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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80화 (480/616)

<4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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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조조군이 한양군과 안정군을 정복했다.

관서(關西)가 무너졌다.

유언군의 맹공에도 끝내 버텨냈던 군현들이 조조군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참살된 마적들의 수급을 한수군에게 보내면서 기염을 토해냈던 조조군은 관중제장 세력에게 선전포고를 가하듯이 한양군과 안정군의 호족들을 숙청했다.

“사, 살려주시오!”

“이제부터 황실과 조정을 따르겠소이다…!”

처형대에 오른 호족들이 소리쳤다.

그러나 간절한 호소는 통하지 않았다.

촤악-!

핏물이 흩뿌려졌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머리통이 나뒹굴었다.

“천하를 어지럽힌 반란군을 지원했던 놈들이다! 모조리 목을 베어 창대에 매달아라!”

성렴이 고함을 내질렀다.

한수군과 관중제장과 지원하면서 제 잇속을 불렸던 호족들이야말로 죽어 마땅한 대역죄인이리라.

또한 호족들은 마적 세력과도 연관이 있었다.

물자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마적들이 노략한 약탈품을 거머쥐었다. 난세에 편승하여 거병한 마적들이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호족들의 지원 때문이었다.

“이제 관중제장 세력이 준동할 것이옵니다.”

간교한 모략가인 한수가 얄팍한 꾀에 걸려들 리 없었다.

그러나 관중제장은 다르다.

무식하고 용렬한 성정의 군벌들은 분기탱천하여 군세를 움직일 게 분명했다.

잿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음흉함을 머금은 조소를 흘렸다.

“한수가 관중제장 세력을 저지하더라도 상관없사옵니다. 한양군과 안정군을 잃은 분노가 한수에게 향할 터이니 말이옵니다.”

쿡쿡쿡-.

가후가 새하얀 이를 드러냈다.

무도군의 암여우는 서량의 모략가를 아득히 능가하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상대하듯이 여유롭게 심리전에서 우세를 점했다.

수읽기. 수싸움.

한수는 무엇 하나 가후를 이길 수 없었다.

“결국 서량 연합군은 자멸할 것이옵니다.”

배신으로 흥한 자,

결국 배신으로 몰락하리라.

본인이 추대했던 맹주들을 연이어 배신하면서 성장해온 한수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저갱처럼 깊은 의심암귀에 빠져들겠지.

그것이 바로 가후가 노리는 바였다.

“모략을 다루는 책사들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검려지기(黔驢之技)…, 제 꾀에 제가 넘어가버리는 것이옵니다.”

이미 가후는 세작들을 파견하여 관중제장이 한수를 배신하도록 종용하고 있었다.

낚싯대를 던졌다.

슬슬 물고기들이 입질을 해올 터.

설령 그들이 종용을 뿌리치더라도 상관없었다.

한수를 의심암귀에 빠트리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이니 말이다.

“대장군!”

이성휘가 군막에서 가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었을 때,

금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다가왔다.

종사중랑(從事中郞) 양수였다.

다급한 소식을 입수했는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마등을 살해한 한수가 무위군을 습격하여 마씨 가문을 모두 멸족시켰습니다! 무위군 주변을 지나던 상단으로부터 들은 정보입니다.”

“결국 그렇게 되었사옵니까.”

대경실색한 양수의 반응과는 달리 가후는 태연하기만 했다.

예상하고 있었다.

분명 후환을 두려워하여 학살을 저질렀겠지.

의심의 씨앗들이 서량 전역이 흩뿌려졌다.

머지않아 의심의 씨앗들은 우거진 넝쿨로 성장하여 한수의 목을 옭아맬 것이었다.

“그럼 마초는 어떻게 됐지?”

이성휘가 물었다.

그에 양수가 난색을 보였다.

“아, 아직… 마초는 생사가 불명입니다.”

패잔병들을 이끌고 함양을 탈출했던 마초의 행적이 완전히 끊어졌다.

연이어 척후들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초는 오리무중인 상태였다.

부친과 종친들이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까.

이성휘는 고개를 숙이면서 잠시 심사숙고에 빠져들었다.

“한수와 관중제장 세력을 대적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지만 서량의 금마초를 등한시할 순 없다. 척후들을 계속 파견하여 마초의 동태를 파악해라.”

“네!”

이성휘의 명령에 양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량의 금마초,

그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장수였다.

구강왕(九江王) 영포에 필적하는 맹장이 아닌가.

가족과 세력을 모두 잃은 고립무원의 패장이더라도 일기당천에 이른 맹위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성휘는 한수와 관중제장처럼 마초를 계속 경계했다.

‘분명 한수와 관중제장 세력도 척후들을 계속 동원하여 마초를 찾고 있을 터.’

어쩌면 이미 마초는 한수와 관중제장에게 추살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성휘는 마초가 살아있다고 확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확신은 없다.

그저 직감일 뿐이다.

서량 제일의 맹장이 허무하게 죽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맴돌고 있었다.

“대장군! 대장군!!”

양수와 가후의 시선을 받으면서 심사숙고를 거듭하던 이성휘에게 급박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조성,

척후들을 지휘하던 장수의 목소리였다.

“드디어 마초를 발견했습니다! 척후대가 마초와 잔당들을 포위했습니다!”

“……!”

이성휘가 두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가후와 양수가 놀란 반응을 보였다.

