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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71화 (471/616)

<4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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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제장의 가세에도 유언군은 압도적인 격파를 보이면서 전황을 주도했다.

동관 공방전에서 처참한 손실을 떠안았던 관중제장과는 반대로 유언군은 피해가 크지 않았다. 전선으로 파견했던 증원군만 잃었을 뿐이었다.

서량에서 호령하던 관중제장 세력이 형편없이 무너졌다.

익주목 유언은 교활한 늙은 뱀과도 같았다.

관중제장 세력이 약해졌다.

지금 놈들을 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장남 유탄의 비참한 죽음에 분개하면서도 본능적으로 승산을 간파했기에 주력군단을 투입한 것이리라.

“서량의 금마초다!”

“하얀 피풍(披風)을 두른 계집이 마초다!”

갑옷 위에 백색의 피풍을 두른 여걸이 창을 내지르면서 전장을 돌파했다.

서량의 금마초.

정서장군 마등의 딸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풍을 펄럭이면서 질주를 감행한 여장부는 사방에서 달려드는 적들을 용맹하게 무찔렀다. 세찬 화살세례가 빗발쳤음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익주 놈들…! 다시 네놈들의 소굴로 꺼져라!”

날카로운 창끝이 적장의 목을 꿰뚫었다.

그 뒤,

창을 내지르면서 적들을 말에서 떨어트렸다.

용맹무쌍한 무예로 기선을 제압한 마초는 지리멸렬하여 흩어졌던 관중제장 세력을 수습했다. 서량의 금마초가 참전한 덕분에 사면초가에 직면했던 관중제장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마맹기!”

“드디어 정서장군이 온 것인가!”

마등군과 한수군이 개입한다면 유언군을 다시 익주로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초인적인 무위를 뽐내면서 적들을 격퇴하는 마초의 모습에 관중제장은 기사회생하여 전열을 재정비했다.

“금마초를 따르라!”

“익주 놈들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이 기회다!”

후선과 정은이 검을 뽑아들었다.

이감, 장횡, 성의가 병마들을 이끌고 합류했다.

점점 응집되고 있다.

서량 군벌들의 전력이 마초에게 모여들었다.

패퇴를 반복하던 병마들은 어느덧 사기를 회복하고서 전장에 뛰어들었다. 창을 치켜든 서량의 기병들이 박차를 가하면서 적진에 돌격했다.

“궁지에 몰린 시궁쥐 따위가!”

“놈들은 크게 지쳤다! 계속해서 밀어붙여라!!”

잠깐의 저항에 불과했다.

그저 회광반조(廻光返照)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놈들의 기세는 다시 꺾이게 될 터.

계집의 참전으로 잠시 분기탱천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군의 압도적인 힘에 메마른 나뭇가지처럼 무력하게 부러지리라.

“계집! 내 칼을 받으라!”

“익주에는 인물이 없는 줄 아느냐!”

유언군 본대에서 연이어 무관들이 출격했다.

저 계집이 원흉이다.

회광반조의 원흉을 일소하고자 투입시켰다.

익주목을 보필하며 여러 반란들을 진압했던 유언군의 무관들이 마초에게 예리한 창검을 겨눴다.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달려든 익주의 무관들이 곧이어 마초와 격돌했다. 날카로운 참격이 반복되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내 뒤를 엄호해줘!”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가씨.”

마초가 창을 들었다.

그에 분신처럼 뒤따르던 여성이 검을 뽑아들었다.

교위(校尉) 방덕.

마초의 부관이었던 방덕은 보랏빛 머리카락을 나부끼면서 배후를 엄호했다.

익주의 걸출한 무관들을 대적하게 되었음에도 그녀의 모습에서는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머릿수가 많다고 이길 줄 아냐! 이 무력한 오합지졸들아!!”

마초의 창술은 중원을 제패했던 조조군조차 두려워했을 정도로 난폭한 괴력을 자랑했다.

촤악-!

촤아아악──!!

돌풍이 일었다.

거센 바람소리가 울렸다.

달려들었던 유언군의 무관들이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물러서지 마라!”

“큭! 고작해야 계집 두 명이다!”

핏물을 토해내면서 일거에 쓸려나가는 전우들의 모습에 아연실색을 금치 못했다.

저것은 맹수다.

계집의 모습을 한 사나운 맹수가 틀림없었다.

마초의 사나운 용력에서 유언군은 서량인들의 저력을 경험했다. 연전연승을 거듭한 끝에 한양군을 함락시켰던 유언군은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괜찮으십니까, 아가씨!”

방덕이 마초에게 다가왔다.

적들을 모두 쓰러트린 듯했다.

온몸에 시뻘건 핏물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과연 서량의 금마초에게 버금가는 무예를 자랑하는 서량의 여걸다웠다. 치열한 격전을 치렀을 텐데도 몸에 상처 하나 없었다.

“영명은 역시 대단하네.”

“과찬이십니다.”

방덕이 겸허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마초는 미소를 지으면서 유언군에게 날카로운 창끝을 겨눴다.

적들은 여전히 많았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대군을 자랑했다.

피풍을 펄럭이면서 핏물을 털어냈던 마초가 고개를 돌려 전장을 바라보았다. 재정비를 완료한 서량의 병마들이 전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마초가 틈새를 열었다!”

“드디어 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서량의 병마들은 모두 마초를 따르라!”

돌파구가 보인다.

적들을 완파할 수 있는 공격로가 뚫렸다.

승세를 직감했던 관중제장은 적진으로 깊숙이 침투한 마초를 엄호했다. 서량의 기병부대가 마초의 병력을 둘러싸면서 공세를 퍼붓던 유언군을 물리쳤다.

