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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04화 (504/616)

<5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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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군부의 참모들은 전술과 군략의 천재였지만 내정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취약했다.

재상(宰相)의 재목.

제갈량의 합류로 취약한 부분이 보완되었다.

부족했던 조각이 채워졌다.

그 말은 완벽(完璧)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했다.

“관서에서 투항해온 잔병들을 군둔(軍屯)에 활용하는 건 어떨까요?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척박한 황무지를 개간하는 작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황무지는 충분하다.

서량의 군벌들에게 짓밟혔던 황무지는 광활할 정도로 넓었다.

군둔에 참가하면 죄를 사면해주겠다.

제갈량은 사면을 조건으로 관서의 잔병들을 끌어들일 것을 이성휘에게 진언했다.

“주인을 잃고 황야를 떠도는 관서의 잔병들은 분명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도적이 되겠죠. 그들을 군둔에 끌어들인다면 치안을 확보할 수도 있을 거예요.”

“좋은 방법이군.”

새로운 분란으로 촉발될 관서의 잔병들을 징발하여 군둔의 노동력으로 활용하자는 제갈량의 계책은 과연 훌륭했다.

과거 연주를 점령했던 조조군도 노동력을 확보하고자 황건적을 동원하지 않았던가.

관중. 관서. 서량.

광활한 황무지들을 모두 개간하기 위해서라도 수십만 명에 달하는 노동력이 필요했다.

“영예로운 주군.”

제갈량의 의견에 경청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던 이성휘에게 잿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다가왔다.

광록훈(光祿勳) 가후였다.

“익주목 유언이 군세를 일으켰사옵니다.”

“유언이?”

가후의 보고에 이성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뜻밖의 급보였다.

놈들이 지금 상황에 군세를 일으키다니.

대규모 정벌군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이 아직 익주에 남아있단 말인가?

“하지만 유언군의 목표는 아군이 아니옵니다.”

익주를 관할하는 유언군이 패권을 도모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북진(北進)할 수밖에 없다.

관중. 관서. 서량.

분명 유언군은 아군의 점령지들을 노릴 터.

험준한 분지(盆地)에 완전히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수차례 정벌군을 일으켰던 촉나라처럼 말이다.

“저들의 목표는 한중군이옵니다.”

“한중군?”

“유언의 부하였던 장로가 반란을 일으켰사옵니다.”

“…장로.”

결국 그렇게 된 건가.

가후의 말에 이성휘가 탄성을 흘렸다.

오두미교(五斗米道)의 교주.

종교를 내세워 한중에서 거병한 야심가.

장남의 죽음에 분개하여 무리하게 정벌군을 일으켰다가 막대한 피해를 떠안았다. 익주를 호령하는 유언군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음을 직감한 장로는 부하들을 이끌고 한중군을 점령했다.

“그럼 익주 방면은 당분간 걱정할 게 없겠군.”

익주 세력은 멸망하는 순간까지도 장로군을 멸망시키지 못했다.

한중은 천혜의 요새였다.

바깥의 군세들을 막기에 매우 용이했다.

게다가 장로에게는 종교의 힘으로 결집시킨 용맹무쌍한 장졸들이 있었다.

유언군은 이제 걱정할 게 없다.

장로라는 내부의 후환을 두게 된 유언은 결코 중원을 도모하지 못하리라. 늙어죽을 때까지 한중군에 계속 발목이 붙잡히겠지.

‘유표도, 유언도…. 모두 무대에서 내려왔다.’

천하의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쟁탈전.

조조. 원소.

두 여걸만이 존재했다.

머지않아 황하를 두고 결전이 벌어질 터.

장로군의 거병은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조조군에게 있어 더없이 좋은 호재였다. 오로지 원소군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뭐야, 이 치녀 같은 여자는….’

은발을 늘어뜨린 소녀가 음란한 복장으로 이성휘를 마주하고 있는 가후를 흘기면서 중얼거렸다.

고운 인상을 찡그렸다.

눈동자를 옆으로 굴리면서 못마땅하게 노려보았다.

저런 복장으로 바깥을 돌아다니다니.

정말 제정신인가?

홍등가에서나 볼 법한 음란한 복장으로 유혹하듯이 눈웃음을 흘리는 모습이 실로 꼴사나웠다.

‘감히 대장군 앞에서 저런 옷차림새라니, 설마 대장군의 첩은 아니겠지…?’

이성휘가 여러 처첩들을 들인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떠올린 제갈량이 아연실색하며 중얼거렸다.

아니,

그럴 리가….

이런 천박한 여자를 대장군께서 애첩으로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

그래. 아닐 거야.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승상께서 정벌을 준비하고 계시옵니다. 응당 영예로우신 주군께서 허도로 귀환하시어 주축을 맡으셔야 하옵니다.”

“그래야겠지.”

정세가 급박하게 요동치고 있다.

하북 정벌.

천하통일의 대업을 결정하는 쇄기.

전쟁의 성패에 앞으로의 향방이 결정될 터.

그렇기에 이성휘는 허도에서 파견된 관료들에게 역할을 위임하고서 허도로 귀환하려 했다.

