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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19화 (419/616)

<4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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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과 마찰을 빚었던 이후부터 하후연은 계속해서 면담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말았다.

몸이 좋지 않다.

바쁜 격무가 있어 불가능하다.

모두 변명에 불과한 말들이었다.

면담을 기피하는 장막의 의심스러운 모습들에 하후연은 경계심을 품게 되었다. 어쩌면 장막이 군사좨주 곽가의 예상대로 패국조씨 가문을 적대하는 무리들에게 가담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당장 친위부대를 이끌고 요절을 내겠습니다!”

비장군 여건이 소리쳤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당장 장막을 체포하여 허도로 압송해야 한다.

지금까지 계속 장막을 의심해온 여건은 사실여부를 확인할 것도 없이 변절자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장군.”

여건의 주장에 하후연이 근심어린 한숨을 반복하고 있었을 때,

일반 백성으로 변복하고서 장막을 감시하던 무관이 다가왔다. 무언가를 포착한 듯했다.

“어젯밤에 장막이 변양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연주의 사대부와 호족들도 참석했는데… 불순분자로 분류된 인원들이었습니다.”

변양을 비롯한 연주의 불순분자들이 장막과 계속해서 접촉을 가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심스러운 증좌였다.

당장 놈을 체포해야 한다.

여건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하후연을 설득했다.

“…….”

연주의 군사권을 총괄하는 연주자사의 권한은 실로 막강했다.

만약 장막이 군세를 동원하여 급습이라도 가해온다면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장막이 원소군과 결탁하여 투항을 해버린다면 연주의 군현들이 모두 고립되는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었다.

“후우, 오늘 내로 답을 내리도록 하지.”

관자놀이를 짓누르면서 고심하던 하후연이 깊은 시름을 토해내면서 답했다.

오랜 친우를 체포하는 일이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뒤에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여건을 내실에 두고서 빠져나온 하후연은 무기력한 발걸음으로 마당을 거닐었다. 숙려할 때마다 주로 하후연이 보이는 버릇이었다.

“이보게, 묘재.”

너저분한 의복을 입은 남성이 다가왔다.

객소(客所)에서 일하는 노복인 걸까.

조금 기이했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매우 익숙했기 때문이다.

“나를 모르겠는가?”

“자, 자네는…! 자네가 무슨 일인가?!”

노복처럼 위장하고서 하후연에게 다가온 남성은 연주자사 장막의 아우인 장초였다.

과거에 광릉태수였으며,

조조군 휘하에서는 종사중랑을 역임했다.

지금은 병환을 이유로 종사중랑을 사직하고서 재야로 물러난 상태였다. 장초가 너저분한 복장으로 나타나자 하후연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를 낮추게. 자네를 감시하는 간자들의 경계를 피하여 온 것이니. 길게 말할 여유는 없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장초가 이윽고 품속에서 무언가를 내밀었다.

곱게 접은 서한이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하후연에게 다짜고짜 내밀었다.

“형님의 밀지일세.”

밀지를 건넨 장초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일말의 설명도 없이,

밀지라는 말을 전한 채 현장을 빠져나갔다.

병환으로 인하여 재야로 물러났던 장초는 사대부와 호족들의 경계망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장초는 변복한 채로 은밀하게 밀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밀지…. 맹탁의 숨은 저의가 담겨져 있단 말인가?’

하후연은 심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밀지를 다급하게 품속에 넣었다.

* * *

연주의 세작들로부터 연주자사 장막이 결국 가담하기로 결정했다는 첩보를 듣게 되었다.

그에 원소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왜 갑자기,

무슨 이유로 가담했단 말인가.

장막은 충정(忠情)와 인의(仁義)를 중시하는 대장부였다.

지금까지 일력탄생하며 함께 해온 조조를 한순간에 배신할 리 없었다. 원소도 조조처럼 장막과 막역지우였기에 의리를 중시하는 장막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

“대체 왜… 맹탁이 가담하기로 한 거죠?”

원소가 물었다.

그에 종사(從事) 곽도가 입을 열었다.

“조조에게 숙청당하는 조정대신들을 보면서 의심암귀에 휩싸였던 모양입니다. 공융 일파를 비롯하여 수많은 관료들이 변방으로 좌천되지 않았습니까.”

공융을 추종했던 수많은 관료들이 황량한 변방으로 쫓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또한,

공융을 따르던 유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불온세력으로 낙인이 찍힌 수많은 인원들이 조조에게 숙청되었다.

장막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조조는 오로지 자신의 종친과 심복들만을 신뢰하는 표독스럽고 의심 많은 성정이었으니까. 막역지우였던 장막이 그를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흐음….”

곽도의 설명에 원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다.

의심은 무쇠 같은 마음이라도 뚫어내는 법이니.

하지만 장막을 향한 의구심을 모두 떨쳐낼 수는 없었는지 원소는 근심어린 침음을 삼켰다.

“게다가 장막은 조정 입성에 실패한 채로 연주자사에만 머무르는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분명 거병의 일등공신일 텐데도 소홀한 대우를 받았으니… 조조에게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당시 진류태수였던 장막은 조조가 연주에 입성했을 때부터 거병을 지원했던 일등공신이었다.

자금과 물자를 지원했으며,

또한 조조에게 부정적이던 사대부와 호족들을 설득하기까지 했다.