“계집에게 애를 먹다니, 만천하가 비웃을 일이군!”

고패가 칼자루를 뽑았다.

더 이상 방관할 때가 아니다.

마초를 저지하던 등현이 패퇴하자 고패는 보병부대를 이끌고서 전선을 고착시켰다.

“놈들에게 활을 퍼부어라!”

“우리는 적들보다 몇 배가 많은 대군이다!”

후열을 지휘하던 냉포와 양회가 나섰다.

관중제장 세력의 선봉을 전멸시켰던 궁노병들이 마초와 방덕을 호위하는 기병부대를 조준했다.

“드디어 궁노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병들은 나를 따르라!”

유언군과 서량군의 싸움이 더욱 격렬해졌다.

뒤이어 한수군이 가세했다.

그리고 익주에서 장임이 지휘하는 증원군이 전장에 당도했다.

서량의 금마초가 전장에서 크게 활약했지만 유언군은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듯이 병력을 투입했다. 그로 인해 서량의 공방전은 결국 양군에게 모두 부담을 안겨줄 장기전이 되고 말았다.

* * *

이윽고 두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을 때,

장기전을 치르던 양군은 조정에서 파견된 사절단으로부터 기별을 받게 되었다.

“맹기! 조정에서 사절단이 왔다는군!”

전투를 즉각 중단하라.

유언군과 서량군에게 황명이 내려졌다.

원수지간처럼 치열한 격전을 반복하던 유언군과 서량군은 조정의 명령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설마 조정이 개입하리라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마초는 조조군을 가장 먼저 의심했다.

“그것은 아닌 것 같구나. 만약 조맹덕이 일을 꾸몄다면 오히려 우리들을 더 부추겼을 게다.”

진서장군(鎭西將軍) 한수가 고개를 저었다.

기만책은 아니다.

분명 황실과 조정의 결정이리라.

조조였다면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전술로 어부지리를 취하려고 했겠지. 중원을 제패한 독부는 화평과는 거리가 매우 먼 계집이었으니.

“누가 왔다던가?”

한수가 물었다.

그에 후선이 대답했다.

“주부(主簿) 왕칙이라는 자였습니다.”

“흐음….”

어린 황제가 보낸 황명을 보내왔다.

변방까지 위험을 떨치기 위함일까.

새로 즉위한 황제치고는 매우 대범한 판단이었다.

계속 심사숙고하던 한수는 관중제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독단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기에 일단 군사회의를 열어 사안을 의논했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됩니다!”

“두 달 동안 이어진 전투를 흐지부지하게 끝낸다면 장졸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거요!”

관중제장의 대다수가 화의에 반대했다.

화해라니?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두 달 동안의 치러진 공방전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던 관중제장은 유언군을 철천지원수로 여기게 되었다.

“조조가 꼭두각시로 앉힌 어린 황제의 명령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분명 조조는 우리 관중제장의 힘이 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꼼수를 쓰고 있는 거요!”

서량 세력은 원소군에 가세하면서 조조군과 적대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조조군의 끄나풀들에 불과한 황실과 조정의 명령을 관중제장이 복종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새로 즉위한 유협을 꼭두각시라고 부르면서 크게 비웃기까지 했다.

“으음! 그래도 한 번 담판을 지어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명색이 황실의 사절단인데 매몰차게 박대할 순 없는 노릇일세.”

신중한 성정이었던 한수는 황실의 제안을 거절하더라도 사절단을 군중에 맞이하기를 원했다.

그 의견에 관중제장도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 * *

7만의 병력이 물결처럼 움직였다.

관중을 정벌하기 위한 토벌군이었다.

대장군(大將軍) 이성휘가 마침내 휘하 제장들을 이끌고 허도에서 출진했다.

황실의 사절단이 서량으로 향했음에도 조조군은 출진을 밀어붙였다. 오랜 공방전으로 크게 쇠약해진 유언군과 서량군을 모조리 소탕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진군하라!”

“대장군의 출진이다! 고각을 더욱 높여라!”

무려 7만의 대군이다.

광활한 벌판을 가득 메울 정도의 병력이 일거에 동원되었다.

지축을 뒤흔들면서 나아가는 군단들의 모습은 대장군의 위엄을 상징했다. 흙먼지를 크게 나부끼면서 나아가는 대군의 모습에 백성들은 한나라의 대장군께서 드디어 돌아왔다며 존경과 경외의 반응을 보였다.

“진군을 늦춰라. 사절단을 희생시켜선 안 된다.”

만약 유언군과 마등군에게 발각된다면 본인들이 기만책에 넘어갔다고 생각하여 사절단의 관료들을 인질로 잡을 터.

황실의 사절단이 한신에게 농락당한 역이기처럼 참사를 당해선 안 된다며 신신당부했다.

“큭! 내가 왜 네놈들과…!”

회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성이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리면서 중얼거렸다.

전(前) 공손찬군.

전(前) 원소군.

항장인지 아니면 포로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신분으로 전쟁에 참전한 조운은 두 눈을 부릅뜨면서 이성휘를 노려보았다.

“착각하지 마라. 너희들에게 투항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니! 장안성에서 약탈과 살육을 자행하여 주군의 명예를 짓밟았던 마적들을 소탕하고자 움직였을 뿐이다!”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에 장료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룡은 봉선 님과 닮았네요. 후후, 주군을 벌써 두 번이나 바꾸셨어요.”

“나를 성씨가 셋 달린 종년으로 취급할 셈이냐! 나는 주군을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조운과 장료의 대화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바로 옆에서 대화를 듣던 여포는 무거운 한숨을 푹 내쉬면서 적토마를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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