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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50화 (450/616)

<4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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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과 군사동맹을 맺은 손견군은 형주에서 계속 승전보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양양(襄陽). 강하(江夏). 남군(南郡).

북형주(北荊州) 3군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형주의 견고한 수문장인 강하태수 황조가 손책에게 대패하여 강하성에 틀어박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손견군의 사기는 더욱 하늘을 찌를 듯했다.

“손가 연놈들이 감히…!!”

형주 전역에서 약탈을 자행하는 손견군의 천인공노할 만행을 보고서도 대응할 수 없는 무력감에 분통을 터트렸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유표가 거친 욕설을 토해냈다.

이윽고 분통을 못 참고 탁자를 뒤엎어버렸다.

콰다다당!!

탁자 위에 놓인 죽간들이 쏟아졌다.

노여움을 보여주는 요란한 소리에 유표군 장수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허심평의한 모습을 보일 정도로 대범하던 주군께서 분노하고 계신다. 혹시라도 그 분노가 자신들에게 들이닥칠까 조심스럽게 유표의 눈치를 살폈다.

“황조! 강하태수 황조는 대체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강동 놈들을 초전에 제압했다면 이렇게 악화일로에 이르진 않았을 거다!”

유표는 손책이라는 어린 계집에게 패배했던 황조의 무능함을 지적했다.

무능한 놈.

하등 쓸모없는 놈 같으니라고.

연이어 욕지거리를 내뱉었음에도 여전히 분통이 풀리지 않았는지 의자 손잡이를 내리쳤다.

“주군,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장윤 도독이 직접 함대를 이끌고 출진했으니 손견군은 쥐새끼처럼 도망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형주를 대표하는 양양채씨 가문의 함대를 투입하였으니 손견군은 회군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채모는 매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유표의 노여움을 가라앉혔다.

그에 유표는 관자놀이를 짓누르면서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이게 무슨 낭패란 말인가…!”

손견군의 맹습으로 원소군과 사예주를 협공하려 했던 계획마저 철회해야 했다.

근본도 모를 황족 방계에게 수모를 당한 것으로 모자라 기세등등하게 출진했던 원정까지 포기하고 양양으로 철수하고 말았다.

굴욕이다.

더할 나위 없는 치욕이었다.

유비. 손견.

조조와 군사동맹을 맺은 군벌들에게 연이어 굴욕을 당한 유표는 모멸감에 온몸을 떨었다.

‘감히 이 유경승에게 이따위의 수모를 가하다니! 내 언젠가 기필코 이 치욕을 갚아주겠다!’

위풍당당하게 낙양에 입성하여 새로운 황제의 등장을 만천하에 알리겠다는 야망이 무너졌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사예주 정벌에 실패했으며,

또한 형주는 도적들의 침탈에 풍비박산처럼 무너졌다.

인자한 도덕군자라도 비분강개를 토해낼 최악의 결과였다.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유표는 유비와 손견에게 절치부심을 드러내면서 복수를 맹세했다.

“주군!”

유표가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복수심을 조용히 키워나가고 있었을 때,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군사(軍師) 괴량이 다가왔다.

비보를 들었는지 얼굴에 황망함이 가득했다.

“원소군이 표기장군 이성휘에게 대패하여 하내군으로 철수했다고 합니다!”

“뭐, 뭣…!!”

한줄기의 희망으로 남겨두었던 원소군마저 결국 대패하고 말았다. 조조군과 천하의 패권을 두고 자웅을 겨루던 하북의 패자가 무너진 것이다.

유표가 경악하여 소리쳤다.

제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괴량의 보고에 대경실색을 금치 못했다.

하북 4개 주를 제패했던 하북의 패자가 무너졌다는 소식에 말문이 막혔다. 무겁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심연으로 추락했다.

“화, 확실한 정보인가!”

채모가 놀라 물었다.

그에 괴량이 침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세작들이 전한 급보일세….”

“으음!”

하내군까지 철수한 원소군은 결국 정벌을 중단하고 하북으로 회군할 것이었다.

족히 수만 명의 병력을 잃었다.

제아무리 원소군이라도 그 막대한 손실을 태연하게 넘길 순 없을 터.

조조군 포위전은 실패했다.

원소. 마등. 유표. 유언.

황제를 거느리고 제후들을 호령하는 중원의 패자를 성토하고자 집결했던 군사연합이 백무일책(百無一取)으로 끝나버렸다.

“그아아아!!”

유표가 괴성을 내질렀다.

두 눈을 부릅뜨며,

연이은 패전으로 인한 분노를 재차 토해냈다.

대군을 동원했음에도 얻은 것이 없었다. 도리어 조조군의 명성만 높여줬을 뿐이다.

