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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79화 (479/616)

<4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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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고 있다.

동생이,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은 당장이라도 오열할 듯이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아아…! 아아아…!!”

비통함에 젖은 오열만이 연신 흘러나왔다.

그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짐승 울음소리처럼 엉엉 울음을 토해낼 뿐이었다.

주검처럼 싸늘한 한기만이 감도는 동생의 손바닥을 움켜쥔 마초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아버지와 형님이… 지키지 못했습니다…!”

마철은 처절하게 죽어가면서도 피범벅이 된 입으로 누이에게 용서를 빌었다.

아버지를 지키지 못했다.

끝내 형을 떠나보내고 말았다.

끝내 수많은 전우들마저도 지켜내지 못했다.

“죄송…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누님…!!”

한수의 중상모략과 관중제장의 배신으로 결국 아버지가 이룩했던 세력이 멸망하고 말았다.

경애하는 누이의 품에 안기게 된 마철은 먹먹한 목소리로 본인의 무력함을 사죄했다.

“울지 마, 네 잘못이 아니니까…!”

마초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중얼거렸다.

슬픔. 회한. 참담.

수많은 격정들이 몰아쳤다.

죽어가는 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될까.

강철처럼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마초조차도 육친의 죽음만큼은 버틸 수 없었다. 지금까지 가족의 안위만을 위해 뼈와 살을 깎는 노력들을 인내해온 그녀였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누…, 누님…!”

마철이 맞잡고 있던 누이의 손을 꽉 잡았다.

꼭 전해야 될 말이 있는 걸까.

새파랗게 변색된 입술을 바들바들 떨면서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한수, 그 늙은이가… 무위군을 습격하여 종친들을 모두 시살했다고 합니다…!”

한수군이 무위군에 위치한 집성촌을 습격하여 마씨 일족을 모두 살해했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마씨 가문과 연관된 혈족들이 한수군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외적의 약탈과 반란군의 횡포에도 강인하게 명맥을 이어왔던 마씨 가문이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모두… 장안성에서 범한, 원죄… 때문입니다…!”

피가 뒤섞인 눈물이 메마른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철이 피를 한 움큼 토했다.

그럼에도 절망에 휩싸인 오열이 계속 이어졌다.

“결국 하늘이 노하여… 장안성에서 범한 과보가 우리 가문에… 전해진 겁니다…!”

군벌들이 장안성에서 일으킨 참혹한 학살을 묵인했던 것에 대한 업보이리라.

분명하다.

하늘의 벌을 받은 것이다.

인과응보의 칼끝이 마침내 마씨 일족을 유린했다.

장안성 백성들의 주검으로 뒤덮였던 시산혈해를 회상한 마철이 절규를 내질렀다. 두려움에 질린 눈빛으로 누이를 바라보면서 참담한 마음을 드러냈다.

죽음을 앞둔 탓일까.

아니면 온몸을 뒤덮은 한기 때문일까.

마철은 학질에 걸린 환자처럼 온몸을 미친 듯이 떨어대면서 피거품을 왈칵 토해냈다.

“커헉…! 컥컥, 커허억…!”

“그만! 이제 됐어, 그만 말해…!”

“누님…! 누님…!!”

내가 죽으면 결국 누이는 홀로 남게 될 터.

마지막 생존자로서,

죽음보다 참혹한 중압감에 짓눌릴 것이다.

그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마철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누이를 걱정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의지할 곳을 완전히 잃은 천애고아가 되어 난세의 격류에 휩쓸리게 될 누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련님!”

“크흑…!”

안타까운 광경을 지켜보던 무관들이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애절한 염원을 보냈다.

그러나 하늘이 염원을 응답하는 일 따윈 없었다.

컥, 하는 외마디의 비명과 함께 피거품을 토해내던 마철의 몸이 축 늘어졌다.

“아아아, 아아아악…!!”

통한의 비명을 내질렀다.

눈앞에서 동생이 죽었다.

결국 나를 남겨둔 채 떠나버리고 말았다.

