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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12화 (512/616)

<5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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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이렇게 돈을 많이 썼어?

격렬한 환대를 받으면서 궁중으로 들어선 이성휘는 화려하게 장식된 연등들을 바라보았다.

수천….

아니,

수만 개는 되는 듯했다.

분명 장기간 준비를 했음이 틀림없었다.

장안성에 계속 주둔하면서 귀환을 미뤘으니 개선식을 화려하게 치장할 시간은 충분했을 터.

유협과 조조가 동분서주하며 총력을 기울였을 모습을 상상한 이성휘는 짧은 침음을 내뱉었다.

“하핫! 이왕 이렇게 됐으니까 그냥 받아들여!”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걸이 박장대소를 터트리면서 이성휘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거기장군(車騎將軍) 하후돈.

자신의 남편이자 한나라의 대장군인 이성휘와 함께 궁중에 들어섰다.

전무후무한 전공을 세우고서 돌아온 남편이 자랑스러웠다.

그렇기에 하후돈은 무뚝뚝한 성정의 남편이 호기롭게 환대를 받아들이길 바랐다.

“호화로운 환대는 당연하잖아. 서량을 정벌하고 돌아온 영웅인데. 변방을 헤집었던 마등과 한수를 처치했으니 황실과 조정으로선 얼마나 안도감이 크겠어.”

“조금… 과하지 않습니까.”

“뭐, 그건 그렇지만 말이야.”

이성휘의 말에 하후돈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와락-.

팔을 뻗으면서 이성휘를 껴안았다.

다정하게 팔짱을 낀 하후돈은 머뭇거리는 이성휘를 이끌고서 씩씩하게 궐문을 넘었다.

“아름다우십니다.”

“그, 그래? 하하…. 조금 움직이긴 어려운데.”

수수하게 관복을 입은 이성휘와는 대조적으로 하후돈은 화려한 의복을 걸치고 있었다.

늘씬한 몸매를 드러냈다.

노출은 적었지만 야생마처럼 늘씬하게 뻗은 몸매가 돋보이는 옷이었다.

농염한 꽃봉오리처럼 성숙미가 드러났다.

붉은 머리카락을 고정한 묵색의 비녀와 암사슴처럼 뻗은 새하얀 목덜미가 요염한 매력을 발산했다.

“나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게 됐어. 힘이 되어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열사의 사막에서 악전고투를 치렀을 이성휘를 보필하지 못했던 점이 사무치도록 아쉬웠다.

사랑하는 남편은 사나운 모래폭풍을 돌파하며 서량의 반란군과 사투를 치렀을 터.

그가 악전고투를 치르고 있는 동안에 자신은 평온한 내지에서 군무를 담당했던 것이 미안하기만 했다.

“원양도 바쁘셨잖습니까.”

이성휘가 팔을 당기면서 말했다.

패국의 여걸을 품에 안았다.

숙연한 표정을 지은 하후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씩씩하고 늠름한 여장부에게 어울리지 않는 그늘이다.

그녀를 품에 안으면서 어두운 그늘을 걷어냈다.

“아앗! 선수를 치다니!”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양손으로 치맛자락을 들어올린 채 다가왔다.

이미 선수를 빼앗겼다.

조홍은 다급한 표정을 지으면서 하후돈에게 곁눈질을 보냈다.

그에 하후돈이 어깨를 으쓱였다.

철부지 같은 동생을 대하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러게 빨랐어야지.”

“치장하느라 오래 걸렸다고요! 여자에게 화장은 생명이라고요!”

“나도 여자거든?”

“아, 아무튼…! 서방님의 옆자리는 저예요!”

조홍은 본인의 재력을 자랑하듯 아름다운 보석들로 치장한 의복을 입고 있었다.

대체 얼마를 들였을까.

아름답게 치장한 치맛자락이 은하수처럼 빛났다.

신비롭게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반짝이는 부분들이 달라졌다.

분명 의복 한 벌에 어마어마한 재력을 투자한 것이 틀림없었다.

“자렴.”

이성휘가 손을 내밀었다.

그에 조홍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푸웃-.

손을 맞잡자 수줍은 신음을 흘렸다.

