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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23화 (423/616)

<4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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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군의 세작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연주자사 장막은 위험을 무릅쓰고서 동평국으로 향했다.

신뢰를 주기 위함인 듯,

장막은 대담하게도 심복들만을 대동한 채 원소군과 접선했다.

도독 저수와 만나게 되었다.

허름한 행색으로 변복하고서 동평국에 도착한 장막은 애써 두려움을 억누르면서 입을 열었다.

“뭣들 하는 게요? 어찌 언질을 주었던 대로 연주성에 입성하지 않았소!”

힐난하듯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원소군 장수들은 우유부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신중한 면모를 보이는 저수를 바라보았다.

신밀한 그의 성정을 탓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저수는 묵중한 시선으로 장막을 바라보면서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였다.

“연주자사가 연주성의 개선에 동참해준다면 주군께서도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함께 연주성에 입성하여 주군의 대장기를 성문 위에 내거시지요.”

저수의 제안은 정중하면서도 날카로웠다.

명예와 영광으로 포장했을 뿐,

사실상 인질이 되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장막으로선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만약 제안을 거절한다면 원소군 무장들로부터 경계와 의심을 받게 될 테니.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심사숙고하던 장막은 이윽고 결단을 내렸는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소. 도독이 제안한 영광에 동참하리다.”

제안을 받아들였던 장막은 원소군 무관들의 호위를 받게 되었다.

충성을 보증하는 인질이 되어버린 장막은 원소군과 함께 연주성으로 향했다. 장막이 합류하자 저수는 휘하 장수들과 함께 군세를 이끌었다.

“진군하라!”

“연주성에 곧장 입성한다!”

동평국을 점거했던 원소군의 군세가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움직였다.

거대한 태산이 진동하듯,

계속 심사숙려하는 면모만을 보이던 저수는 결단을 내리자마자 과감하게 행동했다.

신중할 때는 한없이 신중하게.

결단을 내렸을 때는 한없이 과감하게.

과연 원소가 가장 신임하는 명장다웠다.

“어, 어서 성문을 열어라!”

부장 왕마가 이끄는 선봉대가 도달했다.

드디어 원소군이 왔다.

원소군의 군세를 목격한 연주성의 무관들이 개성을 명령했다.

끼이익.

굳게 닫혔던 성문이 열렸다.

선두에서 내달리던 원소군의 기병들이 곧장 연주성에 들어왔다. 전열을 갖추면서 입성한 기병들은 단번에 부채꼴 모양으로 산개하면서 주도면밀하게 성문을 확보했다.

“성문을 점거해라!”

“입성한 보병들은 나를 따르라!”

성루와 첨탑들을 점거했다.

또한,

원소군 기병들이 주변 시가지를 누비기까지 했다.

곧이어 성루에는 조조군의 군기가 떨어지고 원소군의 군기가 내걸렸다. 조조의 거병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연주의 중심지를 원소군이 점령한 것이다.

“흐하핫!”

“연주는 이제 우리들의 땅이다!”

조조의 중심지였던 연주성을 점령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두터운 성문과 성벽들을 자랑하는 연주성을 복속시킨 것이다.

원소군 장졸들이 병장기를 치켜들면서 사나운 함성소리를 내질렀다. 쩌렁쩌렁한 함성소리는 천하통일의 대업에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었음을 축하하는 것이었다.

“도독, 연주성을 점령했습니다!”

부장 왕마가 보고했다.

그에 장막이 저수에게 불평하듯 입을 열었다.

“도독께서 우리들의 충정을 의심하지만 않았더라면 더 빨리 연주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오. 크흠, 도독은 참으로 의심이 많은 분이구려….”

“송구합니다, 연주자사.”

척후들이 연이어 연주성을 무사히 점령하였음을 알려왔다.

작은 마찰들은 있었으나,

결국 성공적으로 연주성의 성문을 점거했다.

성루에서 펄럭이던 조조군의 군기가 떨어지고 원소군의 군기가 내걸리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저수는 진심은 담은 사죄의 말을 장막에게 건넸다.

