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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69화 (469/616)

<4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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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군과 서량군을 일거에 쓸어버릴 토벌군을 조직하라.

승상부(丞相部)로부터 곧장 엄명이 떨어졌다.

날벼락 같은 경우였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명령이 떨어지다니.

상서령 순욱으로부터 하명을 받은 대장군부는 아수라장에 휩싸였다.

대장군부 편제만으로도 골머리를 썩는 중인데 거기에 토벌군을 조직하라니! 암탉을 내일 아침까지 봉황으로 만들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대, 대체 무슨 날벼락임?!”

검은 머리카락을 종아리까지 늘어뜨린 소녀가 화들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언군과 서량 군벌들,

그들을 모두 쓸어버리려면 당연히 대규모 토벌군을 조직해야 했다.

서량(西涼).

관중(關中). 관서(關西).

분명 광범위한 원정이 될 터였다.

대장군부의 참모들은 지난 전쟁에서 빼앗겼던 장안성을 먼저 탈환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았다.

“서량 군벌들의 만행으로 장안성은 흔적을 찾기 어려운 쑥대밭이 되었사옵니다만… 그래도 장안성은 반드시 탈환해야 할 거점이옵니다.”

광록훈(光祿勳) 가후가 말했다.

장안성을 탈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관중의 요충지인 장안성을 중심으로 관서와 서량을 도모할 수 있었다.

서량의 마적들이 장안성에서 일으켰던 대규모 학살에는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가후는 전쟁에 결코 감정을 더하지 않는 냉철한 책사였기 때문이다.

“인과응보라는 말을 저들에게 알려줘야죠.”

반면 위위(衛尉) 순유는 무고한 백성들을 도륙했던 서량 군벌들에게 노골적인 적의를 내비쳤다.

양수도 순유처럼 마등과 한수에게 날카로운 적의를 드러냈다. 기필코 장안성 백성들의 사무친 원한을 갚아주겠다는 결의가 두 눈에서 느껴졌다.

“맞아요! 저 오만방자한 역적들에게 대장군의 위엄을 보여줘야 해요!”

무고한 민중들을 살육한 대역죄인에게 철퇴를 내리는 일은 대장군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대장군 하진이 한나라를 휩쓸었던 황건적 무리들을 토벌했던 것처럼 잔인무도한 서량의 간적들을 토벌할 필요가 있었다.

‘대장군부에서 반드시 명성을 떨치겠어요!’

이건 기회야.

대장군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거야.

넌 할 수 있어, 양덕조.

한나라 제일의 신동이라 불린 당대의 재녀니까!

“뭘 그렇게 히죽임?”

뺨을 바들바들 떨면서 고양감에 찬 표정을 짓는 양수의 모습에 사마의가 넌지시 물었다.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거람. 얼토당토않은 망상을 하는 게 분명했다.

“어사중승이랍시고 지금까지 건방지게 위세를 부렸죠? 제가 위에 올라설 날도 머지않았어요. 당신을 다시 후원의 마구간으로 돌려보내드리죠.”

“히에엑.”

경악하는 사마의의 반응에 양수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머지않았다.

대장군의 전폭적인 총애를 받게 될 날이.

친애하는 대장군이 칭찬일색과 함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상황을 가정했다. 그리고 건방진 꼬맹이가 눈물을 훌쩍훌쩍 흘리면서 마구간에서 말똥이나 치우는 장면을 상상했다.

‘잠시 상상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쁜데, 만약 이게 현실이 된다면…! 후우, 후우!’

가쁜 호흡을 내쉬었다.

대장군의 총애,

상상하는 것만으로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기세등등한 야망을 품은 홍농양씨 가문의 아가씨는 이성휘를 힐끗 쳐다보면서 배시시 웃었다. 드디어 대장군의 총애를 받을 기회가 왔기 때문이었다.

“왜 숨을 거칠게 쉼? 애라도 낳음?”

“시끄러워요…!”

외간 사내와 손도 못 잡아본 숫처녀에게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사마의의 물음에 양수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돌렸다.

“원소군이 내환에 휩싸인 틈을 노려서 두 세력들을 동시에 친다. 과연 승상다운 결단이네요. 너무 갑작스러운 게 문제지만요.”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승상께옵서는 매번 무리를 요구하셨지만 이번은 특히나 갑작스럽사옵니다. 혹시라도 승상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것은 아닐는지요…?”

뒤이어 잿빛 머리카락을 엉덩이까지 기른 뇌쇄적인 여인이 제 뺨을 툭툭 두드리면서 중얼거렸다.

“승상에게 심경의 변화라….”

“지금까지의 경험들로 추측하건데 십중팔구 영예로운 주군과 관련된 일이 분명하옵니다.”

수많은 전투들을 승리로 이끌었던 우수한 참모들답게 날카로운 직감을 자랑했다.

서로를 응시하던 참모들은 이윽고 고개를 돌리면서 이번 사태의 원흉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용무가 생각났으니 바깥에 다녀오겠다.”

참모들의 의미심장한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결국 자리를 뜨는 방법을 선택했다.

