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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07화 (407/616)

<4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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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야성의 병참기지들을 불태운 뒤에 북상을 시작한 유비군은 난관에 빠지게 되었다.

완성 공략에 가세할 예정이었던 조조군이 원소군의 총공세로 인해 회군을 결정한 것이다. 유비군은 그로 인해 형주에 고립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했다.

사방이 모두 적이다.

또한 번성에서는 병참들이 모두 잿더미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수한 형주자사 유표가 격노하여 주력부대를 출격시킨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雪上加霜)이나 다름없는 최악의 국면이다.

“가세한다던 지원군은 대체 어디로 간 건데?!”

장팔사모를 치켜든 소녀가 소리쳤다.

대체,

조조군은 왜 코빼기도 안 보인단 말인가!

그 납작녀에게 속은 게 분명하다.

평소부터 맏언니를 같잖게 여겼던 극악무도한 아줌마가 우리 자매들을 함정에 빠트린 게 틀림없다.

“게 섯거라!”

“빌어먹을 년들, 각오해라!”

양양성에서 수송했던 물자들을 모두 잃어버린 유표군은 크게 광분하면서 유비군을 공격했다.

채모. 장윤. 문빙.

형주를 대표하는 장수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아까운 물자들을 모조리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독부들에게 복수하겠다는 듯이 유표군은 계속해서 파상공세를 이어나갔다.

“언니, 사방이 모두 적입니다!”

청룡언월도를 크게 휘두르며 적들을 쓰러트리던 흑발의 여인이 소리쳤다.

완성이 있는 북쪽 방면은 물론,

번성이 위치한 남쪽 방면에 이르기까지.

사방이 온통 유표군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수많은 전장들을 누볐던 의자매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인식했다.

“동쪽으로 퇴각해. 어떻게든 형주를 벗어나야 돼.”

분명 형주의 함대들이 수로를 봉쇄했을 터. 신야성을 급습했을 때처럼 수로를 이용하는 것은 어렵다.

사면초가에 부딪친 유비군은 결국 동쪽으로 퇴각하기에 이르렀다. 어떻게든 형주를 탈출하여 예주 방면으로 향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유표군이 좌시할 리 없었다.

“카학!”

“퇴, 퇴각하라!”

일당백으로 무명을 떨친 유비군이라도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들을 상대로 우세를 점하기란 쉽지 않았다.

십만 대군이 동원된 게 아닐까.

피비린내를 맡은 상어처럼,

계속해서 새로운 부대들이 출현하면서 급습을 시도했다.

“저기 귀 큰 년이 있다!”

“어서 잡아라! 귀 큰 년이 도망친다!!”

뜨거운 핏물과 차가운 금속들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토끼 귀를 달고 있는 용모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도 보이는 토끼 귀.

눈송이처럼 새하얀 백발과 새빨간 눈동자.

흰 갈기의 백마를 타고 질주하는 유비의 모습은 유표군 장졸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유비, 이 귀 큰 년아!”

등룡이 거대한 부월을 번쩍 치켜든 채로 달려들었다.

뛰어난 무예와 완강한 악력을 자랑하는 괴력난신은 당장이라도 유비를 내리찍을 것처럼 위협했다.

큰 전공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등룡의 두 눈이 지독한 야심으로 번들거렸다.

“조조의 앞잡이 같으니라고…!”

우락부락한 거한이 부월을 휘둘렀다.

그 순간,

날카로운 참격이 거한을 베었다.

찢어발기는 파육음과 함께 등룡이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피를 흩뿌리면서 흙바닥에 고꾸라진 등룡은 그대로 절명해버리고 말았다.

“흥, 어딜 무명소졸 주제에.”

백발을 늘어뜨린 여성이 싸늘한 눈웃음을 흘리면서 중얼거렸다.

날카로운 두 자루의 검,

좌우로 뻗은 쌍검의 칼끝에서 핏물이 떨어졌다.

단숨에 유표군의 괴력난신을 쓰러트린 유비는 장졸들을 계속 재촉하면서 퇴각을 서둘렀다. 모두 정예병들로 편성된 유비군은 각축장 속에서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언니, 내가 활로를 뚫을게! 조조군 연놈들, 생지옥에서 돌아가기만 해봐라!!”

장비가 크게 일갈하면서 앞장섰다.

사방이 포위당했음에도,

두려움을 모르는 호쾌한 여장부는 장팔사모를 휘두르면서 활로를 열어젖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용력에 유표군은 위축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언니, 조조가 우리들을 배신했을지도 모릅니다.”

공격에 가세하기로 했던 조조군이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분명,

형주 전선에 병력을 보내지 않은 것일 터.

유표군의 손을 빌려서 아군을 처리하려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의 계책이 아닐까.

