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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22화 (422/616)

<4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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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사 장막의 반발로 허도에서 파견된 무장들이 제음군으로 물러났다는 소식을 들은 사대부와 호족들은 확신에 차게 되었다.

틀림없다.

장막이 완전히 돌아선 게 분명했다.

조조군 거병의 일등공신이었던 연주자사 장막은 변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원소군의 세작들은 전서구를 이용하여 장막의 변절을 업성에 알렸다. 그리고 속전속결로 거병을 앞당기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의 밀지를 추가했다.

“어르신, 원소군을 동평국에서 먼저 맞이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동평국은 제 고향입니다. 친지들을 동원한다면 원소군은 능히 무혈입성에 성공할 겁니다.”

“흐음, 현명한 책략일세.”

집무실에 변양과 호족들을 초대한 장막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상세한 계획을 알렸다.

원소군을 동평국에서 맞이한 뒤,

여세를 몰아 남하하여 연주성을 일거에 점령한다.

연주성은 연주 군현들의 중심지였다.

속전속결로 연주성을 점거한다면 주변 군현들은 혼비백산하여 무너질 터. 연주에 주둔한 조조군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동요하는 틈을 찌른다면 단번에 압승을 거둬낼 수 있으리라.

“탁월한 방책이오! 그게 좋겠소이다!”

“원소군을 연주성에 들이기만 해도 거병은 반쯤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요!”

장막의 방책에 사대부와 호족들은 쾌재를 부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뛰어난 계책이다.

조조군의 패망이 내일로 앞당겨진 듯했다.

속전속결로 거사를 달성하기를 원하는 사대부와 호족들이었기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위험부담이 극소하다는 점에서 만족을 느낀 듯했다.

“하후연과 여건을 제음군으로 쫓아내어 천만다행일세. 놈들이 계속 연주성에 주둔했다면 거병에 차질이 생겼을 것이네.”

“월권행위를 벌인다면 무력시위를 감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두 장수들은 연주성에 얼씬도 못할 겁니다.”

하후연과 여건을 철저히 배제했다.

놈들은 물론,

허도에서 파견된 친위부대도 마찬가지였다.

쥐를 독 안에 집어넣듯 제음군에 몰아세웠다.

병력들을 동원하여 제음군을 매우 삼엄하게 경계하고 있다. 허도에서 파견된 병력들은 원소군이 연주성을 점령하는 것을 결코 저지할 수 없으리라.

“정말 고맙네, 맹탁.”

변양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잔주름이 자글자글한 손길로 장막의 두터운 어깨를 두드리면서 공헌을 상찬했다.

“자네가 가세해주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네.”

“과찬이십니다.”

“본초 공께서도 자네의 활약을 알아주겠지. 분명히 자네를 일등공신에 책봉할 걸세. 사람을 기용하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표리부동한 독부와는 달리 인자하신 분이 아니신가.”

원소의 인자한 면모를 강조하면서 조조를 표독스럽게 힐난했다.

그 년은 간악한 독부다.

토사구팽을 반복할 뿐인 폭군에 불과했다.

연주가 폭군의 손아귀에 유린당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사대부와 호족들은 투항을 결정한 것이었다.

“허락된다면…, 삼공(三公)의 벼슬에 오르고 싶습니다.”

장막이 서투른 목소리로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권력욕을 내비쳤다.

삼공,

실권을 장악한 조정의 영수였다.

조정에서 기도위를 역임했던 것이 전부였기에 삼공의 벼슬에 욕심을 내는 것도 당연했다. 일등공신이었음에도 뒤이어 임관했던 조조의 심복들에게 뒤처지는 수모를 당했으니 말이다.

“걱정하지 말게, 본초 공께서는 자네의 충의지심을 알아주실 걸세!”

변양이 장막의 손을 덥석 맞잡았다.

삼공의 영화도 꿈은 아니다.

우리들은 모두 공신의 반열에 오를 것이니.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수모와 모멸을 감내했던가.

원소군이 조조군을 완전히 멸망시키고 중원을 제패한다면 우리들은 부귀공명을 노리게 되리라.

변양의 호언장담에 장막은 쓴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거병이 시작되면 연주 전역은 거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겁니다. 제 아우가 공들을 직접 호위할 터이니 안심하십시오.”

문이 열리면서 장초가 모습을 드러냈다.

갑주를 걸친 장초는 변양과 호족들에게 예를 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기골이 장대하고 준엄했다.

형 장막처럼 대장부다운 기개가 느껴졌다.

원소군과 조조군의 격전으로 벌어지게 될 파용운란을 두려워하던 사대부와 호족들은 장초를 바라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병환 때문에 재야로 떠났다고 들었네만… 언제 다시 돌아온 겐가?”

“형님께서 대의명분을 위해 싸우고 계십니다. 아우로서 어찌 두고만 있겠습니까.”

“장대한 용기를 내주었네.”

장막, 장초 형제의 가담에 금세 기세등등해졌다.

거병은 사실상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변절에 가담했던 호족들이 서로를 쳐다보면서 쾌재를 터트렸다.

“모시겠습니다, 어르신.”

“알겠네.”

변양과 호족들이 직속부대를 대동한 장초를 의지했다. 연주의 동란이 종료될 때까지 식솔들과 안전하게 복양현(濮陽縣)에 숨기로 했다.