기고만장하던 모습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이성휘의 다정한 모습에 금세 빠져버렸다.

“자자, 네가 쉬운 여자라는 것은 잘 알았으니까 이제 연회장으로 가자.”

“누가 쉬운 여자예요?”

하후돈이 등을 떠밀었다.

그러자 조홍이 샐쭉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 * *

연회장에 들어서자 웅성대던 목소리들이 동시에 잦아들었다.

대장군 이성휘.

거기장군 하후돈. 위장군 조홍.

군부를 대표하는 거두들이 동시에 등장했다.

아름다운 꽃송이를 한아름 안아든 것처럼 경국지색의 미녀들과 함께 이성휘가 들어섰다.

곧이어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연회장을 가로질렀다.

“대장군.”

중년 남성이 관료들을 대표하여 이성휘에게 다가왔다.

광록대부(光祿大夫) 양표.

대명문가 출신의 고관대작이며 대장군부 휘하의 참모인 양수의 아버지였다.

선생님을 대하는 학부형의 모습으로 이성휘를 친히 접견했다.

“그간 적조했습니다. 강녕하셨습니까.”

“물론입니다.”

지금까지 양수에게 많은 도움들을 받았기에 부친인 양표에게 극진히 예를 표했다.

딸을 둔 아버지로서 얼마나 걱정이 많았을까.

심려가 컸겠지.

분명 노심초사하며 소식을 기다렸으리라.

“전장에서 종사중랑의 도움이 컸습니다. 만약 종사중랑이 기민한 계책들을 진언하지 않았다면 어려움을 겪었을 겁니다.”

“과찬이십니다, 대장군.”

실로 낯간지러운 과찬이다.

하지만 듣기 나쁘진 않았다.

낙양을 대표하는 팔불출이었던 양표는 이성휘의 찬사에 어깨를 으쓱이면서 기뻐했다.

“부족한 여식을 가르쳐주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습니다.”

양수는 천하가 자랑하는 천재였지만 안타깝게도 실전경험이 여전히 부족했다.

동승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공적을 세웠음에도 여전히 모자랐다. 그래서 양표는 딸아이가 대장군의 휘하에서 실전경험을 쌓기를 기대했다.

“오! 저기에 죽엽청이…!”

“잠시 용무를 끝내고 올게요.”

연회장에 들어섰던 하후돈과 조홍이 동시에 자리를 비웠다.

흐음.

그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두커니 섰다.

이제 뭘 해야 되지.

사교가 익숙하지 않았기에 이성휘는 당혹감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괜한 기우였다.

하후돈과 조홍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자마자 멀리서 기회를 엿보던 관료들이 이성휘에게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대장군!”

“승전을 경하드립니다!”

천하제일검의 무명을 흠모하던 젊은 관료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

존경. 경외. 경탄.

연회장에 뜨거운 열기가 몰아쳤다.

패국조씨 가문의 실세인 거기장군과 위장군이 자리를 비운 틈을 노린 관료들은 천하를 대표하는 명장에게 말을 거는 가문의 광명을 경험했다.

“열사의 사막을 종군하며 연전연승을 거두시다니… 과연 대장군께선 대단하십니다!”

“저도 군문에 넣어주십시오! 견마지로를 다해 대장군을 섬기겠습니다!”

혈기왕성한 젊은 관료들이 이성휘에게 종군을 자처했다.

전장을 누비고 싶다.

대장군부의 참모들처럼 뛰어난 혜안을 발휘하여 명성을 떨치고 싶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휘하로 영입했던 이성휘였기에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서 천재일우의 기회를 간원했다.

“참으로 주제를 모르는 애송이들이로군. 제 분수도 모르고 달려들다니.”

교활한 환관처럼 메기수염을 기른 사내가 북새통을 이루던 관료들을 밀어내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생면부지였던 중년 사내를 마주했다.

뻔뻔스럽게 보일 정도로 자신만만한 얼굴에서 노련함이 느껴졌다. 조정에 새로 들어온 관료는 아니었다.

“큭!”

“갑자기 여긴 왜…!”

이성휘에게 호소하던 관료들이 슬금슬금 물러섰다.

침음을 토해냈다.

부릅뜬 눈으로 중년 사내를 노려보았다.

