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34화 (434/616)

<434화>

==========================

주부(主簿) 양수는 동승이 무리들을 규합하여 거병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아버지의 이름으로 조정대신들에게 연통을 보냈다.

결국 동승이 반란을 일으켰다.

아버지를 함정에 빠트렸던 간교한 작자가 이번에는 조정대신들을 꾀어 부추길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패국조씨 가문의 통치를 반대해온 세력들을 규합하더라도 거병은 쉽지 않으리라. 조조군이 광범위한 숙청을 단행하여 불순분자들을 솎아냈기 때문이다.

‘동승! 공융과 함께 아버지를 꾀어 바지사장으로 만들려고 했었죠! 이 양덕조, 은혜는 잊어도 원수는 절대로 잊지 않는 성격이에요! 아버지가 당했던 굴욕을 곱절로 돌려드리죠!’

드디어 복수할 때가 왔다.

우리 순진한 아버지를,

호구로 취급했던 굴욕을 갚을 때다!

조정대신들을 설득하여 진압군을 규합한 양수는 궁궐을 공격하던 동승에게 제대로 치명타를 날렸다. 실로 호쾌한 복수가 아닐 수 없었다.

“황도를 어지럽힌 역도들을 진압하라!”

왕윤이 소싯적의 용력을 뽐내면서 전선을 누볐다.

과연 병주 출신다웠다.

오랜 세월에도 맹장의 면모가 여전했다.

검을 휘두르면서 질주하는 왕윤의 모습에 장졸들은 고함을 내지르면서 반란군에게 달려들었다.

“사도 어르신을 따르라!”

“다 죽여라! 궁궐을 짓밟으려는 역도들이다!”

조조군이 수비하는 궐문을 공격하던 반란군은 후방이 노려지면서 곧장 수세에 직면했다.

거병에 가담하기 위해 조정대신들이 집결했다고 착각했던 동승은 울그락불그락한 낯빛을 보이면서 거친 욕설을 토해냈다.

“빌어먹을 놈들! 황실과 조정을 패국조씨 가문에게 팔아넘기려는 역적들이!!”

패국조씨 가문으로부터 녹봉을 받더니 아예 가신이 되기로 작정했단 말인가.

조조군에 붙어버린 조정대신들의 결단에 동승은 온갖 저주의 말들을 퍼부어댔다.

아무리 저주해도 모자랐다.

조정대신 놈들이야말로 한나라를 배신한 진짜 역적일 테니.

“어르신, 일단 군세를 물리셔야 합니다!”

동승을 측근에서 보필하던 오자란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황이 요동치고 있다.

아군에게 극도로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오랫동안 군무에 몸을 담았던 오자란이었기에 패색이 짙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크악!”

“커… 허억!”

앞뒤로 포위당한 반란군이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의명분을 주장하면서 거병했던 반란군은 결국 궐문을 돌파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

어떻게든 궐문을 돌파하여 궁궐을 점령했어야만 했던 거병이었기에 실패는 쓰라린 패인으로 작용했다.

“궁궐 소식은 아직이오? 지금쯤이면 패국조씨 가문을 모두 참살했다는 보고가 왔어야 했거늘!”

“아, 아직…! 아무 연락도 없었습니다!”

동승이 분개를 담아 소리쳤다.

그에 오자란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대답했다.

“파강장군에게선 어째서 연락이 없단 말이오? 영천군에 유배된 공융 선생과 함께 당도했어야 하지 않은가!”

군세를 이끌고 허도를 급습하기로 약속했던 파강장군 장수가 계속 묵묵부답이었다.

게다가 양국으로 떠났던 사절이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숨통을 콱 틀어쥐는 듯했다.

장수가 거병에 가담하리라고 철석처럼 믿고서 계획을 행동에 옮긴 것이 아닌가. 계속 실패와 좌절에 부딪쳤던 동승은 조급함에 온몸을 떨었다.

“동승, 게 섯거라!”

전장을 가로지르던 노장이 용력을 뽐내면서 측근들과 함께 도주하려는 동승을 불러세웠다.

노장의 거친 고함소리에 동승의 발걸음이 멈췄다.

“황실과 조정에 반기를 들었던 역적이 어디를 급히 도망치느냐!”

“왕윤, 네 이놈!”

지엄한 왕윤의 꾸짖음에 동승은 비분강개하여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살의에 물든 시선은 당장이라도 왕윤을 찢어죽일 듯했다.

“조조 년의 치마폭에 빠져 황실과 조정을 부흥시키려는 대의를 외면했단 말이냐! 네놈이 그러고도 정녕 한나라의 충신이라 할 수 있다더냐! 왕윤, 네놈이야말로 조조와 다를 바 없는 한나라의 역적이다!!”

조조군이 원소군을 대적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황실과 조정을 부흥시킬 기회였다.

황제와 조정대신들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기회가 무너졌다.

결국 한나라는 멸망하리라.

마지막 기회를 놓쳤으니 멸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분명 조조는 한나라의 마지막 국운마저도 집어삼키면서 4백 년 왕조의 사직을 끝장내겠지. 황제와 조정대신들의 무능이 불러일으킨 재앙과 같았다.

“어리석은 놈! 태평성대를 겨우 되찾은 중원을 다시 백성들의 피와 주검으로 물들이겠다는 겐가! 내전이 벌어지면 수많은 백성들이 도탄에 빠질 터!”

왕윤이 크게 일갈했다.

