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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31화 (431/616)

<4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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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청아하던 사수(汜水)가 붉게 물들었다.

계속해서 시체들이 쓰러졌다.

그때마다 더욱 짙어진 핏물이 강물을 오염시켰다.

사방이 온통 비릿한 피냄새였다.

푸른 강물이 시산혈해로 흠뻑 더럽혀졌음에도 조조군과 원소군은 접전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승자가 결정될 때까지 계속 싸울 요량인 듯했다.

“공격하라!”

“우리 부대가 승기를 잡는다!”

싸움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었다.

상류,

혹은 하류에서 격전을 벌였다.

두 발로 설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서든지 싸움을 치렀다.

“더러운 병주 놈들!”

“동탁을 따른 졸개들 주제에!”

도승과 한범이 기병부대와 함께 조조군의 방어선을 공격했다.

목책을 뛰어넘었다.

병장기를 내지르면서 달려드는 조조군 병사들을 쓰러트렸다.

쏟아지는 화살들 속에서도 분전하던 원소군은 조조군의 둔영에 접근하게 되었다.

그러나 원소군의 무리한 맹공은 호랑이가 득실대는 산기슭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민 격이었다. 곧 원소군을 응전하기 위해 일기당천의 맹장이 투입되었다.

“다 덤벼라, 이 잡졸들아!!”

쩌렁쩌렁한 사자후가 작렬했다.

허리까지 늘어뜨린 금발이 사방으로 나부낄 정도로 전력질주를 하며 여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중적토 인중여포(馬中赤兎 人中呂布).

혈혈단신으로 수천 명에 달하는 흑산적을 격퇴했던 아름다운 괴물이 도래했다.

이성휘의 명령으로 후방에서 대기하던 여포는 원소군의 맹공을 격퇴하고자 방천화극을 들어올렸다.

“여, 여포!”

“빌어먹을…! 여봉선이다아!!”

선두에서 방어선을 돌파하던 원소군 무관들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소리쳤다.

여포.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성휘와 함께 일기당천의 괴물이라 불리는 여포의 등장에 원소군은 절망어린 경악을 쏟아냈다.

“흐아압!”

여포가 고함소리를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돌풍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참격이 뻗어졌다.

짐승의 날카로운 발톱처럼 휘둘러진 참격은 원소군 무관들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아아악!”

“괴, 괴물 같은 년이…!!”

괴력을 담아낸 방천화극이 돌풍을 가르면서 혈선을 만들어낼 때마다 파육음이 울렸다.

썩은 고목처럼 원소군 무관들을 양단하면서 가공할 무위를 자랑했다. 부채꼴 형태로 쏟아지는 대량의 핏물을 본 원소군은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하룻강아지 무서운 줄 모르고 설쳐대긴!”

여포가 사나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얼굴에 묻은 핏물을 닦아내며,

공포와 두려움에 빠진 적들을 조소했다.

붉은 갈기를 자랑하는 적토마가 크게 울부짖으면서 여포와 함께 좌중을 압도했다. 그에 원소군은 방어선에 도달하는 성과를 올렸음에도 벌벌 떨어야만 했다.

“원소군을 공격하라!”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소리쳤다.

백아(白鵝)의 갑주를 걸친 여장부가 고함소리를 내지르면서 병력을 이끌었다.

수천의 기병부대가 출현했다.

만승천자의 군기를 치켜든 근위기병들은 곧이어 박차를 가하면서 움직였다.

여포에 이어 장료마저 반격에 가세하면서 원소군의 맹공은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공세를 지휘했던 도승과 한범은 아연실색하며 퇴각을 부르짖었다.

“그런데 주인님은 대체 뭘 기다리는 거야?”

사수를 도하하여 둔영을 급습했던 원소둔을 격퇴한 여포가 고개를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녀의 시선은 본진을 향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본진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성휘였다.

‘진짜 무슨 일이라도 있나?’

이성휘는 사예주 전선에 도착한 이후부터 본진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압도적인 무력을 휘두르면서 적들을 분쇄하는 과감한 전술을 구사하는 이성휘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사실 아프다든지….

경애하는 주인님을 향한 걱정에 숙연함이 밀려들었다.

“분명 남동쪽… 허도를 바라보고 계셨어요.”

장료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허도에 남은 자식들 때문일까,

쓸쓸함이 느껴지는 눈길로 허도를 바라보던 이성휘의 모습을 떠올렸다.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지금은 의지해온 조조까지도 허도를 비운 상황이 아닌가. 분명 머릿속이 많이 복잡할 터였다.

‘하지만 주인님은 본인의 감정 때문에 행동을 미루실 분이 아닌데…. 대체 무슨 일일까요.’

이성휘는 계속 수비에만 몰두했다.

분명 원소군도 그것을 기이하게 여기고 있겠지.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 해답은 본인만이 알고 있으리라.

* * *

더러운 시궁쥐처럼 궁궐에 숨어들었던 괴한들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환관으로 정체를 숨기고 옥당전에 들어온 자객들이었다. 몰래 들여온 병장기로 무장한 자객들은 동승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포악을 휘둘렀다.

“반란군이다!”

“어떻게 놈들이 궁궐에…!”

난데없이 시작된 급습에 궁궐을 수비하던 위병들이 혼비백산하는 것은 당연했다.

