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39화 (439/616)

<439화>

=============================

원소가 참전했다.

하북의 지배자가,

마침내 전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이성휘는 다급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장 철퇴해야 한다.

위기를 알리는 경종(警鐘)이 계속해서 머리를 때리는 듯했다.

안량과 문추를 상대하면서 장합과 고람까지 대적하던 이성휘는 혼신의 전력을 다해야만 했다. 어물쩍대면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었기에.

“커억!”

“고, 고람 장군!”

압도적인 괴력을 이겨내지 못한 고람이 넘어갔다.

쿠웅-!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힘을 다했는지 고람은 곧바로 일어서지 못했다.

“으음!”

고람이 낙마하자마자 이성휘는 말머리를 돌려 안량과 문추를 밀어붙였다. 벼락처럼 벌어진 공세에 하북을 대표하는 맹장들은 곧장 수세에 직면했다.

쩌엉-!

쩌저저적!!

벼락이 치는 듯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참격이 맹장들을 위협했다.

놈은 지치지도 않는단 말인가…?

절체절명에 봉착할 때마다 저력을 발휘하는 천하제일검의 용력에 안량과 문추는 버텨내기 급급했다.

“흐아압!”

장합이 내지른 창끝이 이성휘의 어깨를 스쳤다.

푸확-!

살갗이 찢어지면서 핏물이 흘렀다.

그럼에도 이성휘는 양손으로 검을 휘두르면서 장합에게 반격을 가했다.

아름다운 반월을 그리듯이 휘둘러진 참격이 장합을 쓰러트렸다. 혼신의 힘을 담아낸 일합에 하북의 맹장이 외마디의 비명과 함께 말에서 떨어졌다.

“장합 장군!”

“이성휘… 이놈!!”

안량과 문추가 크게 대노하여 달려들었다.

맹장들의 역공에 이성휘는 피범벅이 되어버린 양손을 추스르면서 날카로운 칼끝을 겨눴다.

파아앙!!

검을 내지름과 동시에 파공음이 울렸다.

수많은 용장들의 목숨을 거뒀던 천하제일검의 일격이 안량과 문추를 노렸다. 번쩍이는 인광(刃光)이 몰아침과 동시에 검격이 몰아쳤다.

“크학!”

“커허억!!”

갑옷이 절단되면서 검흔이 생겨났다. 곧 검흔은 혈선이 되어 핏물을 쏟아냈다.

창을 치켜들면서 방어했던 안량과 문추는 노도처럼 몰아친 검격에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찰나에 몰아쳤던 검격을 전혀 간파하지 못했던 두 맹장들은 압도적인 격차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결사의 각오로 검을 내지르다니…!’

방어를 일절 포기하고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검술에 목숨을 맡길 수 있는 무인에게만 가능한 절예의 공격이다.

치열한 공방전으로 피투성이가 되었음에도 결코 망설이지 않고 결사의 칼날을 휘둘렀다. 허를 찔려버린 안량과 문추는 고통을 내뱉으면서 뒤로 물러섰다.

“크윽! 역시 천하제일검이군!”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다시 싸워보자!!”

치명상을 딛고 일어선 맹장들은 용맹을 발산하면서 병장기를 치켜들었다.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승부는 다음으로 미루겠다.”

그러나 이성휘는 맹장들의 각오를 회피했다.

말머리를 돌렸다.

검을 늘어뜨린 채 결투에서 벗어났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전세가 진창에 빠지고 만다.

다급함을 느낀 이성휘는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몸을 애써 추스르면서 말을 재촉했다. 말이 우렁차게 울음을 터트리면서 전장을 가로질렀다.

“북을 치고 대장기를 높게 들어라!”

이성휘가 뒤따르던 무관에게 명령했다.

그에 무관이 놀라 소리쳤다.

“하, 하지만 표기장군…! 그랬다간 사방에서 적들이 몰려들어 표기장군을 노릴 겁니다!”

“상관없다!”

하북사정주와의 결투로 피로와 부상들이 누적된 이성휘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위태로운 상태였다.

북을 치면 적들이 알아챌 터.

대장기를 높게 치켜들면 탐욕스러운 장졸들이 전공을 세우고자 밀물처럼 몰려들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성휘는 연이어 엄명을 내렸다.

“북을 쳐라! 대장기를 높여라!”

두 눈을 질끈 감으면서 고심하던 무관은 결국 이성휘의 명령에 움직였다.

표기장군의 대장기를 들었다.

북을 울리면서 여기 있노라고 위치를 알렸다.

사실상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무거운 북소리를 울리자마자 난전을 치르던 원소군의 시선이 모두 집중되었다. 크게 펄럭이는 표기장군의 대장기를 목격한 원소군 장졸들은 함성을 크게 내지르면서 이성휘를 노렸다.

“표기장군 이성휘다!”

“놈을 죽여라! 놈에게 일확천금이 걸렸다!”

철의 장벽이 움직였다.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주변의 모든 병력들이 격동하듯 몰아쳤다.

몰려드는 원소군은 무려 수만 명에 육박했다.

용오름처럼 넘실대는 하북의 장벽을 목격한 조조군 무관들은 아연실색하면서 이성휘의 뒷모습을 겁에 질린 눈길로 응시했다.

“이놈!”

“표기장군의 수급은 내 것이다!”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다.

벼락출세를 이룩할 수 있다.

천하제일검의 수급을 거머쥘 절호의 기회였다.