철컥. 철컥.

중무장한 병사들이 금속음을 내면서 다가왔다.

그에 호족들은 망설임 없이 정예병을 뒤따랐다.

* * *

제북(濟北)에 매복한 3만 명의 원소군은 호응을 알리는 봉화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저수가 총대장을 맡았으며,

왕마와 하무를 비롯한 수많은 장수들이 보필했다.

하북의 숙장으로 명성자심을 떨쳤던 저수가 총대장에 임명되었다. 또한 그의 휘하에는 공손찬군의 멸망에 앞장섰던 장졸들이 있었다.

“이제 곧 시일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경계하라.”

연주자사 장막이 가담했다.

머지않아 봉화들이 시커먼 연기를 내뿜을 터.

내응을 약속했던 사대부와 호족들과 연합하여 연주성을 점거할 것이다. 원소군 무장들은 신호를 기다리면서 칼자루를 거머쥐었다.

“먼저 동평국에서 봉화가 올라올 거랍니다.”

“동평국 말인가?”

왕마의 말에 저수가 물었다.

그 지역은 조조군의 최전선 아닌가.

먼저 동평국에서 거병하겠다니,

실로 과감하면서 위태로운 작전이었다.

“연주자사 장막이 동평국 출신이라고 합니다. 장막과 막역한 친분이 있는 동평국의 호족들이 거병에 가담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흐음.”

동평국을 빠르게 통과한다면 연주성을 곧바로 들이칠 수 있을 터.

허도의 조조가 연주자사 장막의 변절을 알아차리기 전에 속전속결로 연주를 도모할 수 있으리라. 장막의 계책에 저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너무 수월하군. 천운이 내린 것처럼 말이네.”

연주자사 장막이 군략에 통달한 인물이라는 풍문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빼어난 명망을 가진 명사일 뿐,

난세의 장수로서 활약했던 적 없는 사내였다.

그런 사내가 이토록 뛰어난 군략을 설계하다니. 무언가가 석연찮았다. 장막이 아닌 누군가가 매우 주도면밀하게 꾸민 속임수처럼 느껴졌다.

‘주군께서 삼엄하게 경계하라는 특명을 내리셨지.’

드높은 의협심으로 만천하에 명망을 떨쳤던 장막은 친우를 쉽게 배신할 성정이 아니다.

만에 하나…,

장막에게 다른 속셈이 있을지도 모른다.

변절자의 호언장담을 믿고 적진으로 침투한다는 것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원소는 신중한 숙장이었던 저수에게 공세를 일임했다. 냉철한 판단력을 갖춘 저수라면 장막의 속셈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기에.

“도독!”

부장 하무가 달려왔다.

척후들을 이끌고 동평국의 동태를 감시하던 도중에 무언가를 발견한 듯했다.

“봉화가 올랐습니다! 동평국입니다!”

장막이 예정대로 봉화를 올렸다.

무염현(無鹽縣). 수장현(壽張縣). 부성현(富城縣).

총 3개의 현에서 연기가 솟구쳤다.

장막과 내통한 호족들이 사병을 동원하여 동평국의 거점을 점령한 것이리라.

“하무 장군.”

“예, 도독!”

하무가 3천의 기병들을 이끌고 출진했다.

장막을 온전히 신뢰할 순 없다.

그렇기에 소수의 별동대만을 움직였다.

본대에서 출진한 기병들은 반란을 일으킨 호족들과 함께 동평국을 점거했다. 난데없는 급습에 놀란 조조군은 금세 와해되었다.

“동평국의 군진들이 텅 비었습니다!”

“연주자사 장막이 미리 조치를 해둔 겁니다!”

전선에 주둔하던 조조군 병력이 오합지졸처럼 달아나버렸다. 왕마와 하무는 장막의 밀명을 받은 장졸들이 의도적으로 패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철옹성처럼 견고한 연주 전선이 이토록 무용지물처럼 무너질 수 있겠는가.

일생일대의 전공을 세울 기회였다.

두 부장들은 저수에게 연주성까지 진군할 것을 진언했다. 그들의 행동에서 교만함이 느껴졌다.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됩니다!”

“시간을 허비했다간 조조군이 움직일 겁니다!”

전선을 돌파하여 동평국을 일거에 점거했다.

계획대로였다.

장막의 책략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의심스러웠다.

백전불패의 무명을 자랑하는 조조군이 이토록 허술하게 무너질 줄이야. 중원의 패자로 군림하면서 군벌들을 복속시켰던 조조군답지 않은 무능함이었다.

“왕마 장군, 연주자사의 소재는 파악했는가?”

“예…? 아, 옙!”

“일단 연주자사와 합류하도록 하겠네. 연주성을 점령하기 전에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일세.”

“하지만 도독…!”

반드시 속전속결로 연주성을 점령해야 한다.

조조군이 움직이기 전에,

연주성과 요충지들을 확보해야 했다.

지나친 신중함으로 시간을 허비하려는 저수의 행동에 왕마는 당혹감을 내비쳤다.

저수의 완고한 결정을 꺾일 수 없었던 왕마는 연주성에 세작을 파견하여 장막에게 부름을 내렸다. 즉시 동평국으로 합류하라는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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