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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87화 (487/616)

<4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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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과 서역의 세력들을 끌어들이는 과감한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한수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저족과 흉노,

강성해진 늑대들을 마당 안으로 불러들였다.

수만의 강대한 군세를 자랑하는 양천만과 호주천이 배신할까 두려웠던 한수는 그들에게 향락을 제공하면서 환심을 사기 바빴다.

“흐하하핫!”

“먼저 붙잡는 놈이 임자다!”

저족과 흉노족의 기병들이 시가지를 질주했다.

광소를 터트렸다.

말에 박차를 가하면서 백성들을 뒤쫓았다.

탐욕스러운 광기를 발산하는 모습이 실로 난폭하기 짝이 없었다.

“휴, 흉노다!”

“오랑캐들이 몰려온다!”

강행군으로 크게 지친 병마들을 위무하고자 한수는 이민족들에게 약탈을 허락했다.

저족과 흉노의 도움이 절실했기에 한수군과 관중제장 세력은 무위군의 백성들을 먹잇감으로 팔아넘기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참변이 도시 곳곳에서 펼쳐졌다.

저족과 흉노 병사들은 시가지를 불태우고 아녀자를 납치하는 등의 패악질을 일삼았다.

“아악!”

“흐하하! 한족 계집은 역시 절색이로군!”

저족과 흉노의 동맹군은 부족을 대표하는 두령들의 연합이었기 때문에 군율이 가벼울 수밖에 없었다.

살인. 약탈. 강간. 방화.

변방의 이민족이 무위군에 입성하자마자 온갖 참혹한 악행들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한수는 무위군 백성들의 비명소리를 외면한 채 침묵할 뿐이었다.

‘마등을 따르던 무위군 백성들을 담보로 저족과 흉노족의 환심을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테지. 어차피 조조군을 몰아내면 다시 관서와 관중을 내 손에 거머쥘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을 배척하고 마등을 추종했던 무위군 백성들에게 항상 앙심을 품고 있었다.

마등군을 멸망시키고 세력을 흡수한 한수는 곧바로 치졸한 앙갚음을 벌였다. 저족과 흉노와의 연합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망발을 내세우면서.

“흥국왕(興國王)이 죽었다고 하오!”

약탈과 향락을 즐기던 두령들에게 날벼락과도 같은 비보가 날아들었다.

철추(鐵椎)의 명수였던 아귀가 죽었다.

그것도,

적장에게 단칼에 죽었다고 한다.

담대한 용력으로 저족 전사들로부터 경외를 받았던 아귀가 죽었다는 소식에 분위기가 급속도로 내려앉았다.

“그, 그게 정말인가?!”

음평군(陰平郡)의 두령, 강단이 놀라 소리쳤다.

다른 두령들도 마찬가지였다.

술잔을 내려놓고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체 어떤 놈인가!”

“흥국왕이 단칼에 죽다니…!”

수많은 부곡들을 거느린 부건, 부쌍 형제도 황망한 기색을 담아 소리쳤다.

차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약해빠진 중원 놈들은 아군의 맹공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칠 뿐이라며 확신하던 두령들이었기에 그 두려움은 더욱 짙고 무거웠다.

“마초…! 서량의 금마초입니다! 서량의 금마초가 놈들에게 가세했습니다!”

주군이 참살되는 광경을 목격하고서 돌아온 저족의 전사가 소리쳤다.

마초.

서량의 금마초에게 죽었다.

일기당천을 상징하는 양주 제일의 맹장이 조조군의 객장으로 있다.

변방의 반란과 침공들을 저지하여 서량을 지켜냈던 마초의 무명은 서역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렇기에 강족과 저족 두령들은 마초가 중원 놈에게 가세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대경실색을 금치 못했다.

“서량의 금마초가 살아있다니!”

“마씨 일족은 모두 죽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독한 모래폭풍을 돌파하여 강족과 저족의 군세를 섬멸했던 양주 제일의 맹장.

마등군이 멸망하고 마씨 일가가 멸족했음에도 여전히 서량의 금마초는 건재했다.

아니,

이전보다 더욱 사나워졌겠지.

절치부심하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 테니.

“서역의 용맹한 전사라는 자들이 실로 꼴사납군.”

혼비백산하여 경악을 토해내는 두령들의 모습에 코웃음을 친 거구의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험준한 태산처럼 우악스러운 거구를 자랑하는 사내가 일어서자 두령들이 입을 다물었다. 혹시라도 불호령이 떨어질까 서로 눈치를 보기 바빴다.

“놈들을 모조리 도륙하고 중원을 짓밟겠다!”

“물론입니다, 숙부님.”

남흉노의 선우였던 호주천이 웅대한 야망을 호언하면서 주먹을 쥐었다.

중원을 정복하여 흉노의 나라를 세우겠다.

오만방자한 한족들을 모두 노예로 삼을 것이다.

숙부의 호언에 조카 유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

좌우에 수많은 두령들을 거느린 양천만과 호주천이 의기투합하며 사기를 고취시키고 있었을 때,

성공영이 한수에게 다가왔다.

“대장군 이성휘가 주군에게 선전포고를 보내왔습니다.”

기고만장하여 쳐들어온 저족의 두령을 참살한 조조군은 여세를 몰아 한수에게 선전포고를 던졌다.

명일결전(明日決戰).

내일 벌판으로 나와 끝장을 보자.

실로 명쾌하고 오만한 포고였다.

반란군의 진압과 외적들의 토벌을 통할하는 대장군에게서 날아든 선전포고였다. 두려운 마음을 차마 숨길 수 없었던 한수는 양천만과 호주천을 의지하려 했다.

* * *

관서와 관중을 정복했던 중원의 7만 대군이 무위군에 이르렀다.

