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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04화 (404/616)

<4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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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꽃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둔부까지 늘어뜨린 여인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맞이했다.

“오셨사옵니까, 상공.”

단아한 느낌의 시녀복에 앞치마를 두른 낙양제일미가 남편의 노고를 달래주었다.

정실부인의 허락을 받은 뒤,

이성휘와 혼인을 하게 된 초선은 ‘명공’이 아닌 ‘상공’이라 부르게 되었다.

혼인 2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직까지 상공이라고 부르는 것이 부끄러운지 새하얀 얼굴이 천도복숭아처럼 아름답게 물들었다.

“오늘도 수고 많았다.”

“감사하옵니다.”

이성휘가 손을 올리면서 비단처럼 부드러운 초선의 뺨을 쓰다듬었다.

초선은 새신부처럼 얼굴을 갸름하게 붉히면서 뺨을 쓰다듬는 남편의 손을 맞잡았다. 손길에 담긴 따스한 온기를 더욱 느끼고 싶었는지 얼굴을 폭 기대었다.

“상공의 손은… 언제나 따스하옵니다.”

모든 피로들이 녹아드는 듯했다.

따스하고 두터운,

남편의 손길에 모든 것을 맡기고 싶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다른 곳들도 만져줬으면 좋겠다는 응큼한 생각이 들 정도로.

“아부지!”

새신부처럼 청초한 낙양제일미가 남편의 온기에 폭 빠졌을 때,

어린아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작약꽃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길게 늘어뜨린 아이였다. 곱상하게 생긴 미안이 마치 여자아이처럼 보일 정도로 귀여움이 넘쳤다.

꿀타래처럼 부푼 뺨.

밤하늘의 샛별처럼 초롱초롱한 눈동자.

정갈하게 의복을 차려입은 아이는 오랜만에 만나는 아버지가 기뻤는지 헤실헤실 웃음을 터트렸다.

“현아, 그동안 착한 아이로 있었느냐.”

“네에… 아부지.”

이현.

이성휘와 초선의 아들이며,

또한 낙양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후계였다.

낙양제일미라 불리는 어머니를 빼닮은 이현은 허도의 사대부와 호족들을 푹 빠지게 만들 정도로 절세의 미안을 자랑했다.

정말 남자아이가 맞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고 아름다웠다.

“잘했다.”

“히히.”

아버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부끄러운 듯 웃음을 터트렸다.

초선과 많이 닮았다.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청초함이 느껴지는 가느다란 눈웃음까지도.

분명 장래에는 경국지색의 미녀들보다도 아름다운 절세의 미남이 될 게 틀림없었다.

“왔어, 주인님?”

“어서 오세요!”

시녀복을 입은 여포와 장료가 이성휘를 맞이했다.

화사한 꽃봉오리가 만개하듯,

절색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시녀들이 남편을 정성스럽게 맞아들였다.

천하의 수많은 사내들로부터 질투를 받아야 마땅할 정도로 지복한 삶이었다. 어느 사내가 질투와 부러움을 품지 않겠는가.

“이제 곧 싸울 수 있는 거지?”

여포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따분한 고요가 저물고,

참화의 전란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타고난 무골이었던 여포는 평화로운 가정에 안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쟁이 그리웠는지 강렬한 열망을 드러냈다.

“아니, 아직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안방으로 들어가는 아들내미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던 이성휘가 중얼거렸다.

지금은 아니다.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

만승천자의 군세는 중원을 대표하는 최강의 군단이다. 그렇기에 결코 함부로 동원될 수 없었다.

“빨리 출격하고 싶은데. 좀이 쑤신단 말이야….”

여포가 툴툴대면서 말했다.

당장 천군만마를 이끌고서 전장을 누비고 싶다.

과거의 혈기를 떠올렸는지,

여포는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면서 혈기왕성한 모습을 보였다.

입을 꾹 닫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장료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녀 또한 전쟁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물론 저는 주인님에게 밤봉사를 해드리는 것을 훨씬 좋아하지만요.”

“뭐, 뭐뭐…?!”

음란한 눈웃음을 지으면서 교태를 속삭이는 장료.

그에 여포가 얼굴을 붉힌 채 머뭇거렸다.

“오늘 밤은 장어랍니다, 주인님?”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주인님의 귓가에 속삭인 장료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발정기의 암캐처럼,

어서 박아달라며 사정하는 듯했다.

여포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는지 마른침을 삼키면서 이성휘를 힐끗 쳐다보았다. 자신도 함께 안아달라는 의중이 담긴 시선이었다.

“너희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왔다. 잠자리를 염원한다면… 당연히 응해줘야겠지.”

어젯밤을 정실부인인 조조와 보냈다.

전날에는 두 처제들과 함께 하룻밤을 지냈다.

그리고….

오늘은 시녀들과 함께 보내는 날이었다.

분명 오늘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을 시녀들을 위해 이성휘는 모든 부탁을 들어주려고 했다.

주인님의 허락에 여포와 장료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야릇하게 물든 미소를 지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안기고 싶다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일단 밥부터 먼저.”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면서 도발적인 눈길을 보내는 여포와 장료를 일단 제지했다.

