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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51화 (451/616)

<4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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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곤일척의 결투에서 역전승을 거둬낸 조조는 이성휘와 함께 허도로 곧장 귀환했다.

원소군이 기주로 돌아갔다.

유표군이 종전을 결정했다.

동관을 공격하던 서량 연합군도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전황을 회복하지 못한 채 장안성으로 물러났다.

마침내 삼면전쟁에서 승전보를 거둔 조조군의 위명과 명성은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

천하통일에 가장 가까운 세력은 조조군이다.

변방에서 난립하던 군벌들은 원소군을 격파한 조조군을 크게 두려워하여 종속을 대거 요청해왔다.

“수고 많으셨소, 사공.”

황제 유변이 조정대신들과 함께 결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개선장군들을 맞이했다.

마침내 원소를 쓰러트렸다.

반신반의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던 대신들은 결국 조조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임을 깨달았다.

패국조씨 가문의 천하가 더욱 가속화될 터.

조정대신들은 승전에 기뻐하면서도 내심 불안을 떨쳐내지 못한 듯 침음을 삼켰다.

“폐하께서 성심을 써주신 덕분입니다.”

제장들을 거느리고서 돌아온 조조는 황제의 상찬에 매우 공손한 언행으로 대답했다.

전장에서 귀환한 조조가 황제에게 오만불손한 모습을 보일까 우려했던 조정대신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이군.’

‘안하무인처럼 행동하면 어찌할까 고심했거늘.’

전장에서 승리를 거두고서 귀환한 조조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가히 패왕(覇王)과도 같았다.

천하를 거머쥔 지배자.

수많은 세력들을 격파한 영웅.

개선장군들을 좌우에 거느렸던 조조를 목격한 백성들은 패왕의 등극이라며 떠들어댔다. 실로 불손한 말이었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모든 백성들이 내심 조조가 천하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생 많았네, 표기장군.”

“황망한 말씀이십니다.”

유변이 고개를 들어 이성휘에게 말했다.

그에 이성휘는 공손하게 예를 취하면서 대답했다.

“과연 천하제일검이군. 이번에도 전장에서 많이 애써주었네. 표기장군은 충신의 귀감일세.”

“그렇게 상찬해주시니 영광입니다.”

원소군을 완파하고 돌아온 이성휘를 평소부터 크게 신임하였기에 유변은 조정대신들이 보는 앞에서 신뢰와 총애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표기장군 이성휘는 한나라의 충신이다.

수많은 간적들로부터 황실과 조정을 지켜낸 이성휘의 위명은 군주였던 조조를 능가할 정도였다.

‘감히 성휘에게 친한 척을.’

이성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파안대소하는 유변의 모습에 조조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이윽고 고개를 돌렸다.

곧 시선이 논공행상을 주시하던 왕윤을 향했다.

조정대신들을 거느린 채 논공행상에 참석한 왕윤과 시선을 마주한 조조가 입을 열었다. 사병들을 이끌고서 진압에 가세했던 왕윤에게 감사를 전하고자 했다.

“사도, 직접 반란군을 진압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한의 신하로서 당연한 일이네.”

직접 반란군을 토벌하여 용맹한 노익장을 증명해낸 왕윤은 일등공신에 등극했다.

이성휘와 사촌들을 일등공신의 반열에 올렸던 조조는 왕윤을 동렬에 세웠다. 진압에 가세했던 조정대신들의 공헌과 노고를 참작한다는 의미에서였다.

그러나 왕윤은 진압전에서 크게 활약했음에도 공을 순욱과 왕필에게 돌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노고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과찬일세.”

조조의 말에 왕윤이 쓴웃음을 흘렸다.

“표기장군과 남몰래 통정했던 딸아이의 불미스러운 허울을 그대가 덮어주지 않았는가? 그 관용에 보답하기 위함일세. 그러니 부담스러워 말게.”

“…….”

참으로 얄궂은 이유였다.

그에 조조는 입가에 쓴웃음을 머금었다.

* * *

일등공신들을 모두 선정한 조조는 전쟁과 진압에서 큰 공을 세웠던 부하들을 공신으로 책봉했다.

많은 인물들이 공신에 책봉되었기에 조조는 진궁과 순욱에게 인선을 위임했다. 아마 공신들의 명단이 발표되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 같았다.

“혈혈단신으로 궁궐을 습격했던 자객들을 대적했다고 들었다. 과연 원양이 추천한 호걸답군.”

“예!”

만약 좌중랑장 전위가 결사항전을 벌이지 않았다면 패국조씨 가문은 자객들의 손에 멸족했으리라.

일가친척은 물론,

사랑하는 아이들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터.

상상하는 것조차도 두려운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일개 부장에 불과했던 전위를 이등공신에 책봉하는 파격적인 예우를 해주었다. 아들과 딸, 아버지와 친척들을 구해준 은인에 대한 보답이었다.

