론이 둘로 크게 엇갈리게 되었다.

정반대의 의견들로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모습을 주시하던 봉기는 심란해진 마음을 토해냈다.

연이어 승전보를 거뒀음에도 분란에 빠져버린 아군의 모습이 한탄스러웠다. 뒤에서 주시하던 고간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는지 침음을 삼켰다.

“크흠, 도독께서 완고하시군….”

“조조군이 추위와 피로에 지친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엄동설한의 고군분투로 크게 지친 장졸들이 야습으로 조조군을 몰아내자는 곽도의 의견에 편승했다.

추위와 피로에 지친 것은 아군도 마찬가지였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지금까지 조조군의 공세에 수많은 병사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위풍당당하던 조조군이 현저히 위축된 모습을 확인했던 원소군 장수들은 다급함을 느끼고 있었다. 현재의 조조군처럼 말이다.

“도독!”

안량과 곽도가 논쟁을 벌이고 있었을 때,

성루에서 조조군을 정찰하던 척후가 다급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도착했다.

“조조군이 뒤로 군진을 물리기 시작했습니다!”

여양성을 포위하던 조조군이 군진을 물렸다.

불과 20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분명 큰 변화였다.

어느 상황에도 요지부동을 유지해야 하는 공성전의 병력이 군진을 뒤로 물렸다. 연전연패에도 계속 유지되던 포위망이 옅어졌음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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