“심사숙고하여 군세들을 동원하라는 주군의 엄명이 있었을 뿐입니다. 결코 연주자사의 충정을 의심한 것은 아니오니 노여움을 거두시지요. 어찌 소장이 연주자사를 의심하겠습니까.”

연환계(蓮環計)를 계속 의심했던 저수는 점령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연주 전선을 무사히 돌파했고,

동평국 7현을 속전속결로 점령했다.

최종적으로 연주성에 무혈입성하기에 이르렀다.

전투가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중원의 패자로 군림하던 조조군이 무력하게 붕괴되고 있었다. 연주자사 장막의 배신에 대비하여 조조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음에 기가 막힐 정도였다.

‘조조는 의심이 많은 성정이다. 수많은 정적들을 심증만으로 숙청해오지 않았던가…! 설마 오랜 벗이 배신하리라고는 조맹덕도 예상치 못했단 말인가?’

수많은 정적들을 숙청하면서 후환을 계속 말소해왔음에도 결국 막역지우에게 결정적인 배신을 당했다.

실로 우스운 일이다.

결국 조조는 배신으로 무너지게 되리라.

무관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장막과 연주성에 입성한 저수는 그제야 의심암귀를 거두었다. 물론 미약한 잔열처럼 남은 의심은 있었지만 말이다.

“큰 전공을 세웠구려, 도독.”

“과찬이십니다.”

장막의 축하에 저수가 겸허하게 대답했다.

“치소에 연회를 마련했소이다. 무혈입성을 크게 축하하는 의미로 준비하였으니 도독께서는 부디 성의를 받아줬으면 하오.”

그 호탕한 제안에 원소군 장수들이 군침을 꿀꺽 삼키면서 저수를 바라보았다.

연주 전선을 돌파했던 이후부터 거듭하여 강행군을 하지 않았던가. 장막의 제안에 장수들은 군침을 꿀꺽 삼키면서 기대감에 찬 눈길을 보냈다.

“감읍한 제안이나 마음만 받겠습니다. 전시에 음주를 할 수는 없습니다.”

장수들의 애타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저수는 일언지하에 장막의 제안을 거절했다.

전시에 술을 마실 순 없다.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론을 중시하는 저수다운 대답이었다.

그렇기에 원소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것일 터.

호화스러운 연회를 즐길 기회를 눈앞에서 놓쳐버린 부하들의 입장에서는 융통성 없는 상관으로만 느껴질 뿐이었지만 말이다.

“연주성의 방비를 최선을 다하도록 하라. 제음군에 주둔하고 있는 하후연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

저수는 척후들을 제음군으로 파견하여 하후연과 여건의 동태를 살피도록 했다.

설마 장님이 아닌 이상에야,

연주성이 넘어갔다는 것을 모르진 않을 터.

분명 총력을 다하여 연주성을 다시 탈환하려 들 터였다.

저수는 조조군의 반격에 대비하여 연주성의 성문들에 병력을 배치했다. 연쇄적인 승전보에 도취될 법도 하였음에도 결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도독, 연주성의 병력도 농성에 가세하겠소. 대의를 함께 맹세했던 무장들이니 안심하고 맡겨주시오.”

연주성을 수비하는 병력은 7천에 달했다.

또한,

주변 군진들에 주둔하는 병력까지 합류한다면 족히 1만은 넘는 숫자였다.

그렇기에 장막은 충성을 입증할 기회를 내려달라며 저수에게 부탁했다. 간곡한 부탁에 저수는 곤혹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연주자사, 외람되오나… 항병(降兵)들을 곧바로 전선에 투입시킬 순 없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기를 간청 드리겠습니다.”

저수는 장막과 투항해온 연주성의 장수들을 전선에서 철저히 배제했다.

게다가 연주성에 주둔하는 절반의 병력에게 무장을 해제할 것을 명령하기까지 했다. 강박처럼 느껴질 정도로 신중한 저수의 결정은 휘하 장수들이 낯빛을 흐릴 정도였다.

“크흠! 도독은 참으려 답답한 인사구려.”

