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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20화 (420/616)

<4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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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량 연합군이 동관(潼關)으로 진격했다.

마지막 방어선이다.

동관마저 함락시킨다면 사예주는 서량의 거친 말발굽에 짓밟히게 될 터.

여세를 몰아 파상공세를 명령했다.

결사항전을 계속 이어나갔던 장안성을 완파했을 때처럼 동관 또한 우리들의 공세에 무너지리라.

장안성의 함락으로 한껏 기세등등해진 서량의 군벌들은 동관으로 곧장 부대를 급파했다. 혹시라도 선수를 빼앗길세라 서로 앞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

“크하악!”

“화, 화살이… 커헉!”

하늘이 돌연 새카맣게 물들었다.

잔인무도한 침략자들을 향한,

무수히 많은 화살들로 만들어진 죽음의 비였다.

사예주로 이어지는 관문으로 질주했던 서량 연합군은 초전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단번에 공세가 막혀버렸다.

“대체 뭐냐!”

“조조군 놈들, 만반의 준비를 갖춰두었군!”

선두를 이끌었던 이감과 후선이 아연실색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소리쳤다.

완강한 저항이 실로 매서웠다.

장안성의 결사항전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계속해서 화살들이 빗발쳤다.

슈아악-!

파바바바바박-!!

군기를 치켜든 기병들이 쓰러졌다.

굳센 발걸음으로 진격하던 보병들이 고꾸라졌다.

장안성에 이어 다시금 난공불락의 요새를 마주하게 된 서량 연합군은 화살비 속에서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누님!”

“돌파할 방법이 없습니다!”

선봉군을 뒤에서 지원하던 마휴와 마철이 찢어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정공법은 자살행위다.

벌써 선봉군이 와해되지 않았는가.

벌집처럼 온몸에 구멍이 뚫리면서 즉사한 병사들의 주검이 사방에 즐비했다. 장안성의 함락으로 크게 분기탱천했던 서량군의 용맹을 단번에 꺾어버렸다.

“매, 맹기 님…! 으아악!!”

호위하던 무관이 눈 먼 화살에 맞아 절명했다.

그것을 목격한 마초는 분통을 내뱉었다.

‘조조군 놈들, 이렇게 빨리 대응하다니…!’

동관을 수비하고 있는 병력은 조조군의 정예군단이 분명했다.

대체 어떻게,

이리도 빨리 대응에 나선 거지?

저항이 장안성보다도 매서웠다.

장안성의 성벽이 더 높았으나,

동관은 전투에 능한 정예들이 수비하고 있었다.

선봉으로 나섰던 군벌들은 관문에 운제를 걸어내지도 못한 채 무너졌다. 공성병기들이 연이어 쓰러지면서 병사들의 진격을 가로막았다.

“불을 질러라!”

동관에서 병력을 지휘하던 흑발의 여인이 날카로운 고함소리를 내질렀다.

불화살들이 쏘아졌다.

아찔한 곡선을 그리면서 화염이 빗발쳤다.

송진과 기름을 묻혀 발사된 불화살들은 장안성에서 패악을 떨친 무리를 응징했다. 피비린내가 풍기는 전장이 시뻘건 화광에 물들었다.

“충차가 불타고 있다!”

“어서 꺼라! 어서 불을 꺼라!!”

아수라장으로 변한 전장에 불화살이 가해졌다.

수많은 병사들이 쓰러졌으며,

힘겹게 옮기던 공성병기마저 화염에 휩싸였다.

어기 그뿐인가.

기름을 담은 항아리들이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투석기로 항아리들을 쏘아낸 것이리라.

쩌억-!

“기름이다!”

“어서 물러서라! 기, 기름이다!”

항아리가 으깨지면서 기름이 왈칵 쏟아졌다.

코를 찌르는 비릿한 냄새,

고래에서 짜낸 경유(硬油)가 분명했다.

기름을 흠뻑 뒤집어쓴 병사들은 혼비백산하여 전열을 벗어났다.

그러나 무의미한 행동이었다.

온몸에 기름을 뒤집어쓴 채 화염에 잠긴 전장을 벗어난다는 것은 결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독한 놈들!”

정서장군(征西將軍) 마등이 소리쳤다.

“사방이 모두 불바다가 아닌가…!”

진서장군(鎭西將軍) 한수 또한 그와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퇴각하라! 퇴각해!”

선봉을 지휘하던 이감이 말머리를 돌리면서 측근들과 함께 달아났다.

공성병기들을 방치한 채,

무책임하게 꽁무니를 빼며 퇴각해버렸다.

휘하 병사들은 금세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끝까지 전선을 지휘해야 할 대장이 도망쳤기 때문이다.

“퇴각하라!”

“뒤로 물러나 전열을 정비한다!”

전선을 지휘하던 무관들이 혼비백산하여 달아난 이감을 대신하여 퇴각을 명령했다.

그에 병사들이 벌떼처럼 달아났다.

모래알이 바스스 흩어지듯,

사기가 꺾인 병사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콰드득-!

구르르르르-!!

불에 잠겼던 운제가 쓰러졌다.

충차는 내려앉았으며,

투석기들은 써보지도 못한 채 버려지고 말았다.

“빌어먹을 서량 놈들!”

“지레 겁을 집어먹고 달아나다니!”

전선에 낙오된 병사들이 소리쳤다. 그 병사들은 공성전을 위해 서량으로 파견된 원소군이었다.

그대로 도망치면 어쩌란 말인가.

일선에서 공성병기들을 끌던 원소군의 공병들은 불지옥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아악!”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운제가 쓰러졌다.

수많은 공병들이 화염에 잠긴 공성병기에 깔리면서 단말마의 비명을 토해냈다.

