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17화 (417/616)

<417화>

===========================

조조가 파견한 무장들이 연주성에 도착했다.

호군장군(護軍將軍) 하후연.

비장군(卑將軍) 여건.

패국조씨 가문을 적대하는 정적들과 교류하는 연주자사 장막을 감시하고자 파견한 것이었다. 물론 명목상으로는 ‘보좌’였지만.

“자네들이 갑자기 어쩐 일인가?”

장막이 물었다.

그에 하후연이 예를 취하면서 답했다.

“연주자사 어르신의 보필과 호위를 위해 병력을 이끌고 달려왔습니다. 원소군과 불온세력의 발호로부터 연주성을 철통처럼 지켜낼 것입니다.”

하후연과 여건은 허도에 주둔하던 친위부대와 함께 연주성에 도착했다.

연주의 방비를 강화하는 한편,

원소군과 내통하고 있을 사대부와 호족들을 잡아들이기 위해서였다.

황건적들로부터 구해준 은혜도 모르고 감히 원소군과 내통한 배은망덕한 무리들을 기필코 찾아내리라.

하후연 또한 신의를 우선시하는 장막이 배은망덕한 배신자들과 내통했을 리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하후연은 지금부터 배신자들을 색출해낼 것임을 장막에게 미리 알렸다.

“맹덕은… 오랜 지기인 나조차도 의심하는군!”

“아닙니다! 주군께서는 연주자사 어르신을 굳게 신뢰하고 계십니다.”

장막이 노여움에 물든 목소리로 꾸짖었다.

본인을 향한 모욕이자 음해라며,

두 무장들을 감찰로 파견한 조조를 힐난했다.

이것은 오랜 지기를 향한 배신이자 불신이다.

온화하고 유순한 성정의 장막이 비분강개하며 소리치는 모습에 하후연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장막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발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불온한 무리들로부터 어르신을 보필하고 호위하는 것이 저희들의 임무입니다. 어찌 그러십니까.”

“듣기 싫네!”

하후연의 호소에도 장막은 역정을 토해낼 뿐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장막은 하후연을 노려보더니 등을 돌리고는 발걸음을 움직였다. 먼저 집무실을 나가려는 듯했다.

“지금까지 맹덕은 패국조씨 가문의 통치에 계속 반대해온 정적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숙청했지. 형장으로 보내거나 변방으로 유배를 보내면서… 수많은 후환들을 제거해오지 않았나?”

“…….”

“이제는 이 장맹탁의 차례인 모양이군.”

공융을 비롯한 수많은 고관대작들이 조정에서 퇴출되는 모습을 보면서 의심암귀를 키워온 것일까.

장막은 자신도 그들처럼 조조에게 비참하게 퇴출될 것이라며 두려움을 내비쳤다. 가축처럼 질질 끌려 나가던 조정대신들의 말로를 보면서 의심을 품게 된 것이리라.

“어르신, 어르신…!”

의심암귀에 휩싸인 장막의 모습에서 불안감을 느낀 하후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군사좨주 곽가의 추측이 사실일 리 없었다.

조조와 원소처럼 하후연도 장막과 오랫동안 교분을 쌓아온 지기였기에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호군장군.”

여건이 입을 열었다.

집무실을 나서는 장막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여건이 적대감을 드러냈다.

“배은망덕한 놈들에게 가담한 게 분명합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저 배신자를 체포하겠습니다.”

조조의 열렬한 심복이었던 여건은 장막을 체포하겠다며 이를 갈았다.

더러운 놈,

감히 주군을 배신하다니…!

당장 저 배신자를 허도로 압송해야 마땅했다.

대리시에 수감되어 국문을 진행한다면 상세한 내막들을 알 수 있을 터. 원소군과 내통하는 무리들을 발본색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경거망동하지 말게. 증좌도 없지 않은가.”

하후연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섣불리 판단하는 여건을 제지했다.

그에 여건이 입을 열었다.

“국문을 가하면 알아서 이실직고하게 될 겁니다!”

비장군 여건은 조조에게 충성하는 무장들 중에서도 광신(狂信)으로 유명했다.

그렇기에 하후연과 함께 파견된 것이었다.

“잠시 지켜보도록 하지.”

하후연이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여건은 몹시 못마땅한 눈치였지만 하후연에게 권한이 있었기에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 *

연주자사 장막은 허도에서 파견된 호군장군 하후연과 비장군 여건을 비난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감찰을 허용할 수 없다.

이것은 명백한 사공(司空) 조조의 월권행위였다.

장막이 병력까지 동원하면서 압박하자 하후연은 잠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원소군과 내통하는 사대부와 호족들을 색출하려 했으나 장막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허도에서 파견된 친위부대들 또한 연주성에서 쫓겨나는 굴욕을 맞이했다.

“연주자사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소.”

“내가 뭐라고 했소! 맹탁은 신용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하지 않았소이까!”

장막의 엄호 덕분에 조조군의 감찰을 피하게 된 사대부와 호족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허도에서 파견된 무장들을 장막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많은 인원들이 붙잡혔을 것이다. 어쩌면 원소군에 내응하여 반란을 도모하려는 계획마저 발각되는 참사가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적극적으로 엄호해준 장막의 행동에 목숨을 건지게 된 사대부와 호족들은 전적으로 그를 믿게 되었다.

“하후연은 조맹덕의 사촌이 아닙니까. 일단 그놈부터 죽여 버립시다!”

