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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56화 (456/616)

<4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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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군과 모의하여 반역을 획책했던 배신자들을 모조리 숙청한 조조는 지독한 피비린내를 희석시키고자 승전을 기념하는 축제를 열도록 지시했다.

난신적자들을 모두 토벌하여 한나라의 사직을 수호했다.

승전기념식은 본인의 전공을 과시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또한 전공과 활약들을 널리 알림으로서 백성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내려 했다.

건곤일척의 결전에서 거둔 승리를 철저히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만들어낸다.

철두철미한 그녀에게 어울리는 술책이었다.

“주군!”

급박함에 물든 목소리가 울렸다.

노을처럼 아름다운 주황빛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성이 다급하게 집무실로 들어왔다.

군사좨주(軍師祭酒) 곽가.

세작들로부터 급보가 들어왔는지 당혹감에 섞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흥…!”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또랑또랑한 두 눈동자가 귀여운 도련님과 새침데기 같은 아가씨가 반겨주었다.

아,

육아 중이셨구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하는 도련님의 모습에 곽가는 난감했는지 실웃음을 흘렸다.

반면 새침데기 아가씨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손님에게 불쾌감을 보냈다. 오빠와의 시간을 방해한 불청객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무슨 일인가, 봉효.”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장난감들을 양손에 들고 있던 흑발의 여인이 물었다.

방금까지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었던 듯했다.

“주군, 유언이 움직였습니다.”

익주자사로 부임하자마자 탐욕의 화신처럼 계속 정복활동을 벌여왔던 늙은이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군자의 탈을 쓴 간교한 늙은이.

조조는 지독한 중상모략으로 성도의 군현들을 점령했던 유언을 그렇게 비유했다.

그 늙은이가 움직였단 말인가.

팔다리를 버둥대면서 몸부림을 치던 딸아이를 껴안은 채로 곽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마등과 한수에게 선전포고를 했답니다.”

유언군이 선전포고를 가한 표적은 놀랍게도 군사동맹을 맺었던 마등과 한수였다.

익주의 칼날이 서량으로 향했다.

조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중원 침공을 지원하고자 병력과 물자까지 전면적으로 지원했던 유언군이 어째서 서량군에게 선전포고를 가했단 말인가.

“그, 그것이….”

곽가가 말끝을 흐리면서 조앙과 조비를 조심스럽게 응시했다.

곧 조앙과 조비는 시녀들과 집무실을 나섰다.

“군세를 이끌고 익주로 퇴각하던 유범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에게 피살당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마등과 한수의 짓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정황상 그렇습니다.”

병력과 물자들을 보급하면서 마등과 한수를 전적으로 지원했던 유범이 살해당했다.

의심암귀에 휩싸인 유언은 잔인무도한 서량군이 아들을 피살했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제장들에게 전쟁을 명령하기에 이르렀다.

쾌재를 부를 낭보다.

예상치 못한 어부지리(漁父之利)였다.

군사동맹을 결성했던 세력들이 반목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정말 마등과 한수가 살수를 동원하여 유언의 장남을 살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네. 과정보다 결과가 무릇 중요한 법이니. 그렇지 않은가, 봉효?”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조조의 물음에 곽가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서량(西凉)과 파촉(巴蜀)의 대립이라….”

참으로 볼만하겠군.

조조가 입가를 올리면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 * *

원소군과의 결전에서 완승한 장졸들은 승리를 자축하면서 떠들썩하게 술잔을 기울였다.

슬픔을 털어내고자.

죽은 전우들을 떠나보내기 위해.

참혹한 전선을 돌파했던 장졸들은 술잔을 비워내면서 희로애락을 삼켰다. 취기 따위는 전장에서 빗발치는 화살세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계속해서 술잔을 비워냈다.

“크으!”

“오늘따라 술이 달군!”

호걸처럼 술잔을 비운 병사들은 박장대소하며 술안주를 입에 넣었다.

군중에서 연회를 베풀어준 덕분에 병사들은 허심탄회하게 취기에 온몸을 맡겼다.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마실 요량인 듯했다.

“푸하! 푸하하하!!”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소녀가 쾌활하게 웃으면서 채찍을 휘둘렀다.

쫘악-! 쫘악-!

뱀처럼 늘씬한 채찍이 병사들을 매섭게 가격했다.

소녀는 인사불성이 되어버릴 정도로 만취하면 병사들을 매질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에 병사들은 오히려 기뻐하면서 매질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다음에는 저도!”

“익덕 님,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주망태가 되어 병사들을 매질하는 소녀는 유비와 관우의 의자매였던 장비였다.

얼마나 술을 마셔댔는지,

소녀는 의복을 반쯤 풀어헤친 상태였다.

매듭이 헐렁해지면서 새하얀 어깨와 함께 봉긋하게 솟은 젖가슴이 반쯤 튀어나왔다. 벚꽃색의 귀여운 젖꼭지가 당장 드러날 것처럼 매우 아슬아슬했다.

“이 돼지새끼들아! 맞는 게 그렇게 좋냐!”

“예!!”

퉤-!

소녀가 사납게 매도하면서 침을 뱉었다.

그에 병사들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세상에 이런 포상이라니.

지금까지의 노고를 한꺼번에 보상받는 듯하다.

