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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16화 (516/616)

<5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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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다.

눈이 내리고 있다.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흩날리는 함박눈을 응시하면서 경탄을 보냈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광경은 처음이다.

아름답다.

마치 세상에 모두 백색으로 점철되는 듯했다.

“그만 보고 눈이나 치우지?”

소복소복 쌓인 눈더미를 빗자루로 쓸어내던 시녀가 날카롭게 곁눈질을 보내며 말했다.

대체 눈이 뭐가 신기하다고….

이건 쓰레기다.

하늘에서 투척한 쓰레기들.

동경심을 담아 함박눈을 바라보던 시녀와는 대조적으로 빗자루로 눈을 치우던 시녀는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쓰레기로 취급했다.

“하늘에서 눈이 내려!”

마초가 소리쳤다.

그에 조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당연히 하늘에서 내리겠지.”

누가 서량 촌년 아니랄까봐.

눈이 뭐가 신기하다고.

매번 이 빌어먹을 눈 때문에 상산 사람들이 얼마나 큰 불편을 겪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눈이 쏟아지는 광경을 목격한 적 없는 서량의 촌년이라는 것은 잘 알았으니까 이제 제설작업에 집중해줬으면 했다.

“무슨 맛일까?”

“맹물.”

마초가 입을 쭉 벌렸다.

고개를 위로 치켜들더니 함박눈을 받아먹었다.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무위는 뛰어나지만 다소 지능이 모자란 듯하다.

중원으로 오고서 처음으로 함박눈을 맞이한 마초는 주변을 맴돌면서 기뻐했다. 전혀 진척이 없는 제설작업에 조운은 빗자루를 휘두르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많이 춥죠?”

작약꽃처럼 아름다운 분홍빛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인이 다가왔다.

시녀장 초선.

저택의 가사를 총괄하는 안주인이었다.

조운과 마초는 초선을 ‘마님’이라 칭했다.

여포와 장료를 후배로 거느린 모습이 위풍당당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대장군부의 장수들이 깍듯하게 예우하는 모습을 보고 순종하게 되었다.

“괜찮습니다, 마님!”

마초가 헤헤 웃으면서 말했다.

추위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함박눈이 신기한 듯했다.

“마님이라 안 부르셔도 돼요.”

“아뇨! 마님은 이 저택의 안주인이니까요!”

이성휘의 시녀로 들어온 이후부터 마초는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도 여전히 들고양이처럼 까칠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조운과 크게 대조적이었다.

가사를 담당하는 시녀가 되었다.

저택의 안주인을 보필하는 건 당연했다.

아름다운 낙양제일미의 모습에 현혹된 마초는 마님에게 칭찬을 받고자 집안일에 전력을 다했다. 처음에는 비록 서툰 모습들을 보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초선이 입가를 가리면서 후후 웃음을 터트렸다.

맡겨만 주세요!

마초가 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낙양제일미의 명성은 서량에서도 들었습니다!”

“부, 부끄럽습니다….”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마님!”

“과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동경심이 범람하는 칭찬일색에 초선은 얼굴을 붉히면서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과격하고 저돌적인 성정이었던 마초는 조금의 숨김없이 속마음을 표현했다. 그녀의 격앙된 목소리를 통해 낙양제일미를 향한 경애를 느낄 수 있었다.

“저녁쯤에 상공께서 돌아오실 거예요. 그때까지 대문 바깥에 쌓인 눈을 다 치워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넵!”

마초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꼴값 떨기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조운이 중얼거렸다.

마초와 조운에게 제설작업을 부탁한 초선은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요란하게 접시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여포가 주방에 있는 것 같았다.

“빨리 치우고 들어가자.”

“네가 딴짓만 안 했어도 진작 끝냈어.”

빗자루로 소복소복 쌓인 눈더미를 걷어내던 조운이 말했다.

“설마 여기서도 눈을 치우게 되다니….”

장설을 경험하기 어려운 서량 토박이였던 마초와는 달리 조운은 폭설이 몰아치는 북방 출신이었다.

상산국(常山國).

기주(冀州)의 북쪽에 위치한 군국.

늦가을만 되어도 폭설이 몰아치는 날이 일상다반사인 지역이었다. 폭설 때문에 추위와 굶주림에 떨었던 경우가 많았기에 누구보다 눈을 혐오했다.

“아, 또 내리네.”

조운이 함박눈이 쏟아지는 하늘을 노려보면서 깊은 한숨을 흘렸다.

사악-. 사악-.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빗자루질을 이어나갔다.

오늘 만찬에는 어떤 산해진미가 나올까.

굴지의 요리 실력을 자랑하는 낙양제일미의 만찬을 즐길 생각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 * *

쨍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접시가 박살났다.

아니,

무슨 손에 참기름이라도 발랐나?

주방에서 식재료를 가다듬던 시녀들이 금발을 늘어뜨린 미녀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대, 대체 몇 개째야….”

“지금까지 박살난 접시들을 다 합치면 분명 산더미를 이룰 텐데.”

오늘도 새 접시가 유명을 달리했다.

꽃문양이 새겨진 접시.

분명 어제 시장에서 구입한 식기였다.

결국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단 말인가.

수개월째 설거지를 반복하고 있음에도 전혀 진척이 없는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여포 주방 출입금지』

진심으로 시녀들은 주방에 내걸 푯말을 궁리했다.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죠?”