“그렇습니다! 놈은 계속 방해만 될 겁니다.”

장막이 완전히 조조에게서 돌아섰음을 확인한 사대부와 호족들은 더욱 과감하게 행동했다.

허도에서 파견된 무장들을 모두 제거하지 않고서는 거병을 진행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하후연과 여건을 먼저 제거하려고 했다.

“연주자사와 획책하여… 조맹덕을 연주성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어떻겠는가.”

변양이 두 눈을 번뜩이면서 말했다.

현재 혐의를 받고 있으나,

조조와 장막은 오랜 막역지우였다.

여러 이유들을 대면서 구슬린다면 조조를 연주성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사병들을 총동원하여 습격한다면 조조를 참살할 수 있을 것이다. 제아무리 조맹덕이라도 사방에서 날아드는 칼날은 피하지 못할 테니.

“조조가 속을 리 없습니다.”

“어르신, 조맹덕은 의심이 많은 계집입니다. 틀림없이 의심할 겁니다.”

많은 사대부와 호족들이 반대했다.

조조는 의심이 많은 성정이다.

종친과 측근들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다.

의심암귀를 두른 독부를 어떻게 속일 수 있겠는가.

“거병을 위해서라도 독부를 끌어내야 하네.”

어떻게든 조조를 허도에서 끌어내야 한다.

황실과 조정의 충의지사들이 거병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화음후(華陰侯) 동승과 계속 소식을 교류해온 변양은 허도에서 거병할 수 있도록 연주자사 장막을 동원한 조호이산(調虎離山)의 계책을 구상했다.

* * *

음흉한 배신자들이 우글거리는 연주처럼 허도 또한 교활한 모략이 벌어지고 있었다.

조조를 끌어내리고자,

수많은 모략가들이 은밀하게 움직였다.

패국조씨 가문의 경계망에 포착되지 않도록 신산귀모를 발휘하면서 천천히 준비에 착수했다.

“물건들을 안전하게 내려라! 작은 흠집이라도 생긴다면 크게 경을 칠 것이다!”

“모두 귀비께서 주문하신 의복과 장신구들이다. 최대한 섬세하게 옮기어라!”

몇 대의 수레들이 귀비 동씨가 기거하는 옥당전(玉堂殿)에 도착했다.

백금을 두른 의복.

화려한 보석들로 치장된 장신구들.

사치스러운 성정을 자랑하듯 동씨는 황실의 내탕금을 마음껏 사용하면서 무소불위를 떨쳤다.

향락과 허영을 엄금하라는 지시를 계속 받았음에도 아랑곳 않았다. 황제의 총애를 남발하면서 온갖 사치를 부려댔다. 또한 월권도 스스럼없이 저질렀다.

‘흥, 빌어먹을 꼭두각시가…! 끝까지 물러터졌기는.’

옥당전에 도착한 수레들을 바라보던 화려한 용모의 미녀가 코웃음을 치면서 부채를 탁 접었다.

불쾌감을 느꼈는지,

수려한 얼굴을 흉신악살처럼 일그러뜨렸다.

동씨가 노여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주변의 궁녀들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잔인한 성정의 동씨는 궁녀들에게 누명을 씌우고서 매질하는 것을 즐겼다. 그렇게 옥당전을 떠난 궁녀들이 수도 없이 많을 정도였다.

‘양위한 뒤에 궁궐을 떠날 예정이다.’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그동안 배운 의술을 백성들에게 베풀려고 한다.’

황제의 고백을 떠올린 동씨가 이를 빠득 갈았다.

실로 어처구니없다.

동생에게 황위를 물려주겠다니!

겸허하게 황위를 내려놓으려는 유변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조조에게 애원하면서 매달려도 모자랄 판국에 스스로 권력을 포기하려는 어리석음에 분통을 터트렸다.

‘더러운 잡초들이 무성한 시골로 내려가서 촌부로서 살아가자고? 내가 손에 진흙이나 묻히려고 측실로 들어온 줄 알아?! 나는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 거야!’

악취와 벌레들이 득실대는 시골로 내려가서 산다는 것은 동씨에게 있어 죽음보다 끔찍한 일이었다.

내가 어째서,

그런 더러운 수모를 감당해야 하는 건데?

화려한 의복과 빛나는 장신구들, 쾌적한 환경과 맛있는 진수성찬이 제공되는 궁궐을 어째서 내 발로 떠나야 하지?

사치와 향락의 단맛을 알게 된 동씨는 모든 것들을 내려놓기를 염원하는 유변의 태도에 적대감을 드러냈다.

“모두 옮겼사옵니다.”

동씨의 측근이었던 궁녀가 다가와 속삭였다.

의복과 장신구들을,

그 아래에 숨긴 병장기들까지 옮겼음을 보고했다.

내탕금을 물처럼 써대면서 의복과 장신구들을 매번 사들였기 때문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동씨가 사치와 향락을 밝히는 여인임을 알기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절대로 못 물러나! 평생 궁궐에서 금은보화를 거머쥘 거라고!’

옥당전에 반입한 병장기들은 거병에 가담한 궁인들을 무장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아버지와 충의지사들이 거병을 일으킨 틈을 노려서 조조의 피붙이들을 모조리 처단하려 했다.

거병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한 동씨는 조조가 허도를 떠나기를 기다렸다. 종친들이 모두 출진한 상태였기에 마지막으로 조조가 허도를 떠난다면 사실상 빈집이나 다름없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