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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97화 (497/616)

<4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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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을 동원하여 이역만리를 원정했던 대장군 이성휘가 마침내 대승을 거두고서 말머리를 돌렸다.

마등과 한수를 토벌했다.

휘하의 군벌들까지 모두 목을 베어냈다.

그리고 중원을 침략하고자 한수와 동맹을 체결했던 강족과 저족, 흉노족까지 모두 진멸하여 한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관중뿐만 아니라… 관서와 서량까지도 정복했다는군!”

“겨우 석 달 만에 말인가!”

전선에 도달하기까지 한 달.

수많은 적수들을 진멸하기까지 두 달.

서량 정벌에 석 달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믿을 수 없는 활약이다.

한나라의 명장인 황보숭조차 달성하지 못했던 서량 정벌을 겨우 석 달 만에 종결시켰다.

대장군(大將軍) 이성휘의 무명이 한나라 13주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대장군 천세!”

“천세! 천세!!”

변방의 반란군과 외적들의 침공으로 도탄지고를 겪어야 했던 삼보 지역의 백성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위풍당당하게 입성하는 장졸들의 모습에 천세를 부르짖으면서 승자의 영광을 칭송했다.

“정벌군이 곧 장안성에 입성한다고 해요.”

집무실에 들어선 조홍이 낭보를 전달했다.

삼보 지역에 도달했다.

지금쯤이면 폐허가 된 장안성에 입성했을 터.

서량에서 대승을 달성한 군세들은 강행군을 반복하면서 귀환을 서둘렀다. 머나먼 타향에서 수많은 난전들을 치르면서 향수병에 휩싸였던 장졸들은 강행군으로 고향에 대한 의지를 표현했다.

“드디어 돌아오는군.”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기대감을 발산하면서 밝은 미소를 지었다.

깍지를 낀 채 몸을 들썩였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웃음을 배시시 흘렸다.

새하얀 뺨에 보조개가 폭 생겨났다.

이역만리로 떠난 남편이 돌아온다.

당장 낙양까지 마중을 나가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지금까지 치렀던 그 어떤 전투보다도 치열했을 거예요. 서량은 난폭한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열사의 사막이잖아요.”

“그래, 그랬겠지….”

엄지로 손아귀를 꾹 짓누르면서 중얼거렸다.

조홍의 말이 맞다.

분명 고단했던 전투였을 것이다.

기후와 풍토가 완전히 정반대인 이역만리에서 악전고투를 치르지 않았는가.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서량은 무더위가 지속되는 죽음의 땅이라고 들었다.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곳. 명장 황보숭도 결국 철수했다고 알려진 변방 중의 변방이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많은 고난들을 겪었을까.

최악의 악조건에서 적들과 싸웠으리라.

조조는 모든 인력들을 총동원하여 용맹한 개선장군을 위한 연회를 마련할 것을 명령했다.

“아부지!”

“아빠!”

먼 길을 떠난 아버지가 돌아온다!

미소를 배시시 흘리면서 기뻐하는 어머니처럼 아이들도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펄쩍 뛰었다.

흑발을 늘어뜨린 유녀가 웃으면서 오라비에게 몸을 기댔다. 또랑또랑한 눈빛의 유년은 여동생을 꼭 안아주면서 기뻐했다.

“아빠 돌아와!”

“응, 아부지 돌아온대.”

귀여운 눈토끼처럼 옹기종기 앉은 모습에 시녀들이 뺨을 붉히면서 후후 웃었다.

순진무구한 아이들답다.

아버지가 온다는 소식에 온몸을 연신 들썩였다.

“경하드립니다, 언니.”

뒤늦게 조인이 찾아와 축하의 말을 보냈다.

승전보가 널리 알려졌다.

허도를 넘어 중원 전역에 알려졌을 터.

지금쯤이면 내실을 다지면서 재기를 준비하는 원소의 귀에도 들어갔으리라.

중원의 정벌군이 관중과 관서, 서량을 제패했다.

힘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조조군이 성장할수록 원소군은 절망적인 국면에 놓이게 되었다.

“본초의 동태는 어떻지?”

“별다른 군사적 행동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업성에서 계속 내실을 다지는 모양입니다.”

조인은 지금까지 관도에 주둔하면서 원소군이 동태를 경계했다.

주력군단들이 모두 서량 정벌에 나섰다.

분명 빈틈을 노릴 터.

그래서 조조는 조인을 관도에 급파했다.

하지만 결국 원소는 움직이지 않았다.

형양에서 당한 완패 때문일까.

서량 세력이 멸망하는 순간까지도 원소군은 업성에서 똬리를 튼 채로 재정비에 매진했다.

“흠.”

위로 승천하기만을 기다리는 이무기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침묵을 이어나가는 원소에게 경각심을 품은 조조는 척후들을 보내어 황하 전선을 수색하도록 지시했다.

* * *

광활한 영토들을 정복한 대장군 이성휘의 활약으로 허도가 크게 들썩였다.

천하가 통일될 날이 머지않았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요원했던 태평성대의 염원이 다시금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시켰다.

난세가 종결되고 치세가 도래하리라.

기적적인 승전보를 접한 허도의 백성들은 이성휘의 무명을 찬양하면서 기대감을 끌어안았다.

