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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16화 (416/616)

<4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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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는 방덕과 함께 기병부대를 이끌고서 상서복야 종요를 추격했다.

멀리 도망치진 못했을 터.

분명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었다.

놈은 기마술이 서투른 백면서생이다. 계속 그 뒤를 쫓는다면 반나절 안으로 체포할 수 있겠지.

장안성을 출격한 마초는 안일하고 우둔한 군벌들의 작태를 떠올리면서 이를 빠득 갈았다. 그리고 군벌들을 두둔하던 아버지를 향한 야속함을 드러냈다.

‘대의를 위한 궐기라고 했으면서…! 대체 뭐가 대의라는 건데!’

황실을 기만하고 조정을 억압한 난신들을 토벌하고자 일으킨 거병이 아니었던가.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오랜 공방전 끝에 장안성을 점령하였음에도 시름만이 심중에 가득할 뿐이다.

무고한 백성들의 처절한 비명소리를 떠올리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더러운 짐승처럼 야욕을 채울 뿐인 군벌들을 향한 불만을 키워나갔다.

“아가씨.”

“어, 영명.”

방덕의 부름에 마초는 상념을 떨쳐내면서 전력질주를 이어나갔다.

그저 명령에 집중할 뿐이다.

지금까지 항상 본분을 지켜오지 않았던가.

효(孝)와 충(忠)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마초였기에 아버지를 향한 원망을 금세 떨쳐냈다.

“저, 저 깃발은…!”

“조조군이다! 조조군이 나타났다!”

선두를 내달리던 무관들이 소리쳤다.

조조군을 포착한 듯,

격앙된 목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날카로운 고함소리에 마초와 방덕은 무기를 치켜들면서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장안성을 탈출한 잔당들이 틀림없다.

상서복야 종요를 호위하고 있을 터.

마초는 부하들에게 종요를 생포할 것을 명령했다.

“병력이 많습니다!”

“대체 어디서 온 군세들이냐!”

종요를 추격하던 마등군이 포착한 조조군의 군세는 중무장한 정예부대였다.

병력이 제법 많았다.

적어도 5천은 훌쩍 넘는 듯했다.

소수의 잔당들과 함께 장안성에서 도망쳤던 종요가 잘 훈련된 정예부대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중무장한 정예병들의 등장에 마초는 당혹감을 드러냈다.

“분명 장안성의 병력들은 전멸했을 텐데…!”

사예주의 병력들인가.

아니,

그럴 리는 없었다.

원소군의 하동군 공격으로 사예주의 병력들이 하북 전선에 집중된 상태였다. 정예부대를 따로 차출할 여력이 있을 리 만무했다.

“아가씨, 적의 대장기입니다!”

“뭣…!”

뒤이어 수만 명에 달하는 군세가 출현했다.

화려한 군기를 펄럭이면서,

날카로운 병장기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장안성을 구원하고자 달려온 허도의 중앙군이었다.

도호장군(都護將軍) 조홍.

중앙군을 급히 소집하여 강행군을 개시했던 조홍이 스무날 만에 관중에 당도했다.

웅장한 위엄을 발산하는 군세들의 존재에 마등군은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과 2천 밖에 안 되는 병력으로 응전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조조군이 전광석화의 기동력을 자랑하는 세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벌써 관중에 도달하다니!’

지금까지 조조군은 과감한 결단과 기동력으로 수많은 군벌들을 멸망시켰다.

낙양대전에서 그것을 절감했던 마초는 조조군의 기동력을 크게 경계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조군이 기민한 반격을 가해올 것을 예상하고서 철저한 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조조군의 민첩한 기동력은 마초의 예상을 아득하게 초월하고 있었다.

조조군의 반격을 대비하기도 전에 주력군단이 벌써 관서에 도달한 것이다.

“젠장!”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가 창을 휘두르면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새카맣게 몰려든 군세를 노려보았다.

조조군의 주력군단들이 도착했다. 상서복야 종요를 붙잡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퇴각해! 어서 아버지에게 사실을 알려야 돼!”