조조는 절대로 후환을 남기지 않는 성격이다. 그래서 황실과 조정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우리들을 죽이려는 요량일지도 모른다.

예상치 못한 최악의 국면에 의심암귀가 솟구쳤다.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예…?”

맏언니의 대답에 관우가 놀라 되물었다.

아니라니.

어떻게 그리 확신하듯 말할 수 있는가.

간악한 중상모략을 자랑하는 조조는 세상에서 가장 못 믿을 인물이다. 그럼에도 조조를 진심으로 신뢰하는 듯한 언니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꼈다.

“조맹덕은 완벽의 괴물이야. 이런 어설픈 차도살인은 쓰지 않아. 진심으로 우리들을 제거하려고 했더라면 보다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 처넣었을 테니까.”

“…….”

섬뜩한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연 언니의 설명에 관우는 아연실색한 낯빛을 드러냈다.

심연을 목격한 것처럼,

언니는 조조의 심리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 * *

안량과 문추가 하동군을 침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군현들은 곧바로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드디어 공세가 시작되었다.

군현을 다스리는 지방관들이 병력을 소집했다.

다급해진 것은 장안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만약 적들의 공세에 하동군이 함락된다면 관동(關東)으로 통하는 길목이 막혀버리기 때문이었다.

“어서 전령을 보내어 자세한 전황을 알아보게!”

“알겠습니다!”

상서복야(尙書僕射) 종요가 무관들을 불러들였다.

조조의 명령을 수행하고자 장안성을 다스리고 있었던 종요는 무관들에게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머지않아 환난의 참화가 엄습할 터.

철저히 대비하여 장안성을 지켜내야만 했다.

엄중하게 대응하는 종요의 모습에 장안성의 무관들은 난색을 보였다.

“상서복야, 모든 병력을 소집할 필요까지야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어차피 전장은 사예주나 연주 일대가 될 텐데요.”

장안성은 사예주에 속한 도시였지만 관동과는 매우 동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동원령을 선포하려는 종요의 행동에 장안성의 무관들이 어깨를 으쓱였다.

절대로 장안성에 참화에 휩쓸릴 일은 없다.

무관들은 종요의 행동이 너무 과민하다면서 안일한 태도를 늘어놓았다. 그에 종요는 노여움에 찬 목소리로 그들을 크게 꾸짖었다.

“당장 병력들을 소집하게! 사예주 일대뿐만 아니라 옹주와 양주 일대도 계속 주시해야 할 것일세!”

“아, 알겠습니다…!”

종요의 근엄한 불호령에 무관들은 소스라치게 놀란 반응을 보이면서 대답했다.

사예주는 물론,

옹주와 양주 일대의 동태를 파악하라.

장안성의 무관들은 상서복야 종요의 서슬퍼런 명령을 그대로 이행했다. 지독할 정도로 신경질적인 원칙주의자였던 종요의 명령을 거스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형주 전선에 투입되기로 했던 병력이 다시 회군했다고 합니다.”

“사예주의 모든 군현들이 비상령을 내린 것 같습니다. 모든 병력들을 소집하고 있습니다.”

사예주로 출격했던 전령들이 수시로 출입하면서 급보를 전했다.

장안성의 업무를 검토하던 종요는 전령들의 보고에 무거운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전쟁이 벌어졌다.

우려하던 사태가 도래한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이룩해낸 평화에 안도하던 백성들이 다시금 참화에 휩쓸리게 될 것을 우려한 종요는 안타까움이 물든 신음을 흘렸다.

‘결국…! 결국 이리 되는 것인가!’

백성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하던 황제의 앳된 모습을 떠올린 종요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통한을 삼켰다.

무력감에 젖은 슬픔을 애써 억눌렀다.

소강기를 맞이했던 난세가 다시 발발할지도 모른다는 지독한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혀, 형님!!”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을 때,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기도위(騎都尉) 종진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종진은 크게 아연실색한 채 형님에게 보고했다.

“마등과 한수의 연합군이 괴리현(槐里縣)를 통과하여 곧장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놈들이 온단 말이냐!”

“그뿐만이 아닙니다…! 무도(武都)에 주둔하던 유언의 군세까지 동원된 모양입니다!”

마등과 한수,

익주목 유언의 병력까지 준동했다.

분명 수만 명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대군일 터.

더러운 야심을 품은 국적들이 장안성을 도모하고자 동맹을 맺은 것이 틀림없다. 원소군의 준동에 호응하여 그들 또한 군세를 움직인 것이리라.

“당장 내 갑주를 가져오라!”

종요가 크게 고함을 내질렀다.

“장안성을… 절대로 국적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

도탄에 시름해온 모든 백성들에게 태평성대를 내리겠노라고 황제에게 약속했다.

그렇기에,

생업에 종사하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장안성을 지켜내야만 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역병처럼 몰려드는 사나운 도적떼들을 막아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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