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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62화 (462/616)

<4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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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을 이루는 허도의 밤거리는 찬연한 화롯불에 휩싸인 것처럼 아름다웠다.

수많은 민중들의 간절한 염원과 노력으로 쌓아올린 불야성은 늦은 심야였음에도 맹렬한 활역을 발산하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답다.

불야성을 장식하고 있는 등불들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원양 님.”

이성휘가 손을 내밀었다.

“으, 으응….”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수줍어하면서 조심스럽게 손을 맞잡았다.

분명…,

밤나들이를 나온 연인처럼 보이겠지.

너무도 부끄러워 도톰한 입술을 깨물었다.

사내의 두터운 손아귀를 조심스럽게 맞잡은 미녀는 새하얀 얼굴을 붉히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항상 대장부처럼 씩씩하던 발걸음이 어느새 새색시처럼 조신하게 변했다.

“아름다우십니다.”

“고마워…. 하, 하하…. 그렇게 칭찬을 받으니까 많이 부끄럽네….”

얼굴이 삶은 문어처럼 달아올랐다.

아름답다,

그 말 한마디에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마치 전력질주를 계속 반복한 것 같았다.

연모하는 사내와 손을 맞잡으면서 밤거리를 거닐던 하후돈은 달콤한 황홀경에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지금까지 전전긍긍하면서 마음을 애태웠던 조급함이 설탕처럼 녹아내리는 듯했다.

“후, 흐흣….”

새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가슴 두근거리는 행복에,

함께 밤거리를 거닐 뿐인데도 웃음이 이어졌다.

“오오.”

“참으로 아름다운 소저로군!”

사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감탄과 매료에 물든 시선들이 경국지색의 미녀에게 이끌렸다.

불꽃처럼 빛나는 머리카락.

연모의 감정으로 물든 불그스름한 뺨.

황홀경이 느껴지는 눈동자와 미소를 머금은 도톰한 입술이 사랑스럽게 움직였다.

몸매 또한 가히 절색이었다.

사내를 유혹하는 풍만한 젖가슴.

색정적으로 드러난 새하얀 어깨와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는 늘씬한 다리.

훤칠하게 노출된 매끈한 허벅지가 무심코 마른침을 삼키게 만들 정도로 사내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지난번 같은 불상사가 없으면 좋을 텐데.”

“제가 책임지고 호위하겠습니다.”

“응, 고마워.”

허리에 검을 차고 있던 이성휘가 말했다.

그에 하후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명문가의 평범한 규수가 된 것 같네. 이렇게 천하제일검의 호위도 다 받아보고….”

“원양 님은 개국공신 가문의 여식이지 않습니까?”

이성휘의 물음에 하후돈은 고개를 살포시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어릴 적부터 무인을 동경해서 계속 무예를 단련해왔어. 사내처럼 씩씩하고 다부진 여장부가 되어야 했으니까.”

무인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규수로서의 삶을 포기했다.

분골쇄신하듯 단련들을 거듭하여 패국의 여걸로 성장한 하후돈은 씁쓸함이 흘러나오는 표정을 지으면서 밤나들이를 나온 명문가 규수들에게 눈길을 향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말의 미련이 있었는지,

하후돈은 장신구를 고르는 규수들을 바라보면서 실소를 머금었다.

“제 눈에는 아름다운 규수로 보이십니다.”

“그, 그래? 고마워….”

투박하지만 상냥하다.

무뚝뚝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다.

그게 바로 이 남자의 매력이 아닐까.

패국조씨 가문의 여식들이 푹 빠지는 게 당연했다.

‘이러니까 여자가 반해버릴 수밖에 없는 거라고. 조금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는데…. 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꼬시려는 거야.’

한없이 마음을 뒤흔드는 이성휘의 모습에 볼멘소리를 툭툭 중얼거렸다.

맹덕의 기분을 알 것 같다.

만약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면 나도 불평불만을 터트렸겠지.

존재만으로도 치명적이다.

이 남자에게 빠져들지 않을 여자가 과연 천하에 있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날 꼬신 거지? 이 바람둥이. 정말 방심할 수 없다니까.”

하후돈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이성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에 이성휘는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자, 빨리 저쪽으로 가보자!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분명 꼬치구이를 팔고 있을 거야!”

“예.”

하후돈이 맞잡은 손아귀를 당기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개구쟁이처럼 두 눈을 반짝이는 하후돈의 모습에 이성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당찬 아가씨의 손길에 이끌린 채 가리킨 곳으로 나아갔다.

* * *

불야성의 시가지를 바라보는 하후돈의 눈동자는 어둠의 장막을 밝히는 등불처럼 반짝였다.

흥미. 관심. 동경. 행복.

여러 감정들이 다채롭게 빛났다.

여장부로서의 모습을 잠시 내려두고 명문가의 여식으로서 행동했다. 신비하고 흥미로운 것들을 두 눈에 새기면서 이성휘를 계속 재촉했다.

“이러니까 정말 명문가의 규수처럼 보이지?”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가 알록달록하게 장식된 기름종이 양산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물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마치 한 폭의 미인도를 연상시켰다.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환한 등불들을 바라보는 하후돈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주황빛 등불에 반사되어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가 불그스름하게 물든 모습이 매우 야릇했다.