궐문이 뚫렸다는 보고는 없었다.

금군들이 철통처럼 궐문을 사수하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반란군이 궁궐을 침범한단 말인가.

병장기로 무장하고 갑옷까지 걸친 반란군의 공격에 궁궐의 위병들은 빈틈을 보이고 말았다. 교묘하게 빈틈을 노린 반란군은 즉시 서궁(西宮)으로 난입했다.

“어서 금군을 불러라!”

“궐문을 지키는 금군이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궁궐의 전각들이 금세 불길에 휩싸였다.

반란군이 불을 놓았을까.

아니면 위병들이 흘린 횃불에 불이 붙은 것일까.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궁궐을 급습한 정체불명의 괴한들은 미로처럼 어지러운 전각들을 돌파하면서 패국조씨 가문이 거주하는 전각으로 곧장 향하고 있었다.

“놈들이 서궁으로 간다!”

“서, 설마…! 막아라! 어떻게든 막아라!”

궁궐 병력이 괴한들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정체를 숨기고서 궁궐에 잠입했던 괴한들은 능숙한 자객이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비수를 휘두르면서 앞을 가로막는 위병들을 쓰러트리는 솜씨가 매우 매서웠다. 패국조씨 가문에 앙심을 품은 자들로 선발된 암살단은 증오를 불태우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위병들을 막아라!”

“조조군 놈들…! 네놈들은 못 지나간다!”

수비에 투입되었던 병력이 돌연 투구를 내던지면서 자객을 추격하던 위병들을 가로막았다.

동승에 가담한 장졸들이었다.

꽤나 치밀하게 암살을 계획한 듯,

대기하고 있던 매복조가 자객들을 지원했다.

“뭣들 하느냐!”

“역도들이다! 역도들을 공격해라!”

잠시 멈칫했던 위병들은 이윽고 불온세력에게 넘어간 역도들을 공격했다. 궁궐에서 치열한 혈전이 시작된 것이다.

“조가 놈들…!”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귀비 동씨가 심어두었던 자객들이 날렵한 몸놀림으로 궐담을 넘어섰다.

그와 동시에 쌍철극이 날아들었다.

날카로운 쌍철극이 복면을 두른 자객을 관통했다.

“감히 졸개들이 후(侯)를 노리는가.”

갑주를 걸친 남성이 걸음을 움직였다.

거대한 태산이 진동하듯,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자객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양손으로 쌍철극을 치켜들면서 난폭한 위압감을 발산하는 사내의 모습에 자객들은 무심코 잠시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중랑장, 금군이 도착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옆을 지키던 무관이 말했다.

그에 좌중랑장(左中郎将) 전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쳐라!”

“전각 안에 조가 놈들이 있다!”

날카로운 비수를 뽑아든 자객들이 달려들었다.

분명 전각을 노리고 있다.

조조군 무관들이 검을 뽑아들면서 응전했다.

뒤이어 전위가 쌍철극을 휘두르면서 달려들던 자객들을 도륙했다. 쌍철극이 공기를 가를 때마다 가죽을 때리는 듯한 파열음이 쩍쩍 울렸다.

부웅──!! 부웅──!!!

쌍철극이 세차게 회전했다.

병장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싸우는 모습이 마치 곡예를 보는 듯했다.

“과연 장사로군…!”

“조조 년이 심어둔 심복인가.”

무쌍을 자랑하는 전위의 무용에 자객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체구와 단련된 근육.

괴력난신의 힘을 휘두르는 전위는 만인지적의 맹장이었다.

제아무리 숙련된 자객이라도 만인지적의 맹장을 단번에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비수를 치켜든 자객들은 침음을 흘리면서 조급함을 드러냈다.

“궁수들은 활을 쏴라!!”

쌍철극을 늘어뜨린 전위가 소리쳤다.

고함이 떨어지기 무섭게,

전각의 팔작지붕에서 매복하고 있던 궁수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화악-!

일거에 활시위를 당겼다.

지붕에 올라간 궁수들이 전각을 급습한 자객들에게 화살세례를 가했다.

“매, 매복이다!”

“지붕 위에 궁수들이 있다!”

수많은 자객들이 화살에 벌집이 된 채로 쓰러졌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자객들은 이를 갈면서 조조군에 달려들었다. 화살세례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조조군에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절대로 작은 주인을 해치게 두지 않겠다!!”

전위가 벼락처럼 쌍철극을 내지르면서 자객들을 찢어발겼다.

화살세례를 피하고자 달려든 자객들의 결정은 오히려 죽음을 앞당겼을 뿐이다. 괴력난신의 맹장은 날카로운 비수에 찔려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음에도 완강하게 쌍철극을 휘둘렀다.

“죽어라!”

자객이 내지른 비수가 전위를 힘껏 찔렀다.

푸욱,

날카로운 칼끝이 복부를 관통했다.

그럼에도 전위는 양손을 뻗으면서 일격을 이어나갔다.

“이 전위가 있는 한! 네놈들은 결단코 문턱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푸화악──!!

쌍철극을 동시에 휘둘렀다.

피분수와 함께 머리가 떨어졌다.

괴력을 실은 쌍철극이 으스러뜨리듯이 자객의 목을 절단했다.

“다음은 누구냐.”

피투성이의 괴력난신이 두 눈을 부릅뜨면서 자객들을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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