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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24화 (424/616)

<4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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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독(都督) 저수가 격앙된 목소리로 연주자사 장막을 참살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미 장막은 도망친 뒤였다.

연주성의 내곽을 순시하겠다고 나선 이후부터 소식이 끊어졌다. 미리 매복하고 있던 연주성의 무관들이 장막을 탈출시킨 것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도독!”

장막을 감시하던 장졸들은 진심으로 면목이 없다는 듯 침음을 삼켰다. 난데없이 급습을 받았던 장졸들은 치열한 격전을 벌였는지 모두 상처투성이였다.

결국 놈이 도망쳤다.

함정에 몰아세운 뒤에 빠져나간 것이다.

원소군 장수들이 비분강개하며 이를 빠득 갈았다.

더러운 개자식 같으니라고…!

감히 거짓항복으로 기만하다니.

무혈입성을 유혹하며 주군마저 속였단 말이냐.

잔꾀를 부린 백면서생을 붙잡으면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겠다며 분노를 토해냈다.

“모든 성문들을 아군이 철통같이 굳게 봉쇄하고 있다! 절대로 바깥으로 빠져나가진 못했을 거다!”

“척후들은 연주성 전역을 이잡듯이 수색하라! 반드시 놈을 추포하라!”

장막의 전면항복을 계속 의심했던 저수는 연주성에 입성하자마자 모든 성문들에 병력을 배치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사전조치를 취한 덕분에 배신자가 연주성 바깥으로 도망치는 것만큼은 봉쇄할 수 있었다.

“불길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저수가 물었다.

그에 참상에 투입되었던 무관이 대답했다.

“남동쪽입니다.”

장막은 스스로를 희생하는 동귀어진에 사력을 쏟았다. 그러나 백성들이 거주하는 시가지에 방화를 일으킬 정도로 잔인하진 못했다.

화계(火計)는 눈속임일 뿐,

아군을 동요시키기 위한 잔꾀에 불과했다.

남동쪽은 둔영들이 위치한 곳이다.

무혈입성한 아군을 불지옥에 빠트리려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었다면 남동쪽을 노리진 않았으리라.

“장막의 화계는 잔꾀에 불과하다. 제장들은 절대로 동요하지 말라.”

곧 저수는 연주자사의 치소를 나섰다.

뜨거운 열기가 그를 맞이했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불씨들이 허공을 메웠다.

시뻘건 불길이 검은 연기와 뒤섞인 채 기둥처럼 솟구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불기둥에서 발산된 빛이 어두운 밤하늘을 대낮처럼 밝히고 있었다.

“성내에 병력들이 너무 과중되어 있습니다. 성문을 열어 병력들을 내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매캐한 연기가 사방에 자욱하여 병사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성내에 주둔하는 병력은 2만.

연주성의 병력까지 합치면 거의 3만에 이르는 숫자였다.

너무 과밀하게 집중되어 있다.

기민하게 대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리라.

“도독!”

회색 잿가루를 덮어쓴 무관이 달려왔다.

떨리는 목소리로 저수에게 급보를 알렸다.

“연주성 놈들이 일거에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연주성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연주성의 장졸들은 얌전히 투항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만을 목적으로 머리를 숙인 것에 불과했다.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억센 손아귀가 심장을 틀어쥔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왕마 장군!”

“예, 도독.”

저수의 부름에 왕마가 응답했다.

“당장 연주성의 반란을 진압하게! 아군이 동요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진압해야 하네!”

“명을 따르겠습니다.”

연주성의 병력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퇴양난의 위기에 직면한 것은 아니었다.

투항을 의심했던 저수가 연주성을 수비하던 장졸들에게 무장 해제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원소군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것만큼은 회피할 수 있었다.

“하무 장군, 일단 동문과 북문을 열어 병력들을 바깥으로 내보내게. 하지만 최대한 경계를 기울여야 하네. 장막이 군중에 섞여 도망칠지도 모르니.”

“명심하겠습니다.”

심사숙고하던 저수가 무거운 어조로 하무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동문과 북문을 개방하라.

연주성에 과중된 병력은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혹시라도 장막이 호시탐탐 탈출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을까 우려한 저수는 경계에 심혈을 기울일 것을 덧붙였다.

“어서 성내를 벗어나라!”

“쿨럭쿨럭! 허둥대지 말고 전열을 갖춰라!”

무관들이 휘하 병력을 단속하면서 연주성을 벗어났다. 병사들은 그을음이 뒤섞인 연기를 벗어나고자 최대한 서둘렀다.

점점 전열이 무너졌다.

오합지졸처럼 무너지는 모습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쿨럭쿨럭-! 매캐한 연기를 삼킨 병사들은 계속해서 기침을 토해냈다. 게다가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려대고 있었다.

“놈들이 성문을 나왔다!”

“공격하라! 연주성을 탈환하라!!”

매복하고서 기다리고 있던 사냥꾼들은 적들의 우왕좌왕하는 빈틈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드디어 놈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토굴에 숨은 사냥감을 노리듯,

지독한 연기로 원소군을 연주성에서 끄집어냈다.

어두컴컴한 암막에 몸을 숨기던 조조군이 벌떼처럼 들고 밀려들었다. 저수가 계속 경계해온 하후연과 여건이 이끄는 병력이었다.

“적습이다!”

“병사들은 즉각 응전하라!”

연주성의 바깥에는 5천의 군세가 주둔하고 있었다.

