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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18화 (418/616)

<4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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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장안성의 참변이 허도에 전해졌다.

대부분의 병력이 전사하였으며,

수만 명의 백성들이 서량의 마적들에게 학살당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허도의 민심은 주전(主戰)으로 들끓었다.

황실과 조정은 장안성에서 학살극을 벌였던 마등과 한수를 국적으로 선포했으며, 또한 유언을 배후로 규정하면서 관직을 몰수했다.

“그럼 강동으로 돌아가 낭보를 전하겠습니다.”

“손견의 용전을 기대하겠다.”

“저희들을 믿고 맡겨주십시오!”

임무를 완수했음에 기도위(騎都尉) 오경은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형주의 간적들은 절대로 중원을 노리지 못할 것입니다! 기필코 놈들을 섬멸하도록 하겠습니다. 강동을 믿고 맡겨주십시오!”

동맹이 성사되었다.

이로써 조조군을 등에 업게 된 것이다.

또한 강하군(江夏郡)과 남군(南郡)을 공격하여 유표군을 몰아낸 공적을 인정받게 된 손견은 토역장군(討逆將軍)으로 임명되었으며, 또한 오후(吳侯)에 봉해지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분명 매형께서 기뻐하실 터.

오경은 조조군의 환대를 받으면서 대전에서 물러났다.

“너무 과한 것이 아닐는지요, 주군. 금방 교만해져서 더 큰 요구를 해올 게 틀림없습니다.”

군사좨주 곽가가 우려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에 조조는 한숨을 내뱉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강동의 호랑이를 사역하는 일이네. 값비싼 목줄을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 값비싸고…, 튼튼한 목줄 말이네.”

손견은 매우 오만불손한 인물이다.

용맹하나 용렬하며,

뛰어난 무명을 자랑하지만 매우 교만스러웠다.

그래서 조조는 탐욕스러운 호랑이가 만족감을 느끼도록 먹음직스러운 회유책을 던진 것이다. 일단 원소군의 발호를 몰아내는 것이 급선무였으므로.

“상서복야 종요는 무사히 장안성을 탈출했지만, 안타깝게도 동생인 기도위 종진이 전사했습니다.”

“흠….”

하지만 주황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의 감정에 전혀 묻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일말의 쾌재가 느껴졌다.

장안성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기도위 종진의 희생을 오히려 반기는 듯했다. 조조는 그러한 곽가의 내심을 훤히 간파하고 있었다.

“예주의 여론은 어떤가.”

“몹시 분개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놈들에게 되갚아줘야 한다는 여론이 드높습니다.”

종요와 종진은 명망 높은 사대부들이 많은 예주 영천군에서도 특히 유명한 명문가의 자제였다.

영천순씨 가문. 영천곽씨 가문. 영천진씨 가문.

예주 영천군을 대표하는 명문가들은 영천종씨 가문의 비극을 통탄하면서 복수를 부르짖었다. 수많은 세작들을 부리는 곽가가 여론을 의도적으로 부추겼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본초의 기분이 많이 상했겠군. 처절하게 일그러진 그 얼굴을 보면 묵은 체중이 내려갈 것 같다만. 모습을 보지 못하여 참으로 아쉽네.”

장안성의 참변은 원소의 완전무결에 진흙을 내던진 격이었다.

지금쯤 분개하고 있겠지.

아름다운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냉기를 풀풀 풍기고 있으리라.

그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다.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과 무결을 특히 중시하는 계집이다. 당연히 분개할 수밖에. 그토록 부르짖던 명분이 날아갔으니. 대의명분은 작은 모래알과 같아서 금방 빠져나가고 말지.”

반면 조조군은 장안성의 참변으로 확실한 대의명분을 얻게 되었다.

학살을 범한 역적들을 친다.

백성들을 잔륙한 국적들을 규탄한다.

황제를 내세워 제후들을 호령하는 조조군에게 있어 이보다 좋은 명분은 없었다. 장안성을 잃었음에도 오히려 많은 것을 얻은 격이었다.

“관료들을 모두 소집해라. 대응에 나서겠다. 황실과 조정의 이름으로 토벌령을 내려야 하니.”

“예, 주군.”

총애하는 참모와 이야기를 끝낸 조조는 조정대신들을 모두 소집할 것을 명령했다.

놈들에게 일격을 당했으니,

응당 수십 배의 전력으로 돌려줘야 마땅했다.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면서 살심을 불태웠다.

“역적들을 박멸해야 마땅하오!”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역적들입니다. 응당 대역죄로 다스려야 할 겁니다.”

조조의 예상대로 예주 출신의 사대부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마등과 한수를 규탄했다.

또한,

황실과 조정 또한 토벌을 주장했다.

황태제 유협과 왕윤, 사손서 등의 조정대신들이 모두 나서자 만장일치가 만들어졌다. 매번 전쟁에 반대하던 인사들도 찬성표에 던질 수밖에 없었다.

* * *

어전회의가 끝난 이후,

상서령(尙書令) 순욱에게 한 여성이 다가왔다.

