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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32화 (432/616)

<4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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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순진무구한 얼굴.

또랑또랑한 눈.

보드라운 뺨과 앙증맞은 작은 어깨.

패국조씨 가문의 ‘작은 주인’을 배알하게 된 전위는 곤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어린아이를 마주하는 것은 어색하다.

혹시라도 자신의 험상궂은 얼굴을 보고 울어버릴까 노심초사하는 눈길로 지켜보았다.

“아조씨.”

“…….”

부하에게 아저씨라니.

뭐,

틀린 말은 아니다만.

아직 세 살 배기 어린아이가 아닌가.

‘주군과 표기장군의 아들…. 과연 부모를 닮아 담대하시군. 패국조씨 가문의 대업을 이을 후계자답다.’

작은 주인에게 정성스럽게 예를 취했다.

호위 1순위.

패국조씨 가문의 혈육들 중에서도 가장 우선시하여 지킬 대상이다.

대업을 계승할 후계자가 아닌가.

그렇기에 주군께서는 허도를 떠나기 직전까지 나에게 신신당부하여 호위를 주문했다.

“좌중랑장(左中郎将) 전위입니다.”

“네에.”

전위의 인사에 조앙이 고개를 꾸벅 끄덕였다.

아버지보다 체격이 장대한 사람은 드물었기 때문에 신기하다는 눈길로 전위를 바라보았다.

중강 아저씨만큼 크다.

괴력난신의 거인을 마주한 조앙은 두 손을 붕붕 흔들면서 기뻐했다.

“…….”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한 모습에 전위는 다시금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혹시라도 작은 강아지를 밟을까 두려워하는 커다란 호랑이를 보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팔십 근의 쌍철극을 휘두르는 장사에게 있어 어린아이는 너무도 연약하게 보일 테니.

“자아.”

조앙이 작은 손을 내밀었다.

기름에 튀긴 유밀과.

꿀을 잔뜩 넣은 약과였다.

오늘 간식으로 나온 모양이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자신들을 호위할 무장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가져온 것이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웅웅. 마시써요.”

작은 주인의 순진무구한 호의를 받아들였다.

“나, 지켜줄 거예요?”

“물론입니다.”

조앙이 물었다.

그에 전의는 제 가슴에 손을 얹으면서 답했다.

“비아도? 현이도?”

“예.”

“할아부지도?”

“예.”

“히히! 고마워!”

믿음직스러운 전위의 대답에 조앙이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팔척을 자랑하는 괴력난신의 거인이 지켜준다니 믿음직스러웠던 모양이다.

“아부지처럼 대단해!”

“과찬이십니다. 저 따위가 어떻게 비견되겠습니까.”

조앙이 두 눈을 끔뻑였다.

어려운 말이라 못 알아들은 듯했다.

“소장은 표기장군처럼 걸출하진 않사오나… 목숨을 다해 지켜드리겠습니다.”

새하얀 도화지처럼 청초한 어린아이의 선의에 감화된 걸까.

진심을 담아 작은 주인에게 맹세를 바쳤다.

목숨을 다해 지키겠노라고.

불순한 무리들이 결코 위해를 가할 수 없도록 모두 대적하겠노라고.

* * *

피투성이가 된 맹수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강철처럼 강인한 육체.

질풍과도 같이 빠르게 질주하는 쌍철극.

전각을 습격했던 자객들은 자신의 목숨으로서 그것을 깨닫게 되었다.

쌍철극을 휘두를 때마다 달려들었던 자객들이 피분수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괴력난신의 장사는 몇 번이고 공방을 치렀음에도 전혀 지친 지색이 없었다.

“커허억!”

쌍철극의 자객의 머리를 날렸다.

일말의 망설임도,

일말의 흐트러짐도 없는 완벽한 일격이었다.

갑주를 두른 거구의 대장부는 쌍철극을 치켜들고서 자객들의 앞을 가로막을 뿐이었다. 핏물을 뚝뚝 흘리면서 우두커니 선 모습은 귀신을 연상시켰다.

‘장막 어르신은 승리를 위해 웃으면서 기꺼이 온몸을 내던지셨다! 어르신께서 남긴 유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절대로 쓰러질 수 없다!!’

과거 장막을 보필했던 전위였기에 연주의 승전보에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너덜너덜해진 몸을 일으켰다.

떨리는 양손으로 쌍철극을 고쳐쥐었다.

수차례 찔리고 베였음에도 계속해서 몸을 일으키는 전위의 초인적인 체력에 자객들이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질려버린 것이다.

상처투성이의 괴물에게,

피를 철철 흘리면서 다가오는 괴물에게 대경실색하여 물러났다.

“중랑장…!”

“어서 중랑장을 엄호하라!”

격전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던 무관들이 고함을 내지르면서 전위를 호위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궐문을 수비하고 있는 금군이 돌아올 때까지.

패국조씨 가문의 명운을 짊어졌던 전위와 무관들은 결사항쟁의 각오로 칼끝을 치켜들었다. 금군이 올 때까지 버티겠다는 일념을 품고서.

쿵-!

“어찌되었는가!”

문이 열리면서 갑주를 두른 장졸들이 쳐들어왔다.

드디어 지원군인가…!

조조군 무관들이 환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쳐들어온 병력은 동승에게 가담했던 변절자들이었다. 먼저 서궁에 난입했던 자객들이 아직도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음에 변절자들이 소리쳤다.