“아름다우십니다.”

이성휘가 재차 용모를 칭찬했다.

그러자 하후돈이 새침하게 입술을 삐죽였다.

“흥, 지금까지 찾지도 않은 주제에.”

“죄송합니다.”

수많은 미녀들을 모두 처첩으로 거느린 호색한에게 짓궂은 장난을 쳤다. 자신을 방치했던 것에 대한 귀여운 앙갚음이었다.

진심으로 원망하진 않는다.

그가 바람둥이인 줄 알면서도 좋아했으니까.

분명 사촌들도 같은 마음이었겠지.

맹덕도, 자렴도, 자효도.

그녀들은 이성휘가 여성 편력이 복잡한 바람둥이임을 알면서도 결국 받아들였으리라.

“그러니까 오늘 밤만큼은 나한테만 집중해줘.”

귀엽고 사랑스러운 부탁이었다.

큰 용기를 내어 전한 말이리라.

하후돈의 귀여운 부탁에 얼떨떨한 기색을 드러냈던 이성휘는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외로움에 지친 새신부를 달래고자 이렇게 밤거리를 나온 것이었으니까. 오늘 밤만큼은 오로지 그녀를 위해 봉사할 생각이었다.

“불꽃놀이를 곧 한대.”

“…불꽃놀이 말입니까?”

금시초문이다.

밤늦은 시간에 불꽃놀이라니.

대규모로 진행하는 불꽃놀이는 아니겠지.

의아함을 느꼈던 이성휘는 하후돈의 손길에 이끌린 채 발걸음을 움직였다.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는 불꽃놀이를 보고 싶다며 그를 이끌었다.

“와아!”

파앙-!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폭발음과 함께 밤하늘이 밝아졌다.

하후돈에게 이끌린 채 발걸음을 움직이던 이성휘는 어두운 밤하늘을 물들인 환한 불빛을 목격했다.

“상인들이 주도한 거군요.”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폭죽을 옮기는 상인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꽤나 거금을 들였는지 폭죽들을 조심스럽게 옮기고 있었다.

파앙-!

주황빛이 밤하늘을 밝혔다.

매우 조악한 수준이었음에도 밤하늘을 밝힌 불꽃에 수많은 군중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감탄에 물든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고개를 든 채 아름다운 불꽃들을 계속 바라보던 하후돈이 맞잡은 손을 당겼다.

“근처에 주루(酒樓)를 예약해뒀어!”

“그럼 빨리 가야겠군요.”

술을 좋아하는 하후돈다운 행동이었다.

불꽃들이 수놓은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음주를 즐길 기회를 그녀가 놓칠 리 없었다.

함께 발걸음을 움직였다.

이윽고 주루에 도착한 이성휘와 하후돈은 불꽃놀이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착석했다.

“허도에 이런 명당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창문을 열어 불꽃놀이를 감상하던 이성휘가 융숭하게 꾸며진 내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귀족들만의 공간인 듯했다.

일반 백성들은 결코 언감생심조차 못 낼 정도로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장식품과 붉은색으로 물들인 연등들이 시선을 자극했다. 마치 기루(妓樓)처럼 보일 정도로 퇴폐적인 매력을 뽐내는 주루는 숙박업소로도 이용되고 있는 듯했다.

“어때, 잘 빌렸지?”

밤하늘을 감상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던 하후돈이 물었다. 조용히 야경을 응시하는 이성휘의 모습이 근사했는지 얼굴을 붉힌 채 배시시 웃음을 터트렸다.

“마음이 듭니다.”

비운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대답했다.

“그럴 줄 알고 통째로 빌렸어.”

“…예?”

“패국하후씨 가문의 권력을 빌리면 간단해.”

암막이 내려앉은 주루가 가장 바쁠 시간대였다.

왜 눈치 채지 못한 걸까.

소란스러운 바깥과는 달리 주루는 매우 고요했다.

자신과의 시간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한 하후돈의 과감한 결단에 혀를 내둘렀다.

“그, 그야 우리 서방님과의… 밤나들이잖아.”

입술을 우물쭈물 움직이면서 말했다.

두 손으로 술잔을 매만지며,

수줍음에 물든 목소리로 진심을 고백했다.

“최대한 근사하게 대접하고 싶었어. 지금까지 나와 사촌들 때문에 고생이 많았잖아?”

“원양 님.”

“그러니까 오늘 밤은 내가 정성껏 대접해줄게.”

툭.

투욱.

곧이어 하후돈이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섬세한 손가락으로 가슴팍을 가리고 있던 단추들을 하나둘씩 풀었다.

음란한 자태였다.

마치 홍등가의 기녀를 보는 듯했다.

붉은색 연등들을 뒤로 한 채 의복을 벗는 하후돈의 모습은 색기에 빠진 탕녀를 연상시켰다.

“마, 만질래…?”

취기에 달아오른 미녀가 가슴을 내밀었다.

어디서 배웠는지,

반쯤 모습을 내민 젖가슴을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면서 유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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