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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91화 (491/616)

<49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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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은 진시황이 축조를 시작하여 무려 4백 년이 넘도록 확장과 보수가 이루어진 성곽이다.

흉노와 한나라의 영역을 구분하고자 축조된 성곽은 양대 세력에게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침략. 약탈. 정벌. 원정.

만리장성을 사이에 두고 수많은 전쟁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어느 세력에게 만리장성의 주도권이 있느냐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되었기에 북방과 중원은 어떻게든 영역을 구분하는 경계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물러서지 마라!”

“도망치는 놈은 내 손에 죽을 것이다!”

부족을 거느린 두령들이 병장기를 번쩍 치켜들면서 소리쳤다.

배후에 장성을 두고 있다.

그 말은 즉 퇴로가 막혔다는 뜻이었다.

연전연패를 당했던 저족과 흉노족 군세들은 사기가 바닥을 치는 상황이었다. 전혀 뜻하지 않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군중이 크게 술렁였다.

“속수무책으로 장성까지 내몰리다니…!”

“장졸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이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형님!”

부건, 부쌍 형제가 침음을 삼키면서 말했다.

주인의 감정을 헤아린 것일까.

군마가 콧김을 내뿜으면서 몸을 연신 들썩였다.

“처음부터 우리들을 궁지에 내몰 작정이었군.”

삼면으로 포위망을 형성하는 조조군을 바라보던 양천만이 불쾌감에 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감히 자신들을 사냥감처럼 궁지에 몰아세운 한나라의 교활한 작태에 증오를 치밀었다.

“그 오만함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

지금 군세들은 배수진을 펼쳐든 형세처럼 퇴각로가 막힌 상태였다.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무수히 많은 대군을 쓰러트리는 것뿐이다.

거대한 대검을 치켜든 양천만은 일당백의 전사들과 함께 선두를 지켰다. 전장에서 용전을 발휘하여 바닥까지 곤두박질친 사기를 고무시키기 위함이었다.

“왕을 따르라!”

“장액의 전사들은 왕을 따르겠소!”

양천만의 용맹에 감화된 수많은 전사들이 자발적으로 앞장섰다.

장액(張掖). 서군(西郡). 주천(酒泉).

삼군의 전사들이 응집되어 양천만에게 집결했다.

절망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결코 전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서융(西戎)의 용맹이 느껴졌다.

“놈들의 대장기가 움직였습니다! 분명 대장군의 대장기입니다!”

적의 총대장이 움직였다.

선두에서 펄럭이는 대장군의 대장기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직접 대장군이 나서려는 것이다.

그것을 확인한 양천만은 굳게 칼자루를 쥐었다.

한나라의 병권을 관장하는 우두머리와 직접 창검을 겨루게 되었음에 고양감이 벅차올랐다. 두려움보다도 뜨거운 환열이 온몸을 지배했다.

‘오냐! 네놈과 명운을 걸고 사생결단을 내주마!’

분명 놈도 그것을 원하고 있을 터.

대장군 이성휘.

그 자의 무명은 익히 들어오고 있었다.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

칼 한 자루로 드넓은 중원을 평정한 영웅이다.

이성휘의 무명을 은연중에 흠모하고 있었기에 양천만은 명예로운 결투를 고대했다. 당당하게 그 무명을 꺾어버리겠다며 결연한 맹세를 품었다.

“기수들이 움직였소이다! 곧 공격하려는 게요!”

강단이 소리쳤다.

그에 양천만은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중원의 병마들이 움직였다.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한 아군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려는 것이리라.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오랑캐들을 쳐라!”

“장성을 넘어온 서융과 북적 놈들을 모조리 추살하라!”

진격이 시작되었다.

중원의 기마군단이 움직였다.

수많은 기마들이 거대한 해일처럼 흙먼지를 나부끼면서 광활한 벌판을 가로질렀다.

대장군 이성휘가 직접 지휘하는 근위기병들이 거대한 전쟁의 성패를 결정지을 접전을 알렸다. 조조군의 공격에 양천만의 군세들은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싸움에 임했다.

* * *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전투가 시작되었다.

내리쬐는 강렬한 햇볕.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벌판.

두터운 마갑으로 무장한 기마들이 사나운 울음소리를 토해내면서 저족 군세에게 달려들었다.