대장군(大將軍) 이성휘.

중원을 제패했던 천하제일검이 중심에 섰다.

천하무쌍 여포를 선봉장으로 내세운 조조군은 철옹성처럼 견고한 위용을 자랑하면서 드넓게 펼쳐진 황야를 가득 메웠다.

“아가씨, 한수의 깃발이 보입니다.”

“응.”

바람에 나부끼는 한수군의 군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관중제장 세력을 거느린 한수군은 저족과 흉노족의 엄호를 받으면서 중심을 지키고 있었다.

분명 저기에 있을 터.

맹렬한 복수심에 불타는 눈빛으로 펄럭이는 군기들을 노려보았다.

병장기를 움켜쥔 마초는 당장이라도 적진으로 달려들 것처럼 흉흉한 기세를 발산했다.

“전군 정렬!”

아름다운 금발을 늘어뜨린 여장부가 사나운 사자후를 내지르면서 장졸들을 호령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전투를 치르게 되었음에도 천하무쌍을 따르는 선봉은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사막도 우리들을 막진 못한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적들을 모두 도륙할 뿐이다.

천하무쌍처럼 담대한 선봉의 장졸들은 병장기를 움켜쥔 채 전열을 지켰다.

‘중원을 제패한 강병들의 힘인가. 기마군단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다니.’

거센 모래바람에도 꿋꿋이 버텨내는 바위처럼 조조군은 담대하고 용감했다.

용감무쌍한 정예병의 모습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흐하하핫!”

“각오해라, 중원 놈들아!”

소용돌이가 몰아치듯 화려한 장신구들로 온몸을 치장한 흉노족 기병들이 벌떼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선우(單于) 호주천의 심복들,

북방을 장악한 남흉노(南匈奴)의 두령들이었다.

만리장성을 매번 넘나들면서 하북과 서량을 약탈했던 남흉노의 두령들이 검을 뽑아들면서 위협해왔다.

“고각을 불어라!”

좌현왕(左賢王) 유표가 소리쳤다.

이윽고 웅장한 고각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두웅!! 두웅!! 두웅!! 두웅!!

날랜 기동력을 발휘하면서 전장을 선회하던 흉노족 기병들이 전열을 갖추면서 정지했다.

고각소리에 한껏 고양된 흉노족 병사들이 병장기를 내세웠다. 빠르게 달려들어 병장기를 내지를 것 같은 모습에 조조군은 조용히 역공을 준비했다.

“북방의 형제들이여! 오만방자한 중원 놈들의 주검으로 사막을 뒤덮어버리자!!”

남흉노의 좌현왕이 총공세를 명령했다.

중원 놈들을 도륙하라.

우리들을 깔보고 유린했던 중원을 짓밟으라.

한나라가 혼란기에 빠진 동안에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강성한 힘을 추구해온 흉노족은 중원을 향한 증오를 드러내면서 말에 박차를 가했다.

“중원을 무찌르자!”

“초원의 용맹한 선우를 위하여!!”

수만 기에 이르는 기마군단이 요동쳤다.

지축이 뒤흔들렸다.

짙은 흙먼지와 함께 질주가 시작되었다.

그에 조조군은 곧바로 흉노족을 향해 반격을 개시했다.

“한나라 만세!”

“대장군의 이름으로 오랑캐들을 쳐라!”

대담하게도 조조군은 맹렬한 돌격을 감행한 흉노족에 맞서 역공세를 선택했다.

흉노족의 기병들이 움직임과 동시에 조조군도 기병부대를 앞세우면서 달려들었다.

“와라! 오랑캐들아!”

“중원 놈들, 그 면상을 짓밟아주겠다!”

전력으로 질주한 양군의 기병들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서로에게 부딪쳤다.

꽈앙─!

투화아앙─! 꽈직!!

정면으로 부딪친 군마들이 모래주머니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나가떨어졌다.

정면으로 계속 질주했던 결과였다.

한나라와 흉노족 기병들은 우직하게 명령을 수행했다. 그 결과는 실로 처참했음에도 말이다.

“커헉!”

“크아아악!!”

사정없이 부딪쳤던 군마들이 머리가 박살나고 허리가 기이하게 꺾인 채 내동댕이쳐졌다.

또한 위에 올라타고 있던 기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살아남은 자는 극소수,

충파에 동원된 기병들이 모두 바닥을 나뒹굴었다.

수만에 이르는 기마군단들의 충돌로 한꺼번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알력싸움에 결코 밀릴 수 없었던 양군은 계속 병력을 투입하면서 격렬한 투쟁을 이어나갔다.

“물러서지 마라! 계속 진군하라!”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시산혈해가 펼쳐졌을 때,

병장기를 치켜든 마초가 갈색 머리카락을 나부끼면서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흉노족 병사들이 응전해왔다.

그러나 서량의 금마초는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양측을 마대와 방덕이 지켜주고 있다.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날카로운 창검들이 위협을 가해왔음에도 양주 제일의 맹장은 그저 대장군이 내린 사명만을 떠올렸다.

‘한수, 네놈을 죽이기 전까진 절대 죽을 수 없다!’

양손으로 창격을 내지르면서 선두를 가로막고 있던 흉노족을 찢어발겼다.

쩌어억──!!

깊은 혈선과 함께 길이 열렸다.

장해물들을 양단하며 공격로를 열어젖힌 마초는 마대와 방덕의 보필을 받으면서 나아갔다.

“한수───!!! 지금부터 네놈을 죽이러 가겠다!!”

피칠갑을 한 여인이 두 눈을 부릅뜨면서 가문과 혈육들을 진멸하고 몰살했던 불구대천의 원수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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