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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11화 (511/616)

<5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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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병들에게 포상이 내려지는 것은 당연한 불문율이었다.

사력을 다해 싸웠다.

그들에게 합당한 포상은 당연했다.

서량을 호령하던 마등군과 한수군을 멸망시키고 돌아온 장병들은 넓은 농토를 하사받았다. 또한 밭갈이에 필요한 농우와 여러 가축들까지 받게 되었다.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얼. 견마지로를 다했던 강병들에게 당연히 베풀어야 할 포상이 아닌가.”

이성휘의 감사에 조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자상한 사람.

그는 참으로 소탈한 성품이었다.

병사들을 한없이 배려하는 이성휘의 면모에 조조는 진심어린 경애를 느꼈다.

“조금은 사심을 품어도 된다네.”

“사심이라…. 이미 저는 모든 것을 가졌기에 더 이상의 것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의 붉은 눈동자를 응시하면서 장난스레 말했다.

포옹-.

여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모든 것.

분명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리라.

사랑스러운 지아비의 대담한 고백에 철혈의 승상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우읏! 또 장난을…!”

“저는 진심입니다.”

함께 소소한 농담을 나누면서 알록달록한 낙엽들이 쌓인 길목을 거닐었다.

찬바람이 불어왔다.

그럼에도 이성휘와 조조는 담소를 나누면서 낙엽길을 거닐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계속 바랐던 행복이었기에….

찬바람조차 그들의 발걸음을 막을 순 없었다.

“더 아름다워지신 것 같습니다.”

“노, 놀리지 말게….”

백옥처럼 아름다운 얼굴이 아름다운 낙엽처럼 붉어졌다.

아첨이지만 기쁘다.

장난인 줄 알면서도 미소가 지어졌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성휘는 부드러운 손아귀를 맞잡으면서 자신의 체온을 전해주었다.

“보고 싶었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일세.”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진심을 교환했다.

보고 싶었다.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부부에게만 허락되는 실로 낯부끄러운 고백이었다.

“궁궐에서 연회가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무척이나 황송스러운 자리였음에도 정작 연회의 주인공인 이성휘는 꺼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황실과 조정을 대표하는 황제와 공경들과의 연회보다 가족들과의 소소한 행복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후후, 성휘의 심정은 이해하네만… 황제와 공경들에게 개선장군의 얼굴을 비춰줘야 하지 않겠나.”

고마운 말이다.

하지만 불참할 순 없는 일이었다.

황제와 공경들이 연회를 열었다.

서량을 정복하고 귀환한 개성장군이 응당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어야 마땅했다.

“알겠습니다.”

그에 이성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만천하가 서량을 정복하고 돌아온 이성휘를 주시하고 있었다.

패국조씨 가문의 대장군.

황실과 조정을 수호한 천하제일검.

그에게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당연했다.

동탁.

이각. 곽사.

원술.

마등. 한수.

수많은 군벌들이 이성휘에게 쓰러졌다.

강성한 세력과 장졸들을 동원하여 반역을 꾀했음에도 결국 천하제일검의 손에 척살되었다.

결코 넘지 못한 성채가 없었다.

지금까지 멸망시키지 못한 세력들이 없었다.

머지않아 하북을 정벌하리라.

천하제일검이 하북을 정벌하기 위한 군세들을 일으킬 것이라는 풍문이 널리 알려졌다. 서량까지 평정한 조조군이 오랜 숙적인 원소군을 결코 좌시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소녀는 상공이… 무척이나 자랑스럽사옵니다.”

“다행입니다.”

작약꽃처럼 아름다운 분홍빛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인이 수줍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역만리를 정벌한 천하의 효웅을 지아비로 섬기고 있음에 고양감이 벅차올랐다.

어찌 두근대지 않을까.

무척이나 지아비가 자랑스러웠다.

여인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관복으로 갈아입는 이성휘를 옆에서 보필하며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낙양제일미의 자랑스러운 남편이 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부, 부끄럽사옵니다….”

이성휘가 아름다운 눈동자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에 초선은 잘 익은 과일처럼 얼굴을 붉혔다.

자랑스러운 남편.

자랑스러운 아버지.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을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음을 알기에 한없이 고마울 뿐이었다.

“…….”

알콩달콩한 분위기에 끼고 싶었던 걸까,

어머니를 빼닮아 아름다운 용모를 물려받은 유년이 아장아장 걸어왔다.

큼지막한 눈동자.

설산의 눈송이처럼 새하얀 얼굴.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민들레처럼 보드라운 뺨.

천하에서 가장 귀여운 아이가 아닐까.

벌써부터 장래가 기대되는 용모였다.

“현아.”

“아버지.”

이성휘가 양팔을 뻗으면서 낙양제일미의 미색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들을 들어올렸다.

깃털처럼 가볍다.

혹시 검보다도 가볍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안아준 게 언제였더라….

이성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사랑스러운 모자를 바라보았다.

“그간 많이 자랐구나.”

“네에.”

“건강하니 다행이다.”

“…….”

아버지의 말에 이현이 고개를 꾸벅였다.