비서랑(秘書郞) 순유였다.

탐스러운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는 고모를 바라보면서 산뜻한 미소를 지었다.

“표기장군과 함께 여남군에 다녀오셨죠? 수고 많았어요, 조카님.”

순욱은 표기장군 이성휘를 보필했던 조카의 공적을 크게 치하했다.

전략실패로 곤경에 내몰렸던 유비군을 무사히 구출하여 최악을 모면했다. 구출된 유비군은 현재 허도에 주둔한 채로 병력을 재정비하고 있었다.

“우리 주군께서 하실 일인 걸요. 저는 딱히 비중이 없었어요.”

“음, 그렇군요…. 활약을 세웠다면 음란서적들을 집필할 수 있도록 잠시 관용을 베풀려고 했는데.”

“아아앗! 사실 엄청 큰 공을 세웠어요! 진짜 일생일대의 활약 말이에요!”

고모님의 발언에 순유는 말을 더듬으면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

2년 동안의 집필금지.

순유는 계속 말라가는 중이었다.

철벽처럼 냉철한 고모님의 엄격함에 순유는 통탄할 수밖에 없었다. 집필을 시도했을 때마다 매번 머리를 얻어맞았기에 고모님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표기장군은 어떤가요?”

순욱이 물었다.

그에 순유가 응큼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고모님께선 표기장군이 신경 쓰이나 보네요. 하긴 첫사랑이니까요. 후후후.”

꽈악.

옷소매에서 서책을 꺼내든 순욱이 몽둥이처럼 돌돌 말면서 꽉 쥐었다.

그것을 본 순유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여남군에서 돌아온 이후로 줄곧 사공 어르신과 계세요. 지금쯤 백탁색의 운우지정을 듬뿍듬뿍 쌓고 있겠죠. 뷰븃, 뷰뷰븃-! 하고.”

따악-!

음란한 말을 쏟아내는 조카의 머리를 때렸다.

머리를 얻어맞은 미녀가 곧 비명을 내질렀다.

조카의 머리를 내리친 순욱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눈앞의 치녀를 노려보았다. 얼굴에 온통 수치심이 가득했다.

“잘 계신다는 말로… 듣겠습니다.”

“제 말이 바로 그 말이었는데.”

“말대답하지 마세요.”

“씨잉, 나이는 내가 더 많은데.”

대체 언제쯤 정신을 차릴는지.

순욱은 서책을 다시 옷소매에 집어넣으면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요 고모님, 허도의 잔적들은 언제쯤 처리할 예정이세요? 황제의 외척 말이에요.”

“…….”

순욱이 심려에 찬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다.

동승이 반역을 꾀하고 있음을.

황실과 조정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하는 곽가의 세작들이 동승의 불온한 행동을 포착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분명 기회를 틈타 행동에 나설 터.

불온세력들의 준동을 항상 감시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래요? 얼간이의 잔재주가 무당처럼 용한 곽봉효를 속일 수 있을 리 없는데. 어쩌자고 거사를 꾸미려고 했는지 이해가 안 되네.”

“…아직 증좌는 없습니다.”

동승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조카의 발언에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순유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명백한 증좌가 없더라도 지금까지 동승이 쌓은 심증들이 차고 넘치잖아요.”

“군사좨주의 관원들이 전말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때까지 언행에 주의하세요, 조카님. 화음후는 한나라의 국구입니다.”

반란혐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동승은 황제의 장인이다. 한나라 황실의 국구(國舅)에게 오만불손한 언행을 일삼는 조카에게 짐짓 주의를 주었다.

“지금까지 계속 화음후를 설득해오셨죠?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지 않게끔 말이에요.”

결국 반역은 실패할 터.

그렇기에 순욱은 계속해서 동승과 교류를 가지면서 야심을 떨치도록 설득했다.

황제의 장인이 불온세력과 함께 반역을 일으킨다면 황실의 권위는 바닥을 치게 될 터. 또한 한나라 황실에게까지 그 여파가 밀어닥칠 것이었다.

“이제 단념하세요, 고모님.”

순유가 품속에서 죽간을 내밀었다.

군사좨주 곽가가 보낸 밀지였다.

그것을 건네받은 순욱이 밀지를 펼쳐들었다.

“이미 난신들은 준비를 끝냈어요. 사공 어르신께서 허도를 비우기만을 기다리는 거죠.”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번뜩이는 시선을 보내면서 경고했다.

이미 화살은 떠났다.

떠난 화살을 다시 붙잡는 것은 불가능할 터.

이제 그만 중재를 포기하고 진압에 나설 것을 진언했다. 미련스럽게 보일 정도로 화합을 중시하는 고모님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귀비 동씨에게 여파가 닿는 것만큼은 막아봐야죠. 듣자하니 회임을 했다고 하던데.”

순유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한나라 황실과 패국조씨 가문.

아슬아슬한 기로에 놓인 고모님을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흘렸다.

대체 왜 어려운 길을 가려는 건지….

미련을 담아내는 고모님의 모습에 씁쓸함이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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