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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35화 (435/616)

<4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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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예주 공방전이 열흘을 맞이했을 때,

마침내 이성휘가 움직였다.

본진에서 침묵을 이어나가던 천하제일검이 결국 칼자루를 뽑아들었다.

팽팽하던 전운이 크게 요동쳤다.

표기장군의 대장기가 전선에 등장했다.

그 소식이 원소군을 천 길 낭떠러지처럼 깊은 혼란의 심연에 빠트렸다.

“천하제일검께서 오셨다!”

“적들을 공격하라! 승세는 우리들에게 있다!”

표기장군 이성휘의 참전으로 조조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항우재림(項羽再臨).

낙양대전의 영웅.

장졸들이 분기탱천하는 것은 당연했다.

수많은 활약들로 난세를 장식했던 영웅과 전쟁터에 설 수 있음이 영광스럽다. 천하제일검의 무명을 경외하는 장졸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리라.

두웅! 두웅! 두웅! 두웅!

고각이 우렛소리처럼 울렸다.

“원소군을 섬멸하라!”

“기필코 사예주를 지켜내야 한다!!”

병사들의 함성소리가 천하를 뒤덮었다.

“반란을 모두 진압했습니다.”

비서랑(秘書郞) 순유가 말했다.

허도에서 전령이 도착했다.

반역을 도모했던 동승의 무리들을 모두 일망타진하였다는 소식이었다.

가족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을 천근만근처럼 짓누르던 속박에서 드디어 해방된 이성휘는 제장들을 이끌고 전선에 참전했다. 사예주를 침략한 적들을 분쇄하기 위해서였다.

“흥흥흥.”

이성휘를 뒤따르던 여포가 방천화극을 짊어진 채로 희열을 담은 비음을 흘렸다.

주인님과 함께 전장에 선다.

그의 뒷모습을 응시하면서 히죽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 전투 또한 역사에 남을 대승으로 기록되겠지.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적들을 모두 분쇄하고서 경애하는 주인님과 승전보의 기쁨을 만끽하리라. 이성휘를 호위하는 그 모습은 충성스러운 맹견을 보는 듯했다.

“천하제일검의 군세들이여, 전장으로 출진하라!”

흑발을 늘어뜨린 미녀가 병장기를 높게 치켜들면서 장졸들을 호령했다.

호령하는 모습이 과연 늠름했다.

고아한 매력을 뽐내면서 전장을 가로질렀다.

장료의 호령에 천군만마가 함성으로 응답하면서 출진했다. 수많은 병력이 동시에 움직이는 모습은 사납게 몰아치는 파도를 보는 것 같았다.

“함진영, 적을 분쇄한다!”

강철처럼 견고한 사내가 장졸들을 이끌고서 적들의 방어선을 뛰어넘었다.

콰직-!

진로를 방해하던 목책들을 뚫어냈다.

진입과 동시에 날카로운 화살세례가 삼면에서 빗발쳤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격했다. 돌격을 계속 감행함으로서 아군을 위한 진격로를 열어젖혔다.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자!”

“천하제일검께서 우리들의 용전을 보고 계신다!”

위속, 학맹. 후성. 성렴.

병주 출신의 맹장들이 연이어 투입되었다.

대부분의 전력을 동원했다.

드디어 천하제일검의 파상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적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네…!”

“표기장군 이성휘가 움직이지 않았는가. 놈들이 분기탱천하여 달려드는 것이 당연하지.”

방어선을 지휘하던 장합과 고람은 쇠뇌처럼 무대포로 달려드는 적들을 바라보면서 침음을 삼켰다.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계속 침묵하던 이성휘가 전선에 참전함으로서 생긴 변화였다.

전장의 변화는 승세를 좌우하는 법이다.

하북의 숙장들은 승세를 강탈당하는 것을 저지하고자 방어선을 더욱 강화했다. 영광스러운 주군께서 전장에 도착하기까지 어떻게든 버텨내야 했기에.

“방어선을 사수해야 한다!”

“휘하 제장들은 결코 동요하지 말라!”

조조군의 맹공에도 원소군의 방어선은 바위처럼 견고했다. 장합과 고람이 직접 전선을 진두지휘한 덕분이었다.

결코 뚫려선 안 된다.

원소군 장졸들은 이를 빠득 갈면서 버텨냈다.

마름모 형태로 포진한 장창부대들이 조조군의 기병부대를 저지했다. 날카로운 창끝에 놀란 군마들이 울음소리를 토해내면서 요동쳤다.

“큭! 이, 이놈들이…!”

“공손찬을 무찌른 놈들일세! 결코 방심하지 말게!”

공손찬군의 백마기병을 격퇴했던 장창부대들이 팔건장의 맹공을 봉쇄했다.

방어선을 뚫을 수 없다.

장창과 방패들로 형성된 마름모 형태의 보병진형은 백마장군마저 쓰러트린 필승의 전술이었다.

기마군단을 지휘하는 팔건장이 고전하는 것은 당연했다.

“과연 대단하군.”

본대를 지휘하던 이성휘가 철옹성처럼 견고한 원소군을 응시하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쉬운 상대가 아니다.

무리하게 파상공세를 이어나갔다간 도리어 많은 피해가 뒤따르게 될 터.

역시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건가.

청명한 금속음을 내면서 보검을 뽑아들었다.

“표기장군. 표기장군.”

나무늘보처럼 등에 대롱대롱 매달렸던 흑발의 소녀가 입을 열었다. 손가락으로 이성휘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적의 전술을 설명했다.

“마름모 형태의 전열대형은 철옹성처럼 난공불락을 자랑하지만 허점이 존재함.”

인형처럼 아기자기한 소녀가 손가락을 뻗으면서 창과 방패들로 형성된 마름모를 가리켰다.