과묵한 면을 닮은 걸까.

목소리를 듣기 어려울 정도로 말수가 적었다.

하필이면 성격이 나를 닮아버려서….

실로 안타까웠다.

혹시라도 자신처럼 무뚝뚝한 목석이 되어버리진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우려하는 이성휘와는 달리 초선은 지아비의 성격을 빼닮은 아들을 무척이나 예뻐했다. 조용히 고개를 꾸벅이는 모습이 특히 닮았기 때문이었다.

‘앙이는 내 용모를, 현이는 내 성격을 닮은 건가.’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근심이 역력했다.

부디 나를 닮지 않기를 바랐건만.

“계속 격조해서 죄송합니다.”

“황실과 조정을 위한 대사가 아니옵니까? 상공께옵서는 한나라의 대장군이시옵니다. 소녀는 분골쇄신하여 나라를 위해 싸우는 상공이 자랑스럽사옵니다.”

초선이 고개를 내저으면서 밝은 미소를 지었다.

외롭지만 참을 수 있다.

불안을 떨쳐내고 일어설 수 있다.

혼례를 올리기 전부터 각오한 일이기에.

천하제일검의 아내는 꿋꿋하게 웃으면서 당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승상께서 소녀를 많이 염려해주시옵니다. 종종 서한을 보내어 소녀와 현이의 안부를 물어보시옵니다.”

“…그렇습니까?”

“참으로 어질고 자애로운 분이옵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조조가 서한을 이따금씩 보내어 안부를 물어본다는 말에 이성휘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함께 아들을 낳았기 때문일까,

조조는 유일하게 초선에게만 자애를 베풀었다.

-날씨가 꽤 춥다.

-새벽이 유독 쌀쌀하여 고뿔에 걸리기 쉽다.

-바깥을 나설 때는 옷깃을 단단히 여미도록 하라.

초선은 승상부에서 보내온 서한들을 정성스럽게 궤짝에 넣어 보관했다.

언젠가 아량에 보답하기 위함이었다.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모두 상공과 승상 덕분이옵니다.”

아름다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이성휘는 저택을 나설 시간이 되었음을 깨닫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입궐할 시간이다.

유시(酉時)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궁중의 연회에 참석하고자 관복으로 갈아입은 이성휘는 아내와 아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이성휘가 궁중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조금은 쉬어도 좋을 텐데.

초선은 궁중으로 나서려는 지아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쉬움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결코 내색하지 않았다.

경애하는 상공은 남편과 아버지이기 이전에 천하를 대표하는 효웅이었기 때문이다.

* * *

화려한 연등들이 어두운 궁중을 밝히기 시작하면서 성대한 연회가 개최되었다.

감미롭게 울리는 풍악소리.

사치와 향락이 넘쳐흐르는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대장군의 활약을 칭송하기 위함일까.

조정을 보필하는 문무백관들이 모두 입궐하여 정벌을 완수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을 기다렸다.

‘대장군 이성휘…. 비천한 출신 주제에 제법 무략을 자랑하는 모양이군.’

아름다운 등불이 밤하늘을 밝히면 언제나 날벌레들이 사납게 모여들기 마련이다.

상서랑중(尙書郞中) 허유가 그러했다.

환심을 살 절호의 기회다.

연회에 참석하여 주인공인 대장군 이성휘와 친분을 쌓으려 했다.

오랜 벗이었던 조조의 남편이니 상대적으로 친분을 쌓기 수월할 터. 허유의 목적은 이성휘에게 가담하여 하북 정벌의 중임을 맡는 것이었다.

“크흠!”

“저 무뢰한도 참석한 것인가.”

허유와 시선을 마주한 공경들이 노골적으로 혐오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오만하고 경박한 놈.

일말의 망설임 없이 옛 주인을 팔아먹은 놈.

패국조씨 가문을 등에 업고서 출세하려는 목적으로 전(前) 주군이었던 원소를 비난하고 규탄했다.

간에 붙고 쓸개에 붙기를 반복하는 허유의 지조 없는 모습에 많은 공경들이 어울리기를 꺼려했다. 상종하는 것조차 불쾌하게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어디 두고 보자! 기필코 고관대작에 올라 네놈들에게 지금까지 당한 모멸을 되갚아주겠다!’

공경들의 시선에 모멸감을 느낀 허유는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이를 빠득 갈았다.

하북 정벌.

삼공구경(三公九卿)에 오를 절호의 기회였다.

수년 동안 몸을 담았던 세력을 멸망시키기 위한 정벌이었음에도 허유는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여겼다.

‘하북 정벌에서 일등공신이 된다면 결국 아만도 나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테지!’

원소의 심복이었던 허유는 원소군의 기밀들을 훤히 알고 있었다.

병사들의 배치.

업성을 호위하는 성채들의 현황.

전쟁에 대비하여 비축한 군량고의 위치까지.

그렇기에 허유는 강한 확신을 보였다.

견마지로를 다해 보필했던 주군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내던지는 더러운 변절이었음에도 변절의 모사꾼은 당당하게 하북 정벌의 향로(向路)를 자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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