“뭘 꾸물대는 거냐!”

“어서 패국조씨 연놈들을 다 죽여라!!”

자객들에 이어 병장기를 치켜든 장졸들이 조조군에게 달려들었다.

적들이 더 많아졌다.

설상가상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지원군이 아니라 불온세력과 내통했던 더러운 변절자들이었다니. 품었던 희망이 절망으로 꺾여버렸다.

“물러서지 마라!!”

맹렬한 사자후가 두려움을 찢어발겼다.

전위의 엄명에 무관들은 공포를 억누르면서 칼끝을 들어올렸다.

“돌격하라! 간적들을 모두 척결하라!”

죽어도 지켜낸다.

작은 주인을,

주군의 가문과 가솔들을.

연주자사 어르신께서 그러하였듯이….

나 또한 패국조씨 가문의 위대한 영광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리라.

“우오오!”

“한 발자국도 지나갈 수 없다!”

충절과 절개를 품은 결사대들이 돌격했다.

죽을 때까지,

숨이 끊어질 때까지 싸우겠다.

전위와 무관들은 금군이 도착하기만을 계속 기다리면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혈전을 이어나갔다.

“크읍!”

날카로운 칼끝이 어깨를 찔렀다.

전위의 몸이 한순간 떨렸다.

바위처럼 굳건한 육체가 시뻘건 핏물로 흥건했다.

“이 잡졸들이!”

쌍철극을 휘두르면서 어깨를 찔렀던 자객의 머리를 찍었다.

자객을 쓰러트린 전위는 재차 쌍철극을 휘두르면서 병장기를 겨누던 변절자들을 위협했다.

육중한 쌍철극의 맹위에 놀란 변절자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면서 이를 빠득 갈았다.

“내 쌍철극에 죽고 싶은 놈들은 썩 나오너라!!”

흉신악살처럼 피칠갑을 한 거인이 쌍철극을 겨누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용맹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무려 쉰 명에 달하는 간적들을 척살한 전위는 과연 만인지적을 치켜세울 만했다.

누가 감히 저 거인을 대적할 수 있을까.

그는 결코 등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앞을 향해서만 걸음을 내딛을 뿐.

격전을 반복했던 전위는 온몸이 피투성이였지만 등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이놈들!”

“궁궐을 침범한 역적들을 쳐라!”

쿠웅-!

재차 문이 열리면서 병력들이 쏟아졌다.

화려한 문양의 갑주.

날카롭고 예리한 병장기들.

다행히도 서궁을 급습한 병력은 궐문으로 투입되었던 금군(禁軍)이었다.

사태를 파악한 금군은 자객과 변절자들을 포위하면서 병장기를 겨눴다. 두 눈을 부릅뜨면서 병장기들을 겨누는 금군의 모습에 자객과 변절자들은 자포자기에 빠져야 했다.

“닥쳐라! 포기할 것 같으냐!”

“내 가족을 죽인 패국조씨 가문을… 절대로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자객들 중 대다수가 반발하여 날뛰었다.

그에 금군은 망설임 없이 즉결심판에 나섰다.

“커헉!”

“비, 빌어먹을…!”

푸욱-!

프화악-!!

날뛰었던 자객들이 쓰러졌다.

또한,

동승에게 가담했던 장졸들도 마찬가지였다.

서궁에 도착한 금군에게 모두 살해되면서 패국조씨 가문을 향한 암살시도가 종결되었다.

“주, 중랑장…! 괜찮으십니까?!”

금군을 지휘하던 장수들이 달려왔다.

전위의 몸상태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심각했다.

상처투성이의 몸.

갈기갈기 찢어발겨진 갑주.

목격한 장졸들이 아연실색했을 정도였다.

“괜찮다. 그보다… 작은 주인의 안위부터 살펴라.”

“예, 예!”

전위의 명령에 장수들이 신속하게 발걸음을 움직였다.

모두 무사하다.

패국조씨 가문의 안위를 확인한 장수가 보고했다.

그제야 전위는 분신처럼 휘둘렀던 쌍철극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

“분부를 거행했습니다, 어르신….”

전위가 묵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명령을 완수했다.

안도감과 함께 희열을 느꼈다.

연주자사 어르신께서 그러하였듯이 나 또한 사력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였음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공자님!”

홀로 안도하고 있었을 때,

가냘픈 남자아이가 괴력난신의 맹장에게 다가왔다.

전위가 두 눈을 부릅떴다.

다가온 이는 작은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상처투성이였던 자신에게 달려온 작은 주인을 바라보는 전위의 시선이 빠르게 흔들렸다. 작은 상처라도 입할까 부리나케 쌍철극을 내려놓았다.

“위, 위험합니다! 일단 처소에 계십시오!”

전위가 한 걸음 물러서면서 말했다.

얼굴에 당혹감이 가득했다.

설마 작은 주인이 달려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작은 주인을 보필하는 시녀들이 달려와 돌발행동을 했던 남자아이를 껴안았다.

“고, 고마워…!”

피투성이 모습이 무섭지도 않은 걸까?

과연 중원의 패자와 천하제일검의 아들다웠다.

작은 공자님은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도 사생결단의 각오로 적들과 싸운 전위에게 감사를 보냈다.

“제 목숨은 주군과 작은 주인의 것입니다.”

그에 전위는 시녀들에게 폭 안긴 작은 주인에게 결연한 맹세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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