철갑으로 무장한 조조군의 모습은 철옹성을 연상하게 했다.

전율이 타고 흘렀다.

두려움이 혈류처럼 온몸을 휘감았다.

조조군. 드디어 놈들이 움직였다.

그것은 곧…,

광활한 벌판에서 십만 대군을 몰살시켰던 만인지적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고와도 같았다.

* * *

동관(潼關)에 당도한 도호장군(都護將軍) 조홍은 전선을 급히 수습하면서 방비를 강화했다.

결국 장안성이 함락되었다.

그 비보에 조홍은 침음을 삼키고 말았다.

하지만 충격적인 비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장안성에서 생환한 상서복야 종요와 그의 부하들로부터 참변이 벌어졌음을 듣게 되었다. 성문을 돌파한 서량의 군벌들이 장안성의 백성들을 모두 도륙했다는 것이었다.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으나… 아마 수만 명이 넘는 백성들이 희생되었을 것이오.”

종요가 통곡을 삼키면서 말했다.

수많은 백성들이 희생되었다.

동탁의 폭정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던 백성들이 서량의 무자비한 칼날에 쓰러졌다.

분명 살아남은 자들은 소수에 불과하겠지.

동생과 백성들을 뒤로 한 채 비겁하게 도망쳐야 했던 자신이 저주스러울 뿐이다. 종요는 통한을 삼키면서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변방의 들개들이 감히…!!”

성을 수비하던 병력이 모두 전멸했다. 그리고 농성에 가세했던 백성들마저 적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종요에게 비보를 듣게 된 조홍은 당장 공격을 명령할 것처럼 살의를 토해냈다.

노인과 아녀자들까지 모두 잔륙했다는 서량군의 만행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장안성을 함락시킨 군벌들이 저지른 만행은 난세에 벌어진 참상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잔인무도했다.

“전군은 당장 방어태세에 돌입하세요. 동관이 뚫리면 모든 게 끝장입니다!”

“예, 도호장군!”

반드시 동관을 사수해야 한다.

장안성이 함락된 이상,

이제 남은 거점은 동관뿐이었기에.

동관에서 적들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낙양까지 점령당하는 대참사가 벌어질 터. 그래서 조조는 조홍에게 호표기병대를 맡기면서 동관의 사수를 명령했다.

‘석녀처럼 생각하자. 얼굴에 철판을 깐 무뚝뚝한 석녀처럼 냉철하게 판단하는 거야…! 어떻게든 저 빌어먹을 놈들을 동관에서 막아야 해!’

대규모 전투를 지휘해본 경험이 적은 조홍이었기에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그럴 때마다 사촌의 모습을 떠올렸다.

뻔뻔하면서 무뚝뚝한,

매번 성질을 긁어대던 석녀를 흉내 내려 했다.

수많은 전투들을 승리로 장식했던 조인은 표기장군 이성휘와 함께 명장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홍은 조인처럼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홍농군의 병력을 관문에 배치시키고 주변 성과 군진들을 돌면서 병기들을 징발하세요.”

“예!”

장안성을 침략한 서량 연합군이 통과할 수 있는 진격로는 동관 밖에 없었다.

한 척의 전함조차 없는 마등군이 강을 건너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서량 연합군은 기병군단에 많은 치중을 두고 있었기에 남쪽의 산맥을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동관.

곧이어 최대의 격전지가 되리라.

황금 갑주를 걸친 흑발의 여인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면서 칼자루를 쥐었다.

‘언니, 서방님…. 반드시 이길게요.’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결연한 각오를 품었다.

반드시 이기겠다.

기필코 관문을 지켜내리라.

장안성에서 희생당한 수많은 백성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결코 저 무뢰배들에게 질 수 없었다.

* * *

장안성의 승전보가 업성(鄴城)에 전해졌다.

그러나,

마침내 서량 연합군이 장안성을 함락시켰음에도 원소군의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했다.

