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38화 (438/616)

<438화>

=============================

안량. 문추.

하북 최강의 맹장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격앙된 고함을 내지르며,

양손으로 힘껏 병장기를 휘둘렀다.

콰아앙!!!

금속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안량과 문추가 전력을 다해 천하제일검을 상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공방을 이어나갈수록 안량과 문추의 얼굴이 더욱 경직되었다. 혼신의 전력으로 맹공을 퍼붓고 있음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괴물에게 점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리라.

‘무, 무슨 힘이…!’

‘과연 항우에 필적할 만하군!’

이성휘가 내리치는 검격을 막아내던 안량과 문추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마치 벼락을 맞은 듯했다.

병장기를 쥔 손에서 극심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이게 사람에게 가능한 힘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힘의 우열에서 압도당한 적이 없었기에 경악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과연 대단한 위용이오.”

콰득!

까가가각!!

안량과 문추가 내질렀던 창격이 비명을 내지르면서 휘청거렸다. 괴력을 실어낸 검이 계속해서 안량과 문추의 창격을 쳐내고 있었다.

히이잉!

말이 울부짖었다.

그와 동시에 다시 격돌했다.

거친 호흡과 날카로운 금속음.

치열한 공방을 거듭하면서 전장의 흙먼지를 일으켰다.

“그아아아!!”

거친 고함소리와 함께 안량이 창을 휘둘렀다. 문추도 그에 가세하여 이성휘에게 창끝을 겨눴다.

쩌저정-!!

두 자루의 창들이 목숨을 위협했다.

검을 치켜든 이성휘는 맹장들의 창격을 막아내면서 동시에 압박을 가했다. 괴력을 휘두른 압박에 안량과 문추는 침음을 토해내면서 잠시 물러섰다.

“맹수와 싸우는 것 같군.”

“차라리 맹수와 싸우는 것이었다면 이렇게 애를 먹진 않았을 걸세.”

과연 천하제일검이다.

수많은 적수들과 무명을 걸고 싸웠지만 이렇게까지 곤혹에 빠진 것은 처음이었다.

승산이 희박했다.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수백 합의 공방들로 그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거칠게 호흡을 내쉬면서 이성휘를 노려보던 안량과 문추는 병장기를 굳게 쥐면서 기합을 넣었다. 하북을 대표하는 무장으로서 적장에게 결코 등을 보일 순 없었으므로.

“안량 장군!”

“우리들도 가세하겠소이다!”

검을 치켜든 무장들이 말을 재촉하면서 전장에 가세했다.

장합과 고람이었다.

위태로운 형세에 다급함을 느끼고서 가세를 결정한 것이리라.

불안한 눈길로 지켜보던 무장들마저 가세하면서 하북사정주가 모두 나서게 되었다. 천하를 대표하는 무장을 대적하고자 원소의 용장들이 모두 투입되었다.

“덤벼라, 이성휘!”

“우리들이 대적하겠다!”

장합과 고람이 호기롭게 소리쳤다.

그에 이성휘는 피하지 않았다.

4대 1의 불리한 상황이었음에도,

말에 박차를 가하면서 과감한 돌격을 시도했다.

“커헉!!”

이성휘의 일격을 받아낸 고람이 전장에 가세하자마자 고통 섞인 비명을 토해냈다.

실로 무지막지한 괴력이다.

검격을 막아냈음에도 몸에 여파가 전해진 듯했다.

그럼에도 고람은 격통을 참아내면서 이성휘를 노려보았다. 공격을 막아냈던 검을 재차 휘두르면서 천하제일검에게 달려들었다.

“어서 움직이게, 안량!”

“…알겠네!”

문추의 외침에 안량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병장기를 움켜쥐었다.

“주군의 대업을 위해서라면!”

실로 비열하고 치졸한 작태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주군께서 천하통일의 대업을 달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천하제일검을 이 전장에서 매장시켜야만 했다.

세간의 비난과 지탄을 받게 될 것을 각오한 하북사정주는 오로지 천하제일검을 쓰러트리기 위해 협공을 펼쳤다.

“크하압!”

“내 칼을 받으라!”

안량. 문추. 장합. 고람.

하북을 호령하는 용장들이 달려들었다.

“…모조리 와라.”

그에 이성휘는 망설임 없이 검을 치켜들었다.

설령 상대가 하북사정주라고 할지라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만용으로 보일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었음에도 대적하는 것을 선택했다.

* * *

천하제일검과 하북사정주의 공방은 한 치의 상황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다.

검격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창격이 내질러질 때마다 돌풍이 일었다.

섣불리 공방전에 다가선다면 칼부림에 휩쓸리게 될 터. 전장을 누비던 장졸들은 휘말릴까 두려워 접근하지 못했다.

“하북사정주가 모두…!”

“혼자서 하북사정주를 모두 대적한단 말인가!”

하북사정주를 상대로 접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습에 원소군은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북의 용장들이 모두 가세했음에도 팽팽하게 전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정말 사람이란 말인가….

안량과 문추를 상대하면서 장합과 고람을 대적하고 있는 이성휘의 모습은 마치 귀신을 보는 듯했다.

“컥!”

창을 휘두르던 장합이 비명을 토해냈다.

날카로운 칼끝이 목덜미를 노리고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급히 창을 들어 막아내지 않았다면 목덜미가 찢어발겨졌으리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네 명이 모두 대적하고 있음에도 완승을 쉽게 점칠 수 없을 정도로 눈앞의 무인은 강대한 적수였다.