쿡.

뻗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요점을 잡아내듯이 마름모의 부분들을 집어냈다.

“저쪽하고 저쪽. 그리고 툭 튀어나온 모서리.”

“…….”

사마의의 진언에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턱대고 사방에서 공격하면 실패함. 계속 두들길수록 강해지는 게 보병진법임. 파훼할 부분들만을 정확하게 때려야 이김.”

“수고했다.”

“으아앗!!”

장래가 기대되는 참모로부터 파훼법을 듣자마자 등에 매달렸던 나무늘보를 번쩍 들었다.

옆에서 호위하던 무관에게 건넸다.

짐짝 취급을 받아버린 사마의가 무관에게 인도되자마자 이성휘는 박차를 가하면서 질주를 시작했다.

“봉선! 문원!”

충성과 용맹을 겸비한 두 여장부들을 호출했다.

여포와 장료가 움직였다.

경애하는 주인님의 부름이 떨어진 직후였다.

“너희들은 정면에서 보이는 두 개의 면들을 동시에 공격해라. 나는 우회하여 적의 모서리를 치겠다.”

이성휘의 명령에 여포가 물음표를 띄웠다.

면? 모서리?

이해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여포와 장료가 통솔하는 기마군단들이 일제히 움직이면서 정해진 위치로 이동했다. 또한 이성휘도 근위기병들과 함께 전속력으로 전장을 크게 우회했다.

“고각을 울려라!”

“예!”

이성휘의 명령에 병사들이 고각을 크게 울렸다.

그와 동시에,

여포와 장료가 위치한 방향에서도 고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모두 정해진 위치에서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최종적으로 확인한 이성휘는 뿔나팔을 이용하여 총공세를 알렸다. 나각소리가 쩌렁쩌렁 울린 것과 동시에 두 개의 면들과 반대편에 위치한 모서리를 강타했다.

* * *

반역의 주모자들이 모두 붙잡혔다.

그러나 종결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잔당들이 저항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패국조씨 가문에 반발해온 사대부와 호족들은 패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완강하게 공세를 벌여댔다.

“불온세력들을 모두 진압해! 주인께서 집을 비우신 틈에 쳐들어온 놈들을 다 조져버려!!”

머리카락을 진한 금발로 물들인 여성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살의를 드러냈다.

형주 전선을 방비하던 진궁의 군세가 도착했다.

연주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조조가 진궁에게 급보를 보낸 덕분이었다.

“굼뜬 엉덩이를 걷어차기 전에 움직여!”

진궁은 허도를 몇 겹으로 포위하여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했다.

반란의 불씨가 흩뿌려졌다.

분명 그에 동조하려는 놈들이 있을 터.

재차 북상하던 유표군을 격멸하고서 돌아온 진궁은 피로를 억누르면서 계속 움직여야 했다. 우금과 악진에게 방비를 명령한 진궁은 곧바로 궁궐에 들어왔다.

“연주를 급습했던 원소군은 모두 격멸했습니다.”

“그거 다행이네.”

상서령(尙書令) 순욱의 보고에 진궁이 간담을 쓸어내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초전에서 완승을 거둬냈다.

기선제압에 성공했다는 것은 실로 고무적인 일이었다.

연주에서 어떻게 하북 4개 주를 제패했던 원소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둬낼 수 있었을까. 진궁이 순욱에게 전투의 경과를 물었다.

“연주자사께서… 스스로를 희생한 고육지책으로 원소군을 끌어들인 덕분이었습니다.”

“…뭐?”

순욱의 대답에 진궁이 두 눈을 바르르 떨면서 되물었다.

희생하다니,

그럼 맹탁이 죽었단 말인가?

같은 연주 출신으로서 장막과 친우였던 진궁이었기에 비보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사내처럼 위풍당당하던 진궁의 얼굴이 숙연함으로 물들었다.

“맹탁, 우둔한 놈 같으니…! 누가 너더러 그렇게 죽으랬냐고!”

이를 빠득 갈았다.

주먹을 휘두르면서 벽을 가격했다.

우둔할 정도로 사람 좋은 놈이 결국 친우들을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 어째서 난세는 착한 사람들이 매번 희생된단 말인가?

도톰한 입술을 깨물면서 분노를 토해냈다.

‘맹탁, 미안하지만 네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빌어먹을 반란군을 일망타진한 다음으로 미루겠어. 분명 너도 그것을 원하겠지.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사무치는 슬픔과 분노를 억누른 진궁은 결사항전을 이어나가는 잔당들의 토벌에 나섰다.

궁궐의 금군을 동원했다.

형주 전선에서 도착한 기병부대를 불러들였다.

상서령 순욱으로부터 지휘권을 양도받은 진궁은 신속하게 잔당들을 진압했다. 반란의 불씨가 다시 확산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군사 어르신, 주군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외곽 지역에서 저항하던 마지막 잔당들까지 모조리 진압했을 때,

허도의 주인이 돌아왔다.

연주 전선에서 급히 회군한 것이리라.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제장들을 이끌고서 참화가 휩쓸고 지나간 성문을 통과했다.

“충!”

“충!”

수백 명의 무관들이 예를 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긴장감이 밀려들었다.

분위기가 매우 엄숙하고 무거웠다.

주군을 맞이하고자 성문까지 도착한 순욱과 진궁이 긴장된 기색을 내비쳤다.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수많은 제장들을 대동하고서 다가오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 쑥대밭이 되어버리다니.’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이룩했던 영광스러운 수도가 몰락의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검게 그을린 궁궐.

살육이 휩쓸고 지나간 시가지.

아름다운 정경을 바라보면서 이성휘와 사랑을 속삭였던 때를 회상한 조조는 살의에 물든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면서 허도에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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