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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24화 (524/616)

<5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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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장군(驃騎將軍) 조인이 군세를 이끌었다.

여양성을 함락시켜라.

후열에서 대기하던 병마들이 진격하면서 전운을 고조시켰다.

며칠 동안 이어진 파상공세에도 여양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던 조조군은 더욱 많은 물량을 동원하여 어떻게든 여양성의 견고한 성벽을 무너트리려 했다.

“커헉!”

“무, 물러서지 마라!”

조조군 보병들이 진격하자 여양성의 성벽에서 날카로운 화살세례가 장대비처럼 쏟아졌다.

대체 언제쯤 장대비가 그친단 말인가.

원소군의 강경한 저항에 부딪친 조조군은 쉴 세 없이 퍼붓는 화살세례에 위풍당당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화살세례가 이어졌다.

공격에 노출된 보병들은 방패에 의지할 뿐이었다.

“장군, 큰일입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무수히도 많은 화살세례에 조성이 장수들과 함께 침음을 삼키고 있었을 때,

선봉을 지휘하던 무관이 달려왔다.

“눈더미 때문에 공로가 막혔습니다! 성문과 성벽으로 이동하던 공성병기들이 모두 멈춘 것 같습니다!”

“뭣…! 그게 사실인가!”

충차(衝車). 파성탑(破城塔). 운제(雲梯).

모든 공성병기들이 멈췄다.

눈밭에 가로막혀 전진이 불가능했다.

공로를 마련하고자 보병들을 투입하여 눈밭을 치웠음에도 다시 눈더미가 쌓였다.

난공불락의 요새에 이어 험악한 자연재해까지 부담해야 했던 조조군은 싸울 때마다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봉착했다.

“바위를 날려라!”

“어떻게든 성벽을 무너트려야 한다!”

점점 불리하게 흘러가는 전황을 타개하고자 이전은 벽력거(霹靂車)를 동원하여 여양성을 공격했다.

꽈앙!!

꽈과과광──!!

분쇄음이 울렸다.

육중한 바위들이 성벽을 공격했다.

중원의 벽력거는 사정거리는 짧지만 위력만큼은 압도적이었다. 성벽 가까이 접근한 벽력거들이 계속 바위를 날려대자 난공불락의 요새가 흔들렸다.

“만성, 성벽을 무너트릴 수 있겠나?

우금이 물었다.

그에 이전이 고개를 내저었다.

“성벽이 너무 두텁네…. 벽력거들을 모두 동원했다면 모를까, 성벽을 무너트리긴 어려울 걸세.”

하북까지 수송했던 벽력거들의 절반이 눈밭에 파묻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공성병기는 매우 무겁다.

구덩이에 바퀴가 빠져버리면 그대로 쓸모없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릴 만큼 육중했다.

눈밭과 진흙탕에 빠져버린 공성병기들로 인해 전력이 약화되었다.

이전은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난공불락의 요새를 노려보았다.

“크아악!!”

“바, 발이… 안 빠져!!”

“화살이 날아온다! 어서 방패를 들어라!!”

방패에 의지하면서 성벽으로 접근하던 병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눈더미가 발목을 붙잡았다.

심지어 선두에서 달려나던 병사들은 종아리까지 눈밭에 파묻힌 채 온몸을 허우적거렸다.

발걸음이 묶여버린 병사들은 사냥하기 좋은 표적으로 전락하여 화살세례에 희생당했다. 눈밭에 두 발이 파묻힌 채 그대로 툴썩 쓰러지고 말았다.

“어억─!!”

병사들을 지휘하던 장수도 마찬가지였다.

화살이 미간에 꽂혔다.

외마디의 비명과 함께 절명했다.

새하얀 설원이 장졸들의 핏물로 붉게 물들었다.

며칠 동안 지지부진하게 공방전으로 수많은 손실을 떠안은 조조군은 여양성 인근을 시산혈해로 물들이는 참패를 떠안았다.

“퇴각하라!”

“모두 퇴각하라!”

공성에 참전했던 휘하의 장졸들이 무력하게 떼죽음을 당하는 참상을 목격한 조인은 결국 퇴각을 결정했다.

더 이상은 어렵다.

공방을 지속해도 피해만 늘어날 뿐이다.

이번 공방 또한 빈손으로 끝나고 말았다.

철옹성을 함락시킬 유일한 수단이었던 충차와 운제들마저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로 인해 조조군의 여양성 공격은 이번에도 실패했다.

* * *

놈들이 퇴각하고 있다.

조조군이 패주했다.

불구대천의 원수들에게 형양에서 당한 굴욕을 그대로 갚아주었다.

원소군 병사들의 함성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중원을 제패한 이후부터 연전연승을 이어나가던 적들의 기세를 꺾었다는 환열에 휩싸였다.

“이겼다! 이겼다아!!”

“조조군 놈들…! 다음에도 지옥을 보여주마!!”

활을 치켜들었다.

창검을 세우면서 고함을 내질렀다.

놈들을 또 무찔렀다.

맹렬하게 가열된 혈류가 온몸으로 확산되면서 누적되었던 피로와 추위를 말끔히 씻어냈다.

“이번에도 승전이로군.”

“장졸들이 함께 인내한 덕분일세.”

성문에서 수성을 진두지휘했던 안량과 문추가 패주하는 조조군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휘하의 장졸들이 함성을 내지르면서 기뻐하고 있었음에도 안량과 문추는 무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완전히 이기지 않았다.