다급하게 현장을 벗어나는 주군의 뒷모습에 순유와 가후가 얼굴을 붉히면서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 * *

대장군부는 서둘러 토벌군을 편성했다.

반격의 때가 왔다.

놈들에게 원한을 갚아줄 기회였다.

조조군은 휴전을 주선하는 사절단을 관중에 파견하면서도 대규모 토벌군을 조직하는 이중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대장군부는 어디까지나 외적들의 침략에 대비하고자 병력을 편성하고 있을 뿐이에요. 사예주를 침탈했던 외적들이 언제 또 쳐들어올지 모르니까요.”

종사중랑(從事中郞) 양수가 조정대신들에게 대규모 병력을 편성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어디까지 방위가 목적이다.

결코 조정의 중론을 무시할 생각은 없다.

황실과 조정이 유언군에 중재를 중용하는 사절단을 보낸 상태였기에 대장군부는 소극적인 행보만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흥, 하여간 미적지근하다니까. 우리 승상과 대장군께서 얼마나 불철주야 일하고 계신데!’

황제가 태상황으로 물러나고 사도 왕윤이 사직하면서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마련되었음에도 여전히 조정은 우유부단함을 벗지 못했다.

화해라니!

저들에게 중재를 주선하다니?

산짐승들이 교화되기를 바라는 수준의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현실성이 결여된 탁상공론으로 시간을 끄는 조정대신들의 행동에 분기마저 느꼈다. 부친이 조정의 일원이었음에도 말이다.

“후우…. 맡은 일이니 어쩌겠어요.”

대장군부를 대표하여 늙은 조정대신들을 일일이 설득한 뒤에 돌아온 양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최대한 빨리 달려야하는데 우유부단한 늙은이들 때문에 보폭을 계속 좁혀야 하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수아야.”

“아, 아버지?”

아버지 양표가 다가왔다.

그에 한숨을 푹푹 내쉬던 양수가 고개를 들었다.

“갑작스레 대장군부로 전임되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아무튼 잘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그럼요, 아버지 딸이잖아요.”

“너는 과연 홍농양씨 가문의 자랑이다.”

“에헴! 계속 당연한 말씀만 하시네요!”

부친의 칭찬에 양수는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대명문가의 여식.

한나라 제일의 신동.

뛰어난 명사들로부터 인정받은 당대의 재녀.

최고의 권력자로부터 인정을 받고 삼등공신에 임명되는 영예를 기록한 양수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것처럼 드높았다.

“이제 보고를 해야 돼서… 승상부에 다녀올게요.”

“그래, 바쁠 텐데 어서 가보아라. 승상 앞에서는 부디 또 조심하고!”

어떻게든 조정대신들을 모두 설득해냈다.

승상 조조에게 보고해야 했다.

양수는 승상부로 발걸음을 급히 서둘렀다.

대장군부의 종사중랑이 들어서자 승상부를 매우 삼엄하게 호위하던 무관들이 뒤로 물러났다. 대장군 이성휘의 측근이기에 가능한 특례였다.

“보고하라.”

집무실에 들어선 양수는 조조를 바라보면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분위기가 싸늘했다.

마치 한기가 몰아치는 것 같았다.

설마 대장군과 부부싸움을 한 건가…?

대장군부의 집무실에서 두 선배들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린 양수는 아연실색한 채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들어 조정대신들을 설득했습니다. 이제 승상과 대장군의 결정에 반발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흠.”

못마땅하다는 눈길로 노려보던 조조는 명령을 완수했다는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적인 감정을 집어넣었다.

지금은 토벌군 편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니.

“조정에서 서한이 도착했을 테지. 어서 읽어라.”

“네.”

괘씸한 남편을 떠올린 조조는 관자놀이를 짓누르면서 양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에 양수가 서한을 펼쳐들었다.

“…으읏.”

그런데 어째서인지 양수는 죽간을 펼쳐들자마자 복잡한 침음을 흘리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어, 어떡하지?!’

상전의 앞에서 서한을 읽을 때는 죽간을 배에 닿을 정도로 최대한 밑에 깔고서 읽는 것이 예법이다.

누구보다 예법을 중시하는 양수였기에 그를 준수하고자 죽간을 최대한 낮은 위치에서 펼쳐들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안 보여…!!’

커다랗게 솟은 산봉우리가 시야를 방해했다.

산봉우리.

혹은 학식주머니.

우월한 신체적 특징이 시야를 가로막으면서 양수의 명줄을 위협해왔다. 죽간을 잡은 양손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럼 읽겠습니다.”

명령에 불응할 순 없었기에 결국 양수는 죽간을 높게 펼쳐들고서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겁기만 할 뿐인 가슴.

차라리 툭 떼어버린다면 속이 시원할 텐데.

누군가에게는 천인공노할 망언이 될지도 모르는 투정을 심중에 털어놓았다.

죽간을 펼쳐든 양수는 한나라의 승상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서한을 계속 읽어내려갔다.

열여섯...!

관례 치르고 겨우 두 달째.

아직 성장기임에도 조인, 조홍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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