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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36화 (436/616)

<4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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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여파는 실로 처참했다.

궁궐이 피비린내로 뒤덮였다.

치열한 시가전 속에 무고한 백성들이 수도 없이 희생되었다.

허도 전역이 죽음으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동승을 중심으로 촉발된 반란은 만승천자의 수도를 시산혈해로 만들어버린 다음에야 비로소 종결되었다.

“사공의 입궐이옵니다!”

환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곧 조조가 입궐한다.

조정대신들이 경직된 표정을 하고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 지독한 피바람이 불어들 테지.

반란에 가담했던 대역무도한 역적들은 절대로 죽음을 피하지 못하리라. 또한 반란을 계획한 대역죄인들은 삼족을 진멸하는 법이기에 더 많은 인원들이 처형대에 오르게 될 것이었다.

“음!”

“허억…!”

끼익.

문이 열리면서 흑발의 여인이 들어섰다.

수많은 제장들을 거느리고서 입궐한 조조의 모습에 조정대신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도깨비불처럼 살의에 불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악몽에서나 나올 것 같은 흉신악살의 모습에 어깨를 움츠렸다.

‘아, 악귀가 아닌가…!’

‘우리 가문은 반란과는 무관계하니 다행이군!’

누군가는 두려움에 떨었다.

누군가는 반역에 연루되자 않아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섭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웠다.

반란에 가담했던 주동자들은 처참하게 비명을 내지르면서 서서히 죽어갈 터.

그것을 상상한 조정대신들은 아연실색한 채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숙청의 칼날이 들이닥칠까 두려워하는 자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사, 사공….”

황제 유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조조는 답하지 않았다.

진궁에게 눈짓하여 반역에 가담했던 죄인들을 데려오도록 명령했을 뿐이다.

“놔, 놔라!”

“이놈들! 조조 년의 졸개들아!”

곧이어 허도의 무관들이 가축처럼 비참하게 포박된 죄인들을 대령했다. 모진 고문과 학대를 받았는지 죄인들이 모두 피투성이였다.

“아!”

유변이 탄식을 흘렸다.

피투성이였던 동승이 거친 신음을 토해내면서 발치에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호흡이 어려웠는지 헉헉 숨을 몰아쉬었다.

왕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코 대역죄인들에게 관여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조… 맹덕…!”

피거품을 토해내던 동승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조조를 향하고 있었다.

“커헉!”

한 남성이 무관들에게 내동댕이쳐졌다.

태의령(太醫令) 길본이었다.

동승과 반란을 모의했던 것이 발각되어 붙잡혔다.

“크윽!”

“아, 아버지!”

반란군을 지휘하여 시가전을 일으켰던 길막과 길목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아버지를 보며 피눈물을 흘렸다.

모진 매질을 당한 것이리라.

온몸에 무자비한 흔적들이 가득했다.

다른 죄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온몸에 흉측한 상처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중강.”

“예, 주군.”

철퇴를 늘어뜨린 허저가 발걸음을 성큼성큼 내딛으면서 길씨 부자에게 다가섰다.

이윽고 거머쥔 철퇴를 휘두르면서 고통에 몸부림치던 길본을 가격했다.

빠드득-!

정강이를 찍어버렸다.

“으, 으아아아악!!”

길본이 외마디의 비명을 내질렀다.

뼈가 단숨에 으스러졌다.

가죽과 살점이 거적처럼 너덜너덜해졌다.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부친을 초주검으로 만들어버리는 패륜적인 광경에 조정대신들은 아연실색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 아버지이!!”

“반드시 천벌을 받을 게다, 조맹덕!”

무관들에게 붙잡힌 길막과 길목이 소리쳤다.

그럼에도 철퇴는 멈추지 않았다.

두 다리를 모두 부러뜨린 뒤,

몸과 어깨를 차례대로 으스러뜨리면서 반역에 가담했던 대역죄의 책임을 물었다.

“커, 헉…!!”

꽈직──!

마지막으로 머리를 박살냈다.

으스러진 머리에서 핏물과 함께 뇌수가 울컥울컥하며 쏟아졌다.

“놈들을 효수하라.”

“존명.”

곧이어 무관들이 길막과 길목을 끌어내면서 처형대로 향했다.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은 자식들의 울부짖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그럼에도 조조는 아랑곳 않고 심판을 속개했다.

“대역죄인들을 국문하여 진상을 파악하라.”

“예!”

경기와 위황, 김의를 비롯한 주모자들이 모두 국문장으로 압송되어 고통의 굴레에 내던져졌다.

죄인들의 비명소리가 작렬했다.

일벌백계로 다스리려는 것일까.

대역무도한 변절자들을 향한 복수심 때문일까.

상서령 순욱의 진두지휘로 진상이 대부분 밝혀졌음에도 무자비한 형벌들을 동원했다. 온몸이 찢어져 절명할 때까지 고문을 멈추지 않을 게 분명했다.

“변방으로 향했던 죄인들은 어찌 되었는가.”

조조가 물었다.

그에 진궁이 대답했다.

“명령이 당도했을 것입니다.”

조조는 동승을 따르다가 변방으로 좌천되거나 유배에 처해졌던 심복들에게도 칼끝을 향했다.

왕자복. 충집. 오석.

그들을 모두 참살하여 동승의 흔적을 지웠다.

동승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자들을 모두 처형하겠다는 귀기가 느껴졌다. 삼족을 멸하라는 명령이 아직까지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내려질 터였다.

“놔라! 그 더러운 손을 치워라! 나는 한나라의 귀비란 말이다!!”