“주인님이…!”

“잠깐만요, 봉선 님!”

방천화극을 휘두르면서 적들을 유린하던 여포가 치열한 접전에 가세하려 했다.

그러나 장료가 여포를 뜯어말렸다.

무언가를 목격했는지,

장료의 새하얀 얼굴에 다급함이 서렸다.

아연실색하는 장료의 모습에 여포는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주변을 살폈다.

“워, 원소다!”

“원소의 대장기다!”

자욱한 흙먼지와 함께 대규모 병력이 도착했다.

원소였다.

하북의 패자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백마장군 공손찬과 수많은 군벌들을 제패하여 하북을 통일한 여장부가 천군만마를 이끌고 당도했다.

“북을 쳐라! 나각을 울려라!”

“우리들의 주군께서…! 하북의 주인께서 오셨다!”

원소군 장졸들이 크게 함성을 토해냈다.

주군께서 당도하셨다.

소식이 알려지자 원소군의 사기는 분기탱천을 거듭했다.

아름다운 주군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한 하북의 군단들은 크게 돌변하여 조조군에게 절치부심의 반격을 펼쳤다. 계속 밀어붙이던 조조군은 원소군의 역공에 잠시 위축되고 말았다.

“주군께서 지켜보고 계신다!”

“하북의 용사들이여, 결코 죽음을 두려워 말라!”

원소군이 급변하여 반격을 휘둘렀다.

방어진형이 붕괴된 이후,

패퇴를 거듭하던 원소군이 파상공세를 벌였다.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원소가 참전하자마자 전황이 돌변했다. 죽음을 불사하며 달려드는 원소군의 맹공에 전세를 밀어붙이던 팔건장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것들이 갑자기 미쳤나…!”

“원소가 당도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돌변했소!”

창을 치켜들고서 달려드는 원소군 보병들의 모습에 위속과 성렴이 혀를 내둘렀다.

전황이 요동치고 있다.

원소의 참전으로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주군을 향한 절대적인 충성심과 맹목적인 경애로 무장한 하북의 장졸들은 겸인지용의 결사대가 되어 전장을 관통했다.

“물러서지 마라! 무기를 들어라!”

금발을 늘어뜨린 일기당천의 영웅이 방천화극을 치켜들면서 병사들의 동요를 막았다.

사자처럼 우렁찬 고함소리에 병사들은 간신히 사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비장이 있다.

여포가 늠름한 자태를 뽐내면서 선두를 사수했다.

위풍당당한 비장의 모습에 조조군은 원소군과 건곤일척의 싸움을 반복했다. 칼끝에 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놈들은 크게 지친 상태다! 호기를 놓치지 마라!”

원소와 함께 참전했던 순우경이 나섰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전황에 날카로운 말뚝을 박는다면 조조군은 필패할 수밖에 없을 터.

즉시 백마의종(白馬義從)을 투입했다.

마갑을 두른 기마군단이 출진하면서 조조군을 휩쓸었다. 공손찬을 따랐다가 원소에게 전향한 유주의 용사들은 타고난 용력을 발휘하면서 전장을 강타했다.

“…놈들을 진멸하라.”

창을 늘어뜨린 여성이 회색 머리카락을 나부끼면서 달려들었다.

유격장군(遊擊將軍) 조운.

상산의 맹장이 현란한 창술을 자랑하듯이 조조군의 무관들을 연이어 쓰러트렸다.

그에 가세하여 백마의종이 조조군의 본진을 급습하면서 전황을 진동시켰다.

* * *

사예주에 당도한 원소는 산등성이에서 전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돌개바람이 크게 일었다.

탐스러운 금발이 크게 흩날렸음에도 원소는 흔들림 없는 눈길로 싸움을 주시했다.

하북의 용장들이 이성휘와 싸우고 있다.

일당백의 장수들과 용호상박으로 격전을 치르는 이성휘의 모습을 하염없이 눈에 담았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주군, 명을 내려주십시오.”

정로장군(征虜將軍) 국의가 말했다.

놈들이 수세에 몰렸다.

지금이야말로 이성휘를 죽일 기회다.

일편단심으로 연모한 주군이 이성휘를 남몰래 연모하고 있음을 알기에 국의는 우세한 전황을 이유로 내세우면서 총공세를 부추겼다.

‘분명 병주에서 놈을 그냥 보내줬을 때처럼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시겠지. 절호의 기회를 거적처럼 내던지면서까지 애지중지했으니.’

이번에도 망설이겠지.

승기가 눈앞에 도래했음에도,

가슴속의 미련을 단념하지 못해 망설일 터였다.

국의는 속으로 비웃음을 머금으면서 원소의 결단을 기다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길에 사나운 질투가 가득했다.

“공격하세요, 정로장군. 순우경을 도와 적진을 와해시키세요.”

“예…?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확고한 결단이 느껴지는 냉철한 명령이다. 그에 국의는 크게 반색하는 반응을 보였다.

마음을 완전히 단념한 듯,

지엄한 목소리에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절대 망설이지 않겠다고 말했죠. 맹덕을 이긴 다음에 당신을 평생 내 곁에 두겠어요.’

두 눈을 날카롭게 떴다.

붉은 눈동자에서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

결코 망설이지 않겠다.

전력을 다해 당신을 차지하겠다고 맹세했으니까.

이성휘와 나눴던 부드러운 입맞춤을 떠올린 원소는 환열이 담긴 시선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휘하 제장들과 난전을 치르고 있는 이성휘를 집중하고 있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