“놈들이 도망친다!”

“흐하하! 역적 놈들이 달아나고 있다!!”

역저들이 도망치고 있다.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꼴사나운 비명과 함께 달아나고 있었다.

갑옷과 병장기마저 내던지고서 도망치는 모습이 참으로 우스웠다.

동관을 수비하던 조조군은 초전에서 완성을 거두었음에 함성을 내질렀다. 적들의 파상공세를 크게 완파함으로서 승세를 잡아냈다.

“흐흥.”

황금 갑주를 걸친 여인이 멋쩍은 표정을 툭 흘리면서 쾌재를 중얼거렸다.

나도 할 수 있다.

그 석녀가 해낸 일을,

이 조자렴이 해내지 못할 리 없으니까.

반신반의하며 가슴을 졸였던 조홍은 완승을 거두면서 강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관도에서 지켜보기나 해. 찍소리도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승전보를 가져갈 테니까.’

군단들을 이끌고 관도로 향했던 조인을 떠올리면서 중얼거렸다.

동관을 반드시 사수하리라.

그리고 언니에게 승전보의 영광을 바칠 것이다.

나는 언니의 든든한 오른팔이니까.

* * *

조조는 자신이 허도를 비우게 될 때에 대비하여 철저하게 장수들을 배치하였다.

평동장군(平東將軍)에 왕필을,

좌중랑장(左中郞將)에 전위와 우중랑장(右中郞將)에는 조엄을 임명했다.

또한 허도의 전권을 상서령(尙書令) 순욱에게 위임함으로서 불온세력의 발호를 억누르려 했다.

“내가 허도를 비운다면 간교한 역적들이 독니를 드러낼 터. 불순분자로 규정한 인물들의 동태를 철저하게 감시하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조조의 명령에 사공장사(司空長史) 왕필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왕필은 조조가 연주에서 거병했을 때부터 군부에서 종군했던 핵심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조조는 왕필에게 허도의 군권을 맡기면서 노초와 풍해를 부장으로 붙여주었다. 두 부장들은 모두 조조의 직속무관 출신이었다.

“헌데 표기장군은….”

왕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표기장군이 허도를 지킨다면 불온한 무리들이 감히 머리를 치켜들지 못할 터.

어째서 표기장군이 아닌 자신을 허도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하는지를 물었다. 게다가 자신은 군재에 미숙한 문관이었으므로 더욱 의문스러웠다.

“표기장군에는 다른 임무를 내렸다. 다른 장수들도 마찬가지다.”

“예, 옙!”

조조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왕필이 다급하게 대답했다.

분명 깊은 뜻이 담겨져 있을 터.

그를 의심하는 것은 주군에 대한 불충이었다.

모든 결정들을 현명하게 처결해온 주군이었기에 왕필은 의심을 접고 따르기로 했다. 분명 깊은 뜻이 존재하기에 자신을 총사령관에 임명한 것일 테니.

“물러가라. 명을 기다리도록.”

“알겠습니다.”

곧이어 왕필이 물러났다.

그가 집무실을 나선 뒤,

주황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들어왔다.

“주군, 명하신 대로 알아보았습니다.”

곽가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재차 입을 열었다.

“연주자사 장막이 변절한 것이 분명합니다.”

“…….”

지금까지 칠난팔고를 함께 극복해온 거병의 동지가 숙적에게 가담했다.

곽가의 최종적인 통보에 조조는 회의감이 범람하는 표정을 지었다. 입가의 쓴웃음에서 숙연함이 흘렀다.

장막이 변절했다.

이미 결단을 내린 듯,

연주의 정적들과 깊게 관여하고 있었다.

아마도 원소군의 침공에 호응하여 연주의 성문들을 모두 열어젖힐 심산이겠지. 동군을 포함한 모든 군현들을 원소에게 넘길 흉계임이 분명했다.

“맹탁은 오랜 친우이나… 그렇다고 하여 좌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연주의 군현들이 모두 넘어간다면 건곤일척의 자웅을 겨뤄보기도 전에 패망하고 말 것이다.

절대로 연주가 넘어가선 안 된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장막을 막아야 했다.

막역지우를 살해하는 패륜을 저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묘재는 어찌하고 있는가.”

“연주자사 장막의 거센 반발로 제음군(濟陰郡)까지 물러난 상태라고 합니다.”

감찰로 파견되었던 하후연과 여건이 장막에게 쫓겨나고 말았다. 현재 제음군에 친위부대와 함께 주둔하고 있다는 소식에 조조가 미간을 찌푸렸다.

“거센 반발이 벌어졌다고 해도… 아무런 저항도 없이 묘재가 고분고분 따랐단 말인가?”

연주성에서 장막을 철저히 감시하라고 일러두지 않았던가. 반발에 못 이긴 하후연이 제음군으로 철수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다.

하후연은 결코 강압에 굴복하는 졸장부가 아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다.

조조는 턱을 괸 채 심사숙고에 빠졌다.

“분명 무언가가 있다. 묘재에게 연통을 넣어라.”

“예, 주군.”

곽가에게 진상을 소상하게 결척해낼 것을 명령했을 때,

문 너머에 그림자가 비쳤다.

곰처럼 커다란 그림자는 분명 허저였다.

“주군, 호군장군이 파발이 보내왔습니다.”

“누가 왔지?”

“하후렴입니다.”

허저의 대답에 조조의 새하얀 뺨이 바르르 떨렸다.

하후렴은 하후돈과 하후연의 족제(族弟)였다.

그것은 곧,

족제를 파발로 보내야 할 정도로 다급한 일이 벌어졌음을 의미했다.

미처 간파하지 못한 내막이 있음이 틀림없다.

연주에서 도착한 하후렴을 급히 집무실로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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