장비가 채찍을 휘두르면서 새하얀 어깨와 보드라운 젖가슴을 보일수록 병사들의 흥분은 더욱 깊어졌다.

“큭!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분골쇄신하겠습니닷!”

연회가 벌어지는 다른 군중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유비군의 군중이 크게 떠들썩했다.

그럴 수밖에.

취기를 등에 업은 광기가 횡행하고 있는데.

이 광기어린 모습을 조조군이 보았다면 아연실색한 채 발걸음을 급히 돌렸을 것이었다.

“…….”

이미 그러한 상황에 직면한 사람이 있었다.

이성휘였다.

승전을 독려하고자 유비군의 군중을 찾았던 이성휘는 그대로 관우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장인어른♡”

들어선 안 될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장인어른이라니.

대체 누가 장인어른이란 말인가.

“…이제 겨우 세 살이다만.”

하후돈만큼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미녀가 도발적인 눈웃음을 지으면서 매달렸다. 그녀의 음란한 욕망은 분명 자신의 아들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아들의 정조가 위험했다.

광기마저 엿보이는 관우의 눈웃음에 이성휘는 침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장졸들을 격려하고자 섣불리 발걸음을 한 자신의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어떻게 뛰어난 인품과 잘생긴 용모를 겸비한 공자님을 낳으신 겁니까?!”

“내가 아니라 아내가 낳았다만….”

“공자님이 표기장군을 쏙 빼닮았습니다! 정말 장래가 기대됩니다!”

침을 세차게 튀길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이는 흑발의 미녀.

이성휘는 도망치고 싶어졌다.

‘젠장, 유비군에는 왜 정상이 없는 거지? 온갖 별종들이 총집합한 조조군보다 심하군! 온갖 괴짜들이 모인 조조군이 오히려 순한 맛처럼 보일 정도라니!’

만약 유비군을 따랐더라면 머리가 홀라당 벗겨지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도원결의 세 자매의 진면목을 목격해버린 이성휘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위가 쓰라렸다.

잠깐 있었을 뿐인데도…,

위액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은 격통이 가해졌다.

“저를 당장 며느리로 맞이해주신다면… 각골난망의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용맹무쌍한 맹장의 결연한 맹세처럼 들리겠지만 실상은 남자아이를 밝히는 변태의 호소에 불과했다.

술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이성휘는 군문을 힐끗 쳐다보면서 도망칠 궁리를 했다.

“표기장군의 술잔이 비었네요?”

새하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가 뺨을 붉히면서 이성휘의 옆에 착석했다.

후후후….

백발의 미녀가 능글맞은 웃음을 흘렸다.

토끼 귀를 매단 머리장식을 하고 있던 미녀는 짓궂은 눈웃음을 지으면서 술병을 들어올렸다. 이윽고 술이 넘칠 정도로 동색 술잔을 가득 채웠다.

“손이 엄청 크시네요. 딱딱하고 두터워요.”

유비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이성휘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뒤이어 깍지를 꼈다.

쓰다듬던 손길이 점점 농밀하게 변해갔다.

섬섬옥수처럼 곱고 보드라운 손길이 이성휘의 손등과 손바닥을 쥐었다. 마치 연인들이 할 것 같은 수줍고 풋풋한 애정표현이었다.

“수많은 생명들을 유린했던 천하제일검의 손…. 정말 오싹오싹하네요.”

유비가 뜨거운 숨결을 흘렸다.

하아, 하아….

음란한 교성처럼 숨결이 점점 거칠어졌다.

이성휘의 손을 응시하는 붉은 눈동자가 섬뜩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위험하게 빛났다. 뜨거운 숨결과 함께 새하얀 뺨이 열기에 휩싸인 듯 불그스름해졌다.

“죽음의 한기가 흐르는 것 같아요…. 비명횡사하며 죽어갔던 망자들의 원한이 표기장군의 양손에서 느껴진다고 할까요? 후후, 만약 이 손에 죽는다면… 저도 그 원혼들과 하나가 되겠죠.”

유비가 이성휘의 손을 맞잡았다.

그 뒤,

자신의 보드라운 뺨에 이성휘의 손을 얹었다.

이슬처럼 촉촉하고 비단처럼 부드러운 여인의 살결이 손바닥을 가득 뒤덮었다. 유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리면서 이성휘의 손목을 도톰한 입술로 훑었다.

“아, 미안해요. 조금 갑작스러웠죠?”

“…….”

백발의 미녀가 요사스러운 웃음을 흘리면서 붙잡고 있던 손목을 놓아주었다.

‘정말 오싹오싹해. 죽은 원혼들의 절규를 계속 손아귀에 쥐고 있었던 것처럼….’

수많은 생명들을 유린했던 천하제일검의 거친 손아귀가 내 목을 조른다면 어떤 느낌일까.

분명,

감미로운 황홀경을 경험할 수 있겠지.

군침을 꿀꺽 삼키면서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느다란 목에 어서 교살(絞殺)의 두려움을 심어달라는 피학적인 성애가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미, 미친년 같으니라고…!’

장비와 관우의 광기어린 행동에 아연실색했던 이성휘는 유비를 보고서 마침내 경악을 토해냈다.

실로 괴랄한 성벽이다.

악몽에서 마주할까 두려운 광기였다.

위험천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괴랄한 성벽을 드러내는 유비의 행동에 이성휘는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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