놈은 피투성이가 된 상태였다. 지금이라면 아주 쉽게 천하제일검의 수급을 거둘 수 있을 터. 크게 준동하여 달려드는 것은 당연했다.

“멈추지 마라. 계속 달려라.”

무관들에게 명령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동요하는 무관들에게 계속 돌파를 이어나갈 것을 덧붙였다.

“내 뒤만 계속 따라와라.”

이성휘가 검을 치켜들었다.

양손으로 거머쥔 칼자루를 크게 내지르면서 몰아치는 철의 장벽을 대적했다.

쩌적,

쩌저저저적──!!

“크아악!”

“으으, 으아아악!!”

검의 쇄도와 함께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렸다.

장벽이 무너졌다.

몰아치던 군세가 한순간에 쓸려나갔다.

피투성이의 맹수를 사냥할 심산으로 달려들었던 원소군은 오만과 만용의 대가를 목숨으로 지불했다.

“내 목을 가져가봐라.”

분쇄기에 갈려나간 것처럼 흩뿌려진 적들의 시체를 짓밟으면서 통과했다.

끊임없이 원소군이 밀려들었다.

그때마다 이성휘는 검을 휘두르면서 분쇄를 반복했다.

그야말로 일기당천(一騎當千)이다.

단기로 전장에 뛰어들어 만인을 대적했다.

전공을 차지하고자 수많은 장졸들이 목숨을 내던졌음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연이어 반복된 시도에도 천하제일검의 목은 건재하기만 하다.

“이성휘!”

“네놈의 목을 내놔라!”

철의 파도가 재차 몰아쳤다.

계속해서 격파했음에도,

주군을 향한 절대적인 충성심은 건재하기만 했다.

그때마다 이성휘는 일진을 거듭하면서 수많은 시체들로 붉은 융단을 완성했다. 천하제일검이 향할 때마다 뼈와 살점이 뒤엉킨 핏물이 펼쳐졌다.

“드디어 도달했다!”

이성휘가 원소군을 상대로 잔인무도한 무쌍을 이어나가고 있었을 때,

금발을 늘어뜨린 여성이 방천화극을 휘두르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천하제일검이 돌파를 거듭하였듯,

병주의 비장 또한 돌파를 거듭하여 도달한 것이다.

“봉선.”

“뭐야, 완전 피투성이잖아!”

하북사정주를 쓰러트리고 몇 겹에 달하는 포위망까지 모두 돌파했다. 당연히 멀쩡할 리 없었다.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위태로운 모습에 여포가 두 눈을 바르르 떨었다.

저 몰골로 지금까지 싸웠단 말인가.

날카로운 발톱에 찢겨나간 것처럼 너덜너덜한 갑옷과 틈새로 보이는 상처들. 이리들과 밤새도록 자웅을 겨룬 사자를 보는 듯했다.

“문원은?”

“지금 휘하 장수들과 전선을 수습하고 있어.”

“전황이 급박하다. 빨리 합류해야 한다.”

“그럼 당연하지! 지금부터 주인님을 호위할게.”

방천화극을 치켜든 여장부가 사나운 미소를 흘리면서 맹렬하게 달려오는 원소군을 노려보았다.

부웅.

무거운 병장기를 늘어뜨렸다.

선혈처럼 붉은 눈동자로 적들을 응시하면서 양손으로 방천화극을 쥐었다. 적들을 모두 도륙하겠다는 살의가 온몸을 타고 흘렀다.

“다 덤벼라, 버러지들아!”

단기필마로 질주하면서 원소군을 상대로 무쌍을 벌였다. 이성휘를 추격하던 원소군은 여포의 급습에 풍비박산이 되어 무너졌다.

뒤이어 몸을 추스른 천하제일검이 가세했다.

“퇴각하라!”

“뒤로 물러나 전열을 정비한다!”

설상가상처럼 이성휘와 여포를 모두 감당하는 처지에 놓였던 원소군은 철퇴를 결정했다.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력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천하제일검과 비장을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하북사정주가 치명상을 입고 전선에서 물러난 상태였기에 무리한 추격은 불가능했다. 여포의 가세로 인해 원소군은 이성휘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 하북의 필두무장들을 모두 이겼다면서?”

“도중에 빠져나왔다.”

여포의 물음에 이성휘가 어깨를 으쓱였다.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에 여포는 방천화극을 치켜들면서 감탄을 터트렸다. 크게 감명을 받은 듯했다.

“무슨 소리야, 주인님이 이겼다는 승전보를 여기까지 오면서 다 들었는데! 주인님이 놈들을 쓰러트렸다는 낭보를 두 귀로 들었다고!”

조금 잘못 와전된 듯하다.

물론 전장에서 거짓 소문이 퍼지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지만.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기뻐하는 여포의 반응에 이성휘는 침묵을 이어나갔다.

“지금쯤이면 유비군이 홍농군(洪農郡)에 무사히 도착했겠지. 유비군은 강행군에 능한 정예부대이니.”

사예주를 위협하는 원소군만큼 서량 연합군도 껄끄러운 놈들이다. 그래서 이성휘는 동관에서 묵묵히 파상공세를 견뎌내고 있는 조홍을 지원하고자 유비군을 급히 파견했다.

“주인님!”

여포와 함께 군중에 도착했다.

그에 장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반겼다.

“전황을 보고해다오.”

“네, 주인님.”

이성휘의 하명에 장료가 고개를 끄덕였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