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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10화 (510/616)

<5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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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돌아왔다.

서량을 정벌하고 돌아온 이성휘는 사랑하는 아내의 온기를 통해 평온한 안식을 느꼈다.

얼마나 이 온기가 그리웠던가.

두 눈을 슬며시 뜨면서 그리움을 해소했다.

“성휘… 내가 보고 싶었는가?”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배시시 웃으면서 친애하는 남편에게 물었다.

짓궂은 기색이 역력했다.

여우처럼 앙큼한 미소에 웃음이 지어졌다.

무려 수개월만의 재회였다.

그렇기에 재차 애정을 확인하려 했다.

흑요석처럼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주시하던 이성휘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아만, 한낮에는 당신에게 해를… 한밤에는 당신에게 달을 바치고 싶을 정도로 그리웠습니다. 이역만리를 떨어져 있더라도 해와 달은 같을 테니까요.”

“흐으읏…!”

푸쉬이-!

수증기가 솟구치는 찻주전자처럼 조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무뚝뚝하던 성휘가….

남편의 지고지순한 고백에 한나라의 승상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수줍은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남편이 이렇게 낯간지러운 고백으로 마음을 설레게 했던 적이 있었던가.

마음이 설렜던 경우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음을 전했던 적은 처음이었기에 조조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크흠.”

“어머나….”

장졸들이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시녀들은 얼굴을 붉히면서 황홀경에 물든 낯빛으로 이성휘와 조조를 응시했다.

누가 잉꼬부부 아니랄까봐,

재회하자마자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남편의 타고난 바람기 때문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금슬은 좋았기에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다.

“아으, 아아아…! 그, 그런 부끄러운 말을…!”

히야아악.

얼굴을 붉힌 조조가 귀여운 신음소리를 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낯간지러운 고백을 할 줄이야.

남편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자 짓궂은 농담을 던졌던 조조는 도리어 역으로 당해버리고 말았다.

“혹시 두근대셨습니까?”

“서, 성휘는 여전히 짓궂군!”

이성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장난에 속았다.

뜨거운 난로처럼 얼굴이 달아올랐다.

남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앙증맞은 앙갚음을 했다.

“역시 귀여우십니다.”

“흥!”

이성휘가 손을 뻗으면서 말했다.

그에 조조는 성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남편에 건넨 손길을 거부하진 않았다.

꼬옥-.

재회한 남편과 손을 맞잡았다.

부하들 몰래 연애하던 시절이 떠오르는 듯했다.

“다녀왔습니다, 아만.”

“…어서 오게.”

꼭 하고 싶었던 말.

꼭 전하고 싶었던 대답.

이성휘와 조조는 손을 맞잡으면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저택으로 향했다.

* * *

이역만리로 떠났다가 수개월 만에 돌아왔음에도 궁궐처럼 웅장한 저택은 이전과 그대로였다.

화려하게 장식된 처마.

권세를 자랑하듯 지엄하게 솟은 담벼락.

계절이 바뀌었음에도 달라진 점이 없었다.

굳이 달라진 구석을 꼽아본다면 알록달록하게 물든 낙엽들로 장식된 풍경이었다.

늦봄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광경이 어느샌가 늦가을이 되어 있었다.

“서방님!”

문턱을 넘자마자 흑발의 여인이 달려들었다.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살갑게 짖으면서 달려오는 강아지처럼 그대로 품에 폭 안겼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금방 달려왔어야지!”

서량이 무슨 뒷산 이름인가.

평소와 다름없는 익살스러운 투정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 팔을 뻗어 여인을 껴안았다.

늘씬한 허리를 붙잡자 더욱 품으로 안겨들었다.

“자렴.”

“네, 서방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흑발을 늘어뜨린 아름다운 여인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웃었다.

“제가 없는 동안 수고가 많았습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이성휘의 말에 조홍이 어깨를 으쓱였다.

허도는 아무 일 없이 평온했다.

누가 위장군(衛將軍) 조홍에게 도전하겠는가.

서방님께서 정벌군을 이끌고서 허도를 비운 동안에 허도를 빈틈없이 수비했다. 감히 패국조씨 가문에 도전하려는 불순분자들이 고개를 치켜들지 못하도록.

“자렴을 믿기에 떠날 수 있었습니다.”

“당연하죠. 서방님과 저는 언니의 왼팔과 오른팔이니까.”

기고만장한 자존심의 여걸답게 조홍은 은근슬쩍 본인을 조조군의 오른팔로 치켜세웠다.

평소와 다름없는 그녀였다.

조홍의 발랄한 모습에 이성휘가 실소를 머금었다.

충성심이 투철한 패국조씨 가문의 여걸.

품에 안겨든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맙습니다.”

“네엣….”

충의지심의 용맹과 충성을 겸비한 여장을 진심으로 신뢰했기에 오로지 정벌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허도에 조홍이 있다.

그녀라면 그 어떤 환난들이 들이닥치더라도 무사히 궁궐과 황도를 지켜낼 수 있을 터.

영토를 점령하는 정벌보다도 영토를 지켜내는 수비가 당연히 중요한 법이었다.

신뢰에 보답하듯이 조홍은 중앙군과 친위부대를 동원하여 정벌이 끝날 때까지 궁궐과 황도를 지켜냈다.

“…서방님.”

“자효.”

하얀 눈송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다가왔다.

대장군께서 돌아왔다.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발걸음을 향했다.