그에 동승은 오자란의 제지를 뿌리치면서 표독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백성들의 희생이 두려워 황실과 조정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대의를 포기하란 말이냐! 사직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백성된 자로서 당연한 책무가 아닌가!”

발언에서 일말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백성들의 헌신을 당연하다는 듯 치부하는 극단주의자이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공융과 오랜 세월 교분을 맺어왔기 때문일까. 그가 계속해서 발언해온 극단적인 주장들을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

망령이다.

백성들을 도살장에 집어넣을,

허영에서 탄생한 정의를 뒤집어쓴 망령과 같았다.

대의명분을 주장하면서 극단적인 행동들을 모두 정당화하는 모습이 공융과 매우 유사했다.

“살려둬선 안 될 망종이로다!”

왕윤이 병장기를 치켜들자 뒤에서 대기하던 제장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연이은 실패들로 전의가 꺾여버린 동승은 심복들과 정처없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 * *

결국 거병이 실패했다.

빗발치는 화살세례들이 그를 증명했다.

대의명분을 무장한 의군(義軍)들은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인가.

동승을 호위하는 병력이 불과 수백 명이었다.

허도를 뒤엎어버릴 것처럼 분기탱천한 사기를 자랑하던 거병의 말로가 실로 비참했다. 풍비박산의 비참함이 앞으로의 운명을 말해주는 듯했다.

“동승이다!”

“어서 저 역적을 잡으라!”

도주하는 방향마다 조조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철저히 고립되고 말았다.

사냥감처럼 달아날 뿐인 신세로 전락했다.

오자란의 부축을 받으면서 달아나던 동승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울분을 토해냈다. 대의명분을 배신했던 황제와 조정대신들에게 저주를 쏟았다.

“화음후 어르신!”

“대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시가전에서 대패하여 성문까지 물러났던 길막과 길목 형제가 다급하게 동승을 맞이했다.

위풍당당한 면모를 자랑하면서 군세를 이끌었던 동승과 오자란이 초라한 행색으로 돌아왔다.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동승의 모습에 길막과 길목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말을 준비하겠습니다.”

“허도를 탈출하여 후일을 도모하시지요.”

길씨 형제가 급히 군마들을 대령했다.

구사일생으로 성문까지 달려온 동승과 심복들은 다급하게 군마에 올랐다.

‘반드시 권토중래하여 돌아오겠다! 원소와 합심하여 십만 대군을 이끌고 올 것이다!!’

대의명분을 짓밟은 역적들이 득실대는 허도를 반드시 불바다로 만들리라.

하북을 제패했던 원소군이라면 능히 천하통일의 대업을 달성할 수 있을 터. 역적으로 내몰린 동승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원소를 의지하고자 했다.

“어르신!”

“파강장군의 군세입니다!”

군마를 타고 허도를 탈출하자마자 장수군이 흙먼지를 가득 날리면서 달려왔다.

파강장군의 대장기,

양국에 주둔하던 장수군이 분명했다.

적기를 완전히 놓쳐버린 장수군의 가세에 울화통이 치밀었다. 저들이 제때 도착만 하였어도 비참한 굴욕을 겪진 않았을 터.

“장수…! 한심한 작가 같으니라고! 무엇을 꾸물대다가 이제야 왔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은 장수군의 조력이 절실한 고립무원의 처지였기에 잘못을 힐난할 수가 없었다.

조조군을 피해 하북으로 달아나기 위해서라도 장수군을 의지해야만 했다.

“잘 오셨소, 파강장군!”

오자란이 동승을 대신하여 무관들을 대동하던 장수를 맞이했다. 이제서야 나타난 장수의 태도에 분통이 치밀었음에도 애써 파안대소를 드러냈다.

그러나 환대에도 불구하고 장수를 보필하던 무관들이 칼자루를 뽑아들면서 오자란에게 달려들었다.

“역적 놈아!”

파악-!

단숨에 오자란의 목이 떨어졌다.

너무도 순식간의 일이었다.

뜨거운 핏물과 함께 머리를 잃은 몸뚱이가 툴썩 넘어가버렸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동승과 무리들은 경악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거병을 진두지휘했던 오자란이 너무도 허망하게 죽고 말았다.

“파강장군, 역적들을 모두 추포하시옵소서.”

잿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여우처럼 간드러지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가후의 진언에 장수는 약점이라도 붙잡힌 사람처럼 경직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적들을 모두 체포하라!”

장수가 엄중한 목소리로 호령하면서 동승에게 무언가를 내던졌다. 누더기에 돌돌 말린 핏덩이였다.

그것은 사람의 머리였다.

핏물에 눌어붙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정체를 파악할 순 없었지만 말이다.

“으, 으아아아악!! 문거! 문거 선생!!”

눈가를 좁히면서 잘려나간 수급을 확인했던 동승은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공융의 머리였기 때문이다.

거병을 계획했던 동지가 목 없는 귀신이 되었다.

혀를 쭉 내밀고서 경악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공융의 얼굴은 앞으로 자신이 경험하게 될 고통을 예견하는 듯했다.

“컥!”

장수군의 무관들이 올가미를 내던졌다.

목덜미,

어깨와 팔을 붙잡혔다.

올가미들에 단단히 붙잡힌 동승은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심복들도 마찬가지였다. 고통 섞인 비명을 내지르면서 산짐승처럼 포박당하고 말았다.

“어서 경하스러운 활약을 허도에 알리시옵소서.”

“아, 알겠소….”

가후가 나서면서 말했다.

그에 장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