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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28화 (428/616)

<4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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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내군(河內郡)의 원소군.

형양(滎陽)의 조조군.

두 군세들이 사수(汜水)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연주 공방전을 치른 이후,

드디어 양군의 본대가 움직인 것이었다.

전운이 무르익었음을 두 패자(覇者)들은 느낀 것이리라. 그렇기에 중원의 패자와 하북의 패자는 군부를 대표하는 장수들을 무대 위에 내세웠다.

“뭐, 뭐가 저렇게 많음…?!”

인형처럼 아기자기한 소녀가 고개를 배꼼 내밀면서 중얼거렸다.

전군을 모두 이끌고 온 듯,

펄럭이는 군기들이 강 너머를 뒤덮고 있었다.

사예주의 성과 요새들을 단숨에 점령했던 원소군의 병력은 허도에서 출진한 조조군을 압도했다. 그에 조조군 장수들은 경직된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전면전이란 말인가.”

“드디어 원본초가 칼을 뽑은 게로군.”

돌연 남하하여 하내군과 10여 개에 달하는 사예주의 성을 점령했다.

속전속결로 강습하여 사예주를 점령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전면전을 위한 준비가 분명하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도모하려는 것이리라.

“중달.”

노도처럼 새카맣게 밀려든 원소군 군영들을 바라보던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이성휘의 부름에 사마의는 불안감을 억누르면서 군사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원소군의 목적은 사예주임! 동관에 가로막힌 서량 연합군과 합세할 생각인 거임.”

“…신중하군.”

“그만큼 대패의 여파가 컸던 것으로 사료됨.”

장막의 고육지책으로 대패를 당한 원소군은 단기결전을 보류하고 장기전을 선택했다.

만약 단기결전을 고수했더라면 예정대로 관도를 공격했을 터. 그러나 원소군은 사예주를 침공했다. 사예주를 점령한 뒤에 서량 연합군과 합세하여 허도를 동시에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만약 사예주가 무너지면….”

“동관에서 서량 연합군과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도호장군이 완전히 고립됨. 퇴각로가 아예 없어짐.”

사마의의 대답에 이성휘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겨야 한다.

기필코 이겨야 했다.

막중한 책임감을 상기한 이성휘는 위풍당당한 면모를 발산하는 원소군을 노려보았다.

“물론 우리 주군께서 질 리가 없겠지만요.”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흘리면서 이성휘에게 말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만천하를 진동시킬 대승을 거두리라.

순유는 경애하는 주군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보내면서 발걸음을 내딛었다. 보석처럼 영롱한 밤색 눈동자에서 강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런데 설마 하북사정주가 모두 동원될 줄은 몰랐네요. 그만큼 주군을 경계하고 있다는 반증이죠. 물론 진짜 목적은 주군을 허도에서 끌어내려는 것이겠지만요.”

안량. 문추. 장합. 고람.

하북을 대표하는 무장들이 모두 투입되었다.

천하제일검을 쓰러트리고자,

담대한 위용과 무력을 자랑하는 맹장들이 하내군에 당도했다.

“조호리산(調虎離山)의 계책이네요.”

호랑이를 산에서 나오게 한다.

승산을 위협하는 강대한 적수를 끌어내어 우선적으로 처치하는 계책이다.

계책은 훌륭하게 먹혀들었다.

결국 주군께서 허도에서 출진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호랑이는 한 마리가 아니죠.”

뛰어난 책략이다.

하지만 무모한 책략이기도 했다.

하북사정주가 사냥터로 계획한 태산에는 수많은 호랑이들이 득실거렸기 때문이다.

“정말 더럽게도 많네. 제법 힘들겠어.”

방천화극을 짊어진 금발의 여인이 원소군의 둔영을 바라보면서 사나운 미소를 흘렸다.

족히 십만은 되는 듯했다.

그럼에도 여인의 얼굴에서는 일말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환희와 환열로 넘실거렸다.

천하의 패권을 결정할 건곤일척의 승부에 참전하였음에 전율이 감돌았다. 항상 고대해온 상황이 아니던가. 방천화극을 움켜쥐면서 출격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요.”

“흐흠, 제법 고난이 깊었지만 말이야.”

장료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에 여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이 벅차오르는군!”

“팔건장의 용맹을 저들에게 보여주겠네.”

병주 출신의 무장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여포를 추종하는 무인들답게,

그들 또한 사나운 전쟁광의 모습을 보였다.

천하의 패권을 좌지우지할 대전(大戰)의 승패를 짊어진 병마로서 참전하였음에 감격한 듯했다. 과연 여포의 부하들다웠다.

“공세를 준비하라.”

“네!”

이성휘의 명령에 장료가 대답했다.

“장졸들은 전열을 갖추라!”

“지금부터 원소군을 공격한다!”

기병들을 지휘하던 후성과 송헌이 소리쳤다.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다른 부대들 또한 전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백전불패의 승전을 자랑하는 만승천자의 군세는 숙련된 정예임을 자랑하듯 일사불란하게 마름모꼴의 공격대형을 완성시켰다.

“우리들이 선두에 선다! 함진영이여, 적들의 방어선을 돌파하라!”

고순이 날카로운 칼끝을 치켜들면서 소리쳤다.