일단은 먼저,

가족끼리 만찬을 즐기는 게 순서였기에.

지켜야 할 순서라는 게 있지 않은가.

“아부지!”

안방으로 들어서자 곱상한 용모의 아들이 반겨주었다.

이렇게 훌쩍 자랄 줄이야.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의 발육에 경탄을 보냈다.

아들을 양손으로 번쩍 들어올린 이성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초선과 시선을 마주했다.

아버지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아들과 놀아주는 이성휘의 모습에 밝은 미소를 지었다. 매일 함께 있을 수 없음에도 만족한다는 듯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 * *

하후돈은 수많은 풍파들을 거친 다음에야 이성휘의 측실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문제들이 남은 상태였다.

사촌에게 인정받았을 뿐이었다. 패국하후씨 가문의 종친들에게 모두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할까.

무사히 혼례까지 치렀음에도 가문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은 기묘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하후돈은 아랑곳 않고 이성휘와 부부관계를 맺었다.

“으응…. 아, 안녕….”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가 수줍어하는 목소리로 간드러지는 인사를 건넸다.

부끄러운 듯,

뒷짐을 진 채 어깨를 으쓱으쓱 흔들어댔다.

3개월 전에 혼례를 치렀던 이후부터 어색한 반응을 보였다. 여전히 이성휘를 대하기가 부끄러운 듯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하후돈과 궁궐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녀와 무사히 혼례를 치렀으나,

종친들 중 일부의 반대로 합방을 하진 못했다.

혼례를 치르자마자 다른 사촌들처럼 이성휘와 관계를 맺으려고 했던 하후돈은 아쉬움을 꾹 달래면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 아쉬움이 성욕을 건드린 걸까.

하후돈은 이성휘와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하복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심할 때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기까지 했다.

“어제는 낙양제일미와 보냈다며? 오랜만에 둘째 아들을 봤겠네.”

“예, 그렇습니다.”

패국의 여걸이 담담한 모습을 연기하면서 이성휘에게 물었다.

그에 이성휘가 대답했다.

“분명 앙이하고….”

“현이가 앙이보다 한 살 어립니다.”

이성휘는 2남 1녀를 둔 아버지였다.

정실과의 사이에서 아들과 딸을,

그 뒤에 들인 측실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었다.

북적북적한 다복한 가정을 꾸렸다.

하후돈은 사랑하는 남성의 아이를 낳은 그녀들에게 깊은 부러움을 느꼈다.

“아이들이 태어난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포대기에 몸을 눕힌 채 옹알대던 게 엊그제처럼 느껴졌다.

그런 아이들이,

벌써 걸음마를 떼고 말을 익히고 있다니.

생명의 경이로움에 깊은 감탄을 느꼈다.

“좀 있으면… 종친들을 모두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 묘재가 노력해주고 있으니까.”

“그렇습니까.”

혼례를 치르는 조건으로 합방을 유예했다.

반대하고 나섰던 종친들의 의견을 완전히 등한시할 수는 없었기에 결국 받아들였다.

혼례를 치른 지 3개월째.

드디어 하후돈에게 처녀를 졸업할 기회가 날아드는 듯했다.

“잠시 걸으시겠습니까.”

“…어, 알았어.”

이성휘의 제안에 하후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이른 아침이다.

많은 인원들이 돌아다니진 않을 터.

게다가 합방을 유예했더라도 정식으로 혼례를 치른 관계였으므로 누구에게 들켜도 무방할 것이었다.

“왜 이렇게 거리를 벌려? 좀 붙으라고.”

“예, 알겠습니다.”

“누가 보면 생판 남인 줄 알겠어.”

우여곡절 끝에 혼례를 치르게 된 관계였음에도 이전과 그다지 달라진 게 없는 이성휘의 모습에 불만을 느낀 듯하다.

하후돈의 투정에 이성휘는 발걸음을 성큼 내딛으면서 거리를 좁혔다.

“응, 그래야지….”

함께 팔짱을 끼면서 나란히 걷는 것처럼 거리가 대폭 줄어들었다. 그에 만족감을 느낀 하후돈은 어깨를 으쓱이면서 이성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평소보다 무뚝뚝한 이성휘의 모습에 짓궂은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리라.

“야잇. 야잇.”

쿡쿡. 쿡쿡.

옆구리를 계속 찔렀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면서 애정표현을 하는 듯한 하후돈의 모습에 이성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파락호 서방님아.”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이 하후원양의 마음마저 훔쳐갔잖아.”

딱히 훔친 기억은 없다.

문득 손을 들어보니,

어느덧 그녀의 마음이 손아귀에 있었던 거지.

씩씩하면서 발랄한 매력을 발산하는 하후돈을 응시하던 이성휘는 한쪽 팔을 뻗으면서 와락 끌어안았다.

“하으읏?!”

난폭하게 허리를 끌어안는 이성휘의 돌발적인 행동에 하후돈이 놀란 듯 신음을 흘렸다.

설마 이렇게 과감하게,

보는 눈들이 많은 궁궐에서 뻔뻔스럽게 애정행각을 해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이성휘의 품에 폭 안기게 된 하후돈은 뜨거운 수증기를 푸욱 뿜어낼 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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