“원하는 것을 말해라.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조조가 손을 뻗으면서 말했다.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천하를 거머쥔 지배자에게는 분명 만능(萬能)을 이뤄줄 수 있는 힘이 존재했다.

부와 권력.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다.

모든 장수들이 강렬하게 염원하는 출세가도에 발을 들일 기회를 얻게 된 전위는 조조의 제안에 심사숙고하는 반응을 보였다.

“부디 허락된다면….”

바위처럼 무거운 침묵을 이어나가던 전위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공자의 호위를 맡고 싶습니다.”

“앙이의?”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다.

일확천금의 부.

벼락출세의 권력.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예상을 아득하게 빗나간 답변에 의아함을 품었다.

‘어째서 앙이의 호위를…? 벌써부터 후계자의 총애를 독점하려는 생각인가. 언젠가 패국조씨 가문을 승계할 후계자의 눈에 든다면 출세가도는 따 놓은 당상일 테니.’

아니,

섣부른 오측이다.

자객들을 도륙했던 쌍철극의 달인은 영악한 속셈을 품을 정도로 교활하지 못했다. 그는 쇳덩이처럼 우직한 무골일 뿐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자객들을 모두 도살하여 패국조씨 가문을 구원하지 않았는가. 능력과 충성심은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좋다. 그것이 네 염원이라면.”

“윤허해주셔서 감읍할 따름입니다.”

조조의 허락에 전위가 고개를 숙였다.

“역적들의 급습으로 호위와 경계에 더욱 만반을 기할 생각이다. 금군 중에서 정예들을 선발하여 근위대를 창설하도록 하겠다. 좌중랑장 전위, 앞으로 패국조씨 가문의 후계자를 호위하는 근위대를 이끌어라.”

“사력을 다하겠나이다!”

백주대낮에 벌어졌던 피습으로 강한 불안감을 느낀 조조는 정예병들로 근위대를 창설하기로 했다.

중령군(中領軍). 중호군(中護軍).

패국조씨 가문에 충성하는 장졸들을 선발하여 근위부대를 신설했다. 관직까지 새로 신설했을 정도로 조조는 경계에 심혈을 기울였다.

자식들을 잃을 뻔했던 두려움 때문일까.

조조는 깊은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 * *

서량 군벌들을 지원했던 유언군은 아무런 이득조차도 얻지 못한 채 손실만 봤을 뿐이었다.

수많은 병력을 잃었다.

또한 막대한 물자까지 증발하고 말았다.

마등과 한수를 지원하고자 유범과 손조를 파견했음에도 정벌이 실패했다. 서량 연합군이 동관을 돌파하지 못한 채 와해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유언은 고함을 내지르면서 죽간을 바닥에 내던졌다.

빠각-!

내던진 죽간이 박살났다.

바닥에 흩뿌려진 파편들을 본 무관들이 아연실색하는 반응을 보였다.

“제 밥값도 못하는 쓸모없는 놈들! 전력을 다해 지원해줬는데도 이따위 졸전이나 당했단 말인가!!”

분명 병력과 물자들을 아낌없이 지원해줬는데도 어떻게 이따위의 결과가 나온단 말인가.

연합군이 장안성에서 무고한 백성들을 상대로 대규모 학살을 벌였다는 소식을 입수한 유언은 곧장 서량과의 관계를 단절하기로 결정했다.

놈들과 계속 엮인다면 언젠가 화근을 당할 터.

서량 놈들을 믿는 게 아니었다.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무거운 침음을 내뱉었다.

“주군!”

계속 심사숙고를 이어나가고 있던 유언에게 다급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유언군 장수였던 고패였다.

급보라도 도착했는지,

고패는 황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온몸을 떨었다.

유범과 손조가 전선에 투입되었던 군세를 이끌고서 돌아오는 중일 터. 설마 그들에게 변고라도 생겼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공자께서 괴한들에게 피습을 당하셨다고 합니다!”

“뭐, 뭐라…!”

산적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병력들이 익주로 돌아오던 아군을 급습했다.

대체 어떤 놈이,

이 유군랑의 아들을 습격했단 말인가!

물자를 수송하던 수레들을 정확히 노렸다는 보고에 유언은 마등과 한수를 의심했다. 배신과 변절을 반복해온 군벌들이었기에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

“당장 기병부대를 이끌고 출진하라! 산적이든 서량군이든 간에 모조리 도륙하고 내 아들을 데려와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날카로운 엄명이 떨어졌다.

그에 유언군 장수들은 신속하게 출진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급보가 성도에 당도했던 것은 그로부터 스무날이나 지난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마등! 한수! 설마 네놈들이냐! 만약 네놈들의 짓이라면… 내 반드시 네놈들의 생살을 씹어버리겠다!!”

유언이 노쇠한 몸으로 보검을 뽑아들었다.

콰앙-!

탁자에 보검을 내리찍었다.

무용지물들이 가져온 패전에 이어 돌아오던 아들이 괴한들에게 습격당했다는 불길한 소식마저 들은 유언은 두 눈을 부릅뜨면서 분노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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