“대장군을 따르라!”

“와라! 비천한 오랑캐 놈들아!”

거대한 노도가 몰아치듯이 들이닥친 기마군단의 공세는 선두를 가로막는 장해물들을 용납지 않았다.

중원 기마군단의 진격을 저지하고자 저족 기병들이 투입되었다. 중원 군단의 공세에 역공을 선택한 것이다.

“미, 밀려온다!”

“창을 들어라! 어서 방진을… 크하악!!”

그러나 모두 백전연마의 정예로 편성된 기마군단의 진격을 저족 세력이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전사들의 용맹은 거친 말발굽에 짓밟히고 말았다.

콰직-!

꽈드윽! 꽈드드득!!

말발굽에 뼈가 바스러졌다.

병사들의 비명소리는 단숨에 파묻히고 말았다.

광활한 황야를 단숨에 뒤덮어버린 기마군단의 진격이 전장을 초토화시켰다. 기병들이 휩쓴 현장에는 병장기의 잔해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어육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적장의 대장기다!!”

날카로운 창끝을 치켜들면서 전열을 사수하던 저족 병사가 소리쳤다.

군기가 펄럭였다.

대장군 이성휘의 대장기가 분명했다.

적의 총대장이 오고 있는 것이다!

살육과 비명소리만이 난무하는 혼전 속에서 대장기를 포착한 병사는 즉시 위험을 알렸다.

“으, 으아악!!”

그러나 위기를 알리려던 병사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내리치는 검에 묻히고 말았다.

적진으로 돌격을 감행하자마자 앞을 가로막던 적병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과감하게 적의 진형으로 달려든 이성휘는 재차 검격을 휘둘렀다.

“한나라의 대장군이다!”

“적장이 쳐들어왔다! 휘하 장졸들은 모두 적장에게 응전하라!”

신출귀몰한 검술에 방어선이 무너졌다.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단 말인가.

담대하던 전사들이 일방적으로 도륙을 당하는 광경에 저족 군세는 절망적인 공황에 휩싸였다.

“절영.”

이성휘가 군마에 박차를 가했다.

그 순간,

검은 갈기를 가진 흑마가 높게 뛰어올랐다.

쩌어어어어어엉───!!!

허공으로 도약한 이성휘가 경악을 토해내는 적들을 향해 무거운 검격을 내리찍었다.

괴력난신의 힘에 휩쓸린 병사들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충격에 삼켜졌다.

그저 살육만이 존재했다.

단기필마로 달려든 천하제일검은 악귀처럼 검을 휘두르면서 핏물의 융단을 만들어냈다.

“천하제일검…!”

“저런 괴물이 중원에 있다니!”

중원은 나약한 오합지졸들이 준동하는 지역이었다.

저족과 흉노족에게 있어 한나라는 병마들을 이끌고 침략하면 머리를 조아리면서 굴종하는 필부와 겁쟁이들 밖에 없는 무리들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째서,

저런 괴물이 한나라에 존재한단 말인가…?

맹수처럼 달려들어 수십 명을 도륙해버리는 초인적인 위용을 뽐냈다. 그 검기는 가히 신예에 가까웠다.

“네놈이 바로 천하제일검이렷다!!”

병마들을 이끌고 정면돌파를 계속 이어나가던 이성휘를 향해 7척의 거인이 달려왔다.

뜨거운 콧김을 뿜어내는 대완마를 타고서 달려오는 거인의 모습이 피에 굶주린 불곰을 연상하게 했다.

“천만! 네놈의 목을 가져가겠다!”

“잡졸들은 썩 꺼져라!”

총대장의 수급을 거머쥐고자 측면을 노렸던 무관들이 대검에 썰려나갔다.

썩은 고목을 바스러진 듯했다.

달려들었던 무관들이 모두 일도양단의 검격에 휩쓸렸다.

눈앞에서 부하들이 쓸려나가는 광경을 목격한 이성휘는 양천만이 바라는 대로 정면에서 달려들었다. 그에 양천만은 이를 드러내면서 칼자루를 잡았다.

“이 자리에서 명맥을 끊어주마!!”

서융의 우두머리가 달려들었다.