짐승들도 제 자식이 죽으면 며칠 동안 시체 주변을 맴돌면서 울음을 토하는 법이다.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는가.

애간장을 끊어내고 폐부를 난자하는 참담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말라붙은 주검이 되어버린 동생을 끌어안은 마초는 눈물을 흘리면서 꺽꺽 오열을 터트렸다. 자식처럼 보살폈던 어린 동생의 죽음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안 돼…! 안 돼애애…!!”

가족을 위해 싸웠다.

가족을 위해 계속해서 나아갔다.

배신과 살육이 난무하는 난세에서 기필코 가족들을 지키겠노라며 스스로에게 항상 맹세했다.

그러나 결연한 맹세는 결국 작은 모래알이 되어 바스스 흩어지고 말았다.

-너는 지키지 못했다.

-장안성의 살육을 방관하고도 화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더냐.

-결국에 너는 천하를 떠돌다가 이름 없는 산야에서 덧없는 최후를 맞이하게 되리라.

동생의 죽음 때문일까,

파멸을 간원하는 속삭임들이 들려왔다.

가족들을 위해 헌신했던 애정이 무한했기에 그것을 박탈당했을 때의 절망 또한 무한했다.

* * *

한수는 비축해둔 금은보화와 마씨 일가의 수급들을 진상하면서 조조군의 노여움을 피하고자 했다.

그러나,

면책하려는 얄팍한 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명령을 거부하자마자 조조군이 움직였다.

대장군의 명령을 거스른 오만함을 응징하겠다는 듯이 중원의 병력들이 진군을 시작했다.

“감히 변방의 촌부 따위가 대장군의 지엄한 명령을 여염집 개새끼 소리마냥 무시해?”

진서장군 한수가 대장군의 명령에 불응했다는 소식에 분개한 여포가 선봉군을 이끌었다.

기마군단이 황야를 가로질렀다.

이윽고 여포는 우부풍(右扶風)을 점령했다.

삼보(三輔)에 소속된 마지막 군현까지 모두 점령하여 관중제장 세력을 위협했다. 결전에서 원소군을 쓰러트렸던 조조군이 단숨에 서량을 짓밟을 것 같았다.

“조, 조조군이다!”

“모두 도망쳐라! 잡히면 놈들에게 죽는다!”

변방의 마적들이 천둥소리에 화들짝 놀란 양떼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지금까지 관아와 고을들을 약탈하면서 주머니를 채워왔다. 조조군에게 붙잡히면 곧바로 효수될 것이 분명했기에 마적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바빴다.

“놈들을 놓치지 마라!”

“변방을 어지럽히며 백성들을 약탈한 악도다! 모조리 목을 베라!!”

장료와 고순이 출정하여 마적들을 추격했다.

놈들은 해악이다.

반드시 격멸해야 마땅하다.

어지러운 난세에 편승하여 온갖 패악질을 일삼았던 마적들을 대대적으로 토벌했다. 닷새 동안 무려 수천 명이 넘는 마적들의 수급을 베면서 척박한 황야를 시산혈해로 만들었다.

“크헉!”

“하, 항복! 항복하… 크악!”

결국 사면초가에 직면한 마적들이 무기를 내던지면서 투항의사를 밝혔다.

그에 조조군은 날카로운 화살세례로 응대했다.

파바바바바바박──!!!

예리한 화살촉이 마적들의 숨통을 끊었다.

조조군의 대규모 토벌로 관서, 관중, 서량을 지배하면서 악명을 떨쳤던 마적 세력이 크게 준동했다.

위태로운 판국을 타개하고자 마적단의 두령들이 손을 잡았지만 중원을 제패한 조조군을 저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음은 한양군과 안정군을 친다.”

농작물을 갉아먹는 해충처럼 질기고 악독한 마적들을 발본색원하여 악행의 연속을 끊어냈다.

그 뒤,

조조군은 마침내 서량으로 나아갔다.

한양군(漢陽郡). 안정군(安定郡).