관료들의 눈에는 혐오와 모멸이 가득했다.

“대장군, 상서낭중 허유라고 하오.”

중년 사내가 거들먹대듯 예를 취했다.

허유.

사내의 통성명에 두 눈을 크게 떴다.

불청객처럼 난입하여 관료들에게 모멸을 안긴 사내는 원소의 참모였던 인물이었다. 허유을 가만히 응시하던 이성휘는 잠시 상념에 잠겼는지 고개를 숙였다.

“이역만리에서 무명을 떨쳤다는 승전보를 들었소이다. 과연 훌륭하오. 예상대로 대장군께선 난세를 평정할 영웅이시오!”

허유는 이성휘가 서량에서 거둔 승전을 치켜세우면서 아첨을 늘어놓았다.

과연 원소군을 뒤흔들었던 간신답게 혓바닥에 참기름을 바른 것처럼 사탕발림이 제법이었다.

“허유…. 분명 원소의 참모였을 텐데.”

“원소의 대역무도한 만행들을 더 이상 좌시할 수가 없어 결의를 품고 귀순하게 되었소.”

수많은 부정부패를 저지르다가 마침내 발각되어 도망쳐온 것이었음에도 자신을 뻔뻔스럽게 의협심 넘치는 충의지사로 포장했다.

같잖은 말장난이다.

방약무인한 태도에 비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그는 매우 훌륭한 조력자였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원소군의 패망을 바라고 있을 터.

탐욕스럽고 간사한 배신자였지만 쓰임새가 많은 인물이었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맹덕이 허유를 상서낭중에 임명한 건가. 구경을 보좌하는 관직이지만 정작 실권이 없는…. 과연 허영심에 물든 놈에게 잘 어울리는 관직이군.’

조조의 의중을 알아차린 이성휘는 허유에게 악수를 청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방금까지 조홍과 손을 맞잡지 않았던가.

귀여운 아내의 온기가 남아있는 손바닥을 비열하고 교활한 배신자의 손길로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많이 소란스러운데… 잠시 바깥을 걷겠나.”

“그러는 게 좋겠소.”

이성휘가 물었다.

그에 허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군께서 어찌 저런 작자를…!”

“온갖 교활한 참소를 늘어놓을 게 분명하오!”

허유와 동행하는 이성휘의 모습에 관료들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경각심을 보냈다.

그러나 나서진 않았다.

천하제일검이 교활한 모사꾼의 참언에 현혹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시옵니까?”

“…그냥 대충 놀아주는 거 같은데요.”

현장을 주시하던 대장군의 참모들이 술잔을 기울이면서 문답을 주고받았다.

가후. 순유.

그녀들은 매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주군과 이심전심인 관계답게 의중을 정확히 파악했다.

“허유라는 작자도 참 기구하네요. 이용만 당하다가 생을 마감할 팔자라니.”

“자업자득이옵니다.”

실로 살벌한 대화였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참모들에게 있어 토사구팽을 당하게 될 배신자의 말로는 안주만도 못했다.

“차라리 넝쿨처럼 얽힌 주군의 치정문제가 더 재밌겠는데요? 서량에서 새로 시녀도 들이셨잖아요.”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술을 홀짝이면서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서량에서 영입한 시녀.

흥미로운 술안주가 아닐 수 없었다.

밤새도록 술안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할까.

지금까지 우여곡절을 수차례 겪었던 주군의 치정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조카님.”

“푸훕!”

상아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양손으로 술병을 쥔 채 다가왔다.

대장군부의 참모들과 대작하고자 지척에 다가온 순욱은 가벼이 흘려듣기 어려운 내막을 듣게 되었다.

“자세한 설명을 요구해도 될까요?”

꾸욱-.

술병을 꽉 쥐면서 말했다.

진실을 기만하려는 눈치가 보인다면 곧바로 대가리를 깨버리겠다.

대장군을 승리로 이끌었던 조카를 치하하고자 가져온 술병이 육중한 흉기로 돌변했다.

“웃으면서 물어볼 때 답하는 게 좋을 거예요.”

생글생글 웃으면서 목숨을 위협하는 고모의 모습에 순유는 입에 머금은 술을 주륵주륵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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