조조군이 쳐들어왔다.

그에 원소군은 즉시 반격에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기민한 대응에 나서는 것은 어려웠다. 성문을 나선 병력과 바깥에 주둔하던 병력이 서로 뒤엉켜버린 최악의 상태였기 때문이다.

“연주성을 침략한 역도들을 모두 섬멸하라!”

비장군(卑將軍) 여건이 이끄는 날랜 기병부대가 원소군을 강타했다.

일격에 무너트리려는 듯,

전속력으로 달려들어 원소군의 전열을 박살냈다.

계속 요지부동이라던 하후연과 여건이 어떻게 미리 매복하고 있었단 말인가. 병력을 지휘하던 하무는 모래성처럼 으스러지는 아군 군세를 바라보면서 비명을 토해냈다.

* * *

성내에서는 연주성의 장졸들이 일으킨 거병으로 혼란을 겪고 있었다.

자욱하게 솟구치는 연기.

고함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드는 병사들.

초저녁까지 고요했던 연주성에서 참혹한 현장이 펼쳐졌다. 계속 거병을 준비해온 연주성의 장졸들은 원소군의 군중에 불을 지르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사방이 온통 적이다!”

“빌어먹을 놈들…! 다 죽여라!!”

질서와 고요를 상실한 아수라장이 반복되었다.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졌고,

시뻘건 불길과 매캐한 연기는 계속 확산되었다.

연주성의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원소군은 사방에서 달려드는 급습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계속해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탓에 진압하기가 쉽지 않았다.

“도독, 조조군의 급습입니다! 하후연과 여건이 이끄는 병력이 몰려들었습니다!”

최악의 국면에 최악의 위기가 발발했다.

요지부동이던 놈들이,

마침내 공세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주자사 장막과 공조하여 치밀한 함정을 계획했던 것이 분명했다.

장막과 하후연은 크게 반목하는 모습을 연기함으로서 연주의 사대부와 호족들, 심지어 원소군마저 속이는 기만술을 성공시켰다.

“제음군의 군영들은 모두 속임수였다. 분명 허수아비들을 두었겠지. 공성계(空城計)를 설마 야전에서 사용할 줄이야…. 과연 하후연이로군.”

하후연이 기습전을 지휘하고 있다면 사실상 승산이 희박했다.

불의에 기습하여 적들을 섬멸하는 싸움이 하후연의 장기였다. 혼란에 빠진 병력들을 이끌고 하후연에 대적하는 것은 실로 무모한 우책이다.

일단 연주성을 빠져나가야 한다.

동평국에 5천의 병력을 주둔시키지 않았던가.

그들과 합세하여 군세를 재정비한다면 조조군과 한 번 일전을 겨뤄볼 만했다.

“하후연이 동문을 공격하고 있다고?”

“예, 그렇습니다.”

“병력들을 이끌고 출성하여 서문으로 집결하게. 나는 연주성에 남은 병력들을 이끌고 합류하겠네.”

현재로서는 승세를 뒤집을 방도가 없다. 일단은 안팎으로 끊어진 군세부터 규합해야 했다.

그렇기에 저수는 제장들을 소집하여 철군을 명령했다. 뜨거운 불길을 돌파해서라도 반드시 성내를 빠져나가라는 말을 덧붙였다.

* * *

휘하 무관들의 도움으로 원소군의 추격을 따돌렸던 연주자사 장막은 그을음을 뒤집어쓴 상태였다.

그을음이 묻은 얼굴.

불길에 너덜너덜해진 의복.

심지어 어깨에는 부상을 입고 말았다. 탈출을 감행하던 도중에 화살이 깊게 스쳐간 흔적이었다. 출혈이 제법 컸는지 붕대를 몇 겹으로 감고 있었다.

“어르신, 원소군이 성내를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원소군에 맞섰던 무관들이 희열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놈들이 도망친다.

2만 군세가 무너지고 있었다.

동귀어진을 각오하고서 몸을 내던졌던 고육계(苦肉計)가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오로지 충성심만으로 불길에 뛰어들었던 무관들은 함성을 내지르면서 기뻐했다.

“드디어 이겼다!”

“하핫! 모두 어르신의 공입니다!”

재와 핏물을 뒤집어쓴 무관들이 파안대소하며 기뻐하고 있었음에도 장막은 경직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수가 다음에 두려는 수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어서 군마를 가져오너라! 하후연 장군과 합류하여 적들을 뒤쫓을 것이다!”

동평국 방면으로 퇴각하는 적들을 기필코 뒤쫓아야 한다. 이 연주성에서 적들의 숨통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위협적인 후환으로 되돌아올 터였다.

“어, 어르신! 안 됩니다!”

“어깨에 중상을 입지 않으셨습니까!”

무리하게 적들을 추격하려는 장막의 행동에 무관들이 필사적으로 제지했다.

상처가 덧날까 우려스럽다.

게다가 이미 대승을 거두지 않았는가.

구사일생으로 소생한 목숨을 다시 내던지려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무관들은 만용을 부리는 장막을 가로막았다.

“전술은 이미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어르신!”

무관이 소리쳤다.

그에 장막은 군마에 올라타면서 대답했다.

“아니, 아직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격앙된 목소리를 내뱉은 장막은 이윽고 군마에 박차를 가하면서 내달렸다.

다시 한 번 특공을 펼치려는 장막의 모습에 아연실색한 무관들은 군마에 오르면서 급히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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