결코 긴장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용감하게 싸운 모든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내리도록 하게.”

“예, 도독!”

하지만 안량과 문추는 장졸들에게까지 계속 엄격함을 강요하진 않았다.

휴식도 전투만큼 중요한 법이다.

술과 고기를 내려 장졸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큰 전공을 세웠다.

분명 업성에 계신 주군도 기뻐하시리라.

망루에서 내려온 안량과 문추는 장수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주관했다. 며칠 동안 거둔 승전보들을 취합하기 위함이었다.

“조조군이 맥을 못 추고 패주했습니다!”

“계속 혼쭐이 났으니 더 이상은 여양성을 호시탐탐 노리지 못할 겁니다!”

장합과 고람이 호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양성의 종사(從事)로 파견된 봉기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결코 방심해선 안 되네. 상대는 조조와 이성휘일세. 분명 지금쯤 교활한 흉계를 작당하고 있을 것이야.”

군사의 말이 맞다.

지금까지 놈들에게 계속 당하지 않았는가.

특히 형양에서 당한 치욕은 꿈에서도 잊은 적이 없을 정도였다.

“이제 놈들이 어떻게 나올 것 같소? 거머리처럼 질긴 조조군이 이대로 포기할 리는 없을 터인데.”

청주자사 곽도가 말했다.

그에 병주자사 고간이 대답했다.

“계속 망집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저들은 설원에 더 많은 주검들을 묻게 될 뿐입니다.”

조조군의 급습으로 황하 전선에서 패퇴했던 고간과 곽도의 병력은 여양성에 주둔하고 있었다.

수성에 투입된 병주와 청주의 장졸들은 제일선에서 활약하여 조조군의 공격을 격파했다.

“군사, 그런데 다른 성들은 어찌 되었소?”

안량이 봉기에게 물었다.

새벽녘에 전령을 보냈다.

지금쯤이면 성에 돌아오고도 남았을 터였다.

하북의 도독은 여양성과 마찬가지로 조조군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을 성채와 요새들의 안전을 우려했다.

“…아직도 감감무소식일세.”

조조군의 경계를 따돌리고자 눈보라가 몰아치는 새벽에 출병했음에도 결국 붙잡힌 듯 했다.

정탐에 실패하고 말았다.

철통처럼 조조군의 경계망이 삼엄했다.

적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여양성은 바깥을 정탐하기 어려운 사면초가의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하늘이라도 맑았더라면 봉화대로 여부를 확인했을 것을….”

쿵-.

안량이 걸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험궂은 날씨 때문에 사정을 알기 어려웠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엄동설한의 날씨는 조조군을 물리칠 필승의 전력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계속 수성에 집중하는 원소군을 철저히 고립시키는 원흉이기도 했다.

“심상치가 않군.”

직감이라고 해야 할까.

숙장으로서의 본능이 다급한 경고를 보내왔다.

분명 적의 술수였다.

교활한 계략이 목덜미를 움켜쥐려는 듯 했다.

전령이 적들에게 붙잡히는 것은 전장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불상사에 불과했음에도 안량은 그것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였다.

“전령들을 다시 보내겠습니다.”

“아닐세.”

윤해가 말했다.

그에 안량이 고개를 저었다.

몰래 빠져나간 전령들이 붙잡혔다.

분명 조조군은 더욱 만전을 기할 터였다.

무익한 개죽음이나 다름없는 일이었기에 안량은 윤해의 의견을 제지했다. 성채와 요새들을 수비하는 전우들을 믿겠다는 의지였다.

“조조와 이성휘를 묶어두고 있네. 조인과 하후돈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중원의 정예들을 모두 붙잡아두고 있으니 다른 거점들은 안전할 걸세.”

안량의 말에 휘하 장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믿는 수밖에 없다.

그저 눈앞의 적에 집중할 뿐이었다.

조조군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두어 사기가 고무된 원소군은 난공불락의 요새에 의지하여 공세를 대비했다.

* * *

안량은 휘하의 장수들에게 만반의 준비를 명령하고서 관저에 복귀했다.

피로와 추위가 누적된 탓일까.

안락한 침상에 눕자마자 금세 곯아떨어졌다.

따스하게 타들어가는 화롯대에 의지하며 피로에 절은 몸을 다독였다.

하지만 안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격앙된 표정의 무관이 다급한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관저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냐!”

요란하게 울리는 발소리를 들은 안량이 반사적으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철컥-.

칼자루를 쥐었다.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숙장답게 안량은 곯아떨어진 와중에도 다급한 발걸음에 눈을 떴다. 칼자루를 거머쥔 채로 문 건너편에 보이는 그림자를 노려보았다.

“도독…! 적들이 움직였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무관의 급보에 안량은 소스라치게 경악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러자 무관이 예를 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조조군이 결국 여양성을 점령할 수 없음을 깨닫고서 병력을 움직였습니다. 아마 업성을 공격하려는 것 같습니다.”

“뭣이!”

조조군이 여양성을 포위한 채로 별동대를 동원하여 업성을 직행하려 한다.

며칠 동안 공성에 실패했다.

그래서 말머리를 업성으로 돌린 것이었다.

위기를 알리는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안량은 육안으로 조조군이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하고자 찬바람을 가르면서 성루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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