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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30화 (430/616)

<4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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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격발의 화약고가 되어버린 연주를 수습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성휘는 사예주에서 하북사정주와 숙명의 일전을 치르고 있었다.

성공했다.

드디어 놈들이 허도를 비웠다.

반역을 암약해온 정적들은 자신의 책략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음에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권력을 휘두르던 조조군이 손바닥 안에 있다는 생각마저 느낄 정도였다.

“어르신!”

“무엇을 주저하십니까!”

화음후(華陰侯) 동승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조조와 이성휘가 출병했다.

패국조씨 가문의 심복들도 허도를 모두 떠났다.

허도에 주둔하던 군단들이 연주와 사예주로 한꺼번에 출병한 뒤였기에 수도의 방위 또한 현저하게 줄어든 상태였다.

역적들에게 빼앗겼던 황실과 조정의 주도권을 탈환할 절호의 기회였다. 마침내 천재일우의 기회가 도래했음을 예언한 심복들은 즉시 행동에 돌입했다.

“알겠네…! 대의명분의 기치를 일으키세! 더러운 패국조씨 가문을 몰아내야 하네!”

권력을 장악했던 거두들이 허도를 비웠음에 자신감을 얻은 동승이 결단을 세웠다.

그에 동승의 심복들은 조조군의 감시망을 회피하여 빼돌렸던 병장기를 꺼내들었다. 지금까지 절치부심하며 억눌러온 분노를 휘두르면서 거병을 도모했다.

“무기고를 쳐라!”

거병의 시작을 알린 인물은 오자란이었다.

군정을 담당하는 관청을 급습했다.

무기고에 보관된 병장기들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오자란의 병력이 관청을 습격하여 위병들을 도륙했다. 조조가 선포한 비상령으로 경계가 삼엄해진 상태였음에도 오자란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군부의 장졸들이 어째서…!”

관청을 습격한 병력은 중무장한 군부의 정예병이었다. 설마 군부의 정예병들이 반란에 가담했을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군부의 관청이 군부의 병력에게 무너졌다.

무기고를 신속하게 점령하면서 거병을 계획한 동승과 심복들도 병력을 일으켰다. 내통하던 군부의 장졸과 가문의 사병들을 총동원하여 조조군을 습격했다.

“성공했습니다, 어르신!”

“당장 무기고를 열어 사병들을 무장시키겠습니다!”

조조군과 반란군의 교전이 허도의 시가지에서 벌어졌다.

패국조씨 가문의 강압적인 통치에 불만을 억눌러온 사대부들이 내전에 가세했다. 동승과 계속 거병을 모의했던 무리들이었다.

“역적들을 주벌하라!”

“황실과 조정을 위하여 싸우라!”

동승의 심복들은 거병이 시작되자마자 우중랑장(右中郞將) 조엄의 둔영에 불을 질렀다.

허도의 방위를 관할하는 부사령관의 둔영에 화계를 일으켜서 자중지란을 조장하려는 속셈이었다. 곧이어 우중랑장의 둔영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반란이다!”

“어서 불을 꺼라!”

불바다에 휩싸인 둔영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급습을 당해버린 조조군은 혼란에 접어들었다.

병력들이 급히 투입되어 진화에 나섰음에도 확산되는 불길을 잡을 방법이 없었다. 혼비백산하며 당황하는 모습이 매우 참혹했다.

“퇴각하라!”

“반란군이다…!”

구사일생으로 불길을 빠져나온 조조군은 급히 등을 돌리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시중(侍中) 경기와 장사(長史) 위황의 병력이었다.

급습을 주도했던 경기와 위황은 헐레벌떡 도망쳐온 조조군을 공격했다. 조조군은 병장기마저 내던지면서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하핫! 놈들이 달아나고 있소!”

“장졸들에게 어서 추격을 명령하시지요.”

말을 탄 채로 전황을 주시하던 경기와 위황은 승리에 강한 확신을 품은 듯했다.

조조군이 무너지고 있다.

지리멸렬하게 패퇴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패국조씨 가문의 폭정에 억눌렸던 지난날을 떠올리면서 이를 빠득 갈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조씨 연놈들을 모조리 도살하겠다며 잔인한 살의를 내비쳤다.

“어르신!”

경기와 위황이 불바다에 뒤덮여버린 우중랑장 조엄의 둔영을 응시하면서 쾌재를 부르고 있었을 때,

검은 그을음을 덮어쓴 무관이 달려왔다.

“조조군이 급습해오고 있습니다!”

“고작해야 불길을 겨우 빠져나온 잔병들이겠지. 당장 공세에 응전해라!”

급습에 대성공을 거둬냈다. 조조군 놈들은 크게 질겁하여 패퇴를 반복하고 있었다.

화계로 승세를 점했다.

조조군의 반격은 무력한 저항에 불과할 터.

불바다를 탈출했던 잔병들이 반격을 도모했다고 판단한 경기는 무관의 보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 아닙니다…! 우중랑장 조엄이 기병대를 이끌고 진격해오고 있습니다!”