“완전히 외통수에 몰렸군, 본초.”

군사동맹을 맺은 서량 세력이 멸망함으로서 원소군은 더더욱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더 이상 원소는 천하를 도모할 수 없을 터.

메기처럼 뾰족하게 수염을 늘어뜨린 남성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자신의 식솔들을 모두 살해한 철천지원수에게 살심을 품었다.

‘네년의 새파랗게 질린 낯짝을 봤어야 했는데. 이렇게 안타까울 데가 있나?’

관복을 입은 중년 사내는 우여곡절 끝에 업성을 탈출하여 조조군에 귀순한 허유였다.

허유.

그는 결국 조조군에 투항했다.

험준하기로 유명한 태행산맥을 횡단하여 중원에 도착한 허유는 원소군의 군사기밀들을 누설하는 조건으로 상서낭중(尙書郞中)에 임명되었다.

‘설마 곧바로 상서낭중에 임명되다니…. 고관대작에 오르는 것도 꿈은 아니다! 아만을 따르기를 잘했군!’

구경(九卿)을 보필하는 관직에 임명된 허유는 한껏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궁궐을 누비고 다녔다.

벗을 잘 둔 덕분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등에 업게 되었다.

호랑이의 위세를 남용하여 으름장을 놓는 여우처럼 허유는 조조와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허도의 사대부와 호족들을 위협하여 재물을 축적했다.

“상서낭중 어르신, 정말 귀순을 잘한 것 같습니다!”

허유와 합심하여 업성을 탈출했던 한순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군부의 교위(校尉)에 임명되었다.

예상치 못한 출세에 헛바람이 들린 모습을 보였다.

모두 어르신을 따른 덕분이다.

원소군의 하급무관에 불과했던 자신이 단숨에 교위에 올랐다. 벼락출세한 한순은 허유를 더욱 의지했다.

“역시 줄을 잘 서야 출세를 하는 법이다.”

“그렇습니다!”

“본초, 그 간악한 년에게 지금까지 매번 괄시를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가 갈리는구나. 반드시 아만을 도와 간악한 년을 무너트리겠다!”

대장군 이성휘의 승전보로 기세등등해진 허유는 하북 정벌의 일등공신이 되겠다며 호언했다.

대세는 조조군에게 넘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전력의 격차는 7대 3.

압도적으로 조조군에 유리했다.

허유는 조조군의 위세에 편승하여 전쟁에서 활약을 거두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어서 아만에게 벗이 왔다고 알리게.”

“예.”

한순을 호위로 대동하고서 승상부에 도착했다.

따로 연통은 넣지 않았다.

막역한 벗을 만나는데 무슨 연통이 필요하다던가.

과연 오만하고 불손한 성정의 인사다웠다.

“승상께서 출입을 허락하셨습니다.”

곧이어 시녀가 조조의 윤허를 전달했다.

큼큼!

역시 불쑥 찾아와도 벗을 반겨주는군.

허유는 공연하게 들뜬 헛기침을 내뱉으면서 궐문을 넘었다.

“무슨 일인가, 자원.”

승상부로 들어서자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맞이했다.

황제를 내세워 제후들을 호령하는 중원의 권력자를 마주한 허유는 원소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자질구레한 언변을 늘어놓았다.

“벗이 보고 싶어서 잠시 무례를 범했네. 어려운 처지에 놓인 벗을 구해주어 참으로 고마우이.”

“신경 쓰지 마라. 너는 내 벗이니.”

“하하핫! 그런 말을 들으니 쑥스럽군.”

조조의 대답에 허유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막역한 벗이 아니었는가.

응당 내가 받아야 마땅한 환대였다.

과거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친밀도를 확인한 허유는 금세 우쭐해진 반응을 보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막역지우를 등에 업었으니 더 이상 천하에 무서울 게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마니.”

종종종-.

마당에서 여동생과 공놀이를 하던 남자아이가 어머니에게 다가왔다.

허유를 보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머니의 손님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인사를 해야 했다.

“안녕하세요.”

“아아! 네가 아만의 아들이로구나!”

어머니를 전혀 닮지 않았음에도 조조의 아들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패국조씨 가문의 후계자.

승상 조조와 대장군 이성휘의 아들.

언젠가 천하통일의 대업을 계승할 2대째.

조조가 애지중지하며 아끼는 후계자를 마주한 허유는 인자한 너털웃음을 흘리면서 허리를 숙였다.

“껄껄, 참으로 명민하게 생겼구나.”

“네에.”

패국조씨 가문의 후계자와 돈독한 관계로 성장한다면 권력의 정점에 설 수 있을 터.

만약 이 아이의 ‘숙부’가 된다면 천하의 권력조차도 거머쥘 수 있으리라.

짧은 찰나에 이익을 계산했다.

과연 부귀영화에 눈이 먼 허유다운 행동이었다.

“네 어머니의 오랜 벗이다. 가끔씩 와서 놀아주마.”

뱃속에 시커먼 탐욕을 숨기고서 인자한 아저씨처럼 밝은 미소로 낯설어하던 아이를 안심시켰다.

손을 뻗었다.

순진무구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에 조앙은 두 눈을 끔뻑끔뻑 뜨면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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