서량의 금마초를 포착했다.

척후로부터 급보가 날아들자마자 이성휘는 검을 챙겨들고서 군막을 나섰다.

“주, 주인님?!”

“근위대는 어서 뒤를 따르라!”

여포와 장료가 급히 이성휘를 따라 움직였다.

* * *

휘이이이익──!!!

날카로운 호각이 지천에 울렸다.

사방에서 척후들이 몰려들었다.

풀숲을 횡단하던 마초와 마등군의 잔당들은 순식간에 조조군에 포위당했다.

“마초!”

“너는 포위됐다! 무기를 버려라!”

풀숲을 헤치면서 등장한 척후병들이 활을 겨누면서 마초에게 경고했다.

움직이면 쏘겠다.

날카로운 화살들이 마초를 향했다.

병장기를 움켜쥔 마초는 밀물처럼 몰려드는 척후병들을 바라보면서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누님…!”

마대가 칼자루를 쥐었다.

선두에서 나아가던 방덕도 창을 치켜들면서 조조군의 척후병들을 경계했다.

“움직이지 마라!”

“큭! 서량의 졸개 놈들…!”

날카로운 칼끝을 겨눈 척후병들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잠시 뒷걸음질 쳤다.

일기당천의 맹위를 자랑하는 맹장을 대적하기 위해선 상당한 담력이 필요했다. 어깨를 바들바들 떨면서 어서 지원군이 도착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마초가 움직이면 우린 다 죽는다…!’

‘젠장, 어서 본영에서 병력을 보내야 할 텐데!’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마등군의 패잔병들은 불과 10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두렵다.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두려웠다.

마치 두 눈을 사납게 번뜩이는 거대한 호랑이를 마주한 듯한 위압감이 가해졌다.

뒤이어 가세한 무관들도 마찬가지였는지 검을 움켜쥔 팔이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마초!!”

회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성이 성난 고함소리를 내지르면서 달려들었다.

재전(再戰)을 계속 기다린 걸까,

마초가 출현했다는 소식에 곧장 현장에 난입했다.

날카로운 창끝이 번뜩임과 동시에 마초는 병장기를 휘두르면서 공세에 맞섰다.

쩌어어엉──!!!

금속의 포효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거센 돌개바람이 일었다.

“네 목을 거두겠다.”

“조자룡…!”

조운이 스산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병장기를 휘두른 마초는 전장에서 조우했던 숙적을 노려보면서 숨을 내뱉었다.

“물러서라! 결투를 방해한다면 용서 않겠다!!”

공방을 가세하려는 무관들의 움직임에 조운은 격앙된 고함으로 제지했다.

조운은 항장(降將)이다.

그녀의 명령에 복종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조조군 무관들은 전장에서 날카로운 기예를 휘둘렀던 조운을 경외하고 있었기에 명령에 복종하여 뒤로 물러섰다.

“큭! 지금은 너와 싸울 때가 아니다…!”

마초가 창을 겨누면서 말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주변을 연신 훑으면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운은 아랑곳 않았다.

창을 뻗으면서 돌풍처럼 거센 일격을 내질렀다.

“오늘 결착을 내겠다!”

“…끈질기긴.”

조운이 도전장을 보냈다.

결국 마초는 망설이면서도 도전장에 응했다.

서로에게 창을 겨눴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담아내어 힘껏 부딪쳤다.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에서 벌어진 싸움이었음에도 전장을 주도했던 두 여걸들은 치열한 난전을 벌였다.

“큭!”

마초가 미간을 찌푸렸다.

강하다.

과연 숙적으로 인정할 만한 여자다.

주황빛의 섬화처럼 아찔하게 빛나는 조운의 창술이 심연으로 내려앉은 마음을 일깨웠다.

자신과의 결투에 혼신의 전력을 휘두르는 조운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토록 용맹하고 고결한 무장의 손에 죽는다면 실로 영광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아직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강인한 의지로 나약한 마음을 분쇄했다.

사촌동생.

충성스러운 부하.

수많은 난관들을 함께 돌파해온 장졸들.

자신의 뒷모습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그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렇기에 황량한 벌판을 유랑하는 떠돌이가 되었음에도 꿋꿋하게 버텨냈다. 가문과 세력이 모두 멸망했음에도 강인한 정신력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마초! 당장 대장군 앞에 무릎을 꿇어라!”

처걱-! 처걱-! 처걱-!

차가운 금속음과 함께 보병들이 등장했다.

중무장한 병력이 사방을 포위하면서 마등군의 잔당들에게 병장기를 겨눴다.

대장군 이성휘의 근위대였다.

일당백을 자랑하는 정예병들의 위협에 접전을 이어나가던 마초는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천하제일검의 병사들인가….’

저항을 반복한다면 사방을 포위한 정예부대에게 도륙을 당하게 될 터.

날카롭게 정돈된 정예병들의 전의를 확인한 마초는 병장기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사방에서 화살세례가 날아들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진짜로 있네.”

“네, 마초가 분명하네요.”

여포와 장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한나라의 병권을 관장하는 대장군이 등장했다.

칼끝처럼 내려앉은 눈빛을 목격한 마초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경계심을 드러냈다.

‘천하제일검…!’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심장을 옥죄는 듯한 공포가 밀려들었다.

곧 생사가 결정될 터.

서량 제일의 맹장이라도 작금의 상황만큼은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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