날카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만승천자의 옥좌처럼 화려한 자리를 차지한 금발의 미녀는 두 눈을 부릅뜨면서 전령을 노려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도깨비불처럼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수만 명의 백성들을… 도륙했단 말인가요?”

장안성을 점거한 군벌들이 노략과 강간을 벌이면서 시가지를 불태웠다.

수만 명의 백성들이 살해당했다.

참전했던 장정은 물론,

무고한 노약자와 아녀자들까지 도륙했다고 한다.

승전을 거두자마자 장안성을 살육의 생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 전령의 보고에 참모들이 깊은 시름을 토해냈다.

“맙소사.”

“이런 잔악한 놈들…!”

서량 군벌들이 잔인무도한 행동에 비분강개를 금할 수 없었다.

약육강식만이 존재하는 난세에도 엄연히 이치가 존재하는 법이다. 그래서 천하통일의 대업을 위해 박차를 가해온 조조와 원소는 그토록 명분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었다.

명분이 땅에 떨어졌다.

대의가 피웅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전풍과 심배는 침음을 토해내면서 곁눈질로 주군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원소는 팔걸이를 긁으면서 격노하고 있었다.

“…….”

“…….”

지배자의 노여움이 두려웠던 참모들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장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연실색하여 눈치만 볼 뿐이었다.

하북의 지배자로부터 격노를 받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야심가였던 국의조차도 지금만큼은 굳게 침묵을 지켰다.

“참으로 경사스러운 승전보로군!”

그때,

한 남성이 경박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종사(從事) 허유였다.

탐욕에 물든 얼굴로 박장대소를 터트리면서 장안성의 승전보를 진심으로 기뻐했다. 수만 명에 육박하는 백성들이 희생되었다는 소식에도 박장대소를 계속 이어나갈 뿐이었다.

정녕 돌아버린 것인가…?

허유의 가벼운 언행과 행동들을 지켜보던 참모들이 중얼거렸다. 장수들의 반응 또한 비슷했다.

“장안성이 함락되었으니 조맹덕은 결국 주력군단을 서쪽으로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일세! 전력이 절반으로 줄어든 조조군은 아군의 전력에 무릎을 꿇을 터!”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을 절묘한 계책처럼 떠벌려댔다.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듯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참모들에게 비웃음을 던졌다.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

아군에게 이로운 상황들이 계속 펼쳐지고 있었다.

여러 변명들을 대면서 군사회의에 번번이 불참했음에도 허유는 본인이 전략을 수립한 것처럼 포장했다.

실로 후안무치한 뻔뻔함이 아닐 수 없었다.

“…자원.”

결국 원소가 입을 열었다.

제 분수도 모르고,

눈치와 주제도 파악하지 못하는 친우에게 말했다.

“아가리 닥치세요. 찢어발기기 전에.”

“뭐, 뭣?! 무슨 말인가…! 내가 뭘 어찌했다고.”

원소의 경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근위병들이 다가서면서 허유를 위협했다.

폭언에 항의하던 허유는 대경실색하면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친우에게 목이 달아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이 서량의 잡배들이 무슨 짓을…!”

금발의 여인이 이를 빠득 갈았다.

백성들을 살육하다니.

노략질로도 모자라 학살까지 벌이다니!

있을 수 없는 천인공노할 만행이 아닌가.

변방을 떠돌면서 노략질이나 벌이던 마적들과 손을 잡은 것이 실수였던 것일까. 분명 장안성의 시산혈해에는 자신의 책임도 있었다.

그렇기에 원소는 자괴감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주군.”

분노를 애써 삭이고 있었을 때,

시랑(侍郞) 곽도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세작들에게 밀지가 도착했습니다.”

연주에서 밀지가 날아들었다.

전풍의 세작들이,

연주의 사대부와 호족들이 보낸 밀지였다.

-연주자사 장막이 거병에 가담하기로 했다.

세작들이 보낸 밀지에는 분명 그렇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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