천하의 군벌들이 연합했던 대전에서 마침내 승리함으로서 조조군은 더욱 승승장구하여 천하통일의 대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었다.

* * *

하내군으로 철수했던 원소군은 결국 정벌을 중단하고 하북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전투를 속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참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원소는 천하통일의 대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단념하고서 물러나는 씁쓸한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성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만.”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사랑하는 남편의 품에 안겼다.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강아지처럼 남편의 품에 보드라운 얼굴을 비비면서 환열을 만끽했다.

“드디어…! 드디어 우리들이 이겼네…!”

“그렇습니다.”

이성휘의 옷깃을 움켜잡은 조조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중원을 도모하려던 난적들을 모두 제압하여 패권을 지켜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 막역지우의 희생을 떠올린 조조는 울음기가 담긴 목소리를 토해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성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애처롭게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인을 위로했다.

두려움에 시달렸겠지.

공포와 불안을 계속 겪었으리라.

꿋꿋하게 버티고 인내하면서 계속해서 발걸음을 내딛었던 그녀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주고 싶었다.

“저는 정말로 아만이 자랑스럽습니다.”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아담한 등을 쓰다듬었다.

작고 가녀렸다.

그리고 매우 뜨거웠다.

부드러운 머릿결에 얼굴을 파묻은 이성휘는 달콤한 체취를 맡으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고맙네.”

서로를 꼭 껴안았다.

안도감을 충족할 때까지.

따스한 품을 영위하면서 찰나의 행복을 품었다.

“크흠!”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머쓱해진 표정을 지으면서 헛기침을 했다.

애틋하게 사랑을 탐닉하는 조조와 이성휘의 모습에 망설이던 하후돈은 이윽고 사이에 끼어들었다.

“딱히 방해하려던 건 아닌데… 시급히 보고해야 될 게 많아서 말이야.”

“…흥.”

조조는 방해꾼이 된 사촌을 힐끗 노려보았다.

실로 무례하다.

사랑하는 남편과의 행각을 방해하다니.

다른 부하였다면 즉결처분을 내렸겠지만 상대가 수많은 전공들을 세운 사촌이었기에 아량을 베풀었다.

“전투에서 수많은 포로들을 붙잡았잖아. 그들을 어떻게 처분할지 물어보려고. 뭐, 전의를 상실한 병사들이야 투항을 선택했지만… 문제는 생포했던 장수들이야. 도무지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후우.

하후돈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전장에서 사로잡힌 대부분의 적장들이 완강하게 투항을 거부했다.

차라리 우리들을 모두 죽여라.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무장한 장수들은 끝까지 투항을 거부하면서 전의를 표출했다.

이대로 풀어주면 분명 화근이 되어 돌아오겠지.

하후돈은 적장들의 처분을 조조에게 물었다.

“차라리 죽여 달라고? 그것이 소원이라면 들어줘야겠지. 자비와 아량을 베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들의 명예를 지켜주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니.”

방금까지 애처로운 사랑을 속삭였던 조조가 순식간에 냉혹한 군주로 돌변하여 처형을 명령했다.

투항하지 않겠다면 죽음뿐이다.

살 기회를 일러주었음에도 결국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죽일 수밖에.

“아만,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무엇인가?”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그에 조조가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

“…….”

붉은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한 이성휘는 심사숙고에 빠진 것처럼 잠시 침묵했다.

대범하고 의젓한 성격의 남편답지 않은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에 조조는 경직된 표정을 지으면서 무거운 불안감을 표현했다.

분명,

이 과정은….

매우 불길한 단계였다.

항상 이 과정 다음에 불쾌한 불상사가 빠짐없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귀관, 본론을 꺼내기 전에 묻겠네….”

좌불안석을 불안감을 직감한 조조는 고백하기 전에 사용했던 호칭으로 남편을 불렀다.

분명하다.

틀림없는 ‘그 과정’이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뒤통수를 맞았던가.

복병에 당하듯이 여러 사건사고들을 겪었던 조조는 남편의 심리를 정확히 간파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풍파들로 인한 경험의 흔적과 같았다.

“여자인가.”

“…….”

침묵했다.

아내의 힐문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무심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시녀의 과잉충성으로 괜한 봉변을 당하게 생겼다.

몹시 억울한 입장이다.

이성휘로선 몹시 억울할 따름이었다.

후배 시녀랍시고 상산의 조자룡을 포로로 붙잡아온 여포와 장료의 독단행동이 이성휘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렸다.

“나보다 가슴이 크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걸세.”

조조가 물었다.

그에 이성휘는 ‘아만보다 가슴이 작은 여자가 천하에 있답니까?’라는 말을 억눌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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