육중한 전차가 달려드는 것처럼 거세게 몰아쳤다.

과연 저족의 왕이다.

사나운 위압감이 온몸에서 발산되고 있었다.

“네놈이 우두머리로군.”

“그렇다! 내가 바로 저족의 왕이다!!”

하지만 상대는 수많은 무인들을 황천으로 떨어트린 천하제일검이다.

차앙!! 카가가각──!!

검과 검이 부딪쳤다.

금속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공방이 펼쳐졌다.

혼신의 힘을 휘둘렀음에도 태연하게 받아치는 이성휘의 모습에 양천만은 이를 드러냈다. 드디어 호각을 이룰 적수를 만났음이 기뻤기 때문이다.

“흐하하핫! 중원의 무인치고는 제법이군!! 계속해서 내 공격을 막아내다니!!”

양천만이 광소를 터트리면서 대검을 연속해서 휘둘러댔다.

쩌엉! 쩌엉! 쩌엉!!

벼락이 내리치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태산처럼 우악스러운 거인이 난폭하게 발호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조조군은 두려움을 내비쳤다. 계속 이어지는 거인의 쇄도에 이성휘가 당장이라도 꺾여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식하게 힘만 센 놈이었군.”

“뭐라고?”

이성휘가 무거운 한숨을 내뱉으면서 말했다.

“산송장이란 뜻이다.”

타악-.

칼자루를 역수로 쥐었다.

그와 동시에 거인의 목덜미를 쳤다.

날카로운 칼끝이 빗물처럼 미끄러지면서 거인의 두터운 목을 갈랐다. 그루터기처럼 두터운 목에 혈선이 생겨남과 동시에 피분수가 울컥울컥 쏟아졌다.

“커… 커허억…!!”

양천만이 고개를 숙이면서 피를 토했다.

타앙-.

무거운 대검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살가죽과 근육이 단단하여 단칼에 목을 떨어트리지 못했다. 그러나 전투불능의 치명상을 입게 된 양천만은 무릎을 꿇은 채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검은 이렇게 쓰는 거다.”

이성휘가 대검의 칼자루를 쥐었다.

장정 다섯 명이 달려들어야 겨우 들어올릴 수 있는 거인의 대검을 한손으로 번쩍 들어올렸다.

저족의 왕에게 칼끝을 겨눴다.

칼자루를 휘두르면서 거인의 몸을 양단해버렸다.

푸화아아아악───!!!

서융의 거인을 베었다.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리까지.

우악스러운 거구를 사선으로 베어 절단했다.

거인의 핏물을 뒤집어쓴 천하제일검의 모습을 목격한 무관들은 경외를 담아 소리쳤다.

“과연 대단한 무예이십니다!”

“천하제일검…! 그야말로 천하제일입니다!!”

무관들로부터 열렬한 응원을 받은 이성휘는 경직된 표정을 지으면서 검을 들어올렸다.

방심할 순 없다.

아직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이성휘는 결코 전투 도중에 경계를 놓았던 적이 없었다.

“감히 네놈이 저왕을!”

“네놈을 죽여 저왕의 원수를 갚겠다!”

부건, 부쌍 형제가 창을 휘두르면서 달려들었다.

양천만을 보필했던 부건과 부쌍은 이성휘를 단칼에 죽일 기세로 배후를 급습했다.

찰나에 벌어진 급습이었기에 이성휘를 호위하던 무관들은 제때 반응하지 못했다.

“경계를 놓지 마라.”

이성휘가 무관들을 응시하면서 등을 돌렸다.

그 순간,

맹렬하게 질주하던 부건과 부쌍은 전력으로 질주하던 군마와 함께 허공으로 비산했다.

“커헉!”

히이이이이이잉──!!!

한나라의 대장군을 도모하려던 저족의 장수들이 타고 있던 군마와 함께 썰려나갔다.

마인참(馬人斬).

말과 사람을 통째로 베어내는 필살의 칼날.

천하제일검은 서융의 거인에 이어 배후를 급습했던 적장들마저 순식간에 도륙하면서 시체를 쌓아냈다.

“어서 움직여라.”

“예…, 예!!”

반석처럼 뻣뻣하게 굳었던 무관들은 이성휘가 명령을 내린 다음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는지 얼빠진 모습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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