도발처럼 느껴지는 저수의 강압적인 명령에 장막은 불쾌감이 담긴 헛기침을 내뱉었다.

실로 무례하다.

무례함을 넘어 모욕적이기까지 했다.

노여워하는 반응에 원소군 장수들은 십분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수들이 보기에도 저수의 행동은 극히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사대부와 호족들은 모두 어디에 있습니까?”

“복양현(濮陽縣)에 있네.”

동란이 종결될 때까지 사대부와 호족들은 복양현에서 안전하게 머물 계획이다. 동생 장초가 정예부대를 이끌고서 호위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 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변양 어르신과 긴밀하게 의논할 일이 있어서 그러니, 복양현에 잠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리하게.”

실로 주도면밀한 자가 아닐 수 없다.

잔존한 의문점을 마지막까지 살피는 저수의 행동에 장막은 경직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 * *

도독 저수는 기민한 정예병들을 선발하여 연주자사 장막을 호위하게 했다.

물론 호위는 명분일 뿐,

사실상 죄인을 감시하는 위병이었다.

수상쩍은 행동을 보이면 곧바로 체포해라. 만약 연주자사가 언질도 없이 도망친다면 추살해도 좋다.

장막을 인질로 잡고 있었음에도 경계심을 이어나갔다. 전시에서는 아군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도독!”

연주자사 장막의 치소에 머물면서 전황을 점검하던 저수에게 전령에 도착했다.

제음군의 동태를 살피고 돌아온 전령이었다.

“제음군의 동태를 살피고 돌아왔습니다.”

“지금쯤이면 저들도 움직였겠군. 어느 방면으로 출진하였나?”

“그, 그것이….”

저수의 물음에 전령이 말끝을 흐렸다.

“요지부동입니다. 진지도, 군기도… 그 무엇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대체 무슨 말인가? 움직이지 않았다니!”

“척후들이 제음군 인근까지 접근했음에도 조조군은 첩첩산중처럼 조용했습니다.”

전령의 보고에 저수가 두 눈을 부릅떴다.

움직이지 않았다니.

그럼 여전히 연주성의 상황을 모른단 말인가?

아니, 그럴 일은 없다.

동군과 제음군은 엎어지면 코가 푹 닿을 정도로 인접한 거리였다. 게다가 대규모 군세를 투입하여 연주성을 요란하게 점거하지 않았나.

“도독! 도독!!”

쿠당탕-!

요란한 굉음과 함께 무관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미처 예를 취할 겨를도 없었는지,

아연실색한 낯빛이 된 무관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자네는 복양현으로 가지 않았는가. 변양 어르신은 무사히 데려왔겠지?”

저수가 물었다.

그에 무관은 사색이 된 채 소리쳤다.

“아, 아닙니다! 복양현에 피신했던 사대부와 호족들은 모두… 조조군에게 붙잡혔습니다!”

“그럴 리 없네! 분명 연주자사의 아우가 그들을 호위하고 있다고….”

“복양현에서 구사일생으로 도망친 사대부의 자제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

무관의 연이은 보고에 저수는 입을 다물었다.

사고가 잠시 정지했다.

낙뢰를 맞은 것처럼 뇌리가 공허해졌다.

연쇄적인 이변들에 혼란이 가중된 것이다.

“도독!!”

격앙된 고함소리와 함께 무장이 들어왔다.

부장 왕마였다.

“연주성 도처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습니다! 시가지가 온통 불바다입니다!”

“큭…!”

당했다.

적의 연환계에,

백면서생의 계책에 넘어갔다.

대체 어디서부터가 함정이었단 말인가.

연주성 전역에서 불길이 치솟는다는 왕마의 보고에 저수는 침음을 삼키고 말았다.

‘순순히 인질이 되었던 이유가… 우리들과 함께 연주성에서 동귀어진을 하기 위해서였구나!’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동귀어진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의협심으로 똘똘 뭉친 충의지사인 장막이기에 가능한 공멸(共滅)이었다.

“당장 장막을 데려와라!”

저수가 날카로운 고함을 내지르면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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