“응, 괜찮아…. 근데 또 접시를 깨먹었네.”

초선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여포는 머쓱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또 접시를 깨먹었다.

벌써 이게 몇 번째 깨먹은 접시일까.

미숙한 실력으로 주인님의 가산을 탕진하는 글러먹은 시녀가 되어버린 여포는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본인의 무능을 한탄했다.

“괜찮아요, 접시는 많으니까. 분명히 상공께서도 새 접시를 좋아하실 걸요?”

초선은 침울함에 빠진 여포를 위로하면서 부드러운 농담을 건넸다.

노련한 조련사답다고 할까.

여러 처첩들을 거느린 대장군의 안주인답게 마음을 휘어잡는 매력이 뛰어났다.

여포. 장료. 조운. 마초.

4명의 맹장들을 후배 시녀로 거느린 초선은 천군만마를 지휘하는 대장처럼 능수능란했다.

“이 정도로 손질하면 될까요?”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물었다.

내장을 제거한 해삼.

이빨과 모래주머니를 제거한 전복.

자칫 손가락이 베이기 십상인 식재료들을 완벽하게 손질했다.

과연 낙양제일미의 수제자다웠다.

일취월장하듯 날이 갈수록 꾸준히 늘어나는 실력이 참으로 경이로웠다. 장료는 전장에서 검을 내지를 때처럼 식칼도 노련한 숙수 수준으로 다뤄냈다.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별 말씀을요.”

“그럼 괜찮다면 소라도 손질해주시겠어요?”

“당연하죠. 맡겨주세요.”

시녀장의 지시를 거침없이 승낙한 장료는 뾰족하게 튀어나온 소라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궁중 숙수를 해도 되지 않을까.

당장 퇴직하더라도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어서 다른 반찬들을 준비해주세요.”

“네!”

시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뒤이어 초선은 장료가 손질한 식재료들을 사용하여 만찬을 장식할 요리를 준비했다.

전가복(全家福).

전복과 해삼, 소라 등의 값비싼 해산물들을 아낌없이 사용한 고급요리였다.

해산물들을 가득 넣은 뒤에 버섯, 새우, 죽순, 오징어, 관자, 키조개 등이 추가적으로 들어갔다.

노련한 숙수들이나 가능할 법한 어려운 고급요리였음에도 능숙하게 식재료들을 센 불에서 볶아냈다. 과연 팔방미인으로 유명한 낙양제일미다운 솜씨였다.

“와아.”

“역시 선배예요.”

여포와 장료가 감탄하며 광경을 주시했다.

저택의 안주인.

낙양제일미. 사도 왕윤의 수양딸.

천하를 대표하는 맹장들을 거느린 시녀장.

오랫동안 천하제일검을 섬겼던 시녀답게 굴지의 다재다능을 자랑했다. 능숙한 솜씨를 자랑한 초선의 모습에 주방의 모든 시녀들이 박수쳤다.

* * *

요리.

청소. 재봉.

여포는 무엇에도 소질이 없는 절망적인 수준이었지만 그럼에도 ‘우수한 시녀’였다.

그것은 바로 본능과 경험으로 배운 방중술이었다.

“아흑! 아아앙!!”

각종 진귀한 식재료들을 아낌없이 사용한 보양식으로 몇 배는 절륜해진 정력이 엄습해왔다.

천하제일검의 천하제일검.

수많은 미녀들을 함락시켰던 양물.

이성휘가 보양식으로 양기를 충전한 저녁에 곧바로 밤시중에 투입된 여포는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터트리면서 허리를 들썩였다.

“주, 주인님…! 주인니임!”

침상에 걸터앉은 미녀의 아름다운 금발이 찬연하게 나부꼈다.

요염하게 달아오른 뺨.

뜨거운 육욕에 물들어버린 눈동자.

축축하게 젖어든 도톰한 입술이 천박한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어머! 어머…!”

“봉선 님을 침소에 들이자마자!”

침소 주변을 배회하면서 엿듣던 시녀들이 황홀경에 휩싸인 표정을 지으면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파앙! 파앙! 파앙! 파앙!!

쉴 새 없이 소리가 들려왔다.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창문 너머의 그림자들이 들썩일 때마다 요란한 교성이 울렸다.

과연 밤시중 1순위.

시녀들은 어르신의 육욕을 모두 받아내는 여포에게 감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요리를 못하고 청소가 서툴면서 재봉에도 이렇다고 할 자질이 없었지만 밤시중만큼은 단연 최고였다.

밤시중은 물론 목욕시중까지 들면서 어르신을 만족시켰기에 시녀들은 그런 여포를 존경했다.

“주인님, 좀 더…! 좀 더엇!! 하윽, 하아악!!”

숨을 헐떡였다.

커다란 폭유를 출렁이면서 허리를 젖혔다.

늘씬하게 뻗은 다리를 벌리면서 주인님을 받아들였다. 기마술에 능한 선봉장답게 허리놀림이 유연했다.

“시녀장께서 총애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나도.”

존경심이 무럭무럭 솟았다.

주인님을 위한 살신성인의 자세.

온몸을 다해 주인님을 만족시키는 여포의 모습에서 시녀로서의 정신을 배웠다.

이것이 바로 진짜 시녀가 아닐까.

저택의 시녀들은 절차탁마의 마음으로 음란한 광경을 응시했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노력이 음란한 교성으로 울릴 때마다 흥분에 찬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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