“양주자사 서막. 옹주자사 포훈. 좌풍익에 제갈현과 우부풍에 위진. 경조윤에는 사마방인가.”

가후에게서 명단을 건네받은 이성휘는 군현을 대표하는 지방관에 임명된 인물들의 이름을 훑었다.

서막. 포훈. 위진.

모두 조조에게 직접 선발된 인재들이다.

우수한 능력과 깊은 충성심을 인정받은 인재들이었기에 초토화된 폐허의 재건을 맡겨볼 만했다.

“제갈현…?”

익숙한 이름이다.

이성휘가 제갈량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그에 은발을 늘어뜨린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승상께서 은공을 베풀어주셨습니다.”

원술군 치하에서 예장군의 태수를 역임했던 제갈현은 조조에게 중용되어 삼보 지역에 파견되었다.

황량하게 초토화된 황무지에서 굶주린 백성들을 다스려야 하는 고된 임무였다. 그럼에도 제갈현은 조조의 하명을 감읍하게 받들었다.

작은 현에서 미관말직만을 역임했던 제갈씨 가문에게 있어 삼보 지역의 지방관은 분에 넘치는 벼슬이었기 때문이다.

“승상부에서 교지가 내려지자마자 숙부께선 쳇바퀴를 도실 정도로 기뻐하셨어요.”

“……?”

중년 남성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쳇바퀴를 빙글빙글 도는 광경을 상상했다.

상상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제갈량의 말이었기에 믿기로 했다.

“음. 역시 경조윤에 사마방 어르신이 중용되셨군.”

일찍부터 고관대작을 역임했던 사마방은 여러 중임을 맡았다가 경조윤에 임명된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조조는 사마방을 경조윤에 재차 중용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리라.

인형처럼 귀여운 소녀를 떠올린 이성휘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 뒤를 제갈량이 졸래졸래 따랐다.

“경조윤에 임명된 고관께서 혹시….”

“중달의 부친이다.”

“……!!”

“많이 놀란 모양이군.”

이성휘의 대답에 제갈량은 대경실색하는 반응을 보였다.

움찔-.

눈에 띌 정도로 어깨를 떨었다.

놀란 토끼처럼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망측한 말투를 지껄여대던 음침한 소녀의 아버지가 숙부의 직속상관에 임명되다니.

사마의를 만날 때마다 날카로운 독설들을 날렸기에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아, 으으….”

당찬 성격의 소녀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에 이성휘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중달과 친구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다만….”

권유하듯 슬쩍 운을 뗐다.

그러자 제갈량은 화들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 * *

대장군 이성휘는 전장에서 활약했던 제장들에게 전공에 합당한 포상을 내려주었다.

공적에 따라 차등을 두어 합당한 포상을 내리는 것은 상관으로서 당연한 일이었기에 이성휘는 지금까지 논공행상을 단 한 번도 소홀하게 했던 적이 없었다.

“흐하핫! 감사합니다, 대장군!”

대장군 직속의 기병부대를 지휘하는 장수였던 후성은 전공을 인정받아 큰 포상을 받게 되었다.

히히히힝──!!

아름다운 백마가 울음을 터트렸다.

아름다운 흰 갈기와 늠름하고 씩씩한 자태.

한혈마로 유명한 대완마들 중에서도 굴지를 자랑하는 명마였다. 여포의 애마인 적토마에 비견될 정도로 후성이 포상으로 받은 백마는 훌륭한 명마였다.

백려(白麗).

관중제장을 호령했던 진서장군 한수의 애마였던 말이었다.

전투에서 대승하여 한수의 명마를 전리품으로 거머쥔 이성휘는 간곡하게 애원했던 후성에게 하사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말은 생전에 본 적이 없다…!”

후성이 크게 감탄하며 백려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깃털처럼 몹시 부드럽다.

거칠기만 할 뿐인 일반 명마들과는 달랐다.

분명 천하제일의 명마가 틀림없었다.

고군분투한 덕분에 원하던 보물을 손아귀에 거머쥐게 된 후성은 천하를 가진 사람처럼 우렁차게 웃음을 터트렸다.

“참으로 말을 좋아하는군.”

“사람보다 말을 더 좋아하는 인사가 아닌가.”

성렴과 송헌이 다가와 명마를 애지중지하던 후성에게 농담하듯 말했다.

백조처럼 아름다운 말이다.

후성이 만사를 제쳐두고서 한수의 애마를 포상으로 달라고 간원할 만했다.

“흐흐, 요염하게 잘빠진 암말이지 않나.”

아름다운 암말의 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요즘 날씨가 매우 쌀쌀했다.

그래서 신혼방을 차리듯이 후끈하게 마구간을 꾸며놓았다.

“헌데 시승(試乘)은 안 해봐도 되겠나?”

성렴이 물었다.

그에 후성이 대답했다.

“군마로 쓰려고 들인 것이 아닐세.”

그럼 뭔데.

성렴과 송헌이 슬쩍 눈치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말을 안 탈 거면 대체 어디에 쓰려고….

설마 단순히 자랑이 목적은 아닐 텐데.

“오늘밤이 참으로 기대되는군.”

“……?”

의미를 알 수 없는 후성의 발언에 의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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