많은 것들을 양보하면서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음에도 허도의 조정에 입성하지 못하고서 연주자사에만 머무를 뿐이었다. 장막으로선 실로 통탄할 일이었다.

분명 장막에게는 막역지우를 배신하고도 남을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럼 장막에게서 다른 연락은 없었나요?”

“아마도 조조가 파견한 감시역들 때문에 연락을 취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내응을 약속한 사대부와 호족들도 최대한 사리는 것 같습니다.”

조조가 하후연과 여건을 파견하여 장막을 감찰하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명,

장막을 ‘의심’하고 있음을 뜻했다.

심증을 이유로 수많은 관료들을 숙청해온 조조에게 있어 의심은 역린과도 같았다.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녀의 역린을 건들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분무장군에게 준비하라고 전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분무장군 저수는 제북(濟北)에서 주군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3만의 군세를 이끌고 출진했다.

연주자사 장막이 반란을 일으키면 곧바로 연주성을 들이치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사대부와 호족들이 내응할 터.

연주성을 정복한다면 주변 군현들은 농성하기를 포기하고 투항을 선택해올 터. 그래서 전풍은 지금까지 반간계(反間計)에 심혈을 기울여온 것이다.

“맹탁…. 정말 돌아선 건가요.”

곽도의 설득에도 의구심을 풀 수 없었던 원소는 자리에 몸을 기댄 채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 술술 풀리고 있다.

아군에게 유리한 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참모들은 하늘께서 드디어 주군에게 천운을 내려주신 것이라며 떠들어댔다. 하지만 원소는 천운을 과신하는 성정이 절대로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오랜 친우처럼 의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안량과 문추를 부르세요.”

심사숙고를 이어나가던 원소가 손을 뻗으면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시녀에게 입을 열었다.

절묘한 계책이 떠올랐는지,

하동군을 급습했던 두 도독들을 호출했다.

* * *

장수는 조조군에 귀순한 이후부터 잔병들을 수습하는 일에 온 힘을 다했다.

집결한 병력은 불과 2천.

예전과 비교하면 실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그 많던 병력들이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남양군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했던 장수군은 조조군의 지원 없이는 연명조차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쇠퇴하고 말았다.

“흥….”

불그스름한 금발을 늘어뜨린 여성이 재정비를 갖추고 있는 장수군을 바라보면서 코웃음을 쳤다.

몹시 경계하고 있는 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여포는 장료와 함께 양국(梁國)에 파견되었다.

남양 공방전에서 승전한 유표군으로부터 다시 남양군을 탈환하기 위해 군세를 수습하고 있는 장수를 감찰하기 위해서였다.

“왜 그러세요, 봉선 님?”

청초한 미녀가 흑발을 찰랑이면서 물었다.

그에 여포가 입술을 쭉 내민 채 입을 열었다.

“냄새가 나. 배신자한테서 나는 냄새 말이야.”

“네?”

“설명하긴 애매한데… 아무튼 그런 게 있어.”

어깨를 으쓱이면서 설명을 얼버무렸다.

요컨대,

‘직감’에 따른 판단이라는 뜻이었다.

실로 맥 빠지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이성휘가 여포의 말을 들었다면 한숨부터 내쉬었으리라.

하지만 장료는 여포의 말을 크게 신뢰했다.

“저는 봉선 님을 믿어요.”

“크흠, 쑥스러운데….”

“배신과 변절에 있어선 봉선 님만큼 일가견이 있으신 분도 없잖아요. 전문가로서의 직감과 본능이 있는 법이죠.”

“…….”

감동이 쏙 들어갔다.

마음속의 감격이 금방 메말랐다.

배신과 변절의 전문가라니….

당장 각혈을 나올 것 같은 정신적 충격이었다.

내가 무슨 배신자라고.

주군을 겨우 두 번 밖에 안 바꿨는데.

게다가 합당한 이유와 명분들이 존재했기에 그들을 배신했던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무수히도 많은 경멸어린 시선들을 받아왔다. 그렇기에 이제는 배신자라는 섬뜩한 낙인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물론 동네 꼬마들이 “정포! 동포! 여포!”라며 툭 놀릴 때마다 머리를 쥐어박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파강장군이 의심스럽단 말이죠…?”

“어.”

위기를 모면하고자 귀순했을 뿐, 결코 진심으로 개심하여 귀순해온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원한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소중한 혈육을 잃은 분노는 특히 그러했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키워준 숙부를 살해한 이성휘에게 여전히 앙심을 품고 있을 터. 어쩌면 마음속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감찰로 파견되었던 여포는 파강장군 장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감시했다.

“근데 저놈들은 누구야?”

여포가 턱짓하며 물었다.

장수의 막사에 여러 인원들이 출입하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온 놈들이지?

고개를 갸웃하면서 장료를 바라보았다.

“파강장군에게 자금과 물자들을 지원하고자 파견된 군부의 장수들이에요. 잔병들을 재정비하려면 막대한 밑천이 필요하잖아요.”

“아, 그랬었지.”

어젯밤에 그런 보고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장료의 설명에 여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 책임자가 누구라고 했지?”

“편장군(偏將軍) 오자란이라고 들었어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아마 보급을 중점으로 담당하는 무관인 듯했다.

방천화극을 치켜들었던 여포는 의심을 담아낸 눈길로 힐끗 노려본 뒤에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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