우중랑장 조엄이 기병대를 이끌고 진압에 나섰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반란군이 기세를 타자마자 즉시 군세를 동원했다.

경기와 위황을 절망의 구렁텅이까지 내몰리게 되었다. 우중랑장 조엄의 명령을 받아든 조조군의 병력들이 곳곳에서 합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속았습니다! 둔영이 대부분 빈 상태였습니다!”

“뭐, 뭐라?!”

기세등등하여 불태웠던 둔영들이 사실 조조군이 꾸민 함정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둔영의 병사들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둔영에 비축된 물자들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을 뿐이다.

지금까지 실전을 경험해본 적 없는 백면서생이었던 경기와 위황은 자신들이 함정에 걸려든 줄 모르고 비어버린 둔영이나 태우면서 쾌재를 불렀던 것이었다.

“수도를 어지럽힌 역적들을 모두 붙잡아라!”

우중랑장 조엄이 고함을 내질렀다.

말발굽소리가 크게 진동했다.

허도의 친위기병들이 일제히 반란군을 덮쳤다.

승리에 득의양양하던 경기와 위황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날카로운 창끝들이 사방에서 날아들면서 둔영에 불을 질렀던 반란군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 * *

군사좨주(軍師祭酒) 곽가의 세작들이 움직였다.

놈들이 움직였다.

허도의 불순분자들이 거병을 시작했다.

세작들로부터 첩보를 접수한 곽가는 즉시 우중랑장 조엄에게 전달했다. 덕분에 조엄은 적들의 공습을 역으로 이용하여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좨주, 태의령(太醫令) 길본이 동승에게 가담했다는 첩보입니다. 놈이 궁궐로 향하고 있습니다.”

“궁문을 통과하자마자 길본을 포박하세요. 또한 동승과 관련된 인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

수많은 세작들을 동원하여 화음후 동승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왔다.

누구를 만났는지,

누구를 불러들였는지.

매우 소상하게 기록하여 연명부를 기록했다.

최종적으로 완성한 연명부를 들어올린 곽가는 불순분자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도록 명령했다.

“시가지를 돌파한 동승의 병력이 방금 성문을 통과했습니다.”

“궁궐을 노리는 거군요.”

“노독 장군과 풍해 장군이 반란군을 대적하고자 출진했습니다.”

“두 장군들이라면 문제없겠죠.”

곽가는 세작들이 전한 첩보들을 상서령(尙書令) 순욱과 평동장군(平東將軍) 왕필에게 전달했다.

허도를 수비하는 모든 부대들과 연계하여 반란군을 일거에 진압하기 위해서였다.

잔불을 남겨선 안 된다.

모든 불씨들을 한 번에 잠재워야 했다.

패국조씨 가문에 불만을 품은 불순분자들을 모조리 색출하여 처단하는 것만이 훗날의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길일 테니까.

“좨주 어르신, 상서령께서 오셨습니다.”

“어서 모시세요.”

주황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은 순욱이 왕림했다는 보고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출입을 허락했다.

이윽고 순욱이 집무실에 들어왔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녀는 노여움에 물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봉효, 반란군은 어디까지 왔습니까.”

순욱이 물었다.

그에 곽가가 입을 열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궐문 앞에서 군부의 병력과 교전을 벌이고 있을 거예요.”

마침내 반란군이 궐문에 이르렀다.

궐문을 통과하면 곧바로 궁궐이다.

궁궐에서 교전이 벌어지게 된다면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게 되리라.

하지만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터였다.

조조에게 허도의 군사권을 위임받은 평동장군 왕필이 직접 병력을 이끌고서 출진했기 때문이다.

“좨주 어르신!”

한 사내가 다급히 들어왔다.

그는 궁궐을 감시하던 세작이었다.

순욱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궁궐과 조정대신들을 모두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크게 질타를 받을 테니까.

꿀꺽.

마른침을 삼킨 곽가가 슬며시 턱짓했다.

“지금 궁궐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뭐? 대체 누가….”

“위병들의 보고에 따르면 옥당전(玉堂殿)에서 무장한 괴한들이 출몰했다고 합니다.”

옥당전.

분명 귀비 동씨가 기거하는 전각이다.

결코 잘못 봤을 리 없다.

귀비 동씨도 이번 반란에 가담한 것이리라.

무거운 한숨을 내쉬면서 고민하던 곽가는 궁궐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에 인상을 찌푸렸다.

“금군(禁軍)이 출격했습니다.”

“태세가 빠르군요. 역시 주군께서 기용한 무장이네요.”

궁궐에서 벌어진 변란에 즉시 금군이 투입되었다.

좌중랑장(左中郎将) 전위.

하후돈 휘하에서 크게 활약했던 괴력난신의 장사가 반란 진압에 나섰다.

쌍철극의 달인이 투입되었다면 궁궐의 괴한들을 한꺼번에 일소할 수 있겠지. 곽가는 세작들을 동원하여 궁궐에서 벌어진 변란의 내막을 상세하게 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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