냉정하고 침착한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고아한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기쁘다.

뜨거운 환열이 심중에서 울려퍼졌다.

어찌 감정을 숨길 수 있을까.

얼음장처럼 차가운 가면으로도 맹렬하게 계속 요동치는 감정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무사히… 다녀오셨습니까.”

“예, 무사합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노심초사하며 걱정했던 초췌한 마음이 드디어 안도감으로 채워졌다.

무더위가 쏟아지는 악전고투 속에서 멀쩡하게 돌아온 이성휘의 모습에 눈물을 글썽였다.

“아부지!”

“아빠아-!”

이성휘가 눈물을 글썽이는 조인에게 손을 뻗으면서 애처로운 뺨을 보듬고 있었을 때,

도도도도도!!

귀여운 아이들이 달려왔다.

아빠가 돌아왔다는 희소식에 정원을 가로지르는 전력질주를 감행했다.

“도, 도련님!”

“아가씨!”

혹시라도 넘어질까,

시녀들이 다급하게 뒤를 따라왔다.

넘어져서 무릎이라도 까진다면 승상의 노여움을 피할 순 없을 터. 아연실색하며 경악을 토해냈다.

하지만 넘어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성휘가 양팔을 뻗으면서 자녀들을 안아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녀오쎴싸옵니까아, 아부지.”

조앙이 서투른 말투로나마 어른스럽게 인사했다.

그새 훌쩍 자랐다.

아들의 성장에 미소를 지었다.

“아빠아!”

앙증맞은 딸이 억척스러운 목소리를 내지르면서 두 팔을 벌려 다리를 껴안았다.

이역만리로 훌쩍 떠나버렸던 아빠가 다시 자신들을 두고 떠날까 두려웠던 것이리라.

안 놓아줘.

절대 안 놓칠 거야.

입술을 툭 내밀면서 아빠의 정강이를 움켜잡았다.

* * *

서량으로 떠난 정벌군이 허도로 귀환했다.

천하제일검 이성휘.

결국 열사의 사막에서 돌아오고야 말았다.

마등과 한수가 그토록 무참하게 멸망하게 되다니.

원소군의 참모들은 아비규환의 악몽과도 같은 결과에 시름을 토해야만 했다.

“악몽이 돌아왔소.”

“…결국 서량에서 돌아오다니.”

이성휘가 절체절명의 참변을 당하기만을 바라지 않았던가.

학질과 풍토병.

무더운 기후와 열사의 모래폭풍.

탐욕스러운 마적떼와 관서의 군벌들까지.

한나라의 대장군은 목숨을 위협하던 위기들을 마침내 이겨내고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 기적적인 승리에 이성휘를 경외하는 무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성휘의 무도(武道)를 존경하는 자들이 군중에서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네.”

“계속 좌시한다면 사기가 떨어질 것이오.”

반란을 진압하고 외적들을 몰아낸 이성휘의 업적은 한나라를 건국한 삼걸(三傑)에 필적했다.

난세를 평정한 효웅.

황실과 조정을 몇 번이고 구해낸 호걸.

그의 명성이 하북을 뒤흔들고 있었다.

하북을 대표하는 맹장들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웠던 천하제일검의 무명이 다시금 회자되면서 장종들의 사기를 위협했다.

“강제로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소.”

“어떻게든 장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야 합니다.”

봉기와 순심과 머리를 맞대면서 대안을 강구했음에도 마땅한 비책이 나오지 않았다.

천하제일검.

그 자의 무명이 한나라 13주를 흔들고 있었다.

하북을 제패했던 맹장들을 한낱 어린아이로 만들어버릴 정도였다.

“일단… 정로장군을 불러들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침음을 삼키면서 고심을 이어나가던 순심이 어렵사리 미봉책을 꺼내들었다.

정로장군 국의.

삭탈관직의 죄인을 복직시키자는 것이었다.

지금으로선 그 방법 밖에 없다.

북방의 귀신이었던 공손찬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하북의 명장을 불러들여야 했다.

순심의 제안에 참모들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결정을 내리기를 꺼려하는 기색이 얼굴에 역력했다.

“주군께서… 허락하시겠나?”

이윽고 봉기가 입을 열었다.

그의 실책으로 순우경이 사망했다.

순우경이 누구던가?

주군이 가장 신임하는 제일의 충장이었다.

중앙군의 장교로 발탁되었을 때부터 원소의 진가를 알아보고서 따르기 시작했던 순우경은 원로였던 봉기와 허유보다도 오래 섬긴 숙장이기도 했다.

여전히 주군께서는 오랜 벗이자 부하였던 순우경을 사지에 몰아넣은 국의를 원망하고 있을 터.

결코 국의의 복직을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그럼 일단은 전풍 군사와 저수 도독부터 구명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순심이 재차 물었다.

치중종사(治中從事) 심배.

전풍의 오랜 정적이었던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

전략의 실패를 책임지고 관직에서 물러났던 전풍을 복권시키기 위해선 참모장인 심배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오랜 원수지간으로 유명한 심배가 복직을 탄원한다면 주군께서도 분명 받아들이실 터….

전풍의 복직은 심배의 결정에 달린 셈이었다.

“…알겠네. 상소를 써보겠네.”

하북을 위협하는 거대한 악몽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라도 은원(恩怨)을 잊고 전력을 결집해야 할 때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봉착했음을 직감한 심배는 불구대천의 원수를 구명하고자 붓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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