여포와 장료를 한양군과 안정군에 포진시켰다.

관중제장 세력의 심장부를 위협하여 서량 연합군의 반목을 이끌어내기 했다. 마등군의 멸망으로 크게 약화된 연합군의 단결력을 노린 것이다.

“분명 한수는 척박한 지세를 이용한 지구전을 궁리하고 있을 것이옵니다만… 졸개로 전락한 관중제장은 사정에 다를 것이옵니다.”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관중제장 세력이 유언군으로부터 한양군과 안정군을 지켜내지 않았던가.

그곳은 마등군의 중심지였다.

또한 관중제장 세력의 심장부이기도 했다.

들판에 불을 질러 뱀이 스스로 머리를 내밀게 만들어야 한다.

조조군은 한양군과 안정군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과 동시에 지금까지 참수했던 마적의 수급들을 한수군이 점령한 지역으로 보냈다.

* * *

명령에 불응하자마자 진군을 시작한 조조군의 움직임에 한수는 책상을 뒤엎으면서 분개를 토해냈다.

빌어먹을 놈,

처음부터 나를 칠 요량이었나.

속전속결로 공세를 이어나가는 조조군의 재빠른 기동력에 싸늘한 두려움을 느꼈다. 천하를 호령하는 세력에게 노려진다는 것은 실로 무서운 일이었다.

“놈들이 한양군과 안정군을 노리고 있습니다.”

“나를 끌어내려는 수작이군.”

가후의 계책을 곧바로 간파했다.

뻔히 보이는 계략이다.

분명 서량 연합군을 끄집어내려는 수작이리라.

결코 함정에 넘어갈 한수가 아니었다.

성공영에게서 보고를 받은 한수는 휘하의 제장들을 소집하여 부동(不動)을 명령했다. 만약 명령을 어긴다면 즉시 참하겠노라 엄포까지 놓았다.

‘놈들은 결코 서평군까지 오지 못한다. 계속 거점을 고수하면서 웅거한다면 결국 황보숭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을 테지. 나는 그것을 이용하여 네놈들을 치겠다!’

주먹을 바르르 쥐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오냐.

덤빈다면 받아주마.

열사의 땅에 네놈들을 모두 매장시키겠다.

외적들로부터 서량을 엄호하는 열사의 땅은 죽음의 수렁과도 같았다. 서량의 풍토와 지리에 통달한 인물의 조력을 받지 않고서는 결코 열사의 땅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었다.

한나라 제일의 명장이었던 황보숭을 격퇴한 전적이 있는 한수였기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르신!”

조용히 분기를 불태우고 있었을 때,

바깥을 호위하고 있던 부하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반응과 함께 군막 안으로 들어왔다.

“조, 조조군이…! 대장군 이성휘가 어르신에게 끔찍한 흉물들을 보내왔습니다!”

“무슨 해괴한 말이냐?”

“그, 그것이…!!”

대경실색하여 횡설수설하는 곽헌의 모습에 두 눈을 번뜩인 한수가 이윽고 군막을 나섰다.

그 순간,

코를 찌르는 강렬한 피비린내가 날아들었다.

무관들에게 호위를 받으면서 바깥으로 나선 한수는 피비린내와 함께 피범벅이 된 고깃덩이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어, 어억…!”

한수가 놀라 소리쳤다.

수많은 수레들이 있었다.

족히 1백 대가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핏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수레들의 위에는 분명 사람의 머리로 추정되는 고깃덩이가 차곡차곡 적재되어 산더미를 이루었다.

“이게 대체… 무엇이냐!”

투욱-!

참수된 머리가 발치에 떨어졌다.

그에 한수가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조조군에게 참수된 마적들의 수급입니다. 조, 족히 1만 구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서량의 무법자들이 모두 목 없는 귀신이 되어 돌아왔다. 그 숫자가 무려 1만에 달했다.

불과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조조군은 1만 명의 마적들을 참수하고서 그 증거를 한수에게 보냈다.

-다음은 네놈 차례다.

잘린 수급들이 그것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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