고통과 살육으로 얼룩진 비명소리만이 난무하고 있었을 때,

고혹적인 미모를 자랑하는 미녀가 무관들에게 붙잡힌 채 끌려왔다.

귀비 동씨였다.

옥당전(玉堂殿)의 주인이 국문장으로 압송되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만인이 보는 앞에서 감히 한나라의 귀비를 욕보일 셈이냐!”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산발로 풀어헤친 동귀비가 표독스럽게 두 눈을 부릅뜨면서 소리쳤다.

잔혹한 형벌들이 이루어지는 국문장에 섰음에도 동귀비는 오만한 자존심을 꺾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계속 모멸감을 드러낼 뿐이었다.

“귀비를 국문장에 세우다니….”

“역모를 획책했던 대역죄인의 여식이어도 한나라의 귀비가 아닌가.”

자세한 진상을 알지 못했던 조정대신들은 잔인무도한 처사라며 중얼거렸다.

황제의 총애를 받는 후궁이 아닌가.

대역죄인의 딸이라고 해도 황제의 후궁을 국문장에 세울 순 없었다.

왕윤도 그리 생각했는지 국문을 제지하려 했다.

“옥당전에 몰래 병장기를 숨겼더군. 그리고 자객들을 환관으로 위장하여 암살을 모의했다는 사실까지도 알아냈다.”

“큭!”

궁궐에 병장기들을 반입했다.

자객들을 환관으로 위장하여 입궐시켰다.

둘 다 반역죄였다.

황제의 총애를 받는 귀비라도 반역죄만큼은 참작될 수 없을 터.

조조의 발언에 동귀비는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리면서 이를 빠득 갈았다. 그녀의 두 눈이 질투로 타올랐다.

“함정이다! 모략이야! 나를 몰아내려는 간교한 이간질입니다!”

어깨를 억압하던 무관들의 손길을 뿌리친 동귀비는 조조의 간교한 모략임을 황제와 조정대신들에게 주장했다.

그러나 쉽게 탄로날 거짓말에 불과했다.

조조의 명령으로 국문장에 도착한 옥당전의 궁녀들에 의해 동귀비의 항변은 일각도 버텨내지 못했다.

“궁궐에 몰래 병장기들을 들였습니다!”

“비단과 장신구로 위장하여 병장기들을 옥당전으로 들였습니다!”

한 달에 걸쳐 조금씩 병장기들을 몰래 들였다.

옥당전의 궁녀들이 고변한 내용들은 상세하면서 정확했다. 궁녀들의 고변이 이어질 때마다 유변과 조정대신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몰래 병장기를 들이다니.

거기에 자객들마저 궁궐에 들였단 말인가!

만약 동귀비가 황제를 도모하려 했다면 천인공노할 참변이 벌어졌으리라.

“닥쳐라! 그럴 리 없다…! 너희들이 조조와 몰래 짜고서 지어낸 말에 불과해!”

동귀비가 악에 받친 고함을 내질렀음에도 궁녀들의 고변은 계속되었다. 동귀비가 대역죄인으로 전락해버린 부친과 함께 죽기만을 바라는 듯했다.

표독스러운 눈길로 옥당전의 독부를 노려보았다.

얼마나 많은 궁녀들이 죽었던가.

모진 매질로 죽어나간 궁녀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증인으로 국문장에 참석한 옥당전의 궁녀들은 대역죄를 낱낱이 열거하면서 동귀비의 만행들을 만천하에 알렸다.

“주군.”

“가당치도 않은 짓을 저질렀군.”

진궁으로부터 증거를 건네받은 조조는 분노를 토해내면서 횡설수설하는 동귀비를 역겹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동승과 귀비 동씨가 주고받은 서찰을 펼쳤다.

분명 서찰에는 은밀하게 계획했던 대역죄들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서찰들을 모두 불태울 것을 동승이 신신당부했음에도 동귀비는 처소에 허술하게 방치해버렸다. 그 멍청한 행동이 결국 제 발목을 붙잡았다.

실로 우둔하지 않은가.

과연 허영과 사치에만 몰두하던 골빈 계집다웠다.

“상서령.”

“예, 사공.”

“그대가 서한을 읽도록 하라.”

조조가 팔을 뻗으면서 순욱에게 서한을 건넸다.

“사, 사공…!”

“읽으라!”

서한을 펼쳐들어 내용을 확인하던 순욱은 대경실색하며 어깨를 떨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온갖 잔인무도한 말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러나 조조는 순욱에게 황제와 조정대신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서한을 읽도록 강요했다.

“조조의 늙은 부친과 어린 자식들을 모두 참살하여 황실과 조정을 기만한 역적 년의 말로를 만천하에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조조가 총애하는 아들을 효수하여 역적들을 향한 본보기로 삼으소서. 아들이 처참하게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필시 조조는 피눈물을 쏟으면서 자신의 과오를 참회할 것입니다.”

만약 좌중랑장 전위가 분투하지 않았다면 서한들에 적힌 내용대로 되었으리라.

아버지를 잃고,

두 자식들마저도 잃었겠지.

송두리째로 나의 소중한 가족들을 빼앗길 뻔했다.

자신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소중한 가족들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이 격앙된 감정을 더욱 격화시켰다.

“사공….”

순욱이 불안감에 떨면서 조조를 바라보았다.

오한이 엄습했다.

지독한 살기에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살의를 담아낸 붉은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짙고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귀비의 두 눈을 뽑아버려라.”

증오에 미친 괴물이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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