선봉의 영광이 주어졌다.

함진영의 명예를 걸고 기필코 적진을 돌파하리라.

기병부대들과 공세에 투입된 함진영은 즉시 전장을 돌파했다. 개울처럼 얕은 하천을 가로지르면서 창검을 늘어뜨리고 있던 원소군에게 달려들었다.

“공격하라!”

“승기는 우리들에게 있다!”

촤아악-!

마갑을 두른 기병들이 하천으로 뛰어들었다.

물살을 좌우로 가르면서,

거친 물결과 함께 건너편으로 나아갔다.

조조군의 선제공격에 대응하고자 원소군 또한 반격에 나섰다. 물결을 가르면서 전진한 조조군에 맞서기로 결정한 원소군이 하천에 난입했다.

“선봉장이 누구인가! 이 장준예가 상대해주겠다!”

거구의 남성이 언월도를 치켜들면서 조조군에게 사자후를 내질렀다.

고순과 마찬가지로 선봉장에 임명된 장합은 용맹을 과신하듯 언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그에 조조군 장수들이 용맹하게 맞서면서 싸움이 격화되었다.

거친 물살과 물결을 동반한 수중전이었음에도 조조군과 원소군은 아랑곳 않고 싸움에 집중했다.

“싸워라!”

“물러서지 마라! 병주의 용사들이여!”

성렴과 위속이 창검을 내지르면서 돌진했다.

“조조 년의 졸개들이!”

“하북의 힘을 보여주자! 사예주를 짓밟아라!”

여위황과 장의거가 팔건장의 무력에 대적하듯 정면에서 달려들었다.

* * *

조조가 허도를 비웠다.

드디어 이성휘가 허도에서 출진했다.

바라고 바라던 기회가 왔다.

그림자에 숨어 암약하던 권력의 망령들이 하나둘씩 머리를 치켜들었다.

패국조씨 가문의 권력을 두려워하며 숨을 헐떡이던 조조의 정적들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음…!”

화음후(華陰侯) 동승의 심복이었던 오자란으로부터 밀명을 받은 파강장군(破羌将軍) 장수가 무거운 침음을 내뱉었다.

거병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여전히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망설였다.

이제 결정해야 한다.

더 이상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었다.

계속해서 오자란이 군영으로 찾아와서 확답을 내리기를 강요하지 않았던가. 동태를 감시하던 여포와 장료가 전선으로 떠난 상황이었기에 장졸들을 움직이기 용이할 터였다.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호거아가 군막으로 들어왔다.

날랜 병사들을 선발했다.

영천군에 갇힌 공융을 구출하기 위해서였다.

공융을 구출하고서 병력들을 이끌고 허도로 진격하라는 것이 동승의 요구였다. 황제의 장인이 내걸었던 요구를 떠올린 장수는 관자놀이를 짓누르면서 한숨을 푹 흘렸다.

‘거사가 성공하면… 구경(九卿)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오자란을 내세웠던 동승은 장수에게 구경의 벼슬을 약속했다. 한나라 황실의 부흥을 위해 싸웠던 충의지사의 노고를 크게 상찬하겠다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리고 또한,

황실과 조정의 이름으로 숙부의 복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표기장군 이성휘를 죽일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

철천지원수를 향한 복수심을 자극하는 종용이 조조군에게 귀순했던 장수의 마음을 간교하게 흔들었다.

‘허도를 완전히 장악한다면 승산이 있다! 분명 조조군은 거점을 잃은 채 무용지물로 전락할 터. 그 절호의 기회를 원소가 놓칠 리 없다…!’

양국(梁國)에 주둔하는 장수군의 병력은 거사를 도모하기에 충분했다.

조조군이 제공한 자금과 군량으로 재정비를 끝마친 장수군 병력들의 위세가 제법 날카로웠다. 허도의 충의지사들과 합세한다면 능히 조조군을 몰아내고 궁궐을 탈환할 수 있을 터였다.

‘네놈이 숙부를 죽였듯이… 나 또한 네놈의 소중한 혈육을 죽이겠다!’

지금까지 수많은 생명들을 살해했던 도살자가 혈육을 잃었을 때의 슬픔과 고통을 알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알려주려 한다.

내가 그때 겪었던 슬픔과 고통을.

허도에 있는 어린 딸과 아들을 죽여 처절한 복수극을 달성하려고 했다.

“주군.”

장수가 주먹을 바득바득 쥐면서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었을 때,

군막 너머에서 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도에서 사자가 도착했습니다.”

“…허도에서?”

설마 오자란이 보낸 사자인가.

빌어먹을 놈,

속병을 앓는 줄도 모르고 계속 재촉하는군.

“표기장군 이성휘의 군사인 가후입니다.”

“가후라면… 무도군의 암여우가 아니냐?”

난데없이 가후가 군중을 찾아왔다는 소식에 장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설마 발각된 것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만약 거병이 일찌감치 발각되었다면 진압군을 이끌고 군중을 포위했으리라.

“일단 군막에 들여라. 이야기는 들어봐야겠지.”

여포와 장료를 대신하여 감시역으로 파견된 인물이 분명했다. 그렇게 판단한 장수는 무관들을 은밀히 동원하여 가후를 죽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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